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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짤없음]리바이브로 보는 포스트휴먼 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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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17: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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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27 WALLnut
리바이브로 보는 포스트휴먼 이야기
4편: 포스트휴먼사(史)가 대중에게 드러나다, <맨 애프터 맨> (下)
올해상반기안으로GrimReminders소식을내놓으십시오코보게=상4편: 포스트휴먼사(史)가 대중에게 드러나다, <맨 애프터 맨> (下)
아니 진짜로, 키포지 커뮤니티가 다들 초상집이라니까?
아무튼 지난 편에 이어서 <맨 애프터 맨>의 나머지 이야기를 풀어 보죠.
1. 포스트휴먼 따위는 장식입니다. 출판사 양반들은 그걸 몰라요 – 뒷이야기
맨 애프터 맨의 주제를 살펴보기 전에 한 가지 중요한 얘기부터 해야겠네요. 이 작품에는 원안이 따로 있었습니다. 데굴데굴 스튜디오에서도 한 번쯤은 ‘원안과 결과물이 아주 달라진 보드게임’ 이야기가 나왔을 법한데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아시는 분은 무플도 좀 해결할 겸 댓글로 좀 적어주십쇼. 아무도 안 보는 글 시리즈로 적는 것도 솔직히 많이 외로우니까.
원래 맨 애프터 맨은 <인류 시대 이후의 미래 동물 이야기(이하 ‘애프터 맨‘)>의 속편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현생인류가 애프터 맨의 배경이 되는 5천만 년 후의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여 온건한 방식으로 문명을 재건하려고 했지만, 세대가 지나면서 다시 환경을 파괴한다는 암울한 내용이죠. 이쪽도 현재 출간된 결과물만큼이나 ’인류 이후의 인간’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소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이 결과에 엄청나게 실망했던 두걸 딕슨은 20여 년 뒤에 이 소재를 <그린월드>라는 다른 소설로 활용하게 됩니다. 이 원안에 <외계인의 자연사>라는 BBC 다큐멘터리의 소재를 섞은 이 작품은, 만 명으로 이루어진 현생인류 탐사대가 낯선 행성에 착륙해 그 행성의 생태계를 개박살내는 내용이 시대별로 상세하게 적혀 있다고 하네요. 안타깝게도 두걸 딕슨이 컬트적 인기를 끌고 있던 일본 외에서는 출간되지 못했습니다.
2. 인간의 멍청함이 가진 힘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 주제의식
아무튼 맨 애프터 맨의 주제를 생각해 보자면... 참.... 암울합니다. 이거에 비하면 <올 투모로>는 인간 찬가나 마찬가지인 작품이었고, 당시 전간기 인류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최후 인류가 최초 인류에게>에서도 “우리 인류는 아름답게 마지막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라며 인류에게 티끌이나마 남은 아름다움만큼은 부정하지 못했었죠. 하지만 맨 애프터 맨은... 유독 인류를 절대로 긍정할 수 없다는 듯 처참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양극화된 인류 문명은 인구 과잉과 환경 파괴를 이기지 못하고 1번 주저앉았다가 좀 다시 잘살아 보려고 친환경적으로 천 년을 버티고 있었는데 지구 자기장 역전으로 몰살. 현생인류의 지식에 겨우 도달한 한두 종을 제외하면 원숭이처럼(지난 편에서는 못 적었는데, 개인적으로 맨 애프터 맨의 포스트휴먼 디자인이 다 원숭이 1호 2호 3호처럼 생겨서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유전자 개조 기술의 한계였나) 이리저리 지내고 있었더니만, 현생인류의 후손이 지구로 귀환하면서 대부분 몰살. 그 후손이 떠나니까 환경 파괴의 여파로 심해의 포스트휴먼 딱 하나를 제외한 모든 포스트휴먼 멸종.
현생인류의 후손도 환경오염의 여파로 멸종되었다면 그나마 좀 덜 씁쓸했을 텐데 얘네는 유유히 다른 별로 떠나 버립니다. 다른 별에 가서도 환경을 파괴시킬 때까지 자원만 캐다가 떠나기를 반복할 거라는 암시인데, 사실상 작가가 ‘인간이란 환경 파괴만을 저지르며 살아가는 생물’이라고 낙인을 찍은 거나 마찬가지죠.
원래는 이렇게 암울한 작품이 나온 배경을 시대상에서 찾아보려고 했지만, 세기말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1990년)에 출간된 작품이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세계화와 맞물린 자본주의의 세가 약해졌던 적이 딱히 없었던 만큼 조사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1980년대 이후에는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까지 세계 경제의 중흥기가 이어지기도 했고요.
물론 <침묵의 봄> 이후 서양 사회에 생태주의가 등장한 거야 사실이지만... 글쎄요, 특정 시대의 특징이라고 할 바에는 ‘두걸 딕슨이 동물학자라서’ 이렇게 이야기를 암울하게 적었다고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더라고요. <미래 동물 대탐험>을 감수할 때도 인류가 빙하기로 멸종한다고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했었으니까.
참 연재가 늦긴 했는데 적고 나니까 쓸 얘기가 많이 없었네요. 다음 이야기는 (제가 생각하는) ‘포스트휴먼 가상생물학’ 줄기의 마지막 작품, <올 투모로>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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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소설은 대체로 암울하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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