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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의 플레이 후 쓰는 서스펙트 게임 리뷰 (스포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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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21: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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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9 그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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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리뷰에 들어가기 전
안녕하세요, 그라운입니다. 리뷰이벤트가 있다길래 후다닥 복붙해왔습니다!
요 리뷰는 사실 올해 초쯤에 쓴 글이고 보드게임 잡지에도 영광스럽게 올라갔던 적이 있어요. 다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리뷰를 쓴 후에도 플레이를 많이 지켜봤지만, 후기가 여기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아 이벤트 자체는 요 글 그대로 참여해보려고합니다.
사실 강강스포 버전으로 스토리들 자체에 대한 리뷰가 제 메모장에 있긴 한데요. 이거 쓰면 범인&비밀은 물론이고 단서들 하나하나 다 누구껀지까지 나와서... 이벤트 글에는 제외하고 따로 url로 나중에 올릴려구요 흐흐
살짝 스포하자면 위 그림처럼 스토리라인을 쭉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리로드 개발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재미있게 플레이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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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전
스포를 극한으로 없앴습니다. 다만 게임 특성상 스포에 많은 영향을 받기때문에 "나는 게임이 어떤 느낌인지 아는 것조차 스포일러같다"는 분들은 보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작년에 게임을 했고, 최근에는 새로운 8명을 영입해서 관전을 했습니다. 총 12회의 시나리오 진행해서 느꼈던 것들을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2. 게임에 대한 간략한 소개
당신은 범인이 아닙니다.
당신은 친구들 4명이서 유람선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사실 당신은 그렇게 설레지 않았습니다. 5명 중 1명은 학창시절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학교폭력의 고통을 안겨준 장본인이기 때문이죠.
당신은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몰래 그 친구에게 독극물이 든 음료수를 먹여 살해할 계획이었습니다. 유람선에서의 첫째날은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밤, 그 가해자 친구는 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과도에 찔린채로 말이죠. 당신을 포함한 4명 중 한명이 범인인것이 확실합니다. 당신의 친구들 중 범인은 누구일까요? 범인을 찾는 것도 찾는 거지만 당신은 피해자를 독살하려는 계획을 숨겨야합니다. 이 사실이 들킨다면 살인미수로 같이 잡혀갈 것이 뻔하니까요. 당신의 비밀은 지키되, 진범을 찾아서 검거해야합니다. 단서를 바탕으로 말이죠.
...대충 이런 게임입니다.
JTBC의 크라임씬 게임을 아시나요? 크라임씬 보드게임이라 하면 설명이 좀 빠를 것 같습니다! 서스펙트 게임은 머더 미스터리 장르를 보드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3. 장점
(1)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비밀의 존재
크라임씬 카페나 다른 보드게임과 시스템적으로 가장 차이나는 부분입니다. 크라임씬은 "범인만 거짓말이 가능"하기 때문에, 범인이 아닌 사람은 자유로운 발언이 불가능합니다.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도 그냥 불어야하는 상황이 오죠.
그런데 서스펙트 게임에서는 이 규칙을 없앴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범인이든 아니든 모두가 게임을 즐겁게 즐길 수 있었고, 게임의 양상도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이게 왜 큰 장점이나면...크라임씬 카페나 다른 크라임씬류 게임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ooo씨, 당신 5년 전 교통사고에 대해 아나요?" -> "(엄청 불리한 진술이니 모른다고 해야지) 아뇨 모르는데여" -> (나중에 관련이 있다는게 밝혀짐) -> "알 수밖에 없는데 왜 모른다고 하지? 거짓말일 수밖에 없으니 찜찜해도 ooo를 범인으로 찍자"
그 사고의 내용과는 관계 없이 "모른다"는 진술이 거짓말이 되어 범인이 확정되는 판 말이죠...이런 상황을 배제해줌으로써 플레이어들에게 추리와 추궁을 하도록 유도해줍니다. 물론 플레이어가 느끼는 자유도도 훨씬 올라가구요. 이 점은 다른 어떤 롤플레잉 머더 미스터리류 게임보다 낫다고 생각됩니다.
(2) 디테일한 이미지 묘사와 사건 묘사
크라임씬에서는 단서를 직접 눈으로 찾고, 손으로 만집니다. 물리적인 단서 물품이 있어서 옷 안을 들춰보거나 침대 밑을 훑거나 하는 식으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드게임에서는 그것이 안됩니다. 서스펙트 게임에서는 이를 '단서카드 선택'의 방식을 채용했습니다.
이 방식 자체는 다른 게임들과 동일합니다. 게이머 오버, 캐치 크라임 등등... "카드를 보는 행위"에서 최대한 "관찰과 추리"의 느낌을 살려줄 수 있는 디테일한 일러스트를 이용한 서스펙트 게임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서스펙트 게임에서는 일러스트또한 추리에 도움이 됩니다. 다른 게임에서는 카드 설명이 단서의 전부이고, 일러스트는 그냥 인터넷에서 긁어온 경우가 있었습니다. 서스펙트 게임에서는 그림을 잘 보는 것도 추리에 큰 도움이 되며, 이는 어쩔 수 없는 보드게임상의 한계를 극복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사진같지도, 그림같지도 않은 적절한 일러스트 디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3) 명확하면서도 적절하게 복잡한 트릭과 사건
각 시나리오의 난이도가 적절하게 설정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추리게임을 처음하는 사람이라도 롤플레잉을 하면서 "아 추리란 이런것이구나!"를 맛볼 수 있게 합니다. 이미 추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여러 트릭도 마련되어있습니다. 트릭 자체의 난이도는 (다 해보고 나니까...) 크게 높지 않았습니다. 더 높았다면 범인이 다 이겼을 듯...
(4) 결정적 단서가 없다
크라임씬 많이 보신 분이라면 요런 상황이 많이 연출되는 것을 아실겁니다. "당신이 놓친 결정적 단서!!" 물론 실제로 단서를 조사하는 크라임씬 카페나 추리 체험 콘텐츠라면 '결정적 단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장치입니다. "아, 내가 관찰력이 부족했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볼걸!"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하지만, 서스펙트 게임의 시스템 상 이런 경험을 하기는 힘듭니다. 단서를 어떻게 뽑는지에 따라 플레이 양상도 달라지고, 거짓말이 가능하므로 범인이 '결정적 단서'를 뽑는다면...? 그대로 게임 끝. '단서 토큰'이라는 장치가 있긴 하지만 단서 제공에 있어서의 공정성이 보장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오프라인 크라임씬처럼 모든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아, 이렇게 생각할걸! 다음부터 잘해야지!'보다는 '저거 뽑았으면 알았을텐데...어차피 모르는 게임이었네'가 되버립니다. 즉, 운빨을 너무 많이 타게 되겠죠.
단서적인 측면에서 느낀점은 서스펙트 게임에서는 '결정적 단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단서간의 중요도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만, 범인을 단서 카드 하나만 뚫어져라보고 확정!할 수 없게 만들어놨습니다. 이 점도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시나리오마다 "결정적 단서가 몰려있는 정도"는 다르긴 한데...더 언급하면 스포니 요것도 패쓰.
(5) 세계관 공유
4개의 시나리오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같은 멤버로 진행한다는 가정하에, 이런 장치는 플레이어에게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해줍니다. 마치 MCU에서 어벤져스가 모인 것처럼 말입니다. 괜히 그렇잖아요, 자기가 아는거 나오면 기쁘고...전판 시나리오에서 나만 알고있었던 정보가 도움이 되기도하고 그럽니다. 이 점은 각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4개의 시나리오가 하나의 소설이 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의 구심점이 되는 "그 단체" 내용이 후속작에서 좀 더 풀렸으면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ㅎㅎ
4. 장점이자 단점
(1) 몰입을 하면 할수록 정말 재미있다. 그런데 몰입을 못한다면...?
추리 게임이긴 하지만, 결국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디텍티브 모던 크라임>이나 <사건의 재구성>같은 다른 추리게임과 <서스펙트 게임>을 구분시키는 것은 이 '롤플레잉'의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한 캐릭터에 몰입해서 서로가 캐릭터가 되어 공방을 벌이는 과정은, 어쩌면 추리를 완성하고 사건의 전말을 아는 것보다 즐거운 경험일 수 있습니다. 저또한 그랬구요. 친한 사람들끼리하면 추리과정에 있어서의 즐거움은 배가됩니다.
특히, 몰입도에 따라 이 과정의 즐거움은 크게 영향을 받는데요. 내 자신이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하느냐, 시나리오를 얼마나 잘 공부하고 숙지해왔느냐가 이 과정의 즐거움을 더 증가시킬수도, 감소시킬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몰입많이 할수록 재밌고 주변에 과몰입 잘하시는분들 불러서 하면 추리는 다 틀려도 그 경험 하나는 매우 즐거울거라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몰입을 깨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몰입해서 하기 싫은 사람은? 이런 사람이 몇명만 있어도 게임의 재미는 다운된다는 점이 단점이 되곘습니다. 즐길 수는 있는데 그냥 추리게임 느낌이랄까. 연기를 못하는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되보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이 1~2명 있어도 4명 다 몰입한 판보다는 재미가 덜할 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랬구요.
이 점은 룰북에서도 조언해주고 있긴 합니다.
(2)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시나리오
이 게임은 각자 개인 시나리오를 받는데요. 이게 소설 형식으로 쓰여져있습니다. 타임라인을 정리해주긴 하는데, 결국 내 캐릭터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해력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면,
"나는 A라는 사람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다. 신체포기각서도 썼다. 근데 A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을 복도에서 엿들었다. 나는 A를 죽이기 위해 독약을 샀지만 독살에는 실패했다." 라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합시다.
그럼 개인 시나리오에는
"A는 당신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약점을 빌미로 A의 협박 강도는 점점 심해졌고, 당신은 신체포기각서까지 쓰게 되었다. 협박은 계속되었지만 당신은 A가 당신을 죽이지 못할 것을 알고있었다. 그가 날 죽이면 많은 걸 잃게 될 것도 당신은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복도에서 들은 그 이야기는 당신의 확신을 산산히 깨부수었다. A가 결국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꼈다. 내가 먼저 A를 죽여야한다. 당신은 A를 죽이기 위해 독약을 샀다. 독약을 구매하고 돌아오는 길, 당신은 두려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A가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어있는 것이었다."
...대충 이렇게 써있습니다. (비슷한가요?)
하나의 추리 소설을 읽는 것 같아서 저는 좋았습니다. 캐릭터가 생각하는대로 읽어나가다보니 몰입하기도 쉬웠습니다. 요런 방식의 단점도 있는데...바로 중요한 단서를 본인이 놓칠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쓴 예시를 쭉 읽다보면 '복도에서 살해계획을 엿들었다'는 정보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근데 그게 제 알리바이를 증명할 길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다양한 플레이가 나오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텍스트는 따로 볼드처리를 해주면 "아, 여기 있는데 몰랐네 미안"하면서 몰입이 깨지는 상황은 줄지 않을까요.
(3) 역할 책자에는 없는 무언가
시나리오에 자기가 한 모든 행위가 다 나오지 않습니다. (???) 그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진짜로 그 캐릭터조차 잊어버린 경우. 하나는 기억은 할 것 같지만 제시가 안된 경우입니다. (스포가 될까봐 구체적인 예시를 못들겠네요)
전자는 시나리오가 그걸 의도한 거니 알아서 잘 하시면 됩니다 ㅎㅎㅎ. 후자는 장점이자 단점인데, 장점은 이런 요소덕분에 임기응변을 요구하게 되고, '난 시나리오 완벽히 공부했으니 안심하고 해야지'하는 플레이가 불가능해집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거죠. 단점은 이런 거때문에 말이 꼬이게 되고..임기응변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면 '기억 안난다'고 하다가 의심받고 그럽니다. 특히 범인인 경우 좀 크리티컬해요.
캐릭터 자기자신이 작성하거나 봤고, 똑똑히 기억할 수 있는 단서들은 시나리오북에 충분히 제공해주었으면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근데 이것때문에 또 재밌어서 다 알려주면 좋겠다!고 확실히 주장하기도 그러네요.
5. 한계점
(1) 시나리오의 이해도가 다음 시나리오에 영향을 준다
이것도 사실 스토리 즐기는 입장에서 좋기...는 했는데요. 저희 파티를 제외한 2개의 파티에서 문제점이 나타나서 언급하긴 하겠습니다. 이 게임은 4가지 시나리오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진득하게 즐길수록 얻는 것도 많고 와! 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이건 정말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근데 특정 시나리오에서는...이런 경험의 유무가 범인의 동기나 용의자의 비밀에 좀 큰 영향을 줍니다. 어떤 시나리오인지는 스포라 언급하지 않을게요. 하신 분은 짐작하실 수 있을거에요. A 시나리오라고 하겠습니다. A에서 특정 인물 (가)씨...의 비밀 또는 살해 동기가 다른 시나리오를 잘 이해해야 맞힐 수 있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모든 플레이어가 마지막 추리쇼를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가)씨의 비밀/살해동기는 알기 힘들지 않나 생각됩니다.
세계관 엮는게 안좋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플레이어들에게 오히려 좋은 경험을 주었습니다. 다만, '단순 플레이만 하고 충분힌 추가콘텐츠를 즐기지 않았다'는걸 디폴트로하여 비밀이나 살해동기를 설정하면 좋지 않을까싶습니다. 흔치는 않지만 중간에 멤버가 바뀌는 경우도 있을거구요. 요 점이 아쉬웠어요!
(2) 게임 인원 수 제한
어쩔 수 없이 4명이서 하는 게임이라 인원에 대한 자유도가 부족합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후속작은 3인이라던데, 모이기는 쉽겠습니다만 머더 미스터리 파티의 복작복작한 느낌과 롤플레잉하는 맛이 줄까봐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합니다. 크라임씬처럼 탐정 역할을 추가하여 1명정도의 유동적인 인원 플레이가 가능하면 좋겠지만...탐정 추가에 따른 밸런스 조절도 필요해보입니다. 범인이 너무 불쌍해지기 때문이죠.
(3) 용의선상에서 쉽게 벗어나는 역할이 존재
범인-용의자 간의 밸런스는 잘 잡혀있다고 생각되지만, 용의자 안에서의 밸런스는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4명이 있으면 1명정도는 항상 용의선상에서 확실히 벗어나더군요. 즉, '범인을 확정하는 결정적 단서'는 없지만, '범인을 아님을 확정하는 결정적 단서'는 있기 때문에...
먼저 용의선상에서 제외된 분은 실망(?)할 수 있습니다. ㅋㅋㅋ
근데 '범인이 아님'도 확정 못하면 게임이 엄청 어려워지긴 하겠네요. 뭐 게임 장르 특성에 따른 문제라고 보입니다. 딱히 크리티컬하진 않아요.
(4) 튜토리얼의 부재, 미숙한 시나리오1 플레이
튜토리얼이 없어서 시나리오 1 - J의 비극을 할 때 어리둥절하거나 갈피를 못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을 못잡았다고 해야겠네요. 단서는 직관적이다. 일러스트에도 단서가 있다. 사건은 현실적이다. 등 게임의 특성에 대해 감을 잡는 6라운드짜리 튜토리얼 시나리오가 있었다면 더 재밌게 플레이했을 것 같아요.
정말 현실적인 범행을 생각하고 시작하시는 분도 계셨고, 코난급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범행을 생각하고 시작하시는 분도 계셔서... 더 온전한 경험을 위해 튜토리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6. 시장조사(?)
12명+a의 게임 진행을 바라본 결과...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 추리에 집중하는 사람
- 롤플레잉에 집중하는 사람
- 그 둘을 따라가는 사람...
입니다.
추리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보통 추리소설같이 증거에 따른 논리적 추론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마치 탐정이 된 듯 각 단서를 조합하고,
알리바이를 심문하며 마지막으로 범인을 추리할 때 큰 행복을 느끼는 듯 합니다.
롤플레잉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역할 연기 및 스토리의 연계성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며 자유롭게 거짓말하고 그 속에서 가벼운 추리를 즐기는 듯 합니다. 이런 분들은 시나리오 1~3의 "그 연결성"을 모두 파악한 뒤 마치 소설 한 편을 끝낸 듯한 만족감을 느낍니다. 머더 미스터리 파티의 그 분위기를 좀 더 즐긴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서스펙트 게임>은 위 두 유형의 사람들을 적절한 밸런스로 몰입시키고 사로잡았습니다. 만약 여기서 추리의 난이도가 더 올라갔다면 미스터리 장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어필이 안됐을거고, 더 낮아졌다면 전자의 유형의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거에요. 이 밸런스는 정말 잘 잡혀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추리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롤플레잉이 힘들어집니다. 이...뇌에서 역할연기 담당 용량과 추리 담당 용량을 할당해서 쓰는데 추리가 어려워질수록 캐릭터 연기 버리고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야해! 하는 느낌.
<서스펙트 게임>의 후속작에도 이 밸런스를 유지시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니면, 좀 더 하드한 미스터리용 서스펙트 게임 후속작 하나 / 좀 더 롤플레잉과 파티 느낌이 많이 나는 서스펙트 게임 후속작 하나
해서 유형을 분리시키는 것도 좋아보이네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저는 후속작이 나오면 뭐든 플레이합니다 ㅎㅎ.. 팀 서스펙트 화이팅..!
7. 팁&유의점
몇가지는 룰북에도 있습니다.
(1) 필기
적으면서 하시면 더 좋습니다. 은근 플레이타임이 길어서 나중가면 초반 단서 까먹습니다...보통 시체먼저 조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중요한 단서가 기억에서 휘발되면 온전한 추리가 안됩니다.
와디즈판은 추리노트를 하나 주니까 거기에 필기하고, 아니라면 A4 몇장 챙겨서 적으면서 해보세요.
(2) 천천히 몰입하며 즐기기
위에서도 계속 언급되었지만, 몰입할수록 게임 재미가 확 올라갑니다. 만날시간 없다고 하루에 시나리오 2~3개 몰아서 하지마시고 천천히...텀을 두면서 짧으면 하루, 길면 일주일 전에 시나리오북을 각자 받아서
공부해서 오면 좋습니다. "이런 점은 분명 약점이 되겠는데?", "이거 나오면 내 비밀 바로 까질듯...이렇게 대응해야지", "나는 살인 동기가 부족함을 어필해야겠어" 정도는 생각해오세요. 중간에 시나리오북 펼치면
재미도 없고, 범인이 힘들어지고...그럽니다.
(3) 논리적 추리 지향하기
감성추리도 나쁜건 아니에요. "너 표정이 굳었는데?"같은 플레이어에 관한 추리라던지, "제작자 입장에서 이걸 이렇게 하진 않았을거야"같은 게임 외적인 요소에 의한 추리도 어느정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추리만 하면 재미도 없고, 정확도도 떨어집니다.
"죽일 수 있는가?"를 먼저 따져보세요. 논리적인 추론에 감성 몇 스푼을 넣어야지, 감성추리만 하면 이 게임의 묘미를 다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8. 마치며
리뷰라고 했는데 결국 유튜브의 '서스펙트 미리보기'랑 '개발 현황'에 나온 게 잘 구현됐다! 라는 내용밖에 없는 듯. 더 추가할게 생각하면 수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서스펙트 게임 펀딩한지 1년이 지났네요. 지난 1년간 이런 몰입감을 준 게임은 손에 꼽은 것 같습니다. 후속작...개발 현황이 시급합니다 ㅠㅠ 마음같아선 시나리오 내용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 및 후기도 남기고 싶은데 스포가 너무너무 심하니 패쓰. 시나리오 하신분만 볼 수 있게하는 방법을 찾아서 내용에 대한 리뷰를 써볼 계획입니다.
리로드 너무너무 기대되네요!!
여태까지 서스펙트로 미스터리에 입문해서 미스터리 전도사가 된 그라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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