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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화』 제 1 장 : 아마네 가의 싸움 제 6 화 사제와 자제(姉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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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4 07: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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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5 로보
제 6 화 : 사제와 *자제(姉弟)
*누이와 동생
어디 어디, 지금까지의 이야기로 아마네 유리나와 히사메 사이네의 결투, 그 전말과 그 후의 두 사람에 관해 보이기 시작했겠지.
이번엔 조금만 더 시간을 넘겨볼까. 세가 회합까지 앞으로 2주── 코다카 산맥의 산 속에서 벌어지는 어떤 한 막이야.
가려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산의 안개는 분명히 있어야 할 산의 표면을 숨겨버린다. 하지만 존재가 밀집된 숲 속에서의 안개는 그 곳에 있을 나무 줄기를 숨겨버릴 뿐만 아니라 흰색 너머로 없는 존재를 환각으로 만든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나무들은 한정된 햇빛을 서로 빼앗듯이 자신의 가지를 뻗어 그물망처럼 나무 위에 대지를 만들고 있었다. 어른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가지로 된 바닥이지만, 한 발짝 헛디디면 당연하게도 추락, 하물며 달리기 같은 건 논외라고 할 수 있다.
「큭……핫!」
치도리는 단숨에 가지 사이를 뛰어넘었다. 안개 저편에 보인 가지는 실재했고 그것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으로 삼는다.
그리고 바로 직전에 치도리의 발이 있던 곳을 바람을 가를 기세로 끈 모양의 무언가가 후려쳤다.
강하게 줄기에 부딪혔기 때문인지, 힘껏 때린 듯한 소리에 그는 떨림을 숨기지 못했다.
더욱 가지를 타고 앞으로, 앞으로. 닌자로서 몇 년이나 지낸 토지이기에 종점으로 정해진 자리는 이미 눈 감고도 보일 정도이다.
그래서 방심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엔 반드시 격렬한 공격이 기다릴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예상대로 가슴팍을 완만한 대각선으로 후려치듯이 정면에서 '그것'이 나타났다. 뛰어넘을까, 아래로 지나갈까, 아니면 어떻게든 받아 넘길까, 어려운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신속하게 결단한 치도리는 '그것'을 뛰어 넘어버리기 위해서 눈앞의 조금 두꺼워 보이는 가지로 파고들어 힘을 모으려고 했다.
하지만,
「으에───」
감촉이 부드럽다. 마치 가는 끈을 꼬아서 만든 그물에 발이 얽힌 것처럼.
그런 것을 기세 좋게 밟은 자가 어떻게 될지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에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절규가 그쳤을 무렵, 그곳엔 나무 위 덩굴로 인해 허공에 매달린 한 청년의 모습이 있었다.
나무 그늘에서 그런 모습을 본 이의 깊은 한숨이 흘러나와 그의 귀에 들려온다.
「계략을 다루는 소생들이기에 자신의 계책을 항상 냉정하게 살펴야만 하느니라. 너는 기초 중의 기초인 신체 능력 자체는 순조롭게 향상되고 있지만, 얕은 술수들을 돌이켜보지 않는 한 언젠가 간단하게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선 곤란하니라, 특히 소생이. 귀중한 실험체라는 것을 자각하도록 하거라」
「네……」
모습을 드러낸 오보로의 쓴소리에 변명의 여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생명의 은인에 귀인이 될 계기를 마련해준 데 이어 엄격하긴 해도 이렇게 수행까지 어울려주는 여신──그런 존재에게 말대꾸 따위 가능할 리도 없고, 그 한마디 한마디가 진실로 그에겐 고마울 뿐이었다.
지난번 임무를 마치고 귀인으로서 각성한 치도리는 원래라면 마을의 규율에 따라 특별한 수행을 받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행운인지 불행인지, 아마네 가에 의한 정세 변화는 닌자의 수요가 높아지게 만들었고, 마을은 손이 부족하기에 이르렀다. 거기서 무슨 변덕인지 이 여신이 스승이 되겠다 손을 내민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과제──오보로가 사역하는 덩굴 식물 · 미카즈라의 공격을 뚫고 나무 위를 달려서 빠져나가기──를 달성하지 못한 벌로 치도리는 매달린 채로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오보로는 비통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신속하게 따르는 제자를 보고 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로 2주인가. ……성적의 좋고 나쁨은 차치하더라도 근성만은 나쁘지 않구나」
스승의 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치도리는 그만 표정이 풀어진다. 오보로는 쓴웃음을 짓고는 어깨를 으쓱한다.
「……뭐, 모처럼의 기회다. 질의문답도 나쁘지 않겠지. 네가 닌자로서 힘을 기르고 싶다는 건 알았다. 허나, 그 마음은? 너는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 ……누가 쉬어도 좋다고 했느냐. 윗몸 일으키기를 하면서 대답하거라」
「죄송합니다. ……어디 보자」
치도리는 약간 시간을 두고 말을 골라가며 대답한다.
「저, 태어나서 계속 닌자 마을에서 자라서, 닌자의 가르침이 당연하다 보니, 무엇을 목표로 하냐고, 물으셔도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만……」
「…………」
「어릴 적부터 주변엔 굉장한 사람 투성이에, 하지만 지금 노력하면, 어쩌면 나에게도 닌자로서, 그런 사람들이 지나간 길이 열리진 않을까, 라는 생각에……」
「……흠, 그런건가. 뭐, 지금은 그런 것으로 괜찮겠지」
약간 시시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오보로. 필사적으로 땀을 흘리는 치도리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문득 생각난 듯이,
「아, 그리고」
「……, 음?」
「되돌아보게 만들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문득 차가운 아침 공기가 살갗을 어루만졌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말했다.
「있다, 라기 보다, 있었다, 라고 해야 할지. 저, 누나가 있습니다. 꽤 전에 사라졌지만. 이제 모두들, 누나는 죽은 것처럼 취급하는 느낌이라. 혹시, 알고 계십니까」
「…………아아, 알고 말고」
짧은 침묵에 대화가 반박자 어긋난다. 그렇겠죠, 하면서 입가로 웃는 그의 표정은 그 이상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 역시 저는, 누나가 아직 어딘가에서 살아있진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저따위 보다는 훨씬 재능 넘치고, 성질 더러운 누나가, 절대로 조용히 죽을 리 없다고 생각해서요」
「누나를, 찾고 싶으냐?」
「네. 누나가 모습을 감추고 있는 거라면, 누나조차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테니까요. 힘은, 그것이 어떤 이유든 대항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힘이 있다면, 무엇이 기다리든 안심이잖아요?」
하지만 너무나 우직한 그 대답에도 오보로는 입가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겠지」
그저 감정 없는 동의만이 숲의 안개에 뒤섞여 사라진다.
지난날을 떠올리던 치도리의 눈꺼풀 뒤에도 어린 시절 그의 음울해 보이는 누나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작게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눈을 떠도 변하는 게 없는 어둠. 그 속에서 소녀는 서있었다.
어둠은 미지의 공포를 낳는다. 그 너머에 있을 무언가를 알 기회를 빼앗고, 태초의 공포인 미지로 발을 움츠리게 만든다.
하지만 거기에 있던 건 어둠이 아니다. 그녀를 중심으로 한 희미한 어둠. 자신 주변의 지면을 간신히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그런 어둠.
그래서 그녀는 알 게 된다.
「이힉……!」
사람을 본 뜬 두 그림자. 죽기 직전 같은 신음 소리를 내는 그런 섬뜩한 존재가 자신의 주변에 기어 다닌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을 향해서 손을 뻗고 있다는 것을.
그녀의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현실이라면 도망치는 것도, 쓰러트리는 것도 가능할 것을.
마침내 그 손은 마치 지옥으로 가는 길동무로 삼으려는 듯 그녀의 다리를 휘감으려───
「……꺄아아아아앗!」
자신의 폐 깊은 곳에서 짜낸 것 같은 비명으로 소녀 · 야미쿠라 치카게는 잠이 깬다.
누더기 외투를 걸친 채 구석에서 동그랗게 웅크리듯 잠들어있던 소녀는 악몽으로 깨어나자마자 여기가 이전부터 신세를 지고 있는 저택의 다락방이라는 점, 그리고 바닥에 놓인 조합용 작은 병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겸사겸사 귀를 기울여 방금 전 비명 소리에 밑에 있는 인간들이 소란을 피우지 않는지 확인한 치카게는, 잠들기 전에 시작해둔 약품의 여과가 끝나지 않은 것을알고 다시 무릎을 껴안고 벽 옆으로 붙었다.
그녀가 이렇게 악몽을 꾸는 것은 대부분 위험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때이고, 그 정도에 비례하듯이 섬뜩한 그림자 법사는 거리를 좁혀온다. 그것은 깊이 잠들어 있을 때의 위험 뿐만 아니라, 이번에 얘기가 나온 『애물단지』 때문이었다.
「그 자식……그 자식, 그 자식……잘도 엄청 귀찮은 일을 가져왔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싫어요, 실어, 절대로 실어요. 들키게 되면 전국에서 치카게를 쫓아올 겁니다. 그리고 죽일 겁니다. 반드시 살해 당합니다! 당연히 실패하면 살해 당할 겁니다. 그런 거 하고 싶지 않아요오오오오오!」
무릎을 껴안은 채로 요령도 좋게 발을 동동 구른다. 누더기인 두건을 떨리는 손으로 쥐고 눈앞에 대고 말을 건다. 거기엔 아무도, 없다.
「……그치만, 그치만, 그치만……이미 얘기를 듣고 말았어요. 너무하다고 생각하죠? 왜냐면 이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널 입막음으로 죽이겠다, 라는 의미잖아요……. 어째서? 왜? 저 외에도 할 사람이 어~~~엄청 많이 있을텐데 왜 치카게인가요?」
소녀는 허공을 향해서 떠들어 댄다. 짜증은 신체의 떨림으로도 나타나고, 외투는 펄럭펄럭하고 울린다. 소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허공을 노려본다.
「그보다, 당신도 보셨죠? 치카게를 간단히 죽여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 자식 강했죠? 그러면서도 좋은 사람일 테죠 분명. 그럼 어째서 자기가 어떻게든 하지 않는 거죠. 결국 치카게를 죽이고 싶은 겁니까……. 준비까지 다 해 놓다니 분명 함정인 게 분명해요. 코다카 씨도 사람의 장점을 치카게를 죽이는 방향으로 쓰지 말아 달라고요. 역시 방해되는 거예요, 치카게는 결국」
새어 들어오는 바깥의 땅거미에 섞이듯이 웅크려서 중얼중얼 말을 토해내는 소녀가 여전히 옥상에 단 한 사람.
점차 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치카게는 이윽고 실이 끊어진 듯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았다. 희미한 숨소리만이 울리는 정적이 소녀의 은신처를 다시금 채워간다.
「무언가……무언가 말해주세요. 그렇죠. 그렇겠죠, 호로비……」
중얼거리던 소리는 어둠 속에 녹아들어 사라져갔다. 밖을 붉게 태우는 석양은 이곳에 닿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그 악몽을 꾼다.
전에 얘기했던 한 닌자. 보면 알겠지만, 그 이야기는 아직 평화로워. 보다시피 그는 의지할 수 있는 스승 밑에서 힘을 기르고 있지.
하지만 그 근원에는 또 다른 뒤틀린 날실이 엮여있었어.
수많은 인연을 휘말리게 한 이 실은 섬뜩하게 꿈틀거리며 조용히 천을 짜고 있어.
맞이할 결말이 어떻게 될지, 그걸 모른 채 말이야.
화자 : 카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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