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종의 리뷰이자 스토리 팩 홍보를 위한 글이기도 합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기존 유저에게나 신규 유저에게나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는 팩입니다.
 뭐, 이 게임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당연한 결론이고 주관적인 의견이라 책임질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아무튼 저는 일본판을 구해서 직접 번역해서 지인들과 즐겨봤습니다. 그나마도 6명은 못 모으고 겨우 4명을 모아서 엔딩까지는 못 봤습니다만..ㅎㅎ;; (아, 그래도 직접 스토리를 다 번역한 관계로 원치않게 모든 스토리 스포를 당했습니다)
 참고로 위의 세 사람 중 한 명은 평소에 보드게임을 즐겨오던 친구고, 한 명은 하스스톤을 즐겨 했지만 보드게임은 안 하던 친구, 나머지 친구는 하스스톤도 보드게임도 안 하던 친구였습니다. 셋 다 벚꽃 결투를 안 해 본 건 덤.
 그런 관계로 경험과 번역하면서 느낀점을 바탕으로 스포가 되는 내용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간단하게 몇 가지만 짚어 보겠습니다.

기존 유저 입장에서.

 자, 기존 유저 입장에서 과연 구매할 가치가 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지금까지 약 800개 가까이 팔린 걸 보면 벚꽃 결투에 충성도가 높은 기존 유저들은 대부분 구매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기존 유저 입장에서 구매할만한 매력을 이야기 해보죠.

-여신들의 이야기

 이 게임이 정발 되기 전부터 즐겨보았거나 정발 이후에 즐겨보신 분들은 선호하는 여신이 생기고 그 여신들에 애착도 생기셨을 겁니다. (저는 프로필에도 쓰고 있듯이 치카게입니다) 이 스토리 팩에선 주연급 4명의 스토리 이외에 각 여신들(유리나~미소라까지)의 개인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배경이 암울한만큼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의 이야기지만, 좋아하는 여신의 뒷 이야기나 새로운 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깃들이는 여신에게 더욱 애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

 좀 더 이 게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설 줄거리 요약본이나 원본 등을 찾아서 읽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벚꽃 결투의 스토리는 유리나와 사이네 등 인간이었던 이들이 영웅이 되어 끝내는 여신이 되는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벚꽃 내리는 시대의 멸망까지 갈 수 있는 도기화(여기선 허무꽃이라고 하던가?)의 침략과 여신들의 소멸로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완결은 아닙니다. 이번 스토리 팩은 그 완결편의 내용을 여러분의 손으로 만드는 TRPG 성장전과 협세좌 공연을 합친 게임입니다. 여러분은 허무에 물든 큰 벚나무들을 도기화에서 해방시켜 가며 주인공 일행과 함께 여러분이 깃들인 여신들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풀어가게 됩니다. 때로는 벚나무의 해방에 실패하며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과정들이 오히려 게임 스토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줄 것입니다.
 
-도전적인 난이도

 이 스토리 팩은 기본 난이도도 결코 쉽다고 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최종결전에는 숙련자들을 위한 하드 난이도가 따로 존재합니다. (사실 최종결전은 무조건 6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는 즐겨보지 못했습니다...시무룩...)
 또한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여신과의 유대도 점점 강해져 대전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놀라운 기술들을 쓸 수 있게 되어 대전과는 다른 긴장감으로 다른 플레이어와의 협세좌 공연(게임 내에선 연무라고 칭합니다)도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플레이어는 서로 간의 소통 없이 연무를 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신과의 유대를 깊게 만드는 조건 또한 달성해야 하며, 이 모든 걸 달성했을 때는 마치 티츄를 할 때처럼 이심전심으로 합이 맞았을 때의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회차 플레이 지원

 이 전에 BakaFire 쪽에서 스토리 모드를 처음 소개할 때 레거시 풍 TRPG라고 하여 다회차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습니다만, 자신이 보지 못한 여신의 스토리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보지 못한 여신들의 이야기, 진 엔딩 등은 물론, 게임 종료 후 점수를 계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어 더 높은 점수를 노리는 식의 다회차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클리어 하고 난 뒤에 점수를 계산하여 커뮤니티에 자랑(?)할 수 있는 효과는 덤입니다.

입문자 또는 초심자 입장에서

 기존 유저들이 구매할만한 이유를 알아보았으니, 이번엔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거나 이제 입문하실 분들이 스토리 팩을 구매할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

 위에도 언급했듯 스토리 팩은 꽤 도전적인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입문자나 초심자가 하기에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BakaFire의 배려심 넘치는 게임 설계에 기반합니다. 일단 너무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최종결전 전엔 일종의 이지 모드인 마일드 모드가 있습니다. (개중에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 역시 있습니다만) 또, 이 게임에는 운명 시트라는 주인공과 여신의 스토리 진행을 위한 시트지가 존재하며, 이 종이에는 각 여신들 별로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들이 있습니다. 이 목표들은 쉬운 것부터 점점 어려워지며 각 여신들의 특성과 플레이 스타일을 기반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튜토리얼 덱을 즐겨 보고 난 뒤에 여신을 선택해야 하는데 여신의 스타일도 모르고 어떤 방향으로 덱을 짜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스토리 팩은 좋은 여신 가이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지인들과도 튜토리얼 덱으로 기본 룰을 익히게 만든 뒤에 게임을 진행했습니다만, 각 여신의 특수 룰에 대한 부분의 보충 설명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쉽게 여신의 특성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스토리도 모르는데

 이 부분 역시 BakaFire 쪽에서 나름 배려를 해서 룰 북에 그동안의 내용을 축약한 시놉시스가 제공됩니다. 물론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진행한다면 더욱 몰입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1도 모르는 상태에서 줄거리를 듣고, 여신들 개개인의 스토리를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실 수 있을 겁니다. 또 여신들의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그 여신들의 캐릭터성에도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확장 없는데

 일단 이번 펀딩의 생산 결정으로 확장 문제는 거의 해소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확장까지 사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 본판만 사거나 확장이 오기 전에 스토리 팩이 먼저 배송되는 등, 다양한 이유로 본판과 스토리 팩만 가지고 있다 해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전에도 썼듯이 이 게임의 확장은 추가 캐릭터 DLC 같은 요소라, 전편을 건너 뛰고 후편을 사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확장의 중요도가 낮은 게임입니다. (그래도 확장은 사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벚꽃 결투 정발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좋겠지요) 스토리 팩의 스토리는 각 여신별로 옴니버스 식 구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확장 여신이 없어서 게임 진행을 못한다거나 스토리에 지장이 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게임 룰 자체가 이미 여신의 중복 선택을 못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본판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게임을 진행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 하지만 벚꽃 결정 등의 기물이 부족할 수 있으니 이 부분은 대체품이나 인쇄 등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전 게임은 부담되는데

 스토리 팩은 기존의 대전 형식을 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 티츄나 크루와 같은 협동 게임입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피말리는 긴장감이 아닌, 어떻게 하면 이 목표를 상대방과 합을 맞춰 달성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묘수풀이 감각에 더 가깝습니다. 저처럼 대전에서 오는 긴장감에 부담감을 느끼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게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토리를 진행해가며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RPG적인 요소도 있어서 내 캐릭터를 성장시켜 가는 재미 또한 있습니다.

끝으로

 따지고 보자면 이 스토리 팩은 완벽한 게임은 아닙니다. 첫 번째로 엔딩까지 보려면 6명을 모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진입 장벽이고, 두 번째로 적지 않은 플레이 타임 역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또, 초심자도 즐길 수 있다고는 했으나 적어도 1명 이상의 숙련자나 게임 룰을 가이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스토리 팩은 그동안 나온 BakaFire의 서브 모드들의 모든 정수를 담은 모드이기에 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6명이나 모으기 힘들다는 부분이 크게 다가올 수 있지만, 스토리 팩에선 불완전하게나마 2인, 4인을 위한 룰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긴 플레이 타임이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해 중간 저장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짜임새와 스토리 역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번 펀딩이 성공하여 많은 분들이 벚꽃 결투의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고 그 세계관에 빠져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이번에 전편 발매가 결정되면서 댓글에 안 될 것 같아서 구매하지 않았는데 후회된다는 댓글이 종종 보이던데 스토리 팩에선 그런 글이 덜 보였으면 하네요. 저는 어차피 실패해도 본전인데 일단 관심이 있다면 구매해 보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추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역 두 사람은 맥락 상 제가 번역하여 공개했던 1인용 TRPG에 나오는 주연 인물 두 사람으로 보입니다. 프리퀄 격인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의향이 있다면 한 번 즐겨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다 쓰고 나니 또 하나의 모드인 벚꽃 결투 TRPG 성장전 『벚꽃 내리는 시대의 귀인(미코토)들』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었네요. 이미 마친 글에 추가로 쓰긴 그렇고, 새로운 글로 이 모드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