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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제대로 만든 SF 호러 게임, 네메시스 그리고 락다운
  • 2022-09-25 11: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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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신나요

<네메시스 락다운>(이하 <락다운>)은 5명까지 즐길 수 있는 SF 호러 게임입니다. 국내에서보다는 외국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영화 '에일리언'의 스타일을 보드게임으로 상당히 충실하게 재현한 <네메시스>의 스탠드얼론 후속작이죠. 공식 규칙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각 플레이어는 미지의 괴생명체(<네메시스>에서는 인트루더, <락다운>에서는 나이트 스토커)에 맞서는 우주선 승무원(<락다운>에서는 화성 시설 근무자와 네메시스 호 생존자)입니다. 이들은 괴물을 상대로 생존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기도 하지만, 저마다의 비밀 목표로 인해 의심스럽거나 이기적인 행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최후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이가 승리하는데, 온전히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이들의 손이 필요하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다른 플레이어의 죽음을 도모할 경우도 있는 만큼, 준 협력보다 경쟁에 더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피규어, 주사위 굴림, 테마, 숨은 아젠다 등을 특징적인 요소로 정리해 볼 수 있겠죠.

<락다운>을 이야기하려면 <네메시스>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그렇기에 <네메시스>의 특장점을 먼저 살펴보고 <락다운>의 특징을 몇 가지 더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준비 완료. 네메시스호 생존자들은 격리실에서, 시설 직원은 저장실에서 게임을 시작합니다.]


강렬한 긴장감을 끌고 가는 호러 보드게임

호러 장르에서 공포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소는 '고통', 그리고 그것의 정점인 '죽음'이라 할 수 있겠죠.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표현할 수 있겠지만, 강력한 미지의 존재가 보이는 살의가 그중 가장 직설적이라 하겠는데요.  그런 요소를 어떻게 배치 활용하느냐가 호러 장르의 관건이겠습니다. 

영화라면 점프 스캐어(Jump scare)와 고어적인 시청각 연출을 통해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할 수도 있겠지만 보드게임에서는 아무래도 그것이 어렵죠. 그래서 대개의 호러 장르 보드게임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호러 장르의 이미지를 테마적으로 씌움으로써 타이틀만 획득한 정도라 하겠습니다. 아컴파일즈 게임들이 괴물, 미지의 존재, 인류의 파멸이라는 대의를 테마로 품고 있기에 장르로는 호러이지만 인게임에서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거의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다른 이들이 불 꺼진 S-02 구역에서 나이트 스토커들과 술래잡기를 하는 동안, 실험체는 홀로 S-03 구역을 조용히 이동했습니다. 전력이 공급되는 구역은 라운드마다 캐릭터가 없는 방과 이어진 모든 통로의 소음이 제거되므로 혜택이 상당합니다.]



보드게임은 플레이어의 직접 경험을 최대한 존중하며 끝까지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중도 탈락을 시키는 일도 잘 생기지 않습니다. 중간에 죽어도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나오거나, 치료 후 재참여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습니다. 반대로 누군가의 죽음이 한 순간에 벌어지고 그것이 즉각적인 패배로 이어진다면 역시 성취의 문제만 남을 뿐 긴장감은 적습니다. 전자가 <아컴 호러>라면 후자는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이런 게임에서는 '공포'를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네메시스>는 공포와 유사한 긴장감을 제공하는 게임입니다. 죽음에 대한 긴장감을 마지막 순간까지 끌고 가고, 게임 시스템으로 고통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수시로 덤벼드는 강력한 괴물은 기본이고 시설에 난 불, 감염, 속을 숨긴 동료 등이 게임 내내 죽음의 위기를 쏟아내며, 그 모든 것을 헤치고 탈출까지 이른다 해도 그 과정이 꼼꼼하지 못했다면 게임이 끝났을 때 살아남지 못한 결말을 맞을 수 있으므로(동면에서 깨어나 보니 지구가 아님과 같은) 탈출 절차까지 다 밟고 나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중상을 입을 때마다 받는 패널티는 3번까지 누적되며,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칠수록 자신의 캐릭터가 점점 죽음에 임박해 간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플레이를 강행합니다. <네메시스>가 보여주는 글자 그대로 '사투'는 여느 보드게임에서는 경험해 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점액이 묻으면 추적당할 확률도 높습니다. 팔과 눈의 부상으로 운신도 힘든 와중에 경상 2에 도달했으므로 중상 한 장만 더 받으면 꼼짝없이 죽을 위기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애벌레까지 몸에 달라붙었습니다.]



극적인 순간이 끊이지 않는

<네메시스>는 테마 게임 중에서도 규칙과 요소가 많고 복잡한 편입니다. 대개 그런 특징을 지닌 테마게임은 그렇지 않은 게임에 비해 극적인 상황이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에일리언'을 충실하게 재현하려던 게임입니다. 적들은 시작할 때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고 공세를 더욱 격하게 펼쳐 나가야 합니다. 캐릭터도 성장하지만 적은 더 빨리 강해지고 점차 총공세에 나섭니다. 이 게임의 복잡한 규칙은 이를 시스템으로 절묘하게 조절합니다. 체크해야 할 요소가 많아질수록 시련은 첩첩이 겹치며 플레이어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도박수를 던지게 되고, 그것이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소음 주사위 굴림, 방과 탐험 토큰의 무작위 배치, 주머니 성장, 전투에서의 주사위 굴림 등 무작위 요소가 굉장히 많은 게임이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잇습니다.

 
[드라마 1. 신호 전송이 목표였던 실험체는 게임 막바지에야 송신제어실을 찾아냈지만, 방의 탐험 토큰을 뒤집으니 제어실이 고장났다고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소음으로 인해 나이트 스토커까지 등장한 상황.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나이트 스토커를 처리할 방법이 없었던 실험체는 목숨을 건 도박으로 저 방에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면서(그렇게 심각한 피해를 입어 가며) 나이트 스토커를 밖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합니다.]
 

<네메시스>를 처음 플레이했을 때였습니다. 정찰병으로 플레이해서, 다른 이들이 곳곳에서 인트루더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저는 둥지 파괴의 목표를 안고서 아주 조용히 몰래몰래 움직여 체력과 자원을 최대한 아끼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 둥지에 들어가 온 화력을 총동원해 둥지를 파괴하고 그곳에 나온 인트루더 성체 셋을 피해(나가는 과정에서 두들겨맞은) 부상투성이 몸을 이끌고 옆방으로 이동했죠. 그때 소음 주사위가 50% 확률에서 다른 인트루더를 출현시키고 말았고, 탈출정에 몸을 싣기만 하면 끝나는 시점에서 극적으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제 정찰병이 둥지를 파괴함으로써, 다른 캐릭터의 승리를 든든하게 챙겨준 셈이 되었죠. 

그리고 <락다운>을 했을 때, 이보다 더한 순간을 만났습니다. 이만하면 이 게임에서는 극적인 장면이 빈번하게 연출된다고 할 만하지 않나요?


[드라마 2. 총 3명이 기지 안에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한 사람은 CSS 포드를 타고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비상 계획을 열어 보니 CSS 포드 탑승자 전원 사살이어서 결국 죽었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은 애벌레를 몸에 붙인 채로 벙커로 이동해 탈출했지만, 덱 맨 위 카드 4장 중 오염 카드가 나와 결국 죽고 맙니다...]



한층 어려워진 SF 호러를 즐겨 보세요

<락다운>은 전반적으로 전작을 계승하면서 여러 변주를 추가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요소라면 비상 계획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플레이어들이 탈출할 수 있는 장소가 CSS(화물 운송 시스템) 포드, 정면 출입구 및 벙커, 격리실의 총 3군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비상 계획 토큰으로 인해, 세 군데 중 전적으로 안전한 곳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게임 시작시에 비상 계획 토큰 1개를 별도로 세팅해 두는데, 이것에 따라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 특정한 지점으로 탈출에 성공했어도 사망할 수 있습니다. 게임 시작시 비상 계획 토큰을 각자 하나씩 나눠 가진 채로 시작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집행되지 않는 비상 계획"을 확인해서 "집행될 비상 계획"을 유추하고 최후의 탈출로를 정해야 합니다. 또한, 조건 중에는 '지식이 4 이하인 모든 캐릭터 사살'과 같은 비상 계획도 있으므로, 이 비상 계획은 미확인 목표가 하나 추가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대개는 모든 토큰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막바지에 이르면 도박을 감행하게 됩니다.

CSS 포드 탈출은 구명정에 비해 한층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3개 포트가 있지만 그 각각의 포트에 탈 수 있는 탈출실이 무작위로 정해지며 B와 C 포드에 탑승할 수 있는 B실과 C실은 총 9개 중 6개만 사용하는 제2종방에 해당하므로, 최악의 경우 A 포트만 사용하는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마저도 포트가 발사되는 시점이 정해져 있고, 그 시점에 특정 포트만 발사되거나 발사가 불발되기도 합니다(어느 포트가 발사될지, 언제가 발사 실패일지는 당연히 무작위로 정해집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적들의 공세는 거세집니다. 소음 토큰을 굴리는 회수는 더 늘어나고, 방심하다간 금방 성체들에게 둘러싸이고 맙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나이트 스토커들.]



까다로운 탈출 조건에, 탈출 후에도 살아남을지 여부가 불분명한 만큼 게임 중에 신경써야 할 요소가 배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 중 계산할 것도, 할 일도 많아져 체감 난도는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목표에 있어서는 상호 충돌하는 요소가 <네메시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졌습니다. 특정 플레이어 사망 목표 정도는 그냥 게임을 하다 보면 달성될 것처럼 느껴지므로, 복잡한 눈치 싸움과 거짓말이 요구되는 게임이 편치 않은 플레이어에게는 <락다운>이 좀 더 즐기기가 좋습니다.

컴퓨터 행동과 락다운, 캐릭터의 지식 상승, 엘리베이터의 사용, 전력 복구와 소음 관리, 어둠 속에서 더욱 험악해지는 조우 등, 위에서 다 언급하지 않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에 <네메시스>에 익숙해진 플레이어에게는 한 단계 나아간 게임플레이를 경함하게 해 줄 겁니다. 

 
[드라마 3.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은 실험체의 게임 중 목표는 '신호를 전송'이었습니다. 캐릭터가 격리실에서 시작하는데, 신호를 전송할 송신 제어실이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다른 곳으로 갔다가 가장 마지막에 이곳으로 돌아온 겁니다. 이 웃지 못할 선택이 결국 죽음으로 이어졌으니...]


테마 협력 게임의 광팬으로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 <락다운>을 완전 협력 모드로 플레이해 보고 싶네요. 그렇게 하더라도 도전적인 난도로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게임입니다. 빠듯한 플레이에 승률도 높지 않아 성공의 기쁨을 맛보기는 어려운 게임이지만 순간순간 발생하는 극적인 장면들에 대한 공유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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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47 채소밭
    • 2022-09-25 23:44:24

    우와! 게임으로 이런 영화같은 순간들을 경험한다면 정말 잊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순간들을 경험하게 하는 게임이 좋아요. 그래서 테마가 짙은 걸 좋아하구요. 이건 플레이 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아 패스했는데 어느때보다 뽐이 차는 후기로군요ㅠㅠ
    • Lv.40 리클러스
    • 2022-09-26 05:45:26

    처음에 별 생각 없다가 1-3인 완전협력으로 본판보다 괜찮지 읺을까 싶어 구매했습니다. 게임은 지난주에 도착했어요. 둑흔둑흔해용.
    • 관리자 신나요
    • 2022-09-26 06:38:33

    완전협력으로 정말 해 보고 싶네요 ㅠㅠㅠㅠ 플레이하기 전 그 둑흔둑흔한 그 느낌이 아주 좋지요 ㅎㅎ
    • 스태프 [GM]찰리
    • 2022-09-26 08:55:59

    훌륭한 리뷰 감사합니다!
    • 관리자 신나요
    • 2022-09-27 07:19:50

    감사합니다~~ :)
    • 관리자 신나요
    • 2022-09-27 07:20:23

    저도 해 보고 나서 테마 구현이 상당하다는 걸 느꼈죠 ㅎㅎ
    • Lv.38 카페라떼초코
    • 2022-09-27 10:31:44

    다인플 인원의 압박으로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신나요님의 고퀄리티 리뷰로 마음껏 대리만족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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