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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시판 > 『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화』 제 1 장 : 아마네 가의 싸움 제 1 화 새로운 날실
  • 2022-07-09 08:26:34

  • 0

  • 574

Lv.35 로보

제 1 화 : 새로운 날실

 

 어디, 다음 단계로 이야기가 나아간다고는 했지만, 이야기란 인간의 인연이라는 실이 엮어 나아가며 만들어낸 천과 같아. 하나의 실만 따라가다 보면, 사실 그 천이 아름답게 짜인 비단이라는 걸 모르게 되지.

 그래……아마네 유리나를 이야기하려면 이젠 아마네 유리나를 쫓는 것 만으로는 한참 부족해.

 지금부터는 그녀가 변화 시키는 세계를, 그리고 그녀를 변화 시키는 세계를 알 필요가 있어.

 그럼 이야기해보도록 할까. 세계를 자아낸 그 연줄을 맡았던 자들을.

 

 주변은 하얀 안개로 가득 차고, 깎아지른 듯한 산 표면은 안개에 덮여 가려져 있다. 발밑도 불안정한데, 시야는 굉장히 나쁘다.

 청년 · 치도리는 그 흰 옷에 싸인 몸을 계곡 밑으로 던지고 있었다.

 

 「아……크아……」

 머리에서는 피의 강이 흐르고 부러진 늑골 끝이 공기와 닿고 있다. 다리는 올바른 방향 같은 건 잊어버린 듯, 차라리 내동댕이쳐진 인형이 훨씬 나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열 번은 넘을 정도로 굴러 떨어졌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즉사하지 않은 게 기적이다.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시야가 너무 나빴기 때문도 아니다.

 

 치도리는 속세에서 벗어나 자연에 몸을 맡기며 자연을 이해하려고 하는 구도자 · 닌자이다. 귀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기술을 연마해왔다. 닌자 마을 안에서는 아직도 미숙한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찰 임무에 지장 따위 있을 리는 없었다.

 

 「윽……하아, 하아……」

 

 이대로 여기서 죽는 걸까. 희미해져 가는 감각에, 치도리는 각오를 다진다. 햇님마저 안개 너머로 사라져, 구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에 자조하며 포기하고 조용히 잠들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감지말거라」

 

 치도리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계곡 밑에 용무가 있을 사람은 없다. 평범한 사람은 애초에 다가오지 못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닌자라면 벼랑 위로 간다.

죽음의 문턱에서 들리는 환청. 그렇게 납득한 그에게, 다시 한 번,

 

 「아직 숨은 쉬고 있겠지. 먼저 소생의 목소리를 계속 듣거라. 알았다면 대답할 것」

 

 「아……」

 

 실제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확실하게 치도리를 향하고 있었고, 깊이 생각할만한 여력이 없어진 그는, 쉰소리를 쥐어 짜내며 대답한다.

 

 「좋다. 죽고 싶지 않다면 지시에 따르거라. 희망은 있지만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허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어찌됐든 그대는 죽는다」

 

 너무나 노골적인 말투였지만 도움이 되었다. 돌연, 반듯이 누운 그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마치 계속 그 장소에 있었다는 듯이 소리도 없이 기척과 함께 솟아나온 것만 같았다. 고개를 만족스럽게 드는 것조차 하지 못해서 구부리고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치도리는 머리에 축축한 무언가가 감기는 걸 느꼈다.

 하지만 여자는 그걸 설명하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알겠느냐, 잘 듣거라. 손이다. 손에 구멍이 뚫려있는 감각이다. 귀도 부족하고, 코도, 입도 부족하다. 양 손에 뚫린 구멍을 느끼고, 힘이 흘러 들어오는 것을 상상하거라. 그 힘의 색깔은 벚꽃색. 잘게 부서져 산산이 흩어지며, 안개처럼 변해 그대의 몸으로 들어온다. 힘은 순환하여, 그래, 찌부러진 통을 안에서부터 정돈하듯이 전신을 채워간다」

 

 그의 몽롱한 의식은 들려오는 그 지시를 충실히 실행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좋다. 채워진 힘은 이윽고 여덟개의 혈에 집중되어 간다. 지금은 그렇지, 사지에 하나씩, 배에 하나, 가슴에 하나, 목, 머리에 하나씩. 그곳에 힘의 산이 생기고, 힘이 점점 퍼져나가는 감각이다. 전신을 채워가는 감각은 잊지 말거라. 됐느냐?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서 빠져나가는 것──피, 살, 그리고 생명 대신에 그 힘을 바치도록 하거라. 그 힘은 자신의 일부이니까, 대신에 이것을 잃겠다, 라고 말이지.」

 「으, 크윽……」

 「이 때도 되도록 손에서 힘이 들어오는 감각을 끊지 말거라. 그대는 계속해서 거두어들이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으니.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을 몇 번이든 반복하거라」

 

 그것을 얼마나 했을까. 도중부턴 지시도 없어지고, 느슨해질 때만 지적 받는다. 치도리 스스로도 여덟개의 혈에서 힘이 넘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앞으로, 얼마나……」

 「……이런, 어느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나. 이건 좋은 실험 재료가 되겠군. 우로우오, 돌아가거라」

 「우오……」

 

 어느 사이엔가 발성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치도리의 눈 앞을 살아있는 검은색 밧줄 같은 물체가 날아 올라갔다. 머리에 감겨있던 무언가의 감각도 사라졌다.

 고개만 돌려보니, 그 정체가 장어라는 것, 그리고,

 

 「어, 라……오, 보로 님……?」

 



 자신을 구해준 여자는 비취색의 닌자복 위에 순백의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긴 목도리와 양갈래로 묶은 머리 끝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허리에 두르고 있는 거대한 두루마리

 

 「실험 중에 의식을 잃어도 곤란하니 말이야. 우로우오로 흘러나오는 피를 막고 있었다」

 「아니, 그런……그런 게, 아니라, 오보로 님……이신 거,지요?」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구나.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겠지. 결정을 잠재우고 있던 이가 갑자기 생체활성까지 성공시키는 건 드문 일이다. 그대는 귀중한 실험 재료니까 좀 더 벚꽃 결정을 받아들여서 상처를 치료하거라」

 

 오보로. 그것은 닌자의 시조가 되는 존재이며, 동시에 닌자와 생물학의 여신이다.

 그녀의 모습을 따라 닌자가 생겨나고, 함께 살아가며, 지금도 이렇게 여신이면서도 육체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물론 치도리도 그녀를 알고 있었으며, 마을 안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고, 무엇보다 오보로는 연중 자연 속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말단인 몸으로서는 만날 기회도 거의 없었다.

 거기다 치도리는 귀인이 아니었다. 따라서 더욱 인연이 없었다.

 

 「……뭐냐, 그 표정은. 돌멩이에 맞은 비둘기 같구나」

 

 지금까지는.

 지금까지의 치도리는 여신과 인연을 맺는 자가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오보로의 말을 천천히 곱씹는다. 그것은 분명 벚꽃 결정을 힘의 근원으로 삼는 자──귀인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안개가 걷혀가는 머리로 이해해가고 있었다.

 

 「감, 사……합니다……」

 「어찌하여 눈물을 글썽이는 것이냐. 어중간하게 치료 돼서 통각이 돌아온 것인가. 정말이지, 곤란한 몸이로다」

 

 확실히 고지식한 여신의 말대로,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복잡한 감정이 치도리의 마음 속을 누비고, 그것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오보로는 그건 몰랐다.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좀 더 간병해줘야겠다고 해석했는지,

 

 「쿠마스케, 들고 오거라」

 「으에엑!?」

 

 

 엄청난 덩치에, 이마에 벚꽃 결정이 박힌 우락부락한 곰이 갑자기 또 나타나 아직 만족스럽게 움직이지 못하는 치도리를 들어 올린다. 오보로가 부리는 곰이지만, 치도리는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 잡아먹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통증을 느낄 틈도 없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랄까.

 

 「아아, 그렇지……. 그대여, 이름은 무엇이냐?」

 

 이름을 밝히기도 전에 수없이 치태를 드러내고 말았다. 이것이 어떤 닌자와 그 여신의 만남이었어.

 그는 앞으로 모르고 있던 귀인으로서의 재능을 발휘하면서 성장해가게 돼.

 여신과의 연줄은 어떻게 엮일지 알 수 없어.

 이런 기적 끝에 엮인 연줄을 가진 자이기 때문에, 여기서 이렇게 카나에가 이야기해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 또한 나중에 다시 그 이름을 꺼낼 때가 오겠지. 실이 엮이게 될 때에, 말이야.

 

화자 : 카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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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35 로보
    • 2022-07-09 08:27:05

    연재를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언테임드 님께서 굳이 링크를 달아주셨기에 연재해봐야겠네요.ㅎㅎ;
    매주 토요일, 일요일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원본에선 5화라고 되어있는데, 1장의 첫 화이기에 혹시 헷갈릴까 싶어 1화라고 임의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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