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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달의 남극에서 펼쳐지는 밀도있는 전략, 섀클턴 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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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12: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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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0. Shackleton base
이 곳으로부터 38만 5천 킬로미터. 그 곳에는 지구의 위성, 달이 지구 주변을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달의 자전축의 남쪽 끝, 다시 말해 달의 남극는 직경 21km, 깊이 4km의 크레이터가 있습니다.
아득히 먼 옛날 달에 충돌한 소행성이 만들어낸 깊고 깊은 구덩이죠.
인류는 이 분화구의 남극 탐험가인 어네스트 섀클턴의 이름을 따, <섀클턴 분화구> 라고 명명합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이 섀클턴 분화구에 기지를 건설하는 임무를 가지고 달로 향하게 됩니다.
걱정 마세요. 여러분들을 보조할 세 개의 기업이 이미 달에 도착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2024 에센슈필 현장을 뜨겁게 달군 화제작이죠? 오늘 이야기 해 볼 게임은 미드나잇 정글의 <섀클턴 베이스> 입니다.
이 글은 미드나잇 정글로부터 영문판을 제공받아 플레이해본 후 작성하는 글이고요,
평소보다 조금 힘을 빼고 가볍게 쓰려 합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 빨간색 미플은 주로 기업 프로젝트를 후원하러 다니게 됩니다. 영업직의 표정인거죠.
1. 어떤 게임이냐면요
섀클턴 베이스는 일꾼놓기 전략게임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라운드 마다 일꾼을 여섯개 받아 이를 차례마다 배치하면서 액션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들은 섀클턴 분화구를 탐사하고, 분화구 주변에 여러가지 구조물을 짓기도 하고
기업의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행동을 통해 점차 섀클턴 분화구를 개발해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게임을 진행하다가 세 라운드, 다시 말해 도합 18개의 액션을 수행하면 게임이 종료됩니다.
뭐 간단하죠?
2. 일꾼놓기 게임이지만요
보통의 일꾼놓기 게임이 "다양한 액션칸"을 제공하고 "선점"을 노리도록 유도하는 것과 달리
섀클턴 베이스의 경우 액션의 종류가 적은 대신, 일꾼이 들어갈 수 있는 칸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들어갈수록 조금씩 비효율적인 액션을 하도록 강제하죠.
▲중앙 가장자리의 하얀 사각형과 우측 하단의 하얀 사각형들 모두가 액션칸입니다.
예를 들어 명령 행동 3종의 경우 나중에 들어가는 플레이어는 입장료를 더 내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니 1원 단위로 마이크로컨트롤을 하는 경우엔 순서까지 고려해가면서 플레이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어요.
한편 중앙 가장자리의 크레이터 탐사 행동의 경우 미플을 놓는 육각 헥스의 열의 구성에 따라 혜택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원하는 혜택으로 구성된 크레이터 탐사칸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고려를 하도록 하고 있죠.
그렇다보니 일꾼놓기의 전매특허인 "내가 이거 해야하는데 쟤가 막아버려서 못해 으앙" 하는 느낌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플랜 A가 막혀도 플랜 A'로 계획을 수정하여 진행할 수 있거든요. 물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순위권에서는 멀어지겠지만요
따라서 섀클턴베이스를 플레이하면서는 막 다른사람 보면서 외줄타기 하는 기분이 드는 그런 플레이보다는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하는데 뭘 먼저 해야 날치기 안당하고 효율적으로 돌릴까?" 라는 플레이를 하게 되더라고요.
▲ 이걸 타고 우리의 일개미우주작업자들이 팀을 구성하여 옵니다.
아, 그리고 같은 행동을 수행할때에도 그걸 수행하는 일꾼의 종류에 따라 효과가 조금씩 다르거나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작가의 전작인 다윈의 여정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있었죠? 요런 부분에서 자신만의 킥을 가미하고 있더라고요.
나아가 이러한 일꾼의 종류의 구성을 매 라운드 시작시 프리세팅된 우주선에서 선택을 해오는 기믹도 재미있었습니다.
3. 액션의 종류가 적다보니 말이에요,
하지만 플랜 A'를 돌릴 수 있다는 말이 곧 벽게임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섀클턴베이스는 액션의 종류가 5가지 정도로 정해져있고, 에이전시 리더 타일 외에는 플레이어간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각 플레이어들이 해야하는것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크레이터 탐사로 자원 받아오고, 일꾼 회수 영향력 각 보면서 기지 배치하는게 메인이고,
그 와중에 이번 게임에서 세팅된 기업에 따라 점수를 얻어올 방법을 고심하는것 정도거든요.
그렇다보니 다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플레이하게 됩니다.
▲이렇게 건물을 올리고 난 자리에 작업자를 배치하면 각종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예를들어볼까요? 방금 전에 "일꾼 회수 영향력" 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게임을 플레이하며 기지의 구조물을 중앙 보드로 보내게 되는데, 보내고 난 빈자리에 일꾼을 채워넣을 수 있습니다.
채워넣은 일꾼의 종류에 따라 추가 능력이 해금되거나, 종료 후 승점을 주거나, 수입을 주는 등 다양한 혜택이 있어요.
그러니 이 일꾼을 적재적소에, 좋은 타이밍에 채워넣어야 하겠죠?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라운드 마칠 때 크레이터 탐사로 보낸 일꾼을 회수하는 것입니다.
▲노란색 작업자는 이제 제겁니다. 저의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하죠.
예를들어 크레이터 탐사 행동을 수행하려면 노란색 미플처럼 지도 가장자리에 미플을 배치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 보면 상단의 노란색 일꾼이 바라보는 라인에서 녹색의 건물이 4칸으로 가장 크잖아요?
그럼 녹색 플레이어가 라운드 끝에 해당 일꾼을 자신의 기지로 데려와 건물에 때려박고 일을 시키게 됩니다.
심지어 저 노란 미플을 최초 배치한 플레이어가 녹색이 아니라도 말이죠. 오 냠냠굿.
그러니 크레이터 탐사에 일꾼을 넣을 때에도, 그리고 중앙보드에 구조물을 넣을 때에도 일꾼 회수 각을 신경써야해요.
일꾼을 먼저 넣자니 그거 회수하겠다고 다른 사람이 구조물로 알박기 해 버릴 수 있고,
구조물을 먼저 지어서 좋은 땅을 만들어놓자니, 대놓고 내가 메이저 먹은 라인에 다른사람이 일꾼 넣어줄 것 같지도 않고
이런 저울질을 게임 내내 지속적으로 하게 됩니다.
지금은 간단하게 일꾼 회수에 대한 얘기만 했지만, 크레이터 탐사 꿀각을 보는 눈치싸움이라거나
기업에 따라 땅싸움, 혹은 자원싸움을 유도한다거나 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좋죠 이런 긴장감 있는 게임..
4. 여러분들을 도울 대기업이 세 곳이나 와주셨는데요,
여러분들은 이제 막 섀클턴 베이스에 도착한 스타트업(...)일 뿐이고요,
섀클턴베이스에는 여러분들에게 가이드를 내려줄 대기업 7곳이 있습니다.
▲ 여러분들의 취업박람회가 달에서 열립니다.
이 기업들은 간단히 말하면 "모듈식 무작위요소" 라고 보시면 됩니다. 매 게임 세팅시 무작위로 세 개를 세팅하죠.
일반적으로 이런 모듈의 경우 모듈없는게 기본게임, 거기에 새로운 맛을 추가하기 위해 모듈 사용...같은 개념인데
섀클턴베이스의 기업은 모듈을 포함하는 것 자체가 게임의 세팅입니다. 조합은...7C3이니까 35개 케이스가 나오겠군요.
중요한건 이 기업들이 게임에 얼마나 다채로운맛을 부여해주냐...겠죠?
기업들은 각 기업들의 고유한 점수 획득 루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문마이닝의 경우 헬륨이라는 고유자원과 희토류, 티타늄 자원을 배달하여 승점과 혜택을 챙겨주고요,
비슷한 포지션의 셀레늄 리서치의 경우 고유 자원 3종을 배달하여 승점과 혜택을 챙겨줍니다.
그런데 요녀석의 경우 문마이닝에 비해 요구하는 자원치가 높구요, 혜택이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문마이닝은 희토류와 티타늄이라는 일반 자원을 소모하지만, 그만큼 요구하는 자원 갯수는 적어서 배달하기가 용이하구요.
에버그린 팜이라는 기업의 경우 중앙 보드에 중립건물을 올려, 라운드 종료시 라인별 영향력 싸움을 할 때
영향력에서 우위를 가져 작업자를 회수할 때 중립건물의 혜택을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땅싸움의 경향을 키워주죠.
스카이워치라는 기업은 달에 충돌할 소행성을 방어하는 임무를 플레이어에게 부여합니다.
이 임무는 다 같이 해야하는 의리게임 같은건데요, 의리게임에서 실패하면 건물이 날아가고 승점도 날아갑니다. 바이바이.
자신의 액션 기회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써야하지만 동시에 노력 대비 아웃풋이 꽤 짭짤한 기업이에요.
▲ 기업들의 조합에 따라, 플레이어들의 성향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변화됩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기업이 들어가는가, 어떤 기업들이 함께 등장했는가에 따라 플레이 경향을 꽤 다르게 선사합니다.
저는 일부러 같은 테이블에서 기업구성을 바꾸며 연달아 두 판을 했는데 모두들 두 게임 인상이 꽤 달랐다고 하셨어요.
근데 또 이게 막 경천동지할정도로 다른 게임처럼 변해서 게임의 일관성을 해치는 정도는 아니고요,
전체적인 기승전결은 유사하지만 게임에서 운영할 수 있는 테크트리의 <선택지>가 새로 주어진다는 느낌이었어요.
5. 전체적으로 어땠냐면요
이 게임의 공동작가인 Nestore Mangone은 Simone Luciani와 이전에 다윈의 여정을 함께 작업했었죠?
다윈의 여정을 할 때에도 느꼈었는데, 어느 한쪽으로 과하게 치우치지 않고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 수 있는 액션이 적고 전체적인 그림이 비슷한건 옛날 전략게임들의 특징인데,
그러면서도 방해 한방에 무너지지 않게 행동칸을 분산시켜서 효율성의 차이를 둔다거나,
기업이라는 모듈들로 다양성을 보장하는 요즘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특징도 잘 드러나있더라고요.
섀클턴베이스는 이런 상반된 매력들을 맛있게 잘 버무려놨습니다.
잔규칙이 많지 않아 배우는데 큰 부담도 없고, 플레이도 꽤 담백하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액션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건 오롯이 파일럿의 실력에 좌지우지되니 머리 굴리는 맛이 좋아요.
더불어 게임마다 어떤 기업이 등장하는지에 따라 게임의 양상도 다양하게 바뀌죠.
올해 플레이했던 전략게임중에서는 손꼽을만큼 즐겁게 즐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 플레이도 매우 기다리고 있구요.
미드나잇 정글이 여러분들을 섀클턴 분화구로 초대할준비를 마쳤습니다.
여러분들의 지갑은 준비가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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