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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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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9: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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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안녕하세요, 연이은 폭염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양서류 개굴이입니다.
바깥에 나가면 여기가 경기도 평택인지 경기도 다낭시인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엊그제 귀가하던 중 집 앞에 과일 트럭이 왔더라고요. 사장님께서 "신짜오" 라고 외친 것 만 같습니다.
그럴리가 없다고요? 그럼 제가 환청을 듣고있단 뜻인가요? 무슨말씀이십니까 한꾸억. 나는 토털리 제정신이다.
분명 전에 가본 다낭은 한국어 간판이 많았다구요. 이곳도 한국어 간판이 많고, 날씨도 똑같으니 삼단 논법에 의해 이곳은 경기도 다낭시가 맞습니다.
반박은 받지 않습니다. 반박시 여러분 말씀이 다 옳으니까요. 그나저나 지금 창 밖에 야외수영장이 보이는데....네? 신기루라고요? 에이 설마요.
오늘은 월요일. 더운 것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데 월요일이라니, 완전 언럭키개굴이네요.
이런 날, 일하기 싫은 날, 저도 쓰면서 농땡이 피우고 여러분은 읽으면서 농땡이 피우니 이것이야말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아니겠습니까?
그래요. 제가 바로 평택의 제레미 벤담이자 존 스튜어트 밀이라고요.
그럼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갑니다 오늘의 영양가 없는 글.
0.
가끔 취미생활에 번아웃이 올 때가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제가 기억나는 최초이자 최고의 번아웃은 메탈기어솔리드 3를 클리어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도전과제를 수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메탈기어 솔리드 3의 콘솔판 도전과제는 꽤 까다로운 편입니다.
도감 컴플리트를 위해서는 플레이 도중 등장하는 수집품들을 놓치지 않고 모아야 하거든요? 근데 이것들이 당연히 루트에 떡 하니 놓여있는게 아니에요.
차라리 수준높은 컨트롤을 요구하는 경우라면 무던히 도전하면 됩니다. 하지만 저런건 좀 결이 달라요 플레이 내내 공략집을 켜놓고, 구석구석에서 수집품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집해야 하거든요.
놓치면 돌아갈 수 없어서 1회차, 최소 십수시간의 플레이를 다시 해야하는 것은 덤이구요. 그러다보니 종반에는 "내가 게임을 하는건지 트로피를 따는건지" 구분이 안가더라고요.
이 날을 기점으로 제가 게임을 고르는 기준에 "놓치면 1회차 더 돌려야 하는 수집트로피가 있는 게임은 되도록 거른다" 라는 항목이 새로 생겼을 정도로 크게 질렸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최근 이런 번아웃이 한 번 더 왔습니다. 무려 보드게임에서 말이죠(두둥)
그 번아웃의 요인은 바로.....가이아 프로젝트입니다.
여러 번 제 취향을 밝혔지만 전 가이아프로젝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혁신의 시대를 적잖이 플레이하면서, "테라미스티카 게임"에 대한 심리적 허들이 좀 낮아졌어요.
거기에 때마침 7월 중순 가이아프로젝트 확장이 콘에서 발매되기도 했고, 규칙 영상 찍기에도 적시인 것 같아서 다시 찍먹을 시도해봤는데...
역시 잘 모르겠더라고요. 왜지? 우주테마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테라미스티카류를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가이아는 별로에요....ㅋㅋ
이쯤되면 스스로의 이미지에 매몰된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Dislike 보다는 Hate에 가까운 감정이 일렁일렁 일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어려운데 확장끼니까 더 어렵더라고요.
여기에 규칙영상 만든다고 콘 다녀와서 새벽까지 무리도 했더니...급기야 보드게임을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으아니 이 무슨 비극.
한동안 컨텐츠가 뜸했던 이유가 요정도...였어요.
이번 방학때 마딱 시니스터 캠페인 주파해보려고 했는데 컨텐츠는 커녕 보드게임 꺼내는 것도 지치더라고요.
뫔튼 이핑계 저핑계 대고 한동안 테이블에서 멀어져있었으니 이제 다시 이런저런 게임도 하고 영상도 만드려고 생각중입니다. 극복해야죠 번아웃.
그런고로, 이번 잡담 글은 그동안 했던 게임들에 대한 간단한 후기 정도를 써 볼까 합니다.
이런저런 게임들은 했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만 꼽아서 얘기할게요!!
1.
간소한 구조를 가진 게임을 선호하는 저에게, 리바이브의 첫인상은 "으익 완전 MZ 전략게임이군" 이라는 이미지였어요.
복잡하게 개별화되어있는 개인보드,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는 중앙보드들을 보면서 그냥 그런 요즘 게임 느낌이 났단 말이에요
근데 실제로 해보니 웬걸, 꽤 재미있었습니다.
▲ 보기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요녀석. 보물상자를 뒤집으면 열리며 안에 든 것이 나오는 듯한 컨셉도 좋았습니다.
요거 잘 뜯어보면 사실 그럴듯한 개성이 있는건 아니거든요?
지역에 미플 배치해가면서 보너스 얻는 방식이나, 개인판에 루트를 뚫어가면서 자신만의 개별화된 보드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나... 이런 것들 다 어디서 본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재미있나...곰곰이 생각해봤더니, 2AP로 행동을 제한했다는 부분 때문이더라고요.
이 2AP란게 절묘한게, 2AP를 들이면 대부분 원하는 바를 이룰 수는 있어요. 하지만 욕심을 부리려면 보통 3AP정도는 필요해지더라고요.
그러니 큰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공들여 준비해 효율적인 2AP를 돌리거나, 숨죽여 준비해 남들이 대비할 틈을 안주는 3AP를 돌려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취향저격을 당했습니다.
그러고보니까 비슷한 느낌으로 좋아했던 테라포밍마스나 지금도 좋아하는 게임인 브라스 버밍엄 역시 절묘하게 2AP를 준다는 점이 떠올라 흥미롭더라고요.
앞으로 2AP 전략게임은 일단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지 않을랑가 싶습니다.
아, 저는 기본적으로 확장 불호파인데 확장도 꽤 재미있었어요. 과하게 볼륨을 키우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선택지를 늘려줘서 괜찮더라고요.
2.
아스모디 코리아에서 발매하겠다고 한 솔턴 씨. 우연히 기회가 닿아 몇 회 정도 플레이를 해 봤네요.
▲ 곧 아스모디 코리아에서 영문판이 소량 입고될 그 게임입니다.
액션카드를 자원으로 쓴다는 점이 특이했어요.
사실 레이스 포 더 갤럭시처럼 이런 기믹을 메인으로 삼는 게임도 있고, 온 마스 처럼 카드를 버리며 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익숙한 개념이긴 하죠?
솔턴씨의 경우 카드 1장이 1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카드에 따라 더 높은 금액의 가치를 가진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당연히 더 효율적인 액션카드가 자원으로서도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데, 자원으로 지불하면 그냥 버려지는거라 더 이상 액션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카드를 언제까지 액션으로 쓰다가 어느 시점에 돈으로 털어버리는가, 그 타이밍의 줄다리기가 꽤 재미있었어요.
백로성에서도 느꼈는데 코딱지만한 게임박스에 참 재미를 꾹꾹 눌러담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만간 리뷰로 따로 다룰 예정이니 요정도만 얘기할래요!
3.
어떻게 하다보니 언급하고 있는 게임들이 다 같은 날 한 게임인데요, 다 재미있었던걸 보니 그 날 아주 끝내주게 놀았나봅니다. 어 가이아 네 얘기 아니니까 넌 들어가 있어
임페리움 클래식, 데굴데굴 영상에서 보고 무슨게임인지 궁금했는데... 굉장히 강렬했습니다.
역시 카드로 하는 비대칭 2인게임이 재미없을리가 없죠. 이건 공식같은거 아닌가요? 물론 임페리움은 여러명이 할 수도 있지만요.
규칙 자체가 크게 까다롭지도 않은데 팩션, 이 게임에선 문명이라고 표현하는데 여러 문명의 개성이 적잖이 있어 문명에 따라 운영의 맛이 다른게 좋았습니다.
왜 호라이즌 정발을 외치는 분들이 많은지 첫 판 만으로 확 와닿더라고요.
테마 부분에서는 조금 약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야만에서 제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거나 여러 부분에서 테마를 살리기 위해 애쓴 부분은 보이고, 이런 부분이 괜찮기도 했지만
문명 게임에서 기대하는 클래식한 문법은 아니엇어요. 적당히 다른 테마로 표현했어도 딱히 이상하진 않았겠다...라는 정도?
아무튼 2인 카드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
쓰면서 생각난건데, 넷러너랑 임페리움 둘 다 ....AP 요소 있는 비대칭 카드 게임.... 이 무슨 대쪽같은 취향인가!
4.
한동안 불타올랐던 도르프 로만틱. 최근에 341점을 찍었는데, 안타깝게도 깃발축제를 깨지 못해서 도전과제 올 컴플리트는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어찌저찌 들판으로 조건을 잘 만족시켰는데, 마지막 필요한 피스 하나가 안나오더라고요.
아쉬운 마음으로 게임을 종료하고, 이번 회차에서 달성한 도전과제의 보상을 받기위해 5번 박스를 열었는데
심지어 타일 주머니에서 미사용 타일도 세 개 나왔습니다. 이 친구들이야 나왔어도 깃발축제를 깨는 데 도움을 주진 않았겠지만요.
사실 저 도전과제는 저거 하나만 깨는걸 목표로 게임을 하면 그리 어렵지 않기도 하고
이 때를 기점으로 번아웃이 함께와서 그 날 이후 한 번도 꺼내지 않았는데, 조만간 막판 한 번 하고 마무리를 지어야겠습니다.
올 해도 재미있는 게임들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중 최고는 감히 요녀석이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5.
대부분의 활동의 경우 저는 테이블에 참여하기 보다는 테이블 밖에서 게임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자의 역할을 합니다.
사회자라고 해서 뭐 대단한건 아니고... 기본적으로 규칙 설명부터 애매한 부분에 있어서의 저지 부터 시작해서
순환하는 자원들의 관리, 마이크워크같이 적재적소에 멘트 끼워넣기 등 여러분들의 테이블에도 항상 있는 그런 분들의 역할이에요.
다만 게임 밖의 사람이기 때문에 조금 더 저런 역할에 집중을 할 수 있죠.
오토배틀 챌린저스, 재미있게 하고 계신가요? 요즘 저희 동아리 친구들 사이에서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게임입니다.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오토배틀 챌린저스의 단점중 하나는 라운드 중간 단계인 덱빌딩 페이즈에서 조금 삐걱거림이 발생한다는 부분이에요.
버린덱과 뽑는덱을 구분하고 중간중간 섞어주고 해야하니 각자 관리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그걸 룰마가 도맡아서 하자니 룰마가 경기가 늦게끝나도 문제요, 일찍끝났다 한들 룰마가 자신의 카드를 숙지하고 추가하는데 딜레이가 생긴다는 부분도 문제죠.
요오오오런 부분에서 오토배틀 챌린저스는 사회자가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게임입니다.
경기가 먼저 끝난 테이블이 있다고 해도 다른 테이블에서 중계를 날려주면서 시선을 모아 벙찌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부분도 괜찮고요,
무엇보다 모든 테이블에서의 경기가 끝나면 교탁 앞으로 가서 "상점 문 열렸습니다"를 외치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쪼르르 와서 다섯장씩 받아가고, 뒤로 빠져서 카드를 살펴보다가 "저 B등급 네 장 리롤하겠습니다" 등의 드립을 날려가며 카드 풀을 꾸려가는 경험도 나름 독특했고요.
▲ 다음 주는 이거야 친구들아.
이번에 비치컵이 새로 나왔던데, 아이들이 다음 동아리날짜만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조만간 플레이해본 후 다시 소식 전할게요 스테이 튠!!
서두를 번아웃이 왔니 어쩌니 하면서 오만 유난은 다 떨더니, 쓰고나니까 오히려 평소보다 더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얘기만 하고있네요...ㅋㅋㅋ
역시 그렇습니다. 이 취미에서 벗어날 길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게임이 많은걸요.
오늘 잡담은 여기까지 할까요? 시작은 월요일 아침이었는데 끝은 화요일 저녁이네요.
곧 또다시 태풍이 몰려온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네요. 남쪽은 벌써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하고...
플레이어 분들 모두 비 조심하시고, 더위 조심하시며 드로우 운 가득한 한 주 보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만나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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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번아웃 올 수 있죠! 그래도 사랑하시죠? ㅋㅋ 챌린저스... 예전에 콘에서였던가? 다인플 테이블 사회를 진행했는데 혼자 흥 높이겠다고 목청을 틔웠다가 한 달 가까이 목감기에 시달렸던 기억이... 그래도 재미있으면 그만이죠! ㅎㅎ 한 주 잘 보내시고 얼른 차지업해서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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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이니 뭐니 해도 역시 보드게임이 제일 재미있는거 보면.... 전 이미 틀린 것 같습니다 따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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