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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키포지> 이야기 by. 광기깎는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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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4 0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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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언테임드
<키포지>의 카드들은 다양한 오마주와 패러디를 담고 있어, 게임 자체의 재미 이상으로 카드의 얽힌 비화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더 서사적이고 재미있는 <키포지>를 즐기기 위해 카드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가보자!
1. 허무한 패배
허무한 패배는 사우리안 세력에 소속된 행동 카드로, 생명체 하나를 소진시켜 생명체 위에 올려둔 앰버를 3개 공급처로 되돌리는 카드다. 보통은 아군 생명체의 앰버 수확을 포기하는 대신 포획한 앰버를 공급처로 돌리거나, 아예 상대 생명체를 소진시켜 다음 차례에 무력화시키는 용도로 사용하는 카드다.
이 카드는 고전 영화를 좀 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대번에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1968년, 희대의 SF영화인 <혹성탈출>의 엔딩을 오마주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영화사에 족적을 남길 정도의 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한 <혹성탈출>의 마지막 장면을 오마주한 카드가 바로 “허무한 패배”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은 난파당한 혹성의 해안가를 따라 달리다 반파된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하고 자신이 도착한 혹성이 멸망한 지구였다는 것을 깨달아 절망에 빠져 쓰러지고 만다.
이때 주인공이 외치는 대사가 다음과 같다.
이 미친놈들!! 너희들이 다 망쳤어!! 젠장! 다 지옥에나 떨어져 버려!!
(You maniacs!! You blew it up!! Damn you! Damn you all to hell!!)
플레이버 텍스트에서 "젠장! 디스에나 떨어져 버려라!"라면서 갑자기 디스를 언급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데, 크루시블에서 “디스”에 대한 인상이 지옥과 동일하다는 것도 살짝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내 앰버 3개를 꽉 채워서 포획한 생명체를 소진시키며 앰버를 버리는 장면을 목도하고 나면 혹성탈출의 주인공처럼 바닥에 엎어져 “젠장! 디스에나 떨어져 버려라!”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2. 심해행 포탈
크루시블의 심해를 지배하는 세력, 언패더머블의 대표 카드인 심해행 포탈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심해행 포탈은 물결을 높일 수도 있고, 물결이 높다면 최소한 1앰버와 카드 1장의 이득을 가져오면서 강화가 추가로 붙을 때마다 성능이 수직상승하는 강력한 효과를 지닌 카드로 언패더머블 세력을 대동하는 집정관들의 큰 사랑을 받는 카드다.
대부분의 집정관들은 그저 심해에 포탈이 열려서 고래가 튀어나왔나보다 싶었겠지만, 역시 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 고래의 모습을 어디선가 많이 봤다고 느낄 것이다.
그 정체는 바로 코믹 SF 작품의 정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찾을 수 있다. 1968년 라디오 드라마로 출발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래로 화분과 고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2005년 작인 영화의 한 장면으로. 불가능 확률 추진기라는 물건에 의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어뢰 두 개가 하나는 향유고래로, 하나는 화분으로 변해 자유낙하 하는 장면이다. 고작 2분 남짓한 부분이지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명장면으로, 이 짧은 장면이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유화, 티셔츠, 모바일 화면까지 향유고래와 화분의 바리에이션은 끝이 없다.)
이러한 영향력이 끼치는 범위 안에 있는 것은 크루시블도 예외가 아닌데, “심해행 포탈” 일러스트에도 고래 옆에 뜬금없이 놓여있는 화분이 이 오마주를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또한, 플레이버 텍스트 '크루시블에서 살다 보면 불가능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게 뒤집힌다.'란 말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속 “불가능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불가능 확률 추진기에 대한 오마주로 볼 수 있다.
3. 집정관의 복수호, 비행하는 망령, 망자의 함
최신 사이클인 <키포지: 어둠의 물결> 속 섀도우 유물 시리즈는 물결이라는 신규 콘셉트와 범죄 길드라는 캐릭터가 맞물려 관련 영화를 오마주하고 있다. 망자의 함은 이번에 추가된 퀘스트 유물, 나머지 두 함선은 탈취 효과를 가진 함선으로 각각 따로 보면 연상이 쉽지 않지만, 함께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 이름을 외치게 된다.
바로 <캐리비언의 해적> 시리즈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2편 중 망자의 함]
함선 플라잉 더치맨의 함장인 데비 존스의 심장을 담은 함으로 보이며
[캐리비안의 해적 2-3편 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호]
[캐리비안의 해적 4-5편 중 앤 여왕의 복수 호]
그리고 “집정관의 복수”는 4편-5편 사이에 나오는 검은 수염의 함선인 “앤 여왕의 복수”를 오마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섀도우 유물 시리즈의 카드 디자인은 카드 일러스트뿐 아니라 카드의 효과 자체도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망자의 함이 가진 6명 파괴 시 앰버를 획득하는 효과는, 영화 3편 막바지에 등장한 함과 연관된 6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윌 터너, 엘리자베스 스완, 잭 스패로우, 바르보사는 심장을 제거하기 위해, 데비 존스는 심장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고, 윌의 아버지 빌 터너는 함에 새로운 심장을 담았다. (주연 6명)
플라잉 더치맨은 영화 중 3편에서 바다의 여신 칼립소의 분노를 사 폭풍우 속에서 싸우다가 선장이 전사하고 함선이 침몰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비행하는 망령이 물결을 빼앗길 때 파괴되는 효과로 표현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4. 집요하게 기어 오는 것
집요하게 기어 오는 것은 <키포지: 어둠의 물결> 이전 사이클인 “집단변이”의 디스 세력 소속 카드다. 이 카드의 효과는 세력으로 디스를 선택하면 버림 더미에서 다시 손으로 되돌아와서 다시 필드에 나오는, 말 그대로의 집요함을 보여주기 때문에 로고스의 Q-정비공과 함께 보너스 기호가 많이 붙으면 붙을수록 기하급수적인 가치 상승을 보여주는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카드에 나오는 개체는 로봇 같은 생김새에 많은 눈과 다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와 닮은 개체를 역시 유명한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매트릭스 시리즈 센티널]
영화에서는 틀어놓은 수돗물처럼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막대한 물량과, 인간 레지스탕스를 파괴하려는 집요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모습이 전체적인 카드 디자인에 반영된 것은 아닐지 추측해볼 수 있다.
5. 단속 평형
단속 평형은 두 번째 사이클인 승천의 시대부터 어둠의 물결까지 계속 언테임드에서 등장한, 강력한 카드 뽑기 효과를 가진 카드다. 상대방에게는 모아놓은 카드를 버리게 강요하고 자신은 사용할 카드를 보충하게 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키포지> 사이클을 전부 살펴봐도 단속 평형의 일러스트에 보이는 저 벌레 비슷하게 생긴 생명체나, 녹색 도마뱀 같은 생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언테임드 행동 중 맹렬한 대립 카드에 비슷한 생물이 하나 나오긴 하지만 그나마도 돌연변이가 되어버렸는지, 정확하게 같은 생명체라고 말하긴 어렵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애니메이션]
이 생명체들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영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마지막 장면에 대한 오마주로 추측할 수 있다.자연의 분노를 상징하는 오무라는 벌레들이 달려드는 앞에서, 새끼 오무와 나우시카가 분노를 재우기 위해 서 있는 이 장면을 기어 오는 벌레 앞 녹색과 파란 생물이라는 구도를 재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효과 자체도 파괴와 재생이라는 테마를 담고 있어 원작의 주제 의식을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6. 물의 심판
생텀의 물결 초기화 카드인 물의 심판. 놀랍게도 나는 이 카드를 아직 써본 적이 없다. 물결 초기화라는 이질적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 시즌에 물결의 영향을 받는 생텀 카드들이 많은 이상 양날의 검인 카드라고 볼 수 있다.
물의 심판에 대한 첫인상은 무고한 사람을 마녀사냥 하는 기사라는 인상이었다.
많은 코미디 영화 중에 그런 멋진 장면이 있는 영화가 하나 있는데, 그 작품은 <몬티 파이튼의 성배>라는 작품이다.
[몬티 파이튼의 성배]
<몬티 파이튼>의 성배라는 영화는 몬티 파이튼이라는 영국 코메디 그룹이 찍은 영화로, 아서왕 전설을 유머스럽게 비튼 작품이다. 작중에 나오는 마녀사냥 장면이 바로 물의 심판과 연관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기사단 내 최고의 지성이라는 베디베어라는 기사가
마녀는 불에 탄다
-> 마녀 말고 불에 타는 것은 나무다
-> 나무는 물에 뜬다
-> 오리도 물에 뜬다
-> 마녀와 오리의 무게를 재서 같으면 마녀다
라는 논리로 여자의 무게를 재는데, 황당하게도 같은 무게라 마녀라는 것을 들키는 장면이다.
물의 심판에 특별한 이유 없이 그려져 있는 오리와 죄인을 묶고 있는 쇠사슬이 마녀의 무게를 잴 때 사용한 저울을 오마주한 것으로 짐작되나, 생텀이 워낙 개성이 강한 세력이라 확언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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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혹성탈출이 1968년도! 어마어마한 고전이군요
원작을 찾아가는 여정이 참 재미납니다, 잘보았습니다~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다음 편도...! -
오 저 이런 거 너무 좋아해요 ㅋㅋ 더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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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세이브해야해요...
작가님도 잘 아시잖아요... -
저는 하루살이라 그런 거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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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에 대한 부연 설명
'단속평형'은 진화 이론 중 故 스티븐 제이 굴드가 주장했던 이론을 가리킵니다. 기존의 이론으로 보면 '진화는 서서히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입장이었지만 스티븐 제이 굴드는 특정 시점에 급속도로 종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급속도'라는 것은 고생물학 기준 급속도이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나 수년이 아니라 수천 수만년(수백만년?) 이상을 가리킵니다. 여기에 반박했던 학자 중에는 리처드 도킨스가 있었습니다.
이상은 제 기억에 의해 아무렇게나 쓴 내용이니 혹시 진화생물학 전공자분이 계시면 제게 참교육의 매운 맛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러스트의 생명체는 영화/애니메이션 <에볼루션>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https://www.dvdempire.com/42957/evolution-the-animated-movie-movie.html -
이런 건 기사 쓰기 전에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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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제가 아는 내용이 있을 줄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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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에 대한 부연 설명
중세 마녀재판은 실로 황당했는데, 사람을 메달아서 물에 집어넣고 물에 뜨면 유죄, 가라앉으면 무죄 뭐 이딴 식이었습니다. 물에 뜬 사람은 마녀라는 이유로 처형당했고, 가라앉은 사람은...언패더머블이랑 만났겠죠. 이는 실제로 마녀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포를 불어넣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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