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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시판 > 『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화』 제 1 장 : 아마네 가의 싸움 제 5 화 숙명의 십자로
  • 2022-07-23 06: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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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5 로보

제 5 화 : 숙명의 십자로

 

 어디 보자……여기서 한 번, 너희들에게 신경 쓰이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보자.

 히사메 사이네. 그 설국에서의 첫 결투 이래,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야.

 가만히 있기는 커녕, 역시라고 해야 할지, 사태의 중심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었지.

 이건 아마네 유리나가 타츠노미야 잇시에게 손을 내밀기 보다 조금 전의 일이야──

 

 정성스럽게 옻칠을 한 큰 책상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대면하고 있다. 장지문은 굳게 닫혀 있고, 그들을 지켜보는 건 *도코노마에 걸린 몇 가지 얼굴들 뿐. 우아한 자연을 표현한 난간에서 목소리가 새어나갈지도 모르지만, 안에 있는 자의 내력을 생각해보면 귀를 기울이는 괘씸한 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 중 한 사람, 아마네 유리나는 입을 다물고 대면한 남자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지, 곁에 둔 나기나타가 날 부분을 감싸고 있는 것과는 대칭적으로 뜽한 표정에는 역력한 불만이 떠올라 있었다.

 

 

 「뭐, 너무 그러지 말게. 이마에 주름을 잡고 마주하는 건 노인네들 상대만으로도 지긋지긋하니까」

 

 대치하고 있는 건 피곤한 듯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잇는 초로의 남자.

 그의 이름을 코다카 쿄지라고 하며, 코다카 당주를 맡고 있다. 다소 야위어서 의지하기 힘든 몸이긴 하지만, 세가로서 손 꼽히는 코다카 가문을 지탱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귀인이기도 하다.

 부모 자식 정도로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지만, 자리의 분위기는 이완 되지 않는다. 그것은 주로 사이네가 원인이긴 하지만.

 

 「딱히 진 것을 책망하고자 부른 건 아닐세」

 「……윽!」

 「그러니까 기다리래도. 내에게 대든다고 해서, 자네가, 아마네 유리나에게, 졌다……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건 아마네가──」

 「그리고. 자네를 결투 대행으로 밀었던 나로서는 조금 난감한 얘기지만, 대세에 영향을 줬다고 할 수도 없겠지」

 

 덤벼들 듯한 사이네지만 그가 고용주라는 것 이상으로 그 조용한 패기에 압도되고 말았다.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은 알고 있네. 결투의 자세한 사정은 전부 닌자에게 들었으니 말이야. 나도 콩알탄 같은 비장의 수단이 비겁하지 않다고는 생각지 않아. 허나, 벚꽃 결투에 있어서, 그건 금지 수단도 무엇도 아니라네. 결투란 결정(決)하는 싸움(鬪)이라네……결코 형식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자리가 아니란 말일세」

 

 눈이 보이지 않는 사이네에게 있어서 너무나 큰 소리는 장해물과 같다. 다른 모든 것을 죽여버리는 소리는 태양을 눈앞에 두어 빛으로 태워버리는 것과 같다.

 북쪽의 추세를 형세를 점하는 일전은 그런 아마네 유리나의 『비장의 수단』에 의해 결판 나고 말았다.

 

 「사실은 도구에 관해서도 조사해서 전달해두고 싶었다네. 다만 아무래도 그때까지의 결투에서는 사용하는 낌새조차 보이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야」

 「아닙니다……아닙니다, 코다카 님.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해서 그게 무엇이 달라진단 말입니까」

 「그것이 이기기 위한 방책이라네. 자넨 그 자리에 이기기 위해 있었을거야. 아닌가?」

 

 사이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대신이라는 듯이 지금까지 털어놓을 상대가 없었던 생각들을 더듬더듬 말한다.

 

 「아마네 유리나는 확실히 실력이 뛰어난 자였습니다. 제가 이만큼 베면 저쪽도 그만큼 베어왔습니다……저 자신의 공격에 따라올 수 있는 자가, 그것도 그다지 나이 차이도 나지 않는 자가, 처음으로 제 앞에 나타난 겁니다. 그런데……그런 수단을 써서……」

 「배신 당한 기분이 들었다, 라는 겐가」

 「그 한 수는 저와 아마네가 칼을 맞댄 시간에 대한 배신이며, 그녀가 지금까지 연마해 온 무에 대한 배신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자신 스스로를 부정하는 듯한 짓을 할 수 있는 겁니까. 그런 짓을 하는 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저는, 아마네 유리나라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크게 한숨을 지은 것은 코다카 쪽이었다. 팔 받침에 기대듯이 외쪽 팔꿈치를 짚고 결정이 새겨진 그 섬세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나에게 있어서, 자네가 아마네의 귀인을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없네. 일들 제대로 해주면 그걸로 된 거야」

 「일……? 설마 재──」

 「서두르지 말게,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으니. 앞으로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명가의 대표들이 모이는 회합이 열린다네. 자네는 코다카 가문의 호위 역할로서 출석해주게나. 아직 젊은 녀석들에게 지지 않는다 생각하지만, 이것이 균형을 위한 결정이라서 말이지. 딱히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동석하여 붙어 다니면 그걸로 됐네」

 「하아……그렇습니까. 그 정도로 괜찮으시다면」

 

 대답은 했지만, 그녀는 어딘가 건성인 것 같았다.

 아마네 유리나의 처우에 대해 흘린 코다카의 한마디가 빙글빙글 하고 머리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물어보면 그만이라는 생각 이전에 분노라는 연료로 불타오른 그것은 다양한 형태가 되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는 전부 타버린 재가 되어 떨어져 갔다.

 

 만약 그녀와 손을 잡게 되는 날이 오게 된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만 할까.

 어째서, 라는 질문에 대답해줄 그녀의 목소리를 상상하려고 해도 기억 속의 화를 돋우는 파열음이 방해한다. 사이네는 생각해봐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며 자리를 떴다

 

 나름대로 이름을 날리는 가문인 만큼 코다카의 집은 넓다. 사이네가 코다카에서 지내던 객실로 보이는 방을 나서자, 소리가 저편으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에 발밑의 불확실함이 느껴졌다.

 몇 번인가의 방문으로 만든 머리 속 지도에 기대어 차가운 복도를 걸어간다.

 그 때, 전방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을 깨닫는다.

 

 (발소리를 죽이고 있어……?)

 

 사이네가 포착한 건 인간의 보행 주기로 생기는 천과 천이 스치는 희미한 소리였다. 마룻바닥이 삐걱대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정도로 사이네는 상대의 신장이 자신보다 한 치 정도 작고 외투를 걸치고 있는 것 같다는 데까지 짐작했고, 그것들은 대체로 맞아 떨어졌다.

 사이네의 앞에 있었던 건 누더기 외투를 두르고 힘 없는 눈매의 한 소녀였다. 옷차림은 아무리 봐도 부랑자의 그것이며, 마치 이 세상 존재에게 목숨을 노려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겁에 질려 분주하게 눈을 돌리고 있었다. 어떻게 봐도 이 자레이 있을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 인간이었다.

 

 다른 손님인걸까. 그렇게, 겉모습을 알 수 없는 사이네가 스쳐 지나가려 한 순간이었다.

 

 「……윽!」

 

 살기.

 무심코 발을 멈춰버린 사이네는 그 소녀에게서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의 살기를 느끼고 있었다.

 소녀는 벽을 등지고 사이네에게 길을 양보하고 있다. 기척과 시선이 뒤죽박죽이라는 걸 눈치챘는지, 발뒤꿈치로 일부러 소리를 내며 사이네에게 그 의사를 전한다.

 

 사이네는 나기나타를 든 손에 약간 힘을 주면서도 날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분명 어느 한쪽이 섣불리 움직이는 순간 착각이든 뭐든 서로 죽이려 들게 될 것이다──그런 느낌이 들어버린 것이다.

 갑작스럽고 느닷없이 벌어진 상황에 곤혹스러워하는 사이네였지만, 그 자리의 분위기는 의외로 금방 무너졌다.

 

 「실례하네, 코다카 씨를 만나고 싶은데……여긴 언제부터 자네 같은 귀여운 문지기를 두게 된 건가?」

 「엣」

 

 소녀보다 더욱 건너편 쪽에서 날아온 젊은 남자의 목소리에 사이네는 조금 이완되지만, 살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남자는 사이네보다도 머리 하나 더 큰 것 같았지만 다부진 몸은 야만성을 느끼게 만들지 않았다. 질문 속에 농담을 담고 있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빈틈없이 그녀를 평가하고 있었다. 사이네도 사이네 대로 시선을 느끼고 있었지만, 일촉즉발의 분위기 속에서 난입해 온 남자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 시선이 누더기 소녀에게로 이동한 순간, 방금 전까지 공기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살기가 사라졌다. 소녀는 눈을 부릅뜨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난간에 달라 붙더니 천장 판자를 떼고 소리 없이 위층으로 도망쳐버렸다.

 그것을 시선으로만 쫓던 남자는 감탄하듯이 작게 미소를 띄웠다.

 

 「호오」

 「아, 시, 실례했습니다……드시지요」

 

 전개를 따라가지 못한 사이네가 일단 길을 양보하자, 남자는 짧게 「고마워」라고 말하곤 코다카가 있는 방으로 사라졌다.

말 그대로 복도에 홀로 남겨진 사이네.

 아마네 유리나에게 화가 나 주체하지 못하던 방금 전까지의 생각이 전부 날아가 버릴듯한 사건에 잠시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카나에는 이 만남이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에 가슴을 쓸어 내리게 돼.

 그 날, 영문을 모른 채 히사메 사이네와 맺어진 인연의 실은 꽤 단단하게 묶여 있었어.

 그녀가 아마네 유리나와 재결투를 마치고 여신이 된 후에도 풀지 못했을 정도였지.

 조만간 다시 이 인연을 더듬을 때가 올 거야. 싫어도……말이지.

 

화자 : 카나에

 

*

 도코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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