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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로드 잉크의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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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5 23: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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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47 폭풍먼지
손상할인에 레일로드잉크 블루가 떠 있기에(금방 나갔지만요.);
리뷰라기엔 좀 부족한 다른 이야기들을 끄적여봤습니다.
그림 그리는걸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런 성향의 다른 많은 아이들이 그러하듯
뭔가 손에 그릴 수 있는 도구를 쥐어주면
종이 뿐 아니라 바닥, 벽… 손 닿는곳 어디든 선과 도형들을 그어대며
이야기를 만들고 하루 종일도 그렇게 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점 더 어른에 가까워 질 수록
그림에서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게 되어갔고,
그렇게 그림 그리기도 더이상 즐겁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되었죠.
('I remember you'MV, skid row )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또 그 그림에서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아도..
세상엔 다른 할 것도 많았고
다른 재미있는것, 맛있는것들도 많았으니,
그렇게 그리는 재미를 잊은채 살고 있었죠.
그러던 중 레일로드 잉크라는 팬과 보드가 있는 게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주사위를 굴려서 철로와 도로, 강이나 호수가 나오고
그것들을 원하는곳에 그려넣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게임이였습니다.
인간의 인지를 초월한 거대한 위협으로부터 세상을 지키거나
웨스테로스의 패권을 잡기위해 모략을 꾸미던것들에 비해서,
고작 길이나 잘 연결하면 되는 별 시덥잖은 이 게임에
빠지게 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하면서도 자신이 이 게임을 어째서 이렇게 재미있어 하는지를 알지 못했죠.
몇 안되지만 잔잔하고 담백하게 표현된 아트워크?
간결하게 표시된 귀여운 도로와 철길 주사위?
자석식 덮개로 된 패키지가 게임을 열때마다 기분좋게 잘각거려서?
자잘하게 작은 이 게임의 여러 요소들은
다시금 낙서하던 어린시절로 돌려보냈고,
주사위의 규칙에 따라 지도를 그리며
자신의 개인 보드 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선 하나도 제대로 그을 줄 모른채,
삐뚤빼뚤 지도에 끄적인 기찻길을 따라 달리는 기차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면 햇빛이 비치는 호수가 보입니다.
주사위를 굴릴 수록,
더 멀리 놓이는 철길을 따라 달리며
창 밖의 강과 호수들은 더 넓게 넓게 커져가죠.
별 대단한 것도 아닌
도로와 기찻길을 따라 달리며 풍경을 봤을 뿐인
그저 별거 아닌 이야기지만,
그 별거 아닌 이야기의 게임은
잊고 있던 어린시절의 작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이쿠.. 어린시절 이미지가 적절한게 없어 유년기를 끝내는 멋진 소설 표지를 끼워넣습니다.)
머.. 제 이야긴 아니고,
누군가에겐 이런 게임이였지 않았을까요? 헤헿;;;
실제로 이 게임은 롤엔라이트의 다른 게임들보다는
좀 더 그림그리기에 가깝습니다. (롤엔 드로?)
안해봤지만 '투카나 여행길'이 다른 롤엔라이트보다는
레일로드 잉크가 주는 느낌에 그나마 좀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정작 그림그리는 게임..이라는 캔버스보다 이쪽이 좀 더 낙서하는 즐거움은 더 큽니다.
(아니 팬이 들어있으니 당연한 걸지도요);;;
한 15분에서 30분 정도 주사위 굴리고 끄적거리며 낙서하다 보면
한 게임이 끝납니다.
점수 계산은 좀 귀찮지만
애초에 승패에서 무슨 짜릿한 역전이나 뭐 그런게 있는것도 아니고 개인보드에 길과 다른것들을 끄적대며 과정의 즐거움을 즐기는 게임이죠.
아쉬운점을 뽑자면 낙서의 과정 자체의 즐거움이 메인인 게임이기에
다인플의 경우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확장으로 좀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다른 확장들을 안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애초에 낙서의 파티플레이? 경쟁??
아무래도 조금은 어색하죠?;;
한글판으론 블루와 레드 두개의 판이 나와있습니다.
먼저 언급되는 레일로드 잉크 블루가 강과 호수를 이용하여
'이것이 힐링이다!!
기차여행, 드라이브 말고 뱃놀이도 즐기시며 당신이 만드는 풍경을 만끽하세요!'
..의 느낌이라면,
레드는 약간의 장난스러운 위트를 더합니다.
화산이 폭발하며 용암이 흘러나오고,
운석이 떨어지는데도 플레이어들은 교통망을 연결합니다.
(대략 요런느낌??? 물론 운석이 떨어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에.. 방금전까지 기차창밖으로 강과 호수를 보며 힐링했는데
갑자기 기차 창밖에 운석이 떨어지고
여전히 기차는 달리고 있는데
반대 창 밖으론 고가도로가 올라가고 있는??;;
뭔가 피식 하는 느낌의 위튼데 설명은 망이네요;;;
그게 뭐가 웃기냐…라고 한다면 표현력이 짧은 저로서는 더 할말이..ㅜㅠ
여튼 시리즈도 꽤 다양하게 나왔기에..
(숲과 사막을 달리고 외계인과 고대신이 나오는데다 어떤 방식인지 모르겠지만 지하와 하늘까지!!! 심지어 확장들을 조합하면 쓰나미도 일어나고 그러더라구요…);;;
다른것들도 좀 해보고 싶긴 한데 더 나올일은 없지 않을까…
여튼 교통망을 잘 연결해 점수를 잘 내기 위해서 열심히 궁리하지만
승패나 결과가 중요한 게임이 아닙니다.
당연히 길을 멋지고 예쁘게 잘 그리지 않아도 됩니다.
알아볼 수 만 있게 그린다면
마음을 통해 그린 멋진 길을 따라 달리고 있을 겁니다.
짧은 시간동안 멋진 기차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게임.
'레일로드 잉크'로 낙서의 즐거움에 빠져보세요.
호 : 낙서를 끄적대는걸 사랑함.
짧은시간, 힐링과 평화, 잠깐씩 짬내서 놀기
불 : 주빨망겜 불호, 빡겜러
놀 시간을 알차게 꽉꽉 채워서 열심히 노시는분에겐 비춥니다.
관련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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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후기보다 저에게 더 와닿는 멋진 글이네요 ㅎㅎ 호에 해당하는 사람이라 꼭 해 보고 싶은 게임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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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림 그리는데에 진짜 옘벼..아니 젬병이라서 패스한 게임이네요ㅠㅠ글을 읽다보니까 울컥하는게 뭔가 사야될 것 같은 느낌이!(그림 그리는걸 안좋아했는데)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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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출발 비디오여행식으로 쓴 기운이 아직 남아있는지,
막판문구가 무슨 홍보하듯이 써진것 같아요 ㅋ;;; -
아 이거 샀어야되네… 장터에 보였었는데 ㅠㅠ 아쉽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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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상당히 명확한 게임이니 찬찬히 구하셔도 될꺼예요 .(아마?);;
... alg가 망하며 저렴하게 풀리지 않았음 저도 이 게임을 완전 모르고 지나갈뻔 했죠 ㅎ;;; -
이 게임 진짜 해보고 싶어요ㅋㅋ근데 신작 대작 구입하느라 자꾸 미루고 있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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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약약중간약을 지켜셔서 해야 점 덜 지쳐요 ㅎㅎㅎ
간간히 쉬는게임도 낑궈주시면 한결 좋...(..더라구요 일단 저는);;; -
확장은
그린이 옐로우 보다 낫고
추가 서브확장은
서브웨이랑 일렉트리시티 이 두가지 추천드립니다. -
추천 감사합니다.
사실 인제 애기도 시들하고 와이프는 이걸 싫어해서...
저 혼자 앱으로 하고 있습니다 ㅠㅜ -
단순 상품 설명만 봐서는 재미없어 보였었는데 리뷰를 굉장히 뽐 오게 잘 쓰셨네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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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사실 다른분들이 똥겜..그자그런겜이라고 하는것들 중에
전 꽤 재미있게 했던게 좀 있어요.
레일로드잉크도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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