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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게임 시스템 이야기 - 선두 따라잡기
  • 2022-09-26 16: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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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언테임드

인류 문명의 역사와 함께한 보드게임은 그 오랜 역사에 비례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발전해왔다. 이 다양한 게임들은 외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커다란 나무에서 여러 줄기가 뻗어 나가는 것처럼 공통된 요소에서 분화되기도 했다. 게임 간에는 그 외양과 진행 방식이 유사한 것이 있는가 하면, 외양은 달라 보이지만 진행 방식은 유사한 것도 있고, 외양은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진행 방식은 딴판인 것도 있다. 이 코너에서는 바로 이러한 게임의 진행 방식을 가리키는 표현인 게임 시스템(혹은 메커니즘)이 유사한 게임들을 살피며, 게임 시스템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다.
 

선두 따라잡기
대부분의 보드게임은 여러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참여하여 승리를 위해 서로 경쟁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모든 플레이어가 힘을 합쳐 게임이 제공하는 환경과 경쟁하는 협력 게임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보드게임에서 플레이어 간의 경쟁이 일어난다. 많은 경우 승자는 1명뿐이므로, 게임 중 선두 플레이어를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견제하고 따라잡으려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카탄>이나 <보난자>처럼 협상과 거래가 중심인 게임에서 플레이어들 간에 견제하는 모습을 자주 관찰할 수 있는데, 선두 플레이어를 거래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선두 플레이어에게는 거래 조건을 더 까다롭게 제시하는 등의 현상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게임들에서 선두 견제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며, 규칙에서 그것을 강권하지도 않는다. 가령 한 플레이어가 2등이라도 하겠다며 선두 플레이어와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형성한다고 해도 그 플레이어는 어떤 규칙도 어긴 것이 아니며,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도 존재한다.

그런데 뒤처진 플레이어에게 부가적인 보너스를 주거나 앞서 나간 플레이어에게 핸디캡을 주는 등, 뒤처진 플레이어가 따라잡을 기회나 선두를 견제할 방법을 게임 규칙 자체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게임 시스템을 가리켜 '선두 따라잡기(Catch the leader)'라 부른다. 사실 이 시스템은 그렇게 많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한번 앞서 나간 플레이어가 얻게될 이익을 제어하지 않으면 그 차이가 점차 커지며 따라잡을 의욕을 떨어뜨리는 정도의 게임이어야 이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의미 있고, 누가 앞서나간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뒤처진 플레이어에게 보너스를 주거나 앞서 나간 플레이어에게 핸디캡을 주는 방식을 사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뒤처진 플레이어에게 계속해서 추가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기에 숙련된 플레이어는 오히려 초반부터 선두로 앞서 나서기보다 '아슬아슬하게 2위 자리를 유지하다가 막판에 치고 나간다' 같은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선두에게 가해지는 핸디캡을 피하며, 보너스로 부가적인 이득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는 것도 운용의 묘라 하겠다.

이 게임 시스템은 선두를 따라잡을 기회를 보장한다는 기본 개념은 동일하더라도 게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다. 각 게임에 따라 어떤 식으로 사용됐는지 살펴보자.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

제목 그대로 플레이어는 돌팔이 약장수 역할을 맡는다. 다만 단순히 물약을 파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든 물약을 팔아야 한다. 물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각종 약재를 되는 대로 넣어서 물약을 만들어야 하며, 약재는 칩으로 표현된다. 플레이어는 자기 주머니에서 약재 칩을 뽑아 솥 모양의 자기 개인 게임판 위에 올려놓는다. 어떤 약재를 넣었느냐에 따라 물약의 평가가 달라진다. 다른 플레이어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물약을 만들어야만 더 높은 명성(승점)을 얻고, 새로운 약재를 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솥에 약재를 넣어 물약을 만든다.

플레이어가 번 돈을 내고 구입할 수 있는 약재들에는 각기 다른 특수 능력이 있으며, 이러한 능력은 해당 약재를 뽑아 솥에 넣을 때 발휘된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각자 자신이 원하는 약재를 사서 주머니에 넣게 되므로, 각자 다른 능력을 발휘하며 물약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즉, 플레이어가 한번 얻은 이익이 점차 누적되는 방식이다. 좋은 약재를 샀다고 해서 다음 물약을 만들 때 그 약재가 반드시 주머니에서 뽑혀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해당 약재가 없는 플레이어보다 우위에 서 있음은 명백하다. 따라서 좋은 약재를 가진 플레이어는 그렇지 못한 플레이어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물약을 만들 확률이 높고, 그만큼 더 좋은 약재를 사게 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즉, 아무런 보조 장치가 없다면 약재를 구입한 플레이어와 번 돈이 모자라 약재를 구입하지 못한 플레이어의 차이는 점차 벌어지기 마련이다.
점수 트랙에는 쥐꼬리가 그려져 있다.
1위가 아닌 플레이어들은 1위 플레이어의 점수말과 자기 점수말 사이에 표시된 쥐꼬리 수에 따라 부가적인 보너스를 받는다.

그래서 라운드마다 이런 차이를 조정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평가 좋은 물약을 만든 플레이어는 그만큼 승점이 더 높기 때문에, 이 승점이 누가 더 앞선 플레이어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승점 1위인 플레이어를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부가적인 보너스를 받는다. 각 플레이어는 라운드가 시작될 때마다 승점 트랙에서 현재 승점 1위와 자기 승점 마커 사이에 표시된 쥐꼬리 개수를 센 다음, 각자 자기 약의 가치를 그만큼 더 높인 상태에서 라운드를 진행한다. 좋은 약재는 없지만 약재 대신 넣은 쥐꼬리의 보정을 받아 좀 더 좋은 약을 만들 가능성이 생긴 것이고, 이는 새로운 약재를 살 돈과 더불어 승점을 얻을 기회로 이어진다.
1위 플레이어의 점수말과 자기 점수말 사이에 표시된 쥐꼬리 수가 2개라면, 약을 만들기 전에 먼저 2칸을 전진시킨다.


파워그리드


<파워그리드>에서 플레이어들은 여러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 회사를 운영한다. 자신의 전력망에 도시를 연결하고 이들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며 돈을 번다. 전기를 공급하는 도시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며, 게임 속의 모든 행동이 돈을 소비해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더 많은 도시에 전기를 공급할수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라운드가 시작될 때마다 누가 더 많은 도시를 자기 전력망에 연결했는지 확인하고, 그 차례에 따라 마커를 배치한다.

게임이 끝날 때 가장 많은 도시에 전력을 공급한 플레이어가 승리하는데, 그러려면 자기 전력망에 가능한 한 많은 도시를 연결하고 그 도시에 전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만큼 발전소를 확보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발전소의 용량이 연결된 도시의 수에 비해 적다면 연결된 도시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승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연결된 도시의 수가 많은 것이 플레이어가 얼마나 앞서갔는지를 나타내는 완벽한 지표는 되지 못하지만, 애초에 연결한 도시의 수가 적어서는 승리할 수 없으므로 주요한 지표는 될 수 있다. <파워그리드>에서는 게임이 진행되는 중에 각 플레이어의 전력망에 연결된 도시 수를 기준으로 선두가 누구인지 판가름한다. 거의 모든 것이 동시에 진행되는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와 달리 <파워그리드>는 각자 차례를 가지며 게임을 진행하는데, 특정한 행동을 누가 먼저 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린다.
현재 자기 전력망에 도시를 가장 적게 연결한 플레이어부터 연료를 살 수 있다.
이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을 가장 싸게 살 수 있으며, 다음 플레이어는 그보다 더 비싼 연료를 사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모두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연료 시장의 연료는 그 종류가 같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어 있기에, 먼저 차례를 갖는 플레이어는 싼 자원을 살 수 있지만 차례가 나중인 플레이어는 앞 플레이어들이 사고 남은 비싼 자원밖에 살 수 없다. 즉, 먼저 차례를 가지는 것 자체가 보너스가 되며, 차례 순서가 늦을수록 핸디캡이 주어지는 상황이다. 이 게임에서 연료 구입 단계에는 연결된 도시 수가 제일 적은 플레이어부터 차례대로 연료를 구입하면서 선두인 플레이어가 맨 나중에 차례를 가지게 순서가 정해진다. 연료 구입 단계뿐만 아니라 건설 단계 역시 연결된 도시 수가 적은 플레이어부터 차례를 갖는다. 도시마다 연결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수에도 제한이 있고 나중에 연결한 플레이어는 더 높은 연결 비용을 내야 하므로, 차례가 늦을수록(즉, 연결된 도시 수에서 선두일수록) 불리해진다.

<파워그리드>에서는 일부 상황에서 전력망에 많은 도시를 연결한 플레이어가 나중에 차례를 가지게 함으로써 '선두 따라잡기' 게임 시스템을 구현한다. 전력망에 도시를 연결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므로 때에 따라서는 일부러 도시를 연결하지 않고 기다리며 힘을 모으는 선택도 가능하다.



마이 시티


<마이 시티>는 2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하나의 에피소드 단위로 게임을 즐기고, 에피소드를 마칠 때마다 그 결과를 기록하며 이는 다음 에피소드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이전 게임의 기록이 다음 게임 진행에 영구적인 변화를 남기는 방식을 가리켜 레거시 게임이라고 한다. 보통의 레거시 게임 시스템은 롤플레잉 게임 등에서 캐릭터의 성장이나 이야기의 분기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지만, <마이 시티>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레거시 게임 시스템을 이용한다.
하나의 에피소드에서는 각자 자게 게임판 위에 건물을 건설하며 게임이 진행된다.
동시에 진행되기에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중에는 누가 앞섰다거나 뒤쳐졌다거나 하는 정보를 알기 쉽지 않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시작되면 기본적으로 차례마다 건설 카드 1장을 뽑고, 카드에 표시된 건물 타일을 가져와 각자 자기 게임판 위에 놓는 식으로 진행한다. 게임판에 표시된 지형에 따라 건물을 건설할 때 제약이 있으며, 건설 카드를 펼쳤을 때 해당 건물을 놓을 수 없거나 놓고 싶지 않다면 점수를 깎고 이를 건너뛸 수도 있다. 건설 카드를 펼친 다음 에피소드 진행에서 빠지는 것을 선언할 수 있으며, 모두가 에피소드 진행에서 빠지거나, 건설 카드를 모두 펼치면 해당 에피소드가 종료된다.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순위를 가른 다음, 순위에 따라 차등 보상을 받는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끝나면 1등은 최종 승점인 발전 마크를 받지만, 다음 에피소드에서 페널티가 될수 있는 바위를 받고,
발전 마크를 못 받은 플레이어들은 보너스가 될 수 있는 나무를 받는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중에는 누가 앞서고 있는지 특별히 알 수 없고, 에피소드가 끝나 이번 에피소드의 결과를 확인할 때에야 비로소 누가 몇 등인지를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이 시티>는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며,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의 순위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보상은 발전 마크라 불리는 누적된 승점이며, 모든 에피소드가 끝났을 때 발전 마크를 얼마나 얻었는가에 따라 최종적인 승부가 갈린다. 에피소드 1을 예로 들면, 1등인 플레이어는 발전 마크 2개를 얻고 2등인 플레이어는 발전 마크 1개를 얻지만, 그 외 등수인 플레이어들은 발전 마크를 받지 못한다. 그 대신 1등인 플레이어는 게임 중에 가리지 않으면 감점당하는 바위 1개를 받으며, 발전 마크를 받지 못한 플레이어들은 가리지 않고 노출하면 1점을 얻는 나무 1개씩을 받는다. 이 핸디캡과 보너스는 그리 크지 않지만, 발전 마크를 받지 못한 플레이어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된다.

에이지 오브 스팀

<에이지 오브 스팀>은 철도 회사를 경영하는 게임이다. 초기에는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겨우겨우 손익 분기를 넘겨 생존하는 것이 목표가 되지만, 점차 철도가 깔리고 회사가 성장하며 수익이 손익 분기를 넘기고 난 후엔 좀 더 수월하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

수익이 많아질수록 더욱더 유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에이지 오브 스팀>에서는 수익 감소 단계를 통해 앞서 나간 플레이어들에게 핸디캡을 부여한다. 수익 감소 단계에서 수익이 50 이상인 플레이어의 수익은 10이 감소하고, 수익이 41~49인 플레이어는 수익이 8 감소하며, 수익이 11~20 사이인 플레이어는 수익이 2만 감소한다. 수익 감소 단계를 거치고 나면 수익이 49였던 플레이어의 수익이 41이 되지만, 수익이 50인 플레이어의 수익이 40이 되는 등 플레이어의 수익 순위가 바뀌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수익은 게임을 풀어 나가는 데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최종적인 점수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에 이를 통한 균형 잡기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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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준버그
    • 2022-09-28 14:47:55

    저 게임들 중 유일하게 해본게 마이시티인데 정말 밸런스(1등의 보상과 다른 플레이어 보상)를 잘 맞췄다고 생각해요~
    2인플로 즐겨서 최후에 패자가 되었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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