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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여신 연구": 2. 사이네 외전 – 텔을 읽는다는 것과 불확실함과 싸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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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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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2 이오닉
0. 프롤로그: http://divedice.net/kor/board/game?viewMode=view&ca=%EB%B2%9A%EA%BD%83+%EA%B2%B0%ED%88%AC&sel_search=name&txt_search=%EC%9D%B4%EC%98%A4%EB%8B%89&orderby=&page=1&idx=38068
1. 유리나: http://divedice.net/kor/board/game?viewMode=view&ca=%EB%B2%9A%EA%BD%83+%EA%B2%B0%ED%88%AC&sel_search=all&txt_search=%EC%9D%B4%EC%98%A4%EB%8B%89&orderby=&page=1&idx=38460
1. 유리나 - 외전: http://divedice.net/kor/board/game?viewMode=view&ca=%EB%B2%9A%EA%BD%83+%EA%B2%B0%ED%88%AC&sel_search=all&txt_search=%EC%9D%B4%EC%98%A4%EB%8B%89&orderby=&page=1&idx=38892
2. 사이네: http://divedice.net/kor/board/game?viewMode=view&ca=%EB%B2%9A%EA%BD%83+%EA%B2%B0%ED%88%AC&sel_search=all&txt_search=%EC%9D%B4%EC%98%A4%EB%8B%89&orderby=&page=1&idx=39029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여신 연구": 2. 사이네 외전 – 텔을 읽는다는 것과 불확실함과 싸운다는 것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규칙으로 통일된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저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다른 수단들을 발휘하기 마련입니다. 어떤분들은 정말 창의적인 전략을, 어떤분은 치밀한 수싸움과 계산을, 어떤 분은 게임판을 보고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묘수를 보이고는 했습니다. 이런분들과 게임을 하다보면 세상에 대단한 사람이 많구나 싶어서 겸손함을 얻게 됩니다. 이런 강점들은 사람의 타고난 성정 또는 재능의 영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저는 게임상 뛰어난 플레이어는 아니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남들처럼 치밀한 수싸움에서도 조금 밀리고, 창의성이나 번뜩임도 뛰어나지는 않았었으니까요. 다만 저는 게임 외적으로 하나를 파고들어 이론을 만들어 내는데 재능이 있었고, 그래서 이런식으로 다른 글들을 읽고 연구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게임 운용상에서 그나마 제가 갖고 있는 재능이 하나 있습니다. 상대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를 읽을 수 있고, 그것을 방해할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해내는 능력입니다. 사실 이를 어떻게 하는지를 정확하게 묘사하기는 어렵고, 그냥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말씀드려야할까요... 어쨌든 이것도 제가 험한 보드게임판을 헤쳐나가는데 선물받은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일반적인 유로 보드게임판에서는 애매한 능력이긴 합니다. 보통 4인기준으로 진행하는 보드게임에서 한명을 망치기에는 좋은 재능이지만, 1등을 노린다면 자신만의 엔진과 전략을 계산하고 밀어붙이는 능력이 더 좋습니다. 수싸움을 우직하게 잘하시는 분들을 상대로는 조악한 몸놀림일 뿐이지요. 하지만 1대1 카드게임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상대의 손해는, 거의 나의 이득이나 마찬가지인 게임이며 tcg는 덱을 짜서 게임을 진행하고, 이미 짜여진 덱은 더이상 바꾸지 못하는 게임이니까요.
포커에는 "텔(Tell)"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가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어떤 카드를 갖고 있는지 말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거는 배팅 금액, 배팅에 들어가는 시간, 몸짓, 손짓 등 플레이어가 보내주는 모든 정보들이 종합되서 나오는 빅데이터 정답 같은것 입니다. 포커라고 하니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보드게임이나 TCG를 하는 사람들이면 모두 한번쯤은 느껴봤을 것입니다. 스플렌더를 하면서 상대가 모으는 보석을 보고 어떤 카드나 귀족을 노리고 있는지 알게되거나, 티켓 투 라이드를 하면서 상대가 어떤 목적지를 노리는지 등을 알게되는 등 말이죠. 텔은 수싸움과는 약간은 다른 개념입니다. 수싸움이 주어진 정보들을 종합하여 아군의 작전을 짜는 과정이라면, 텔은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서 상대를 읽어내는 정보분과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텔을 읽는 것은 100퍼센트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상대의 머리속을 보지 않는한,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죠. 그냥 우리는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상대를 읽으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비공개 손패와 비장패를 갖고 게임을 하는 벚꽃 결투에서는, 포커의 텔이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포커와 마찬가지로 이미 서로 골라버린 비장패와 통상패는 더이상 바뀌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의 정보를 바탕으로 텔을 읽어내는 싸움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게임적으로 볼 수 있는 정보는, 상대가 지금까지 사용한 통상패와 기본동작들의 로그일 것입니다. 우리가 게임 외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최근의 카드 사용률이나 메타에 대한 정보이겠죠. 또한 상대방 플레이어의 성향, 특정 고민을 하는데 드는 시간, 고민을 하면서 보이는 눈짓이나 몸짓도 게임 외적으로 얻는 정보일 것입니다. 사실 이런 것을 잘 숨기지 못하는 플레이어들, 특히 카드가 익숙치 않은 초보분들은 어떤 카드를 노리시고 플레이를 원하시는지 쉽게 정보를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종극"이나 "저력"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여러가지로 쉽게 읽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드를 통해 이득을 얻어야 하는 여신인 사이네는 상대의 텔을 적극적으로 읽어야 하는 여신입니다. 유리나와는 다르게 사이네는 각 카드의 개성과 리턴값이 명확하기 때문에 덱 구축 부터 상대를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팔상 상태는 리스크가 매우 큰 형태이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공격과 없는 공격을 구분하고, 상대가 어떤 손패를 들고 있는지를 예측해야합니다. 이거는 반대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리나로 자루치기를 했는데, 사이네를 깃들인 미코토가 오라2 데미지로 팔상을 만들고 나면, 우리는 상대가 무게추를 들고 있는지 텔을 읽으려고 시도합니다. 그리고 읽은 텔에 따라 결정은 달라질 겁니다. 이는 포커에 비유하면 계속 배팅을 할지, 폴드를 할지 결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텔을 잘못 읽었다면 그 대가는 끔찍하겠죠...
게임을 하면서 카드와 벚꽃 결정에서 눈을 벗어나 전체 게임판과 상대방을 바라보게 되면, 게임 외적으로 여러가지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제가 다이브다이스에 올리는 후기글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대회간에 종종 극단적인 덱구축을 올리면서, 왜 이런 생각으로 구축을 했는지 설명을 했을 겁니다. 이는 상대의 텔을 읽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한 덱 구축입니다. 이 게임은 1대1 게임이고, 나의 이득 또는 상대의 손해가 승리로 이끌어주기 때문에, 극단적인 구축과 운용이 전략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게임 외적으로도 읽힐 수 있는 거리를 최대한 줄여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손짓이나 몸짓등은 바로 해결하기 어렵지만, 덱 구축과 운용에 변화를 준다거나, 고민하는 시간을 단축해서 상대가 많은 정보를 읽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용률이 높은 비장패를 갖고 있는 상황엣서, 해당 비장패가 중요한 상황에 장고를 오래 하고 있으면, 아쉽게도 해당 카드를 갖고 있다는 정보가 쉽게 읽힐 수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앞에서 굉장히 장황하게 텔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이제 텔에 대한 약점도 이야기 해야겠네요.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상대의 정보를 종합해서 읽는다는 거지,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이전에 대회에서 상대의 고민과 덱구축을 보고 히미카축을 배제했다가, 1순 3턴에 라이프 5딜을 얻어맞고 1라운드 광탈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이리스크에는 큰 피해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만약 많이 유리한 상황이면 굳이 상대의 텔을 읽기보다는 변수를 차단하고 최적의 수읽기를 하는 것이 굳히기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리스크가 높은 '텔'을 읽는다는걸 뭘 그리 장황하게 설명했냐고 물으시는 분도 있을 듯 합니다. 결국 텔을 읽는 다는것이 불확실한 전략이라면, 이는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고 하실 분도 있겠죠. 사실 다음이 제가 결론으로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게임을 하다보면 나의 덱구축을 한탄하거나, 내가 했던 카드사용과 행동 수읽기를 탓하거나, 아니면 나의 드로우 불운이나 상대의 드로우 운을 탓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에 대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는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벚꽃 결투는 불확실함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사실 우리 인생에 불확실함이 아닌게 어딨겠습니까, 보드게임도 마찬가지인 겁니다. 오히려 인생과 비교하면 우리는 처음에 결투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카드를 들고 갈지를 우리는 선택할 수 있죠. 그리고 가끔은 상황을 잘못 읽거나, 상대를 잘못 읽어서 잘못된 카드를 들고 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카드를 사용하고, 집중력을 사용할 수 있는한 게임은 끝난게 아닙니다. 텔을 읽어야 하는 게임이라는 것은, 나도 상대를 읽어야 하는거지만, 상대도 나를 읽어야 하는 게임이란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 들고 갔는지는 상대방은 100% 알 수 없는 것이고, 우리는 오히려 상대의 이런 상상력을 역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이 게임의 불확실함을 인정하고 오히려 마음을 편히 먹고 대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게임은 상대의 보드를 100% 예측하거나, 내가 원하는 카드를 드로우해서 이기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정보가 오픈된 바둑같은 게임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찾아가는 게임인 것입니다. 만약 주어진 텔과 보드에서 치열하게 계산하고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결과에 대해서는 너무 마음을 쓰지 말아달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최선의 판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데서 문제를 찾는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안좋은 방향일거라 생각합니다.
외전글에서는 여러가지로 보드게임 관점에서 자유롭게 쓰려고 하는 편입니다. 이번 글은 게임 외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조금 불편하게 보신 분이 있을 수 있다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면서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요청드리겠습니다. 다음 연구글은 히미카편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9.02 이오닉
P.S.1
해당 외전글은 원사운드 작가님의 "텍사스 홀덤" 만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보드게임을 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쯤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P.S. 2
혹시 이 글을 보고 정보를 최대한 감추라는 문장을 보면서, 그러면 공략글이나 정보글을 공유하는 것은 손해 아니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상대방분이 나의 정보글을 읽었다는 정보를 새로 얻었다고 생각하고 텔을 읽어보는거죠.... 그리고 사실 이 게임 자체가 6개월 단위로 패치도 하고 기원전 카드풀도 바뀌면서 환경변화도 많은 역동적인 게임입니다. 오히려 서로간에 정보를 공유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하는 것이 개인 발전 측면에서도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1. 유리나: http://divedice.net/kor/board/game?viewMode=view&ca=%EB%B2%9A%EA%BD%83+%EA%B2%B0%ED%88%AC&sel_search=all&txt_search=%EC%9D%B4%EC%98%A4%EB%8B%89&orderby=&page=1&idx=38460
1. 유리나 - 외전: http://divedice.net/kor/board/game?viewMode=view&ca=%EB%B2%9A%EA%BD%83+%EA%B2%B0%ED%88%AC&sel_search=all&txt_search=%EC%9D%B4%EC%98%A4%EB%8B%89&orderby=&page=1&idx=38892
2. 사이네: http://divedice.net/kor/board/game?viewMode=view&ca=%EB%B2%9A%EA%BD%83+%EA%B2%B0%ED%88%AC&sel_search=all&txt_search=%EC%9D%B4%EC%98%A4%EB%8B%89&orderby=&page=1&idx=39029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여신 연구": 2. 사이네 외전 – 텔을 읽는다는 것과 불확실함과 싸운다는 것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규칙으로 통일된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저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다른 수단들을 발휘하기 마련입니다. 어떤분들은 정말 창의적인 전략을, 어떤분은 치밀한 수싸움과 계산을, 어떤 분은 게임판을 보고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묘수를 보이고는 했습니다. 이런분들과 게임을 하다보면 세상에 대단한 사람이 많구나 싶어서 겸손함을 얻게 됩니다. 이런 강점들은 사람의 타고난 성정 또는 재능의 영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저는 게임상 뛰어난 플레이어는 아니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남들처럼 치밀한 수싸움에서도 조금 밀리고, 창의성이나 번뜩임도 뛰어나지는 않았었으니까요. 다만 저는 게임 외적으로 하나를 파고들어 이론을 만들어 내는데 재능이 있었고, 그래서 이런식으로 다른 글들을 읽고 연구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게임 운용상에서 그나마 제가 갖고 있는 재능이 하나 있습니다. 상대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를 읽을 수 있고, 그것을 방해할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해내는 능력입니다. 사실 이를 어떻게 하는지를 정확하게 묘사하기는 어렵고, 그냥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말씀드려야할까요... 어쨌든 이것도 제가 험한 보드게임판을 헤쳐나가는데 선물받은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일반적인 유로 보드게임판에서는 애매한 능력이긴 합니다. 보통 4인기준으로 진행하는 보드게임에서 한명을 망치기에는 좋은 재능이지만, 1등을 노린다면 자신만의 엔진과 전략을 계산하고 밀어붙이는 능력이 더 좋습니다. 수싸움을 우직하게 잘하시는 분들을 상대로는 조악한 몸놀림일 뿐이지요. 하지만 1대1 카드게임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상대의 손해는, 거의 나의 이득이나 마찬가지인 게임이며 tcg는 덱을 짜서 게임을 진행하고, 이미 짜여진 덱은 더이상 바꾸지 못하는 게임이니까요.
포커에는 "텔(Tell)"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가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어떤 카드를 갖고 있는지 말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거는 배팅 금액, 배팅에 들어가는 시간, 몸짓, 손짓 등 플레이어가 보내주는 모든 정보들이 종합되서 나오는 빅데이터 정답 같은것 입니다. 포커라고 하니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보드게임이나 TCG를 하는 사람들이면 모두 한번쯤은 느껴봤을 것입니다. 스플렌더를 하면서 상대가 모으는 보석을 보고 어떤 카드나 귀족을 노리고 있는지 알게되거나, 티켓 투 라이드를 하면서 상대가 어떤 목적지를 노리는지 등을 알게되는 등 말이죠. 텔은 수싸움과는 약간은 다른 개념입니다. 수싸움이 주어진 정보들을 종합하여 아군의 작전을 짜는 과정이라면, 텔은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서 상대를 읽어내는 정보분과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텔을 읽는 것은 100퍼센트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상대의 머리속을 보지 않는한,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죠. 그냥 우리는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상대를 읽으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비공개 손패와 비장패를 갖고 게임을 하는 벚꽃 결투에서는, 포커의 텔이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포커와 마찬가지로 이미 서로 골라버린 비장패와 통상패는 더이상 바뀌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의 정보를 바탕으로 텔을 읽어내는 싸움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게임적으로 볼 수 있는 정보는, 상대가 지금까지 사용한 통상패와 기본동작들의 로그일 것입니다. 우리가 게임 외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최근의 카드 사용률이나 메타에 대한 정보이겠죠. 또한 상대방 플레이어의 성향, 특정 고민을 하는데 드는 시간, 고민을 하면서 보이는 눈짓이나 몸짓도 게임 외적으로 얻는 정보일 것입니다. 사실 이런 것을 잘 숨기지 못하는 플레이어들, 특히 카드가 익숙치 않은 초보분들은 어떤 카드를 노리시고 플레이를 원하시는지 쉽게 정보를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종극"이나 "저력"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여러가지로 쉽게 읽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드를 통해 이득을 얻어야 하는 여신인 사이네는 상대의 텔을 적극적으로 읽어야 하는 여신입니다. 유리나와는 다르게 사이네는 각 카드의 개성과 리턴값이 명확하기 때문에 덱 구축 부터 상대를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팔상 상태는 리스크가 매우 큰 형태이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공격과 없는 공격을 구분하고, 상대가 어떤 손패를 들고 있는지를 예측해야합니다. 이거는 반대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리나로 자루치기를 했는데, 사이네를 깃들인 미코토가 오라2 데미지로 팔상을 만들고 나면, 우리는 상대가 무게추를 들고 있는지 텔을 읽으려고 시도합니다. 그리고 읽은 텔에 따라 결정은 달라질 겁니다. 이는 포커에 비유하면 계속 배팅을 할지, 폴드를 할지 결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텔을 잘못 읽었다면 그 대가는 끔찍하겠죠...
게임을 하면서 카드와 벚꽃 결정에서 눈을 벗어나 전체 게임판과 상대방을 바라보게 되면, 게임 외적으로 여러가지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제가 다이브다이스에 올리는 후기글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대회간에 종종 극단적인 덱구축을 올리면서, 왜 이런 생각으로 구축을 했는지 설명을 했을 겁니다. 이는 상대의 텔을 읽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한 덱 구축입니다. 이 게임은 1대1 게임이고, 나의 이득 또는 상대의 손해가 승리로 이끌어주기 때문에, 극단적인 구축과 운용이 전략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게임 외적으로도 읽힐 수 있는 거리를 최대한 줄여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손짓이나 몸짓등은 바로 해결하기 어렵지만, 덱 구축과 운용에 변화를 준다거나, 고민하는 시간을 단축해서 상대가 많은 정보를 읽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용률이 높은 비장패를 갖고 있는 상황엣서, 해당 비장패가 중요한 상황에 장고를 오래 하고 있으면, 아쉽게도 해당 카드를 갖고 있다는 정보가 쉽게 읽힐 수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앞에서 굉장히 장황하게 텔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이제 텔에 대한 약점도 이야기 해야겠네요.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상대의 정보를 종합해서 읽는다는 거지,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이전에 대회에서 상대의 고민과 덱구축을 보고 히미카축을 배제했다가, 1순 3턴에 라이프 5딜을 얻어맞고 1라운드 광탈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이리스크에는 큰 피해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만약 많이 유리한 상황이면 굳이 상대의 텔을 읽기보다는 변수를 차단하고 최적의 수읽기를 하는 것이 굳히기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리스크가 높은 '텔'을 읽는다는걸 뭘 그리 장황하게 설명했냐고 물으시는 분도 있을 듯 합니다. 결국 텔을 읽는 다는것이 불확실한 전략이라면, 이는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고 하실 분도 있겠죠. 사실 다음이 제가 결론으로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게임을 하다보면 나의 덱구축을 한탄하거나, 내가 했던 카드사용과 행동 수읽기를 탓하거나, 아니면 나의 드로우 불운이나 상대의 드로우 운을 탓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에 대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는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벚꽃 결투는 불확실함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사실 우리 인생에 불확실함이 아닌게 어딨겠습니까, 보드게임도 마찬가지인 겁니다. 오히려 인생과 비교하면 우리는 처음에 결투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카드를 들고 갈지를 우리는 선택할 수 있죠. 그리고 가끔은 상황을 잘못 읽거나, 상대를 잘못 읽어서 잘못된 카드를 들고 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카드를 사용하고, 집중력을 사용할 수 있는한 게임은 끝난게 아닙니다. 텔을 읽어야 하는 게임이라는 것은, 나도 상대를 읽어야 하는거지만, 상대도 나를 읽어야 하는 게임이란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 들고 갔는지는 상대방은 100% 알 수 없는 것이고, 우리는 오히려 상대의 이런 상상력을 역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이 게임의 불확실함을 인정하고 오히려 마음을 편히 먹고 대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게임은 상대의 보드를 100% 예측하거나, 내가 원하는 카드를 드로우해서 이기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정보가 오픈된 바둑같은 게임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찾아가는 게임인 것입니다. 만약 주어진 텔과 보드에서 치열하게 계산하고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결과에 대해서는 너무 마음을 쓰지 말아달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최선의 판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데서 문제를 찾는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안좋은 방향일거라 생각합니다.
외전글에서는 여러가지로 보드게임 관점에서 자유롭게 쓰려고 하는 편입니다. 이번 글은 게임 외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조금 불편하게 보신 분이 있을 수 있다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면서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요청드리겠습니다. 다음 연구글은 히미카편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9.02 이오닉
P.S.1
해당 외전글은 원사운드 작가님의 "텍사스 홀덤" 만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보드게임을 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쯤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P.S. 2
혹시 이 글을 보고 정보를 최대한 감추라는 문장을 보면서, 그러면 공략글이나 정보글을 공유하는 것은 손해 아니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상대방분이 나의 정보글을 읽었다는 정보를 새로 얻었다고 생각하고 텔을 읽어보는거죠.... 그리고 사실 이 게임 자체가 6개월 단위로 패치도 하고 기원전 카드풀도 바뀌면서 환경변화도 많은 역동적인 게임입니다. 오히려 서로간에 정보를 공유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하는 것이 개인 발전 측면에서도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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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직 삼습은 어려운데) 쌍장으로 할만한게 뭐가 있을까요?' 하는 뉴비분들에게 사이오보를 비롯한 사이네 조합을 추천드리고는 했는데요, 추천이유를 스스로도 명확히 말하기 힘들어 '기본기 기르기 좋다'라고 얼버무려 왔습니다만 이번에 써주신 내용이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팔상이라는 위험한 기믹 속에서 대응과 공격을 해야하는 사이네에게는 상대의 텔을 읽는 것이 중요할 때가 많은데, 그것을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뉴비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드네요. 물론 말씀주신대로 텔을 읽는것 대신 수읽기에 집중해야 하는 때도 있겠지만, 그러한 판단력도 사이네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길러지게 될 듯 합니다. 뉴비시절 제가 첫 완전전 우승을 할때까지 잡아온 초기 주력 삼습에 사이네가 있었어서 더욱 그렇게 느끼는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결국에는 불확실성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사이네 여신이 상황을 해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훈련하는데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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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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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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