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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지열에너지 끌어올려어어↗ 솔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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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17: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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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0. Salton Sea
지구의 에너지 문제는 수십년간 이어져왔습니다.
지속적으로 화석연료를 추출해오다보니, 드디어 그 매장량의 끝이 보이고 있으며
그렇게 추출한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은 지구의 환경을 바꿔 여러 이상기후 현상을 야기하기도 했죠.
▲ 지열에너지로 무엇을 하냐, 아아... "터빈을 돌립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국가와 기관들은수력과 풍력, 태양열 등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왔습니다.
태초부터 지구의 내부에 존재해온 에너지인 지열에너지 역시 이러한 범주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터빈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지열에너지를 가진 지점이 생각보다 적다는 한계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많은 국가들은 태양력이나 풍력등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태양력과 풍력이 만능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끔은 해가 뜨지 않는 날도, 바람이 불지 않는 날도 있었으니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리튬 전지를 고안해냅니다.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해둔 전기를 리튬 전지에 보존해뒀다가 필요할 때 쓰자는 아이디어였죠.
이런 리튬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곳은 바닷물, 그 중에서도 일반적인 해수보다 염분성분이 더 높은 염수입니다.
이 염수는 바다에서 떨어져나와 고립된 해수가 증발하며 생겨난 것인데요, 지하에 고립된 염수 퇴적층은 리튬을 얻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무대는 멕시코 국경 캘리포니아 주로 옮겨갑니다. 이 곳은 태평양과 북아메리카 지각판의 경계인 산 안드레아스 단층이 위치한 곳이에요.
염수는 온도가 높을 때 더 많은 리튬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곳은 염수와 지열에너지를 두루 갖춘 곳이죠.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이 곳에서, 천연 자원을 이용한 지열발전소 사업에 뛰어들게 됩니다.
어서 오세요. 이곳은 재생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곳, 솔튼 씨 Salton Sea입니다.
▲ 지열에너지만 쓰려고 했는데 염수가 올라오네? 완전 럭키비키☆인 그곳, 솔튼 씨 입니다.
1. 어떤 게임인가?
솔튼 씨는 일꾼놓기 게임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돌아가면서 보유중인 일꾼을 배치해가며 플레이를 하다가, 모든 플레이어가 일꾼을 다 사용하면 라운드가 종료됩니다.
이런 게임들이 으레 그렇듯, 라운드가 종료되면 사용한 일꾼들을 다 회수하고요 보드 위를 정리하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갑니다.
그러다가 게임 종료 조건이 발동되면 점수 계산하고 끝. 많이 본 전개죠?
▲ 딱 봐도 별표가 오른쪽으로 가면서 저 일꾼을 추가로 가져올 수 있다는 당신, [삐삑] 고인물입니다.
케일러스와 아그리콜라로 대표되는 일꾼놓기 Worker-Placement 장르는 많은 사랑을 받고, 꾸준히 많은 게임의 핵심 매커니즘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꾼놓기 장르를 이야기 할 때마다 항상 하는 이야기인데, 이 일꾼놓기 장르는 공식이란게 어느정도 정해져있는 편이에요.
1) 일꾼을 중앙의 공용보드 위에 배치하며 해당 위치의 액션을 수행한다.
2) 모든 사람이 모든 일꾼을 배치하면 한 챕터가 끝난다.
3) 챕터 사이에 정비 타이밍이 있다
대충 이정도로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워낙에 많은 게임이 나오다보니 이런 정형화되어있는 공식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는게 좋은 일꾼놓기 게임을 가르는 척도가 됩니다.
어떤 게임은 일꾼을 배치하며 액션을 하지만, 어떤게임은 일꾼을 빼면서 액션을 수행하기도 하고요, 어떤 게임은 일꾼을 이동시키며 액션을 수행하기도 하죠?
어떤 게임은 중간중간에 보통 "밥"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운영비를 내기도 하고, 어떤 게임은 일꾼을 되돌리는데 특이한 기믹을 사용하기도 하죠.
매번 하는 이야기를 또 하게되네요. 솔턴 씨는 이 너른 잔디밭같은 일꾼놓기 시장에서, 어떻게 한 송이의 꽃으로서의 매력을 뽐내고 있을까요?
2. 게임의 특징은?
일꾼놓기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은 "일꾼을 칸에 배치하며 액션을 수행"이기 때문에 상호작용이 꽤 강하다는 점이에요.
대부분의 일꾼놓기 게임은 액션칸을 함께 사용해요. 보통은 메인보드 위에 액션이 표현되어있고요, 해당 칸에 일꾼을 보내면서 해당 액션을 수행하죠.
이러한 특징은 전체적으로 게임에 선점의 가치를 높게 책정하고요, 따라서 자연스럽게 일꾼놓기 게임은 보통 순서 싸움이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 쯤에서 솔턴 씨 이야기를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이렇게 떡밥을 뿌려놓고 뭔 소리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사실 솔턴 씨는 일꾼놓기 게임이 아닙니다.
솔턴씨를 해 보면 금방 느낄 수 있으실거에요. 이게 꽤 빡빡하긴 한데 그 빡빡함이 일반적인 일꾼놓기 게임의 그 "남들보다 먼저 저 칸에 들어가야돼!!" 의 느낌은 아니라는걸요.
이 괴리감은 솔턴씨의 일꾼 배치칸이 모두 <개인 공간에 위치>해있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 행동은 모두 "개인판"위에 배치하며 수행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거 뺏어먹을 일이 없다 이거에요.
솔턴 씨의 일꾼배치칸은 개인판의 행동칸, 손에 쥐고 있는 행동카드으로 사용하는 신속행동, 연구카드의 즉발행동, 체결해온 계약의 이행 이렇게 네 카테고리로 나뉘는데요,
이 모든 카테고리는 개인판 및 개인판에 붙여나가는 카드들로 구성되어있고, 당연히 다른 사람의 개인판에는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솔턴 씨를 플레이하면서 다른사람이 내가 들어갈 칸을 선점한다거나, 반대로 남이 들어가야 하는 칸을 내가 막아버린다거나 하는 인터액션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플레이를 진행하며 다른사람의 순서 경쟁 상황은 단순히 "어떤 재화를 사오거나 팔면서 챙기는 이득의 타이밍"이나 "기다렸던 행동카드가 시장에 등장한 순간" 정도에서 발생하지,
아그리콜라마냥 "아 이번 턴에 밥 가져왔어야 했는데 쟤가 먼저 들어가서 망했네" 이런 느낌은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솔턴 씨는 일꾼놓기 게임의 공식을 잘 따르는 것 처럼 보여도 실제 플레이해보면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솔턴 씨의 일꾼은 한 라운드에 내가 할 수 있는 액션의 갯수고, 개인보드에 열려있는 칸들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액션으로 치환한다면
솔턴 씨의 매커니즘은 일꾼놓기보다는 리바이브나 테라포밍마스 같은 액션포인트 시스템에 더 가깝습니다. 일꾼은 단지 내가 수행한 액션을 가리는 표시일 뿐이고요.
다음 얘기로 넘어갈까요? 솔턴 씨에는 땅에서 캐내는 소금물과 소금물을 가공해서 만드는 열에너지와 리튬. 돈. 이렇게 네 종류의 자원이 있습니다.
그 중 돈은 소금물을 리튬이나 지열에너지로 바꿀때에도, 연구카드를 사 올 때에도, 새로운 굴착지를 건설할 때에도, 주식을 살 때에도 두루두루 쓰이는 자원이에요.
특이한 부분은 돈이라는 자원이 별도의 구성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액션카드와 구성물을 공유하고 있다는 부분이에요.
▲ 같은 연구행동이라도 개인보드는 온전히 돈을 다 내고 1원 행동카드는 1원 할인, 3원 행동카드는 2원 할인, 5원 행동카드는 3원 할인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액션을 수행할 때, 개인보드에 인쇄된 구획에 일꾼을 배치할 수도 있지만 손에 쥐고있는 액션카드를 개인보드 옆에 내려놓고 해당 카드에 일꾼을 넣으며 액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액션카드는 다시 3가지의 티어로 나뉘는데요, 각 티어별로 1, 3, 5원의 가치를 지녀요.
당연하게도 같은 카테고리의 액션이라도 개인판의 액션보다 손에서 카드를 내리면서 하는 액션의 효율이 더 높고, 같은 액션카드라도 높은 티어의 효율이 더 좋은건 말 할 필요도 없죠.
여기까지 들으면 "그럼 고액권 사서 구미에 맞게 돈으로 쓰던 액션으로 쓰던 하면 되겠군" 이라고 생각하실텐데요...
이게 재미있는 장치인 이유는 "신속행동으로 사용한 행동카드는 라운드가 끝나면 회수할 수 있지만, 비용으로 지불한 행동카드는 그냥 버린카드 더미로 가서 영영 안녕"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게임에서 전체적으로 기묘한 긴장감을 조성해줘요.
솔튼 씨를 처음 하면 왠지 자원을 쥐어 짜내서 폭발시켜야 하는 기분이 듭니다.
열-심히 염수를 끌어올려서 그걸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요. 그러다보면 무엇인가의 업적을 이룰 수 있는 각이 보입니다.
그 업적은 주식 매입을 통한 보너스 획득이라거나, 그럭저럭 괜찮은 타이밍에 완성할 수 있는 달콤한 계약일 수도 있겠죠.
그렇게 열심히 긁어모아서 빵! 하고 터뜨렸다면 그 뒤에 남은건 뭐냐면, 그 보상으로 받은 일꾼과 텅 비어있는 손패입니다.
물론 손패가 없어도 개인보드에 인쇄된 행동이 있으니 부족하게나마 액션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한 칸에는 한 명의 일꾼만 넣을 수 있다는 제한이 있기도 하거니와
기껏 보상으로 받아온 일꾼을 1원짜리 행동카드를 가져오는데 소모해야 하는 상황이 왕왕 발생해요. 심지어 시장카드에 개똥같은 액션만 깔려있다면....
이런 실패를 한 번 겪어 본 플레이어는 그제서야 깨닫게됩니다. 이 게임은요, 대부분의 경우 손패를 콤팩트하게 쓰는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카드를 뽑아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중인 카드를 모두 쥐고 플레이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카드 장수는 별 영향이 없거든요.
그러니 초반에 가지고 온 고액권은 당장 고액으로 쓰기 보단, 그걸로 회사를 자잘하게 굴려나가면서 "금액으로 소모해도 별 상관이 없는 카드들"을 가져오고, 그걸 토대로 이득을 보는 플레이를 해야해요.
여기에서 어느 타이밍까지 손패를 갖출 것이며, 어느 타이밍부터 점수를 가져오기 시작할 것인가...의 각을 재는 사고과정이 꽤 인상깊었습니다.
더불어 그 사이에 종종 "지금 당장 무리해도 최소 본전 이상은 뽑을 것 같은"선택지가 등장했을 때, 거기에 누가 달려드냐 정도의 변주도 있었고요.
3. 우리에게 이 게임은?
생각보다 규칙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솔턴씨는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게임은 아니에요. 긱 웨이트도 3.74로 높은 편이고, 게임 운영에 있어서도 전반적으로 사고의 부담이 꽤 있는 게임입니다.
다만 이 부담이 경쟁 상황에서 벌어지는 "남들보다 앞서 가야 하고 남들 다리를 걸어버려야돼" 라는 (피곤한) 느낌의 부담은 아니었어요.
일꾼놓기 게임이라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꾼 배치에서 남들에게 견제받지도, 견제할 수도 없는지라 그것 보다는 차분히 자신의 회사를 굴려나가는 맛이거든요.
다만 그 과정이 차근차근 자원 모으고 모은걸로 뭐 하고 이런 느낌보다는,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여유있게 굴려나가야 해서 그런 부분의 부담이 있습니다.
말씀드렸듯 액션카드가 돈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냅다 돈을 쏟아버리면 선택할 수 있는 액션의 선택지가 적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액션 낭비가 좀 많이 생겨요.
그러니 어느 액션카드를 가져올 때에도, 소모할 때에도 이런저런 부분을 고려해가며 톱니바퀴가 어긋나지 않도록 플레이를 해야 운영이 매끄럽게 됩니다.
빡빡하다는 평가를 하는 분이 있다면 이런 부분에서 느끼신 경험이 아닌가 싶어요. 저도 처음 게임할 때 1원 남기고 돈을 다 써버려서 거지꼴을 면하지 못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박스 크기만 보고 "오호 영업용 미들박스 게임 겟또다제" 이라며 꺼내셨다가는 같이 테이블 앉은 새싹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는 걸 보실 수 있으실거에요.
전체적으로 옛날 게임을 하는 기분이 낭낭하게 들었어요. 선택지가 많은 것도 아니면서, 하나하나 맞물려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직관적이지 않고 무작정 달려들었다가 어디서 삐끗하면 다시 궤도에 올리기 어려운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산한 자원을 팔아서 회사의 덩치를 키운다음 주식시장에 뛰어들 것인가, 아니면 그걸 계약에 써서 받은 혜택으로 회사를 굴릴것인가 정도의차이는 있지만
한 쪽을 선택한다 해도 다른쪽에 접근할 수 없는 것도 아닌지라, 결과적으로는 모두 조금씩 조금씩 해야 한다는 부분도 선택과 집중을 방해하기도 했고요.
아직 이런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과 하시려면 다른 게임을 찾으시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물론 거기 군침 흘리시는 고인물 분들은 어서 테이블에 앉아서 깔쌈하게 두 시간 정도 브레인 버닝 하고 가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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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알이 없는데 주식 가격이 오르면 마음이 찢어집니다. 당연히 게임 얘기죠.
그렇다고 아주 상호작용이 없는 게임은 또 아닙니다.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추출하고 가공한 자원을 각 회사에 판매하는 행동이 해당 회사의 주식가격을 올려려주기도 하거니와,
괜찮아보이는 계약카드나 소유지카드, 연구 카드 등을 누가 가져오냐부터 목표카드라는 레이싱요소까지 마련되어있어
어느정도 직간접적으로 플레이어끼리의 상호작용이 발생합니다. 어디까지나 "어느정도" 라서 숨쉴틈없이 치고받고 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요.
4. 마치며
▲ 붉은 대성당(바실리 대성당)과 백로성(히메지성)에 이어 건축물 문화유산일줄 알았는데 솔턴씨여서 조금 놀랐습니다.
백로성에 이어 저의 두 번째 Devir사의 게임인데요, 두 게임을 하며 "작은 박스에 이런저런 재미를 잘도 눌러담아놨군" 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두 게임 모두 박스가 굉장히 콤팩트한 편이잖아요? 그런데 정작 게임을 해 보면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많은 편이거든요.
요즘 나오는 MZ게임들이 큰 박스에 큰 구성물로 무장했지만 정작 게임을 해 보면 그런 부피의 대부분은 아트워크고 게임의 메커니즘은 얕은 편이 많은데...참 요즘 게임 답지 않은 게임이죠.
그런 부분에서 보았을 때 요즘 새로 배운 게임 중에서도 솔턴 씨는 꽤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어요. 전체적으로 취향에 맞아서 재미있게 즐기기도 했구요.
사실 오늘 모임에 나가서 4인플을 돌려보려고 두근두근 하고 있었는데, 건강상의 이유로 나가지 못해서 글로라도 아쉬움을 달래고 있네요.
앉은자리에서 죽 써내려간거라 제가 받은 인상을 두서없이 전달드린 것 같습니다. 어찌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보내시고, 조만간 또 찾아올게요!!
▲ 솔턴 씨가 여러분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B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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