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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짤없음]리바이브로 보는 포스트휴먼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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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9 16: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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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27 WALLnut
리바이브로 보는 포스트휴먼 이야기
1편: 포스트휴먼 개념의 등장, <타임머신>과 <프랑켄슈타인>
1편: 포스트휴먼 개념의 등장, <타임머신>과 <프랑켄슈타인>
안녕하십니까, 아무튼 WALLnut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맨 애프터 맨>을 바로 다루고 싶지만, ‘그래서 저 소설이 어떻게 나온 걸까요?’라는 역사 수업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포스트휴먼의 진화사’를 다룬 작품들의 계보를 먼저 언급하고자 합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19세기가 되어서야 비현실적 일화를 다룬 비(非)리얼리즘 소설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과학적 근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때 ‘최초’ 딱지를 달고 고전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이 우후죽순 나타나는데, 저희가 알아볼 포스트휴먼의 역사에서도 이러한 고전 작품들을 제일 먼저 훑어봐야 할 것 같네요.
1. 최초의 SF, 최초의 포스트휴먼 - <프랑켄슈타인>
원래 다룰 생각이 없었는데, 이거야말로 따져보면 최초가 아닐까 해서 적어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영문학 최초의 SF 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갈바니즘’, 즉 생체전기라는 과학적 이론을 핵심 소재로 삼았으며, 이를 소재로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했기 때문이지요. ‘사람 시체를 모아 전기를 흘려보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한 과학자와 그 창조물 사이의 피비린내나는 갈등’. 1줄로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게 되겠네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렇게 창조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최초의 포스트휴먼이기도 합니다. 좀비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지만 의외로 이 괴물 자체는 언데드가 아니더라고요. 대충 특징을 적어 보면 이렇습니다.
-약 8피트(245cm)의 키에 긴 흑발, 황안에 시체와 같이 창백한 피부. 가장 아름다운 외모의 특징들을 골라 짜맞췄지만, 괴물 스스로도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거부감을 일으키는 외모를 지님.
-사람 시체와 일부 동물 시체를 짜맞춰 만들어졌지만 살아있는 생물이며, 나무 열매 약간만으로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음.
-인간을 압도하는 육체 능력. 인간이 오르기 힘든 절벽 길을 가볍게 뛰어오르고 추위 저항력이나 관절의 유연성, 근력도 월등하게 강함.
-인간을 압도하는 지적 능력. 창조된 후 1년도 안 되어 언어를 숙달했으며, 논쟁으로 창조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단박에 논박시킬 정도. 빅터와의 논쟁 후 빅터를 자신처럼 몰락시키기 위해 연쇄살인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때 그의 동생을 죽이고 하녀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함.
빅터가 “아내를 만들어 준다면 인간이 없는 곳에서 숨어 살겠다”라던 괴물의 요청을 무시했으니 괴물이 포스트휴먼 ‘종족’이 되지는 못했습니다만, 포스트휴먼이라는 클리셰를 관통하는 ‘인류가 자신들보다 우월한 종족에게 추월당할지도 모른다’라는 불안감을 먼저 제시한 작품이 아닐지 싶네요. SF의 코드 중 하나가 ‘과학기술에 대한 회의’인 만큼, 프랑켄슈타인은 최초의 SF 작품인 동시에 그 코드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벨 에포크 시대에서 ‘완전무결’한 해결책이라 여겨진 과학기술이 잘못된 이에 들어가, 그 자신조차 조종할 수 없는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 어떻게 될지를 그려냈으니까요.
2. 최초의 포스트휴먼 종족 - <타임머신>
메리 셸리가 18살의 나이에 SF라는 장르를 창조한 작가라면, 허버트 조지 웰스는 쥘 베른과 마찬가지로 ‘SF가 독자적 장르로 성장할 기틀’을 닦은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우주 탐험, 시간 여행, 인체 개조 및 투명인간, 시공간 이동, 외계인 침공 및 보행 병기 등등 SF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소재 중 대다수가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쥘 베른이 미래의 꿈을 그렸다면 웰스는 미래의 어둠을 그렸다고 할 수 있겠지만요. <타임머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설이 없었다면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더 늦게 알려질 가능성이 있었겠지요.
아무튼 <타임머신>은 시간 여행자가 직접 발명한 타임머신을 타고 80만 년 뒤의 런던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지만, 대충 인류 문명이 1번 멸망한 뒤로 보이는 80만 년 후의 세상에 우리가 알던 인류는 없었습니다. 최초의 포스트휴먼 ‘종족’이 제시된 순간이지요. 도자기 인형처럼 하얗고 말쑥하게 생겼지만 지능이 심각하게 낮은 ‘엘로이’와, 창백하고 큰 눈을 가져 어둠 속에서만 살아가는 ‘몰록’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타임머신을 몰록 종족에게서 되찾기 위해 몰록 소굴이 된 자연사박물관을 탐험하며, 시간 여행자는 충격적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땅속에서 살다가 지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었지만 과거 문명의 지식을 지닌 몰록은 노동계급, 땅 위에서 살면서 몰록의 한 끼 식사로 키워지는 엘로이는 퇴화한 자본계급에서 비롯된 종족이라는 사실을요. 아이러니하게도 엘로이가 입는 옷부터가 몰록이 직접 만들어 입혀 놓은 물건이었습니다.
당시 빅토리아 시대가 끝나가던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영국은 살인적인 빈부격차로 유명합니다. 자본가들은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귀족적 문화를 즐기며 잘 살았지만, 반대로 노동자들은 잘 곳이 없어서 돈을 내고 밧줄에 기대서 쪽잠을 청하는 게 일상일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이렇게 공산주의자(놀랍게도 냉전 이전에는 영미권에도 공산주의자가 있었습니다)였던 조지 웰스는 포스트휴먼이라는 충격적 소재를 통해, ‘이대로 가면 핍박받는 노동자가 자본가를 역습할 것이다!’라고 20세기 초 영국의 빈부격차를 고발하려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웰스의 혜안이 맞아떨어졌는지, “이대로 가면 공산주의자들에게 노동자를 뺏기겠다!”라며 불안해하던 당대의 신흥국 독일을 시작으로 선진국에 복지제도란 개념이 차츰 등장하게 됩니다.
다음 편에 소개할 <최후 인류가 최초 인류에게>는 아무래도 전자책을 구매해서 읽어 보고 글을 적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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