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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찰리의 보드게임 테마기행] - 로빈 후드의 모험 - 4편 헨리 2세
  • 2022-05-19 12: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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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 [GM]찰리
 지난 이야기
 로빈 후드의 모험 1편 - 의적
 로빈 후드의 모험 2편 - 잉글랜드의 시작
 로빈 후드의 모험 3편 - 정복왕 윌리엄


 이제 사자심왕의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라 예상하신 분들의 기대를 저버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거의 다 왔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사자심왕의 아버지이자 플랜태저넷 왕조의 창시자 헨리 2세부터 시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자심왕 리처드 1세와 실지왕 존 왕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 이야기를 안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1) 헨리 2세



(출처: https://namu.wiki/w/%ED%97%A8%EB%A6%AC%202%EC%84%B8)
 헨리 2세는 정복왕 윌리엄 1세의 아들인 헨리 1세의 외손자입니다. 헨리 2세의 외할머니이자 헨리 1세의 부인은 스코틀랜드의 마틸다로 이분이 앨프레드 대왕의 직계 후손이기에 헨리 2세부터 잉글랜드 왕가에는 앨프레드 대왕의 피가 다시 흐른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스코틀랜드의 마틸다의 아버지는 스코틀랜드 왕 맬컴 3세인데,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등장하는 맬컴 왕자가 바로 이 사람입니다. 그의 아내인 마가렛이 앨프레드 대왕의 후손이었고, 그 딸이 다시 잉글랜드로 시집을 갔으니, 앨프레드 대왕의 피는 모계로 플랜태저넷 왕가에 이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헨리 2세가 헨리 1세의 외손자이니, 윌리엄 1세의 피도 모계로 플랜태저넷 왕가에 이어졌지요.
 헨리 2세가 왕위에 오르기 전 잉글랜드는 내전기였습니다. 헨리 1세의 조카인 스티븐 왕과 헨리 1세의 딸인 마틸다가 왕위를 놓고 다퉜기 때문입니다. 헨리 1세는 죽기 전에 자신의 딸이자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황후였던 마틸다에게 왕위를 넘기기 위해 봉신들에게 충성서약을 시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에 여왕은 전례가 없었고 마틸다는 해외에 있었기에 이틈을 노리고 헨리 1세의 조카인 스티븐이 왕위를 노렸던 것이지요. 두 사람의 내전은 스티븐의 아들인 외스타슈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면서 끝납니다. 왕위 후계자를 잃은 스티븐은 내전을 지속할 동력을 잃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장성해 어머니 편에서 군대를 이끌던 헨리 2세를 공동왕으로 삼아 다음 왕좌를 물려준다는 조약에 서명합니다. 헨리 2세는 이렇게 잉글랜드의 국왕에 오릅니다.

 (2) 앙주 제국

 앨프레드 대왕과 정복왕 윌리엄 1세의 피가 만나서일까요? 헨리 2세는 엄청난 영지를 상속받습니다. 당연히 잉글랜드 왕국과 노르망디 공국이 그의 것이었고, 아버지 앙주 백작으로부터 받은 영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화룡정점이 된 아키텐의 상속녀 아키텐의 엘레오노르와의 결혼이 있었습니다. 아키텐 공국의 영지는 프랑스 왕의 영지보다도 크고 노른자위 땅이었지요. 이거만으로도 충분히 프랑스 왕에게 압박이 될 것인데, 브르타뉴 공국과 사돈을 맺기까지 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웨일스와 스코틀랜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해 복속시키고 아일랜드는 영지를 빼앗기까지 합니다. 지도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https://namu.wiki/w/%EC%95%99%EC%A3%BC%20%EA%B0%80%EB%AC%B8?from=%EC%95%99%EC%A3%BC%20%EC%A0%9C%EA%B5%AD)

 1189년 헨리 2세의 영토를 나타낸 지도입니다. 브리튼 섬과 아일랜드 섬을 직간접적으로 휘하에 넣고 프랑스의 60% 이상을 자신의 영지로 만든 것이죠. 이중 프랑스 왕국 내의 영토를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https://namu.wiki/w/%ED%97%A8%EB%A6%AC%202%EC%84%B8#s-4)

 보드게이머라면 익숙할법한 도시 이름이 여럿 보이네요. 앙주 가문은 헨리 2세의 할아버지 풀크로부터 시작된 결혼 재테크로 여느 왕국을 압도할 수준의 영지를 확보했기 때문에, 한번도 제위에 오른 적은 없지만 이 시기의 앙주 가문의 영지를 합쳐 앙주 제국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때 앙주 가문 본가는 십자군 전쟁으로 세워진 예루살렘 왕국의 왕위를 이었기에 분가인 헨리 2세의 플랜테저넷 왕조까지 합쳐지면 유럽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집안이었지요. (헨리 2세의 집안은 헨리 2세의 아버지인 조프루아 5세 때 갈라져 나와 방계인 플랑타주네 가문이 되었고 헨리 2세가 왕위에 오르며 플랜태저넷 왕조를 창시합니다.)
 프랑스 왕 입장에서는 이러한 헨리 2세의 행보가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헨리 2세의 행보는 명확히 프랑스 왕위까지 노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당시 프랑스 왕인 루이 7세에게 적자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우선 조프루아 5세가 헨리 2세를 루이 7세와 아키텐의 엘레오노르(나중에 헨리 2세와 결혼하는 그분 맞습니다)의 장녀 마리와 결혼시켜 프랑스 왕으로 옹립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루이 7세와 (당시에는 이혼이 불법이기에)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아키텐의 엘레오노르와 헨리 2세가 결혼하면서 낳은 차남 청년왕 헨리를 루이 7세와 카스티아 공주 콩스탕스 사이의 장녀 마르가리트와 결혼시켜 아들을 통해 프랑스 왕위를 노려보았지만, 이 역시 실패했습니다. 끝내 루이 7세가 적자인 필리프 2세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3) 헨리 2세의 아들들

 잉글랜드 왕 헨리 2세는 잉글랜드의 행정과 사법 제도를 정비해 치국을 잘했다고 평을 받지만, 수신제가에서는 빵점자리 인물이었습니다. 우선 공공연하게 정부를 들였으니, 수신을 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왕후인 아키텐의 엘레오노르와의 사이도 좋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윌리엄 1세와는 많이 비교가 되는 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살 연상의 왕후와의 사이에서 여러 자식들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자식들과의 사이는 좋지 않아 딸들과는 몰라도 아들들과는 남보다 못한 원수 같은 사이를 자랑했습니다. 아무리 치국을 정력적으로 했더라도 수신제가에서는 완전히 망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말년을 아주 비참하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헨리 2세의 아들은 5명이 있었습니다. 그중 첫째는 요절했고 둘째부터 순서대로 청년왕 헨리, 사자심왕 리처드 1세, 제프리, 존 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들들은 모두 헨리 2세에게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떠오르네요. 이성계는 이방원 한 명 때문에 비극에 빠졌는데, 헨리 2세는 적자들이 모두 이방원이 되었으니 어떤 심정이었을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헨리 2세의 아들들이 헨리 2세에게 반란을 일으킨 이유는 권력 배분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헨리 2세는 사실상의 장남인 청년왕 헨리를 공동왕으로 세우며 잉글랜드와 노르만 공국을 물려주고, 리처드에게는 아키텐, 제프리(조프루아)에게는 결혼을 통해 얻은 브르타뉴를 물려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영지가 없으니 막내 존을 위해 아일랜드를 침공해 영지를 확보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아들들에게 직책만 주고 실권을 주지는 않아서 청년왕 헨리는 자신의 기사들에게 봉급을 주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들들의 불만은 상당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아들들의 불만에 불을 붙인 것은 헨리 2세의 가장 큰 정적인 왕비 아키텐의 엘레오노르였습니다. 엘레오노르는 헨리 2세의 외도, 결혼생활에서의 불만, 정치적인 갈등으로 인해 헨리 2세에게 상당한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들들을 부추겨 남편에게 칼을 겨누게 한 것입니다. 여기에 헨리 2세를 견제하기 위한 루이 7세의 입김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헨리 2세는 거대한 영지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러는 와중에 정적을 너무 많이 만들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는 헨리 2세가 자초한 면도 큽니다. 헨리 2세의 재위 기간은 34년이었는데, 그중 가족이 있는 잉글랜드에 머문 기간은 14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프랑스에 영지를 가진 잉글랜드 왕들이 잉글랜드보다 프랑스에 머무는 경향을 많이 보이기는 했지만, 헨리 2세는 그 정도가 심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녀들은 성장기에 아버지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잉글랜드 교권의 정점에 선 캔터베리 대주교가 아무리 비정한 부모라도 폐하보다는 낳을 것이라며 가족을 돌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헨리 2세는 그러지 않았고 계속해서 아내와 대립했으니, 장성한 아들들이 아버지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기는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계속 간섭하니, 반란을 일으킬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아들들의 대반란에는 막내 존을 제외한 나머지 왕자들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막내라서 아직 어리기에 반란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헨리 2세는 이런 점 때문인지 막내 존을 편애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훗날에는 장성한 존도 리처드 1세와 함께 헨리 2세를 향해 반란을 일으킵니다.
 이 반란에서 헨리 2세는 아들들의 반란군을 격파한 다음 사면을 조건으로 항복을 제안합니다. 아들들은 항복을 받아들여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왕후 엘레오노르는 감금당하게 됩니다. 이 감금은 훗날 헨리 2세가 사망하고 나서야 풀리게 됩니다. 하지만 대반란 이후에도 청년왕 헨리는 다시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 와중에 이질에 걸려 사망하고 맙니다. 청년왕 헨리는 죽기 전 아버지에게 사면을 구했고 헨리 2세는 이를 받아들이며 아들 하나를 먼저 떠나보냅니다.
 남은 아들은 리처드, 제프리, 존입니다. 헨리 2세의 아들들은 아버지와 싸운 것만이 아니라 자기들끼리도 영지를 두고 싸웁니다. 아버지가 가진 거대한 영지를 최대한 모두 자기의 것으로 가져오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특히 어머니의 영지인 아키텐은 넓고 부유하기에 모든 자식들이 노리던 영지였습니다. 하지만 이 경쟁도 제프리가 병사하며 끝나게 됩니다. 이제 남은 아들은 리처드와 존 뿐입니다. 위협적인 경쟁자들이 사라지고 어린 존만 남자 리처드는 잉글랜드 왕위와 노르만 공작위의 확고한 승계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막내 존은 어리다 보니 형제들과 특별히 대립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리처드 1세가 십자군 전쟁을 간 사이에 그의 왕위를 노리기는 했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니 다음 편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막내 존을 편애하던 헨리 2세가 리처드와 아키텐을 두고 대립합니다. 헨리 2세는 자신에게 한 번도 반기를 든 적이 없는 어여쁜 아들에게 가장 노른자 영지인 아키텐을 주고 싶었으나, 리처드는 아키텐은 영지의 주인인 어머니가 자신에게 주기로 약속한 땅이니 아버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반기를 든 것이지요. 이 반란은 이전과는 달리 리처드가 우세한 구도로 흘러갔으며, 막바지에는 그 존마저 리처드 편에 섭니다. 헨리 2세는 자신이 총애하던 존마저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아 지병이 악화되었고, 이로 인해 얼마 안가 병사하고 맙니다. 헨리 2세가 사망한 후, 리처드는 잉글랜드 왕으로 즉위해 리처드 1세가 됩니다.

 다음 시간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헨리 2세가 그토록 열정적으로 모은 영지는 존 왕대에 대부분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프랑스 내 영지를 모두 잃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후대의 잉글랜드 왕들이 프랑스 왕위를 노리지 않은 것도 아니었죠. 그것들이 불씨가 되어 백년전쟁이 일어난 것이고, 그 이후 내전인 장미전쟁을 거치고 나서야 잉글랜드 왕가는 비로소 잉글랜드에 동화됩니다. 그전까지의 잉글랜드 왕의 정체성은 프랑스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잉글랜드 왕위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프랑스 영지와 왕위를 노렸던 것입니다.
 헨리 2세가 평생 자식들과 싸우며 애써 모은 영지도 한 대를 넘기지 못하고 잃는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 것은 그가 자초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왕을 능가하는 강력한 영주를 견제하려는 프랑스 왕들의 모략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루이 7세와 그의 아들 필리프 2세는 꾸준히 헨리 2세의 아들들을 부추겨 반란을 사주해 헨리 2세의 힘을 빼고 그의 영지를 다시 프랑스 왕 아래에 두고자 노력했습니다. 물론 헨리 2세가 가정을 잘 돌보았다면 그러한 모략을 극복할 수도 있었겠지만, 헨리 2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사자심왕 리처드 1세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먼 길을 돌아 로빈 후드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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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34 버건디건디
    • 2022-05-19 12:51:38

    ■┳○ : 헨리 1세 (딸 마틸다)
    ....○┳□ : 남편 조프루아 (앙주백작 풀크 아들)
    ........■┳○ : 헨리 2세 (배우자 : 엘레오노르, 아키텐 여공작)
    ┏┳┳┳┳┳┳┓
    ①②③④⑤⑥⑦⑧
    ① 첫째는 요절했고
    ② 둘째 청년왕 헨리
    ④ 사자심왕 리처드 1세
    ⑤ 제프리
    ⑧ 존 왕

    끄적끄적 정리하면서 읽어봅니다..
    지도와 함께 역사속으로 빠져드는 글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
    • 스태프 [GM]찰리
    • 2022-05-19 14:13:34

    영국 왕실 가계도를 살펴보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겠네요. 주요한 인물이 아니면 빠지기도 했지만, 스코틀랜드와 웨식스부터 출발해서 오늘의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이어지는 가계도로 저도 이 글을 쓰며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Family_tree_of_British_monarchs
    • Lv.34 버건디건디
    • 2022-05-20 09:52:33

    그냥 가계도만 보면 현기증이 났겠지만
    찰리님의 해설과 함께라 재미있게 읽혔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
    • Lv.47 폭풍먼지
    • 2022-05-19 20:28:29

    으아악乃
    • Lv.34 버건디건디
    • 2022-06-24 10:50:27

    게시판이 이전하면서 추천이 사라진듯하네요 ㅠ 아쉽
    • 스태프 [GM]찰리
    • 2022-06-27 09:21:06

    이렇게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요즘 바뻐서 후속 글이 늦어지고 있네요.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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