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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시판 > 『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화』 서장 : 작은 땅의 작은 야망 제 4 화 최후의 종극
  • 2022-06-20 19: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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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5 로보

제 4 화 : 최후의 종극

 

 둔탁하고 선명한 소리가 정적을 찢고 새하얀 세계를 물들였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두 사람만이 춤추며, 두 개의 칼날이 결투의 소리를 퍼트린다.

 

 「이번엔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아마네 유리나!」

 

 발밑에서 끌어 올리듯이 비스듬히 베어내는 유리나의 공격을 사이네의 나기나타가 얇은 날로 내려치며 막아낸다. 서로 양 손으로 상대의 무기를 튕겨내려 온 힘을 다하면서도 공중에 꿰매어진 것처럼 움직임이 없다. 공격을 막으며 내려친 만큼 체중을 쓸 수 있는 사이네가 유리해 보였지만, 유리나의 힘은 불리한 태세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전 그저 검이 되어 당신과 겨루고 있을 뿐입니다!」 

 「누가……그런, 말을……!」

 

 간격은 계속해서 좁혀진다. 그렇게 판단한 사이네가 도를 휘둘러 후퇴한다. 크게 파고든 일격이었던 만큼 유리나는 즉시 쫓아 들어가지 못하고,그 사이 다시 나기나타는 세로로 세워져 대응 태세에 들어간다.

 두 사람의 호흡은 흐트러지고, 몸 안에서 끓어오르는 온기에 섞여 나와 하얗게 사라져간다.

 

 유리나는, 결코 만족스럽게 육박할 수 없게 만드는 사이네에게.

 사이네는, 파악할 수 없는 발놀림으로 거리를 좁히는 유리나에게.

 서로가 자신의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할 기회를 노리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치명상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치명상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칼날이라도 서로의 체력은 확실하게 깎아나가고 있었다.

 

 흩어져 간 벚꽃 결정의 반짝임이 결투의 무대를 물들여간다.

 생명의 대체제로서 흩어져 가는 아주 작은 벚꽃 눈보라는, 더 이상 몸을 지키는 방패조차 없는 두 사람에게 남겨진 생명──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고하고 있었다.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도 검극은 멈추지 않고,

 「그래서 다시, 이곳에, 온 겁니다──……!」

 얇은 팔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무게감이, 말과 함께 나기나타를 쳐낸다.

 

 「……그렇다 해도, 저는 그래도……」

 하지만, 쳐내진 힘은 약해지는 법 없이 원호를 그리며,

 「당신의 방식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유려한 일격이 되어 다시 유리나를 붙잡는다.

 

 몸을 피하며 코끝에서 그 칼날을 흘려보낸 유리나는,

 「그렇다면 저는 지금 이곳에서!」

 눈동자에 의지를 강하게 불태우며,

 「저의 전부를 부딪혀서──」

 전부를 담은 말을 만들어냈다.

 「사이네 씨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결투가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유리나는 사이네의 간격을 막연하게만 파악할 수 있었다. 중단으로 겨누는 나기나타라면 용이하겠지만, 팔상의 태세에서 나오는 사이네의 날카롭게 다듬어진 일격은 정신 차리고 보면 한 걸음을 못 딛게 하는 불가시의 권역에서 주인을 지키고 있었다.

 마치 그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끊어버린 것처럼, 사이네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공허한 눈동자는, 유리나에게서 나올 수를, 그녀의 무를 응시하고 있었다.

 

 「갑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순간, 사이네는 상대를 포착하는데 실패했다.

 정확히 눈 한번 깜빡였을 때 즈음엔 지면에 파고들듯이 달려 들어오는 투신의 모습이 사이네의 오른손 쪽, 간격 안에 있었다. 너무나 짧고, 자연스러운 한 수. 관객이라면 이것이 한 수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지금 이 때, 벚나무 이 외에 이것을 지켜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지를 씹는 유리나의 한걸음은, 그 태세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크고 조용했다. 선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네가 확인이 늦을 정도로.

 

 「그렇게는……!」

 

 순식간에 간격으로 날아 들어온 유리나에게 선수를 빼앗긴 사이네는 오른발을 물리고 상대의 머리가 올 위치에 자비 없이 칼날을 내리쳤다.

 유리나는 그것을,

 

 「큭, 하앗!」

 「뭣……!」

 

 회피도, 방어도 아니다. 주위에 흩어진 결정을 모아서 방패로 삼은 것도 아니다.

 사이네의 칼날은 틀림없이 유리나의 숨통을 베어버리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확실히 그 얇은 숨통을 포착하고, 횡으로 베어냈다. 상처를 입었을 터인 피부에서 벚꽃 결정이 흘러나와, 흩어져 간다.

 

 유리나는 견뎌냈다. 인간이라면 반사적으로 수비를 선택하고 말 일격을 앞에 두고, 자신의 생명을 바치며 그것을 대가로 거리를 좁혀간다. 베어진 충격에도 견디며 대지를 흔들려는 듯 파고든 오른발은, 그에 더에 퇴로마저도 희생 시키고 있었다.

 이 일격으로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자신에게는 패배 밖에 없다. 그런 각오를 띈 한 번의 돌격이, 하지만 지금의 유리나에게 있어선 최고의 한 수가, 모아둔 힘에 의해 솟구쳐 오르듯이 사이네를 덮친다. 아아,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저력이리!

 

 「이야아아아아아앗!」

 

 앞발을 내리고 말았다. 나기나타는 지면을 향하고 있다.

 사이네에게 유리나의 마지막 일격을 막을 수단은 없었다. 그녀는 항상 간격에 들어온 자를 보다 잘 포착할 수 있도록 방패가 되는 결정을 적극적으로 흩날려버린다. 그리고, 나기나타는 지근거리에서의 점 공격에 대한 방어가 극히 어려운 무기이다.

 

 그래서 사이네는 그 돌격을 막아낼 수단을 하나도 갖고 있지 못했다.

 

 「그건, 자신을 인정하게 만들기 위한 무예입니까……?」

 소리조차 둔하고 느리게 느껴진다. 시간이 걸음을 멈춘 듯한 그런 순간,

 「그날의, 불꽃을 털어버리기 위한 무예입니까……」

 그녀는 혼잣말을 한다.

 「아니……그래, 분명 다를테죠……! 그러니까, 이렇게나──」

 그리고 그건,

 「아마네 유리나……나는, 너에게……이기고 싶어!」

 외침 대신에──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억지로 응해주듯이, 그 내려간 나기나타를 그대로 전력으로 쏘아 올렸다.

 바로 전까지 오른발에 체중을 실어 유리나의 목을 그은 그 칼날을, 궤적을 되감듯이 그대로 쏘아 올렸다. 지금까지 연마해온 모든 기술을 잊고, 그저 상대에게 칼날을 맞추겠다는 일념으로. 그렇기 때문에 한순간 극의를 엿보고, 도달한다. 그 하얀 칼날이 도달한 끝에──

 

 당연하게도, 도를 찔러 넣는 유리나는 몸을 더욱 앞으로 돌진 시키고 있다. 원래 목이 있던 위치에는 짧은 시간이 지난 지금, 구슬땀조차 튕겨내는 가슴이 있었다.

 

 유리나의 칼 끝이, 사이네의 가슴을.

 사이네의 칼 끝이, 유리나의 가슴을.

 찌르고, 결정이 부서지고, 그리고────

 

 그녀가 눈을 뜬 건, 해가 거의 기울었을 즈음이었다.

 짓밟혀 어질러진 눈 위에 뒹굴고 있던 귀인은, 서로 찔렀을 게 분명한 귀인의 모습을 찾는다.

 하지만, 거기에 사람의 형태는 없었다.

 빈 껍질처럼 버려진 하카마, 그리고 오랜 시간 손 때 묻은 나기나타가 한 자루.

 오도카니, 마찬가지로 눈 위에, 있었다.

 귀인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생애 백전무패였던 유리나는 어째서 백전백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을까.

 이, 단 한 번의 무승부……최고의 기교를 가진 히사메 사이네와 비긴 결투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결코 백승은 아닌 거야.

 하지만 이 결투는, 단순히 무승부라는 이름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야.

 아마네 유리나가 영웅으로, 그리고 묘한 무신에 이르기 위해서 불가결한 결투였지.

 

 자, 이해하기 어려운 기묘한 이야기를 해서 미안해.

 이제 눈치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두 사람의 첫 결투가 아니야. 최후의 결투지. 너에겐 먼저 두 사람의 시작과 끝 만을 알려줬어.

 화내지 말라고. 굳이 이렇게 한 이유가 있으니까.

 

 제일 먼저. 두 사람의 인연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어.

 지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복잡해질 거야. 세계는 정말 복잡하지. 아마네 가가 단순히 확장해가고, 번성해 가기만 하는 단순한 이야기 같은 건 용납되지 않았어. 그런 수많은 숙명이 교차하는 와중에도 사태의 중심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 중 두 사람을, 그리고 그 마지막을 놓치지 않았으면 했어. 아마네 유리나와 히사메 사이네. 이 두 사람이 있었기에 미래는 개척 되었으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오늘이야말로 네가 새로운 힘을 접할 날이기 때문이야.

 그래.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결말을 잘 알아뒀으면 했어.

 유리나가 그녀와 재회하는 건 바로 얼마 전의 일이야. 하지만 넌 당장이라도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될 테지.

 너도 엿보길 바라. 그녀가 도달한 기술의 끝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게 일단 끝을 맞이해.

 하지만 결말을 먼저 이야기하다니 바보 같은 짓을 했네. 그럼 지금부터는 두 사람의 인연, 아니, 아마네 유리나를 둘러싼 인연을 이야기해줘야만 하겠구나.

 

 그럼, 이야기를 다음 단계로 진행해볼까.

 

화자 카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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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35 로보
    • 2022-06-20 19:36:15

    서장 끝났다리 끝났다~
    하카마를 벗고 가셨다니...사이네 님 설마...ㅗㅜㅑ...
    그런데 총 75화+에필로그+외전까지 있던데 괜히 시작했나...
    최근엔 야츠하가 주인공인 팔엽경의 덧없는 벚꽃도 연재중이던데...
    • Lv.31 IDEN
    • 2022-06-21 13:39:14

    지금 연재되는 팔엽경이 내용도 더 어렵고 복잡하고 깁니다...ㅠㅠ
    • Lv.35 로보
    • 2022-06-21 14:12:28

    분량이야 단순히 혼자 보거나 그냥 번역 하다 보면 언젠가 완결이 되니까 상관없는데,
    글 편집이나 문맥 다듬는 게 귀찮아져서 도중에 하다 말 것 같아서요. ㅎㅎㅎ
    딱히 보는 사람도 없다 싶으면 그냥 혼자 읽으면 그만인데 사서 고생 왜 하나 싶어서 의욕이 떨어지기도 하고용.
    • Lv.31 IDEN
    • 2022-06-21 15:42:29

    저도 그래서 전문 번역보다는 주요 내용만 추려서 요약으로 하고 있습니다. 양이 많기도 하고 하고, 접근성적인 측면도 있는데... 다들 관심을 더 가져주셨으면 하긴 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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