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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화』 제 1 장 : 아마네 가의 싸움 제 2 화 성령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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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0 08: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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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5 로보
제 2 화 : 성령회
역사에는 앞면이 있다면 당연히 뒷면이 있어. 일반인이 아는 역사는 앞 무대에서 연출된 이야기에 지나지 않지.
당연히 사람들이 익히 아는 영웅담에도 숨겨진 뒷면이 존재해.
하지만 카나에는 알고, 이야기해주는 자야. 카나에의 이야기에 앞뒤 같은 건 없단다.
그러니까 다음엔 무대 뒤의 일면을──세상을 뒷면에서 움직이려 획책하는 자들에 대해 얘기해보자.
배움터 같아 보이지만 분위기가 이상하다. 쾌활한 아이들이 지겹다는 듯이 오래된 낡은 책을 넘기고 있는 광경은 없고, 각각 한 변이 빠진 팔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긴 책상 위에 앉은 자들은 지금까지 배워온 지식을 어떻게 하면 칼날로 바꿀 수 있을까 심사숙고하며 조용히 불꽃을 피우고 있었다.
넓은 원형 모양을 한 방은 어두컴컴하다. 햇빛을 받아들일 창문은 없고 여기저기서 빛나는 불빛이 열 명의 논객을 담담하게 비춘다.
「오늘의 성령회는 이걸로 전원이려나」
「예상대로 왔군. 아니, 이런 시기이기 때문에 모이고 싶어했을 테지만……」
「고마운 얘기 아닙니까. 우리들 석성루 학자는 혼자서는 무슨 일이든 한계가 온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니. 제대로 그 배움을 살릴 정도의 현명함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통통하고 한껏 멋을 부린 남자의 기쁜 듯한 웃음소리.
그의 말대로 이 자리에 있는 면면들은 모두 학문을 수행한 자들이다. 가문은 다르더라도 각각의 입장에서 충분히 그 지식을 살려 사람들을 이끄는 입장이다. 물론, 가문과 가문끼리 적대하는 일도 있지만, 그들은 뒤에서 의논을 교환하며 전체의 이익이 되도록 세상을 움직여왔다.
석성루. 사람들 사이에서 현자의 대명사이기도 한 그것이, 그들이 소속된 학자 집단의 이름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능한 학자들이 모여 서로 세상과 관련된 사건들을 보고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논하기 위해 여는 것이 바로 이 성령회이다.
「어디……그럼 오늘의 의제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금전상회나 해상교역에 관한 이야기였나요? 아니면, *세가 회합까지 1개월 정도이니, 그에 관해서 얘기하시겠습니까?」
「하아……너무 익살 떨지 말라고. 이미 명백한 일 아닌가」
「이거 실례……사에키 님도 고생이시겠군요. 아마네 가의 대두에 관한 소식이 벌써 이 정도로 먼 곳까지 이를 줄이야」
일부러 익살을 떨었지만 분위기가 이완 되지 않는다. 평소엔 신중한 생각 끝에 기다리는 이상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이 자리도 이번 만큼은 초조한 빛을 숨기지 못하는 듯했다.
「이미 일은 벌어졌소. 본가가 본격적으로 세간에 이름이 오르기 전에 사태를 진정 시키고 싶소」
「동감입니다. 산원숭이를 내버려뒀다간 조만간 무리를 지을지도 모르지요」
의제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논의의 방향성에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찌됐든 그들에게 있어선 정교하게 그려온 거대한 그림 위를 피투성이 발로 뛰어다니는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아마네를 막을 수 있는 가문은 없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한 명의 귀인이겠지만. 거기다 아직 어린」
「그렇게 말할 수 있던 것도 북쪽이 어느 정도 떨어지기 전까지의 이야기예요. 남하하지 못할 거라는 대체적인 예상을 뒤엎어버렸으니까 이 뒤로의 결과는 정말 곤란해질 겁니다」
「문하생들의 정보망으로도 동향을 파악하는데 실패할 정도로 약소한 가문이었으니 예측하지 못했어도 어쩔 수 없지」
눈가를 주무르는 수염이 난 남자의 표정에는 늘어난 성가신 일에 대한 피로가 묻어 났다.
「필승을 장담할 수 있을 정도의 귀인으로 상대할 수는 없는가」
「가능할만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한 사람, 있지. 있지만, 설령 우리의 말을 들어준다고 해도 그 용이 움직이게 되면 사태는 더욱 읽기 힘들어질 거야」
「어이, 어이, 타츠노미야(龍ノ宮)의 이름을 꺼내지는 말라고. 근육으로 꽉 찬 머리에서 나오는 대답 같은 건 어떤 책에도 실리지 않았으니까」
그들은 어디까지나 지식과 지혜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정치이다.
치세가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정치에 따라 둥글게 수습하려던 학자들이 갑자기 나타난 맹수의 돌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건 자신의 영향 하에 있는 귀인을 포함해도 말이다.
떫은 표정들로 나란히 침묵에 휩싸인다.
모두가 말을 입에 담기 전에 머리 속으로 부정하고 의견을 내지 않는 것도 잠시.
후욱, 하고 방의 밝기가 아주 약간 강해졌다.
한순간의 일이었지만 그것을 기다리던 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 어이! 책이!」
어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쪽──팔각형으로 늘어선 책상의 빠진 한 변의 안쪽을 가리켰다.
「오오, 판증의 서에……!」
「뭔가, 뭐라고 쓰여있나!」
어지러이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간다.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방 안쪽에는 주먹 하나 정도 높은 선반이 있었다. 차분한 빨간색으로 물든 융단이 깔려있고, 중앙에는 발이 달린 독서대가 학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엔 한 권의 두루마리가 펼쳐진 상태로 조용히 놓여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알고 있다. 이 두루마리의 내용은, 지금에 와서 문자가 드러났지만, 바로 방금 전까지는 백지였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이 품고 있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조언이 될 내용이라는 것을.
「『가책 없이 평온을 찢는 자는 그 행실이 가져올 재앙을 알지 못한다. 모두를 위한 뜻에 원수이자 재앙과 같다』」
「역시, 서 또한 아마네를 우려하고 있어」
「당연하지. 지금까지 서의 의향을 감안하며 국정을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서를 읽음에 따라, 현 상황을 방치하면 어느 정도의 영향이 미칠지 학자들의 근거지에도 관련된 구체적인 예에서 전국에 초점을 맞춘 미래 예상도까지 나열되어 갔다. 서는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학자들은 그것을 재확인한다.
「『논밭에 산이 갑자기 솟아 오르는 일이 없듯이, 그 발흥은 괴이한 것이다. 서둘러 진정 시키지 못한다면 결실을 잃게 될 것이다』」
「『야만적인 무법자에게 학문을 설파해도 무의미하다. 붓은 벚나무 아래에서 휘두르는 것이 아니니. 학문으로서 화산을 진정 시켜라. 마땅한 것으로서 설득하라. 다시 균일해진 땅에 씨를 뿌리는 것은 누구인가』」
서의 문자는 여기서 끝이 났다. 전원 내용을 머리 속에 담자, 모임이 시작됐을 때처럼 백지가 드러나며 독서대로 돌아간다.
그들의 표정은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르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마치, 이제 걱정거리가 없어진 것처럼.
「방침은 정해졌소. 그리고, 그걸 이룰 강자 또한 한정되어있지」
「가까운 사람부터 접촉하면 될까? 문하생을 쓴다면 어떻게든 될 테지」
그들은 서의 내용을 답으로 삼고 있었다.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지식과 인연이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학문을 익힌 자들이기에 글에서 도출되는 구체적인 해답 또한 같다.
「그럼, 이번 성령회는 이상이라는 걸로」
각자 확인도 마치고, 삼삼오오 흩어져 가는 학자들.
뒤에는 오도카니 서만이 남겨졌다.
『좀 더 전부터 밑그림을 그려두는 게 좋았을까……』
그 아무도 없어진 회장에서, 하나의 사념이 생겨난다.
보통 인간이라면 일체의 감지도 못하고, 귀인이라면 간신히 느낄 정도. 육신을 가지지라도 않으면 인식하는 건 극히 한정된 존재 뿐이다.
그녀의 사념에 호응하듯이 서는 희미한 빛을 발한다.
『뭐, 말은 아직도 있으니. 원숭이 씨를 막아야만 한다는 건 확실하니까, 나도 좀 더 움직여 볼, 까』
그렇다, 이 논단에는 처음부터 11번째 인물이 있었다.
그녀는 여신, 이름은 신라. 그 권능은, 변론.
자신이 조종하는 현자들을 정확히 평가하는 그녀는 이 사념을 남기고 이 자리를 뒤로 했다.
이번에야말로 아무런 힘도 없는 서만이 오도카니 남겨졌다.
겉으론 친근한 표정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야말로 뒤에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을지 모를 일이지. 하지만 신라 이상으로 무얼 할지 알 수 없는 자도 드물어.
그들 석성루는, 확실히 앞으로 자신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세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암약하게 돼.
하지만, 그런 정치의 장마저 파고든 패들의 실타래를 더욱 뒤에서 이끄는 여신도 있는 거지.
여하튼, 또 다시 그녀의 수완을 이야기하게 될 때가 올 거야.
뒷면이라고는 해도, 그녀도 충분히 아마네 유리나와 엮이는 연줄을 가지고 있으니까.
화자 : 카나에
원문은 대가회합(大家会合)이지만 대가보다는 세가라는 표현이 더 익숙할거라 생각하여 세가 회합으로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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