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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시판 > 서스펙트 게임
[후기] 서스펙트 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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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30 03: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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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소래포구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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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입
예전 친구가 보드게임을 새로 샀다고 친구 집에서 그 친구가 새로 산 보드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 때 했던 게임이 바로 서스펙트 게임.
평소 방탈출을 좋아하고, 코난, 김전일 등 추리물 좋아하고, 크라임씬을 재밌게 본 나로썬 너무너무 재밌게 할 수 있을 건만 같았고, 그 예상은 적중하여 내가 살면서 가장 재밌었던 보드게임 하나만 뽑으라 한다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기준으로 당당히 서스펙트 게임을 망설임 없이 뽑을 수 있겠다.
본 글은 예전에 즐겼던 서스팩트 게임의 대한 후기가 아니니 그냥 무척 재밌었다라는 정도로만 하고 설명을 마치겠다.
작년 12월.
예전에 친구가 가지고 온 서스펙트 게임의 후속작, 서스펙트 리로드가 나온 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매했다.
왜?
구매를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후회하더라도 한 번은 봐줄만한 그런 띵작게임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근데, 도착은 올해 3월 말.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내가 리로드를 구매했었는지 조차 까먹었을 쯤 문자가 한 통 왔다.
택배 포장문제로 스포가 될 수 있어 재검수 후 배송한다는, 그러니까 조금 더 기다려달라는...
그 때 부터였다.
하루하루 기다려진 건.
그리고 그 날이 왔고, 나는 칼을 들고 택배 상자의 배를 가르고 황금을 꺼냈다.
포장 문제 없이 왔고, 내용물도 문제가 없었다.
같이 게임을 플레이 할 친구들에게도 카톡을 돌렸다.
인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2. 홍학규
부끄럽지만,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언젠간 부자가 될 거고, 성공하고 싶다.
그리고 인물들 사진을 보고, 난 홍학규가 되기로 선택했다.
일단 내가 남자라 남자 캐릭터를 골라야 더 몰입이 되는 것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양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직 시나리오를 읽진 않았지만, 뭔가 돈 잘 버는 사업가 냄새가 풀풀 났다.
친구A는 한예지, 친구B는 진상을 골랐다.
그리고 난 홍학규의 시나리오 페이지를 열었다.
난 범인이 아니다.
전 서스펙트 게임을 통해 노하우가 생겼다.
내가 범인일 때랑 범인이 아닐 때랑 플레이가 달라져야 한다.
만약 내가 범인이라면 내가 범인임을 숙지는 하고 있되, 나 조차 내가 범인임을 잊어버려야 한다.
범인이 아니라면 좀 쉬운데 다른 사람이 아무리 나를 의심해도 내가 범인을 완벽히 찾아내고 다른 한 명한테 설득시키면 된다.
완벽히 찾아냈다면 다른 한 명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나는 시나리오를 읽어나갔다.
이제 나는 홍학규다.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두 가지 전략을 세웠다.
1) 방어 전략
내가 한예지를 유괴했다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숨겨야 한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20년 전 사건이 수면 위로 들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거기를 조작해야 한다.
다행히도 한예지는 나에게 악의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당시 한예지는 너무 어렸다.
나는 한예지의 부모님을 설득하러 자주 방문했다가 어느샌가 친구가 된 걸로 한다.
그래서 20년 전 사건 당시에도 한예지의 부모님이 나에게 한예지를 맡아달라는 말을 했을 뿐, 나는 한예지를 유괴하지 않았다.
그럼 부모님은 왜 나에게 한예지를 부탁했을까?
한예지의 어머니는 얼굴에 매일 새로운 멍이 생기고, 그걸 파우더로 감추는 걸로 보아 가정폭력이 의심된다.
부탁은 한예지의 어머니가 한 걸로 하고, 나는 가정폭력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는 걸로 한다.
모든 사람한텐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나도 그렇고 한예지도, 진상도 그럴 것이다.
한예지를 유괴한 게 비밀이 아니면 뭐가 비밀일까?
아마 그건 다잉메세지를 지운 게 비밀일 것이다.
이제 나는 세 인생을 산다.
하나는 친구 집에서 서스펙트를 즐기는 플레이어, 나의 인생.
하나는 게임에서의 홍학규의 인생.
그리고 또 하나는 홍학규가 비밀을 감추기 위한 홍학규의 거짓 인생.
2) 공격 전략
오종탁의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오랜만에 한예지를 보았다.
그런데 한예지도 내가 오는 걸 몰랐던 거 같다.
하지만 다잉메세지에 내 이름이 쓰여져 있었던 걸로 보아, 내가 오늘 방문하는 걸 알았던 사람이 범인이다.
그런고로 한예지는 범인이 아니다.
진상이란 사람은 내 기억에 없지만, 세 명 중 한 명이 범인이므로 소거법으로 진상이 범인일 확률이 높겠다.
시작하자마자 진상이 범인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간다.
비밀 때매 말 할 순 없지만, 아무튼 진상이 범인이라고 말하고 간다.
그도 그럴 게 그냥 진상이 범인이다.
근데 진짜 진상이 범인이였다.
3. 게임 플레이
계획을 철저하게 세운 덕에 게임은 스무스하게 흘러갔지만, 단서가 너무 나오지 않았다.
20년 전 사건은 개뿔, 진상은 뭐 하는 사람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오종탁이랑 한예지가 치정 관계로 예상되면서 처음 예정과 달리 한예지도 의심이 간다.
사실 한예지도 내가 이 집에 오는 지 몰랐다고 느낌을 받았을 뿐이지, 확실한 증거도 없지 않은가.
설상가상, 내가 오종탁의 방문 손잡이를 잡고 흔들었다고 구라를 쳤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라는 증거가 나와서 범인이 나로 몰리는 상황이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내가 설계한 나의 거짓된 비밀과 20년 전 거짓된 알리바이를 오픈하는 조건으로 서로의 시나리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확실히 부족하다.
뭔가 핵심히 빠졌다.
전작에 비해 NPC도 구라를 칠 수 있다는 룰이 추가되면서, 아예 가사도우미가 범인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격었지만, 막바지에 가사도우미가 진상의 추천으로 고용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어거지로 범인 검거에 성공할 수 있었다.
4. 장점 / 단점
이 게임을 플레이 해본 사람으로서 장점과 단점을 한 번 말해보려한다.
이 글이 온통 나의 주관이지만, 여기서 부턴 특히 더 주관적이니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며 흘려주기 바란다.
좋은 소식하고 나쁜 소식하고 무얼 먼저 들을래? 라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나쁜 소식을 먼저 들을테지만, 나는 장점부터 얘기 하려고 한다.
이유는 세 가지나 있다.
글을 능숙하게 쓰지 못 하는 나의 능력으로는 장점부터 쓰는 게 그나마 수월하다는 게 하나요.
이 글이 많이 읽힐 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여기까지 읽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알고싶어할까봐가 둘이요.
그냥이 셋이다.
잡소리 그만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1) 장점
(1) 재밌다.
게임은 왜 하는가?
친구랑 함께 즐기기 위해서, 쉽게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 심심해서 등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재밌을라고 하는 것이다.
그냥 재밌다.
누가 범인일지 가정을 세우고, 증거를 찾고, 추리해내고, 비밀을 감추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
이 게임을 즐기는 모든 과정이 재밌다.
(2) 컴포넌트가 좋다.
게임 말이나 게임을 즐기기 위한 구성요소 같은 것을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 무지의 한계로 그냥 컴포넌트라고 설명하겠다.
말 그대로 컴포넌트가 좋다.
증거나 도구, 단서 같은 것을 표기해놓는 카드는 굳이 새로 프로텍트를 씌우지 않아도 될 만큼 재질이나 코팅 같은 것에 신경을 많이 쓴 거 같았다.
게임 말도, 투표권도 두껍고 탄탄해서 좋았다.
뭐, 여느 후기 글들에서도 장점과 칭찬은 많을 터이니 나는 단점을 말하기에 조금 더 힘을 쓰겠다.
2) 단점
(1) 일회용이다.
이게 스토리 게임의 너무나도 분명한 한계이자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건 뭐 당연한 소리라고는 하지만, 전작에서는 그나마 4개의 스토리가 있어적어도 4번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는데, 이 서스펙트 리로드는 스토리도 한 개 밖에 없어서 진짜 일회용이다.
(2) 컴포넌트도 일회용으로 맞춰 나온다.
분명히 좋은 게임이지만 내가 한 번 플레이 했다면, 스토리를 아는 순간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집에 놀러 온 손님들한테 이 게임을 소개시켜주고 체험시켜주는 것까지는 괜찮은 거 아닌가?
그런데, 빌어먹을.
맵에 붙여 놓은 스티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일회용이 되어버린다.
말 나온 김에 건의 들어간다.
히든 맵 A, B, C를 스티커가 아니라 맵과 동일한 재질로 만들되, 봉투같은 것에 따로 따로 넣는 것이 어떠한가?
그 봉투엔 '지시가 있을 때까진 열어보지 마시오', 'A' 같은 문구가 있었으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개봉될 때는 그냥 맵 위에 올려놓는 방식으로 해도 괜찮을 거 같다.
다행히도 스티커가 그렇게 접착성이 크지 않아 나는 게임이 끝나고 바로 떼다가 다른 종이에 붙여 봉투에 우편봉투에 넣어놨다.
(3) 비밀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이게 비밀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소리가 아니다.
추리하는 과정에서 이미 다 밝혀지고, 기정 사실화 된 내용인데 뭐가 비밀일지는 순전히 찍기에 달렸다.
예를 들자면, 나 홍학규가 플레이어들에게 거의 모든 게 밝혀졌다고 해보자.
내가 다잉메세지를 지운 거, 모포를 사용해서 창문을 깬 거, 유리를 빗자루로 치운 거, 한예지를 유괴한 거, 20년 전 내가 한예지의 아버지를 설득하러 다닌 거 등 추리하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게 다 까발려 졌다.
그럼 여기서 내 비밀이 무엇일까?
다잉메세지를 지운 거?
한예지의 아버지를 설득하러 다닌 거?
한예지를 유괴한 거?
이미 다 밝혀진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찍을 수 밖에 없는 건 이 서스펙트 게임의 의의와 맞물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다.
이 비밀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5. 끝내기
이런 저런 말이 길었지만, 이 게임은 재밌고 괜찮은 게임임에는 분명하다.
방송으로만 보던 크라임씬을 어디가서 즐겨보겠으며, 사회자 도움 필요없이 원활하게 스토리 있는 마피아게임을 스포없이 즐기겠는가.
시나리오의 주의할 점을 읽어보면 시판하기 전에 게임을 적잖게 많이 돌려본 거 같다.
상당한 노력이 들어갔음에 틀림이 없다.
노력이 들어갔다고 꼭 재밌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재미까지 잡았다.
특히 친한 친구들이나 좀 활발하고 나댈 수 있는 사람들이랑 하면 더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이다.
역할을 부여받은 시점에서 재밌는 드립을 주고받는 것도 하나의 재미포인트가 된다.
방탈출도 한 사람 당 2만원이 넘는 시대에 3명이 약 3만 5천원 정도로 이 정도의 재미를 살 수 있다는 건 거저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나는 서스펙트 게임의 또 다른 시나리오가 나오면 또 구매할 것이고, 아마 서스펙트 시리즈의 단골 흑우가 될 것 같다.
내 평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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