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크루 5인플 해보셨습니까?
규칙서에 분명 '5인은 어렵습니다'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저와 저의 승조원들은 그것을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ㅇ<-<

한 달에 한 번 미만 정도로 퇴근 후에 회사 동료분들을 모아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스페이스 크루 2회차였습니다.
규칙을 설명하고 시작해야 했던 저번과 다르게 게임도 다들 호평이었고 오늘은 저번보다 훨씬 많이 깰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에서 도전!




그렇게 시작한 11번째 미션에서 7번이나 실패했을 때 슬슬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게임이 이렇게 어려운 게임이었나? 5인플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2에서 4인플까지 몇 차례 경험해 본 저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는데요
지금 와서 5인플이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음의 원인들이 있었던 것 같네요.


가장 큰 문제. 트릭 수가 적다
3~4인일 때보다 5인이 되니 같은 슈트로 두 번만 돌아가도 해당 컬러가 고갈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남았다면 누가 그 카드를 더 가지고 있는지 알기 어려워져요.
스페이스 크루는 전략적으로 특정 색을 고립시켜서 지금 트릭을 원하는 사람에게 줘야 하는 경우가 많이 등장하는데 5인플은 한 바퀴만 돌아도 이미 기회의 반을 써버린 상태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슈트별로 숫자가 ~12까지 있다면 이 문제가 좀 나아졌을까? 생각이 들지만 잘 모르겠네요. 규칙서에서는 그냥 '어렵습니다' 정도로 얘기되어서 아쉽습니다.


로켓이 방해가 된다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타이밍에 가지고 있지 않은 로켓은 위 단점과 맞물려 언제 발사될지 종잡을 수 없는 방해물로 변합니다.
다들 눈치 보느라 사용하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었던 로켓은 후반부까지 유지되고, 결정적 타이밍에 남에게 먹여야 할 트릭을 어쩔 수 없이 로켓을 내버린 플레이어가 따면서 게임이 터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규칙이지만 5명일 때 더 두드러졌습니다.


정보가 더 부족하다
5명이서 카드를 나눈 만큼 내가 알고 있는 카드의 숫자가 적습니다.
그리고 누가 어떤 컬러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5인플 미만일 때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꾸역꾸역 11번 미션을 클리어하고 도전한 12번째 미션은 독특하게 첫 트릭 이후에 카드를 한 장 교환하는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이것 또한 5인플이라서 게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처음 받은 카드는 40/5 = 8장
한 트릭이 돌고 난 뒤에 내 손 패는 7장
따라서 게임을 승리하기 위해 내가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카드를 옆 사람이 가지고 갈 확률이 14.3%입니다.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저는 12번째 미션을 진행하면서 무려 두 번이나 키 카드를 훔쳐 오는 기염을 토했네요 ㅋㅋㅋㅋ

만약 인원수가 더 적은 4인플이라면 키 카드를 뺏길 확률은 11.1%, 
3인플이라면 8.3%가 되니 그냥 둬도 어려운 5인플에서 이런 이벤트적 요소가 난이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진다고 느껴졌습니다.




기록지를 보면 아시겠지만 해당 페이지를 극복하는데 무려 12번이나 플레이 해야 했네요 ㅋ
게임이 조금 덜 재밌었더라면 누군가 적당한 핑계를 대며 이탈하겠다고 나와도 할 말이 없는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저의 소감은 '디자이너는 이 게임을 3~4인용으로 디자인했을 것 같다'입니다.
2인플은 적당한 운이 포함된 3인플과 유사한 느낌이고, 3~4인플은 최적의 인원수라는 생각이 드네요.
분명 퍼블리셔에게 '이거 5명이서도 가능은 하지?'라는 압박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5명이 모였을 때 딱히 할 게 없다고 스페이스 크루를 꺼내는 실수는 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올립니다 ㅎ


불평 가득한 후기이지만 스페이스 크루는 협력 게임을 좋아하는 보드 게이머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재미와 도전을 선사하는 좋은 게임입니다. 아직도 안 해보셨다면 스페이스 크루 / 딥씨 크루도 있으니 더 취향인 테마 쪽에 먼저 도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