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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화』 제 1 장 : 아마네 가의 싸움 제 12 화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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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 17: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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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5 로보
제 12 화 : 사는 길
아마네 유리나와 타츠노미야 잇시의 결투……그 심상치 않은 결판은 어떻게 빚어진 것인가.
그걸 이해하기 위해선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어.
무대는 결투의 전날 밤, 타츠노미야 잇시의 침실.
아마네 유리나가 꿈 속에서 대책을 세우던 그 이면에서 그 최강은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싸움에 몸을 던지게 돼.
잘 수가 없다.
「…………」
달빛이 어렴풋이 비치는 방에서 타츠노미야는 눈을 감은 채로 잠에 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이미 이불로 들어간 지 꽤 지났지만 전혀 졸음이 오지 않는다.
내일은 분명 현재 그의 걱정거리인 아마네 가에 관한 처우에 결판을 짓는 날이다. 유리나와의 결투를 거치는 것으로 일단 표면 상일지도 모르지만 아마네는 세력가의 동료로 들어오게 된다. 난폭한 방법으로 지도를 다시 칠하는 것의 무서움을 이해하고 있는 타츠노미야가 마구 휘두르던 칼날을 얌전히 칼집에 넣어준 아마네 가에 안도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명목 상 자신의 밑에 두는 듯한 결말이 난 것에는 약간의 불만도 남아있는 그였지만 이 이상은 분에 넘치는 소망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아마네가 제대로 성장의 여지를 남긴 형태로 받아 들여졌다.
아직 한참 어린 유리나의 미래를 기대하고 있는 타츠노미야에게 있어선 그것만으로도 이득이다. 재밌는 녀석은 환경과 상관없이 재밌다라는 것이 지론이긴 하지만, 그것도 도가 지나치면 싹을 짓밟는 것과 다름 없다. 그래서 아마네를, 유리나를 지킨 것으로 당장에 그의 목적은 거의 달성했다고 봐도 좋았다.
내일의 결투는 그 대가임에 틀림없다.
지금, 그 작은 귀인 소녀가 어디까지 해줄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한동안은 결투의 장에서 그녀의 차례도 줄어들 것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실로 사치스러운 역할이기도 했다.
타츠노미야는 그 사실에 아이처럼 기쁨을 느끼는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첫 출전도 아니고, 결투 전야에 잠들지 못할 정도로 아이가 된 기억은 없었다.
「…………」
잠들지 못하는 건 기분이 들떠있어서가 아니었다. 눈을 감고 있는 것도 잠을 자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지금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것이다.
달그락.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귀가 나무판을 떼는 듯한 소리를 포착한다.
또 한 번 달그락, 하고 천장 쪽에서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그건 분명 천장판을 누군가가 떼어내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 없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는 천장 위에 있는 손님이 내뿜는 수상한 살기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 손님이 언제 인사하러 올 지 가볍게 잠든 척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입장 상 목숨을 노려지는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 타츠노미야에게는 때에 맞지 않은 손님이라 기분이 내키지 않는 데다, 숨길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숨길 정도의 기량이 없는 건지 살기를 두르고 있는 상대가 이상하다는 점이 졸음을 더욱 가시게 만든다.
그 때, 그 살기가 더욱 강하고 날카로워진 것을 느끼고 타츠노미야는 눈을 뜬다.
「……이크!」
어둠 속, 달빛에 반짝이는 두 개의 가느다란 바늘이 똑바로 얼굴을 향해 날아온다. 덮고 있던 이불을 내던져 날아오는 바늘을 막고는 그대로 옆으로 굴러 나와 무기를 손에 들었다. 호신용 겸 단련용이지만 타츠노미야의 통나무 같은 팔보다 두껍고 큰 철퇴다.
추격의 기미는 없고 철퇴를 천장으로 향하니 분명 일부분에 어둠이 서려있었다.
「꽤나 늦은 인사 아닌가, 어이! 이쪽에선 기다리다 지쳤다고! 푸짐하게 대접해 줄 테니 얼른 내려오시지!」
하수인의 기척은 살기를 포함해 여전히 건재. 오히려 어둠 너머의 더욱 어둠 속에 있을 터인 자겍에게 큰소리를 쳐도 도망치기 이전에 더욱 살기를 더해오는 형편.
이상하다는 평가는 타츠노미야의 안에서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건 상대 자체도 그랬지만, 이불에 박혀 있을 바늘에서도 풍겨오는 것이었다. 터무니없이 불온한, 자칫하면 그 순간에 딱 발밑에 뚫린 암흑 속으로 삼켜질 것 같은 그런 형언할 수 없는 수상함이 최강이라 불린 남자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인상은 더욱 안 좋은 방향으로 덧칠된다.
「어이, 어이……」
수상함을 넘어서 소녀는 그저 불길.
다시 바늘을 던지며 천장 구멍에서 모습을 나타낸 하수인을 본 첫인상은 그것이었다. 물론 경련이 일듯 일그러진 미소도 그랬지만, 휘감고 있는 분위기는 그저 불길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얌전히 죽어줄 생각도 없었지만, 중요한 결투를 앞에 두고 마가 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늘을 튕긴 철퇴를 한 번 더 움켜쥐고 마치 그림자에서 떨어져 나온 것처럼 죽은 사람 같은 자객을 앞에 두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결코 다가오지 않지만 놓치지도 않는다.
보이는 그대로 완력에 자신이 있는 타치노미야에게서 계속 거리를 벌린다는 선택은 정확하다. 침실이 압박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넓다는 점도 도움이 되어 습격자는 계속해서 간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전술을 살리기 위해서 투척 도구에는 독이 발라져 있을 테지, 라고 타츠노미야는 확신하고 있었다. 바느질 용 바늘이 귀엽게 보일 정도로 훌륭한 암기라고는 해도 설마 정수리에 꽂힐 정도로 맹렬한 속도로 던지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로 살해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건 명백하다.
「헛, 욧」
때로는 철퇴로 해치려는 뜻을 튕겨내고 때로는 몸놀림으로 살의를 피한다.
공격은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 암살자라면 모습을 보인 시점에서 필사적일 테고 도움을 부르기 전에 끝을 내고 싶다는 심정은 타츠노미야도 이해할 수 있다. 은근슬쩍 방 출구로 향하려 해도 노린 것처럼 진로에 박히는 건 못이 아닌 바늘.
상대의 기량을 생각하면 도움을 부르면 오히려 희생이 늘게 된다, 라는 생각을 상대에게 전할 수도 상대를 믿을 수도 없다.
그런 한편 처음 던진 바늘에서 느껴지던 수상함은 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착각으로 끝내기에는 여전히 잔재가 강한 그 수상함이 거짓말인 것처럼 타츠노미야는 벽에 박힌 침들에서는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다. 살의마저 빠져 있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녀 자신의 불길함을 합치더라도 호소해오는 듯한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럴 바에야 차라로 부상을 입을 각오로 돌격해서 때리는 편이 쉽고 빠르다.
반은 습격자를 침묵 시킬 그런 한 수를 채용해볼까 하고 첫발을 내디뎠을 때였다.
「……윽!」
그 첫발은 억지로 물리게 되었다.
타츠노미야의 동물적 직감은 지금 던진 침 만은 절대로 맞아선 안된다, 라는 기피감을 몸에 박아 넣어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그 오른발을 물렸다.
톡, 하는 어딘가 얼빠진 소리는 바늘이 다다미에 박히는 소리.
실제로는 민첩함이 부족하여 살짝 발을 떼었을 뿐.
바늘은 발이 있던 위치를 멋지게 꿰뚫었다.
「훌륭하군」
「……칫」
습격자의 반응은 그 일격이 신중을 기한 진짜 공격이었다는 걸 말해준다. 양 자가 정지하여 다시 정적의 장막이 내려온다.
노림수는 피해냈지만 타츠노미야의 움직임은 확실히 감에 따라가지 못했다. 최강이라 칭송 받는 그라면 아마 더욱 안전하고 확실하게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 자리에서 실현할 도리가 없다.
귀인의 힘은 벚꽃 결정에 의존한다. 벚꽃 결투 때, 결정이 흩날리는 카미자쿠라 밑에서 대치하는 귀인들은 기초적인 신체 능력만큼, 여신의 힘만큼 그 힘을 최대화 시킬 수 있다. 역으로 말하면 귀인은 결정이 부족한 장소에서는 일반인보다 조금 능력이 좋은 인간일 뿐이다.
타츠노미야는 귀인 중에서도 특히 그 힘의 최대치가 높다. 하지만 그건 어디 까지나 최대치. 부지 내에 벚나무가 있다고는 해도 거리가 있는 자신의 방에서는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그가 현현 무기가 아닌 실물 철퇴를 휘두르는 것도 그것이 원인이다. 여신의 힘을 빌리는 것조차 마음대로 안 되는데 어떻게 무기를 현현 시킬 수 있겠는가.
허나, 그렇기 때문에 타츠노미야는 바로 그 불길함의 원천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이런 장소에서 그런 걸 휘두르다니 이거 놀랍구만. 어떤 여신님의 힘이신가?」
그는 확신에 차서 자객에게 물었다.
타츠노미야와 마찬가지로 전력과는 거리가 먼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진 결정적 우위.
마치 그녀가 던지는 바늘은──아니, 아마 거기에 발라진 독은 분명 여신의 힘을 끌어내는 것으로 만들어진 독극물임에 틀림없었다.
최강의 귀인조차 의심할 수 밖에 없었던 벚나무 밖에서의 상징 무기 현현.
「훗, 후훗……. 누, 눈치 채셨나요오?」
너무 기쁜 듯.
마치 자신 그 자체를 무한히 긍정해준 것처럼 소녀는 얼굴을 경련 시키며 능숙하게 황홀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바늘 하나를 장갑 너머로 만지작거리며 이어서 말한다.
「호로비는 언제나 치카게를 봐준답니다. 지금도 말이에요, 분명, 반드시. 치카게 같은 아이를 도와주다니 호로비는 얼마나 상냥한 걸까요. 이런 여신이 또 있을까요? 없겠죠? 있을 리가 없죠. 이~렇게 가까이서 협력해주다니……」
「호로비……죽음을 상징하는 여신, 이었나」
「맞아요, 잘 알고 계시군요. 하지만 모르고 계시길 바랐습니다. 어째서 당신이 알고 있는 거죠. 모른 채로 살아주시죳!」
갑자기 격앙된 소녀 · 치카게를 보고 타츠노미야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호로비를 깃들인 귀인과 결투한 경험이 있었지만, 그것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 실제로도 파악하고 있는 자가 적고 사용자도 한정적인 여신이다.
「……하지만 뭐, 안다고 해도 당신은 치카게와 호로비에게 살해 당할 거예요. 치카게의 특기를 알고 계신가요? ……독이랍니다, 독. 독 만들기. 바늘에 발라진 독은 치카게가 정성 들여 만든 것이니 꼭 맛보고 죽어주세요」
「독, 말이군」
「이미 눈치채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치카게가 쓴 독은 두 개 있답니다. 하나는 극히 평범한, 혹 당신이라면 죽지 않을지도 모르는 독. 그리고 또 하나는 천천히, 처~언천히 한 방울, 한 방울 치카게를 통해 호로비의 힘을 추출한 『명등독』── 그 누구라 해도 반드시 죽는 독이랍니다. 죽음 그 자체를 형상화한 독이라구요!? 이런 거, 호로비와 치카게만이 만들 수 있어요! 아아, 호로비 고마워요……당신 덕분에 치카게는 또 죽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아마도 그 『멸등독』이 발라졌을 바늘 끝을 황홀하다는 듯 어루만지는 치카게를 보고 타츠노미야는 이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이상하며, 불길하며, 또한 비정상적이라고 이해한 것이다.
몸놀림이나 기술의 완성도는 아직 미숙. 분명 결투였다면 타츠노미야가 압승해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최강의 귀인조차 힘을 끌어낼 수 없는 환경 아래에서도 여신의 힘을 끌어내는 것마저 성공했다.
여신의 힘을 끌어내기 위해선 여신과 마음이 통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귀인이 완전하게 달성하지 못하고 마치는 그것을, 의존이라는 뒤틀린 형태로나마 달성하여 힘을 쓰고 있다. 타츠노미야가 아는 한도에서 저 정도 젊은 나이에 이 정도로 힘을 쓸 수 있는 귀인은 없었다.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힘마저 독이라는 형태로 넣을 수 있는 독을 사용하는 암살자.
그 정신도, 그 재능도, 그 기능도,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반적인 것과 다르다는 뜻은, 귀인으로서의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몸이라도 습격자는 격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소의 생각을 고칠 필요를 만든다.
「기합을 넣도록 해볼까……」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중얼거린 타츠노미야는 더욱 강하게 철퇴를 틀어 쥐었다.
주의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되면 대응하는 건 쉽다. 설령 그것이 치명적인 일격이라 해도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하아!」
타츠노미야는 절대 크게 휘둘러서 빈틈을 드러내지 않도록, 하지만 제대로 맞게 되면 뼈 하나는 부러뜨릴 것 같은 강한 힘으로 계속해서 철퇴를 휘두른다.
스스로도 투사 도구를 사용하는 타츠노미야는 당연히 그 약점도 알고 있다. 예비 동작을 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육박해 간다면 쏘는 걸 허락하지 않고 방어전으로 몰아붙일 수 있다. 설령 귀인으로서의 힘이 아니라고 해도, 덩치 크고 훈련된 남자가 휘두르는 전력의 철퇴가 선이 가는 소녀에게 맞으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앗! 싫어!」
간발의 차이로 피할 때마다 비명을 지르는 치카게. 습격해 온 쪽이라는 게 거짓말인 것처럼 그 표정에는 두려움이 역력하게 드러나 있다. 철퇴라는 알기 쉬운 죽음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타츠노미야 역시 서로 목숨을 걸고 있는 이상 봐줄 생각은 없다. 피하는 치카게 역시 약한 여자아이 같은 회피 방법이 아니라 몸의 축을 어긋나게 하거나 잡았다고 생각하면 어느 사인가 몇 걸음 만치 뒤로 물러나 있거나 하는 등, 이런 난전에 익숙한 자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건 틀림없이 서로 죽이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 죽이려고 하기 때문에 정석대로 하는 건 마음에 의지가 되지 않는다.
「제길, 으럇!」
「하, 하하……」
공포의 임계점을 넘은 듯한 치카게가 입에서 건조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한다. 타츠노미야는 그것에 더욱 불길함을 느끼고……거기에 초조함마저 느껴지기 시작했다.
죽은 자가 웃고 있는 듯한, 상대를 하고 있는 게 바보같이 느껴지는 착각.
너무나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죽음 그 자체가 되어 습격해오는 듯한 소녀.
그런 상대에 대해서,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라고.
「얌전히──」
그것을 불식 시키기 위해 만들어 낸 그 일격은 너무나 정확하고 강렬했다.
「있으란 말이다!」
「으갹……!」
그 강렬함, 산 몸의 소녀가 방패로 삼은 왼손을 부수고도 기세가 남을 정도.
그 정확함, 팔을 희생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두개골을 부술 수 있었을 정도.
결투였다면 결판이 났을 것이라는 걸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통쾌한 일격.
……하지만 그건 너무 과하게 정확했고, 과하게 강렬했다.
그래서 그녀는 죽음 속에 있으면서 결국 그곳에서 찾아낸다. 자신이 사는 길을.
「흐엣……」
타격이 이뤄진 직후, 비통의 그림자에서 흘린 치카게의 웃음. 타츠노미야는 거기서 자신의 실책을 깨닫는다.
분명 이 전력에 가까운 일격은 최소한 상대를 전투 불가, 잘만 되면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이상적인 공격은 이상적이기 때문에 상대도 노림수를 읽게 게 만들어버린다.
치명적 일격을 반드시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여지를 항상 준비해 둬야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
「윽! 크엑……!」
살갗을 가리키는 통증과, 치카게가 창가의 벽으로 내동댕이쳐진 것은 동시였다.
타츠노미야가 눈을 향한 건 자신의 왼쪽 허벅지.
부룩, 하고.
이상하고 불길하고 비정상적인 힘을 휘감은 바늘에서 마치 농담처럼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피부에서 아래로 드리워지듯이 독이 자라나고 있었다.
「…………」
아무리 그라 해도 그것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아주 조금 힘을 넣은 것 만으로 바늘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하지만 그 대신이라는 듯이 다리에서 힘이 빠져 철퇴를 지팡이처럼 짚으며 무릎을 꿇은 그는, 달빛을 등진 자객의 목소리를 듣는다.
「히, 히히……호로비……해, 냈어, 요. 해냈어……해냈다고요, 치카게는……」
왼팔을 축 늘어뜨린 치카게의 표정은 울적한 환희의 웃음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해냈다……! 치카게는, 치카게느은……아앗, 죽지 않았어! 이히, 이햐하하하!」
미친 듯이 기뻐하던 치카게는 남아있는 오른팔로 장지로 된 창문을 부수고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가 도망쳤다.
한동안 깊은 밤 중에 울려 퍼지던 섬뜩한 웃음도 저 너머로 사라지고, 진정한 정적이 되돌아온다.
「하아……」
치명적인 바늘을 피해서 바늘이 꽂히지 않은 다다미에 대자로 누운 타츠노미야는 냉정하게 일어난 사실을 되새기고 있었다.
암살자의 독에 대한 자신감은 진짜임에 틀림없었다.
체내에 있는 결정과 더불어 자신의 존재가 깎여나가는 듯한 상실감이 그를 지배하고 있다.
즉사는 면한 것 같고, 일단 몸도 아직 움직인다. 하지만 지금껏 결투에 몸을 던져오던 타츠노미야에겐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정도의 능력은 갖추고 있었다.
「저질러버렸구만……」
그래서, 내일 아침.
아직도 여러 가지 즐거움이 한참 남아있는 남자에게 그것은 너무나 짧게 남은 삶이었다.
「어쩔 수 없나」
껄껄, 하고 힘 없이 웃은 타츠노미야는 그것을 경계로 일말의 비장함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생각하는 건 단 한 가지, 남은 시간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아랫사람들을 혼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유서는 필요하겠지만 그건 어디 까지나 사무적인 일이다. 필요한 내용은 한정되어있다.
그렇다면 다음은──
「일생일대의 대승부, 인가. 못 참겠구만, 어이!」
최강의 남자는 미래가 있는 자에게 남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귀인으로서, 벚나무 아래에 존재하는 자로서, 다음으로 이어갈 것을.
결투를 통해서 자신이 명을 다하기 전에 자신을 광명으로 삼기 위해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잠도 못 자고 새벽을 맞이한 타츠노미야는 벚나무 아래서 아마네 유리나와 마주한다.
인생 최후의 결투를 미래에 새겨 넣기 위해서.
자, 자, 이것이 이야기의 뒷면.
아직 납득하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건 다음 회까지 기다리렴.
전 회가 앞면, 이번 회가 뒷면이라면, 다음 회는 무대 뒤와 그 다음을 이야기해보기로 할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지금은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야미쿠라 치카게.
이 이야기를 움직인 영웅 중 한 사람.
그 뒤틀린 모습은 너에게도 인상 깊지 않았으려나.
아마네 유리나나 히사메 사이네와 달리 그녀는 정도가 아닌 사도로서 어둠 속에서 사는 영웅이야.
하지만 그녀 또한 이 이야기의 중심 인물.
인연 속에서 발버둥 치고 그 끝에서 무언가를 붙잡게 될 거야.
애초에 이건 벚꽃 내리는 시대를 만들어낸 일대 영웅담이야.
전에 없을 정도로 영웅이 태어나고 싸움 끝에 완성되어 갔지.
아마네 유리나, 히사메 사이네, 야미쿠라 치카게, 그리고 아직 이야기해주지 않은 나머지 한 사람.
무슨 말인지 너라면 이미 짐작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거지.
자, 부디 그녀의 사는 길에 갈채를!
즉, 이 이야기 끝에는 네 명의 여신이 탄생하게 돼.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이번 일로 여신이 됐다는 건 아냐.
타츠노미야 잇시의 암살. 이건 일대 사건이긴 하지만 아직도 그녀의 그릇은 미완성이지.
그녀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야. 뒤틀린 영웅이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원하는가.
그 결말도 기대해주시라.
아차,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맨 처음에 이 이야기는 전부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었는데.
다음 회에서 제 2 권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끝을 고할거야.
그리고 히사메 사이네와의 최후의 결전을 전할 때까지를 「서장」이라 한다면,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들은 이른바 「제 1 장」이지.
자, 하나의 이야기가 끝났어. 마지막까지 어울려주길 바라.
화자 : 카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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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 완료 감사합니다! 카드까지 띄워주시는거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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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원문 그대로 옮겨온 거라 사실 제가 한 건 번역 밖엔 없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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