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순위 6위의 명작 <테라포밍 마스>는 긱 웨이트가 3.26입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게임이죠. 이 정도의 긱 웨이트로 이만큼 사랑받는 게임은 많지 않습니다. <도미니언>이나 <윙스팬>도 긱 웨이트는 2점대입니다. <비티컬처>가 기본판이 2.9, <투스카니 에센셜 에디션>이 3.26으로 동일하고 <아크 노바>가 3.73 정도 되네요. <아컴호러> 3판이 3.34…

아무튼 그런 <테라포밍 마스>의 변주로 기존에 출시되었던 <아레스 익스페디션>에 이어, <테라포밍 마스 주사위 게임>이 새로 등장했습니다. 킥스타터 펀딩 당시 전 세계 10,366명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이 성적은 비록 16,903명이 후원한 <아레스 익스페디션>에 비해서는 낮지만 그래도 상당히 좋은 성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테라포밍 마스 주사위 게임>은 긱 웨이트가 2.0으로 상당히 낮습니다. 이 정도면 굉장히 간단한 편이죠. 웨이트만 놓고 보면 <도미니언>보다도 쉽다는 겁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 보면 카드 사용도 훨씬 단순해졌습니다. 카드간 콤보를 만들 요소도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상과 업적이(훨씬 단순화되었다곤 해도) 여전히 있어서 <아레스 익스페디션>에 비해 <테라포밍 마스>와 더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테라포밍 마스>의 입문용이라고 평가해도 될 만한 까닭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테라포밍 마스 주사위 게임>은 <테라포밍 마스>의 빡빡함을 주사위에서 살린 게임을 기대하고 즐기려고 하면 당연히 맞지 않을 겁니다(다만,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 등 주사위 게임 변형을 즐기는 사람 중에 원래 작품만큼의 복잡성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그보다는 <테라포밍 마스>를 1시간 이내의 주사위 게임으로 즐긴다는 점이 포인트이겠고, 그 외의 대별점은 ‘주사위 게임으로서 무엇이 독특한가’에서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각 주사위는 카드를 플레이하거나 효과의 비용으로 지불하는 자원입니다. 총 다섯 가지 주사위가 있고, 6개 면이 총 3개 기호로 이루어집니다. 색깔별로 일반 자원이 3개 면, 특수 자원이 2개 면, 희소 자원이 1개 면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주사위 하나를 굴려서 특정 자원을 얻을 확률이 ½, ⅓, ⅙ 으로 갈리는 건데요. 카드의 비용들을 들여다보면 희소한 자원이 더 강력한 카드에 사용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외려 효과가 뛰어난 카드일수록 요구하는 자원 개수 자체가 많고 조합이 다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는 좋은 주사위 눈을 확보하는가 못지 않게, 충분한 주사위를 확보하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사위 게임임에도 재굴림이 없습니다. 대신 행동을 하기로 선택한 차례마다 한 번, 아무 자원 주사위 하나를 다른 자원 주사위 하나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보조 행동으로 있는데요. 행동 차례에 선택할 수 있는 보조 행동에는 원하는 색깔의 주사위 하나를 가져와 굴려서 자원으로 얻는 것이 있습니다. 무작위로 얻지만 주사위 개수 자체를 늘려 주는 행동과, 원하는 자원을 확정적으로 얻지만 자원의 개수는 늘리지 못하는 행동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의 딜레마가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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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의 랜덤성도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정 요소도 잘 갖춰진 편입니다. 생산을 하기로 선택한 차례에는 원한다면 손에 든 카드를 모두 버리고 카드를 새로 다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애초에 카드가 잘 들어와서 카드 갈이를 위해 생산 차례를 취하지 않는다면 더 좋겠지만, 랜덤성이 승패를 크게 가를 정도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게임의 길이가 아주 짧지 않고, 각자의 차례가 대체로 빠르게 돌아가며, 취하는 차례 수가 많은 만큼, 랜덤성의 보정이 모든 플레이어에게 균일하게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2인 게임으로 규칙 설명하고 배우는 데에 1시간이 살짝 넘게 걸립니다. 양쪽 모두 규칙에 충분히 익숙해졌다면 실제 플레이타임은 보드게임긱에 나오는 대로 45분 선으로 맞춰질 만합니다. 규칙이 간결해진 만큼 세팅과 정리도 간단하고, 리마인딩할 잔룰이 별로 없어 게임을 꺼내는 데에도 부담이 없고, <테라포밍 마스>의 규칙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2명 기준으로 플레이 매트 한 장 안에 게임 상황이 다 정리될 정도로 공간 효율도 좋습니다. 템포가 경쾌하면서도 전략적으로 고민해서 선택하는 요소들은 <테라포밍 마스>를 닮았습니다. 

킥스타터 물량의 배송은 본래 2023년 7월을 예정하고 있고, 6월 30일에 올라온 킥스타터 업데이트에 따르면 이제 배송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원 퍼블리셔는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일 10월 에센 슈필 전에 영미권의 배송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니, 그 즈음에는 실제로 받아서 즐겨본 사람들의 평가도 더 풍성해질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