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예고해 드린 바와 같이 건물 카드와 게임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었는데요. 너무 딱딱한 게임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되는 것 같아서 잠시 시점을 돌려서 다른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잘그락 왕국의 개발이 한창 진행되던 중에 해외에서 출시 예정인 새로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아스모디(Asmodee)에서 하이퍼보리아(Hyperborea)라는 이름의 백 빌딩 (bag building) 게임이 개발 중이라는 이야기였죠. 게다가 테마마저도 잘그락 왕국과 유사한 중세 혹은 판타지라는 이야기에 저희들은 심각하게 잘그락 왕국의 테마 변경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잘그락 왕국의 개발이 지연되어 하이퍼보리아가 먼저 출시되면 잘그락 왕국은 아류작의 하나라는 선입견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동시에 출시된다고 해도 유사한 시스템과 유사한 테마의 게임으로 여러 모로 함께 비교당하게 될 텐데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잘그락 왕국이 이미 국내에서 피스크래프트를 통해 출시되어 검증 받은 적이 있는 게임이었지만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고 해외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이퍼보리아는 아스모디라는 거대 보드 게임 업체에서 출시되는 게임으로 여러 매체들을 통해 홍보가 이루어져 조금씩 주목을 끌기 시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상황은 저희에게 불리하게 여겨졌습니다.

새로운 컨셉의 테마들을 논의했었고, 세균들의 전쟁이라던가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쟁과 같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테마들이 제안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중 몇 가지 테마는 실제로 적용되어 테스트도 몇 차례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잘그락 왕국은 결국 원래의 테마대로 출시가 되었고 다행히 개발 일정도 더 이상 지연되지 않아 다른 백 빌딩 게임들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준비해 오고 있었던 게임의 여러 요소들이 그 어떤 테마들보다 중세의 왕국이라는 테마에 잘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이 있었고 게임의 완성도에도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테마의 건물 카드 컨셉 이미지: 색상도 커피 분위기에 맞추어 갈색 톤으로 잡았고 우측 상단 카드를 살펴 보면 오른쪽 위에 커피 콩 형태의 이미지도 보입니다. 컨셉 이미지까지 그릴 정도로 구체화되었다가 원래의 테마로 되돌아 갔었죠.

비록 현재까지는 BGG (Boardgamegeek) 순위만 보더라도 함께 출시된 다른 백 빌딩 게임들에 비해 많이 못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 했던 세계의 많은 리뷰어들이 잘그락 왕국을 플레이 해 보고 좋은 평가들을 내려 주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이 알려지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 해 본다면 잘그락 왕국도 인정 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검토했던 다른 테마의 게임들은 이대로 버리기에는 조금 아까운 것들도 있어 추후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조금 변형된 게임의 형태로 출시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테마가 가장 흥미롭게 보이나요? 혹은 여러분들이 담당 에디터였다면 어떤 테마를 선택하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