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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플로어(Ground Floor) 자동기술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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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1 04: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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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2 Equinox
1. 갑자기 생각나는 게임이 있다. 최신 게임도 아니고, 딱히 다시 떠올릴만한 계기가 있지도 않으며, 플레이 했을 때 매우 강렬한 기억을 남긴 것도 아닌데, 문득 하고 싶어지는 게임. 보드게이머의 집에 초대받아 방문했다가, 마침 그 게임이 눈에 들어와서 잠시 빌려왔다.
2. 다이브다이스가 커뮤니티를 개편했다.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을 내던져(!!) 버린지가 언제인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정신을 차리고(??) 다시 커뮤니티를 단장해서 돌아왔다니…. 기대반, 우려반으로 잠시 둘러보았다. 그런데…! 마침 앞서 말한 그 게임의 리뷰를 주인장이 애타게(?) 갈구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운명의 호출인가? 마치 지남철에 이끌린 쇠구슬처럼 키보드 앞에 앉았다.
3. 그런데, 이 게임… 출시한지 10년이 지난 게임이다. 디자이너가 게임을 기획했을 즈음엔 서울시장이 오세훈이었을 때다. (응?) 내가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돌려보았을 때는, 안철수가 민주당 대표였을 시절이다. (응??) 강산과 사람의 마음이 돌변하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으니, 내가 이 게임을 기억하고 있을리 만무하다. 다만 추억만이 희미한 기억으로 남았을 뿐. 원래 아픈 기억은 빨리 휘발되고, 좋은 기억만 추억으로 오래 남아 아름답게 간직하는 법. 10여년 전의 전임 시장을 다시 소환해서 그 자리에 앉히는 시민의 심정으로, 게임을 테이블에 다시 펼쳐보았다.
4. 게임 제목은 그라운드 플로어(Ground Floor). 우리 말로 표현하면 “지상층”이다. 뭔가 와닿지 않는 개념이다.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엘리베이터에서 잠시 당황할 때가 있다. 건물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무심코 1층 버튼을 누르면, 출입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1층에 해당하는 층은 그곳에서는 “지상층”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지하 1층이 -1이고, 그보다 한 층 올라오면 0층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상식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본디 수학에서 0의 역사가 생각보다 매우 짧은 것을 생각하면, 온돌 문화 때문에 복층 건물의 역사가 매우 짧은 우리 나라에서 0층을 생략한 것은 이해할만 하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1살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철학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0층을 지상층(Ground Floor)라고 부르면서, 그 다음 층을 2층(2nd Floor)라고 부르는 미국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그저 양키 센스일까…
5. 게임은 기업 경영과 확장을 소재로 한 경제 게임이다. 표지에 속아서 부동산 게임으로 인식하고 게임에 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모든 경제 활동의 종착지가 깔대기처럼 부동산으로 향해야 한다는 경험칙을 간직한 한국인들에게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한국의 주류 언론(!!)들이 걱정해주는 영끌족의 부동산 구매가 실제로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듯이, 이 게임의 시작부터 부동산 확장을 목표로 삼으면, 쪽박찰 수 있다.
6. 일꾼 놓기 게임의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행동을 선택하는 토큰이 일꾼이 아니라 시간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주어지는 첫 일꾼은 기업주, 즉 사장이다. 그는 4개의 시간 토큰을 제공한다. 이후로 추가 직원을 고용하면, 그들은 각각 3개의 시간토큰을 제공한다. 누구도 사장만큼 일하는 직원은 없다….
7. 게다가 이들은 연수원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회사에 보탬이 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아직 미숙해서 회사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을 고용한 이상 임금은 지불해야 한다. 이는 회사의 수익을 깎아먹을 것이다. 고용했으면 지체없이 연수원에 보내야 한다. 그들을 연수원에 보내는 것도 CEO의 시간을 잡아먹는 행동이다. ‘직원을 고용해두었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한 라운드 동안 방치해던 홍샘은 4인 게임 게임에서 공동 3등을 차지했다.
8. 게임 내에 중요한 자원은 돈과 정보이다. 초반에 넉넉하게 주어지는 두 자원을 생각없이 흥청망청 써버리면, 곧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기업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당장 필요한 자원을 지금 당장의 행동을 획득할 수 있지 않다. 적어도 1~2 라운드 전에 설계를 거쳐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것에 익숙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힘겨운 게임일 수 있다.
9. 자문회사(Consulting Firm)는 정보를 획득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자문회사에 의뢰한다고 바로 정보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의뢰한 다음 라운드가 되어야 정보를 내어준다. 게다가 항상 의뢰가 넘치는 인기 많은 자문회사는 비용이 비싼 대신 확실하게 정보획득이 가능하지만, 의뢰가 뜸한 인기 없는 자문회사라면, 돈만 먹고 정보는 내어놓지 않는, 고장난 자판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몇 번이나 물려서 돈을 허공에 날린 필자는 4인 게임에서 공동 3등을 차지했다.
10. 경제는 일정한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오간다. 당연히 소비와 노동시장에 일정한 변동을 가져온다. 호황을 대비해서 물건을 양산했는데, 불황이 닥치면 가격을 낮춰서 팔아야 한다. 그마저도 못 팔면, 눈물의 재고처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수요 예측과 그에 따른 공급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11. 하지만, 시장에는 치킨 게임을 즐기는 먼치킨들이 있는 법이다. 심지어 자기는 사원들에게 제품을 강매해서 어쨌든 이윤창출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놓았으면서도, 경쟁자들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킬 목적으로, 공급을 증가시켜서 시장을 교란시키는 경우. 마치 사우디와 러시아의 석유 증산 경쟁 속에서 폭망해버린 베네수엘라처럼, 필자의 게임에서 먼치킨들의 공급경쟁으로 인해 시장은 똥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돈줄이 말라버린 필자는 이후로 시장에서 깍두기로 전락해버렸다.
후퇴기에는 수요가 최소 1, 최대 3에 불과하다. (4인 게임 기준) 그런데, 공급은 5개!!!
치열한 눈치 싸움이 펼쳐졌고, 돈이 아쉬운 두 개 기업이 재고 떨이급 최소가격으로 소매점에 납품한다.
게다가 이들은 인지도 탑을 다투는 2개 기업이다. 정상 시장 상황에서는 우선 팔리는 회사의 제품인데...
결국 공개된 수요는 3. 다행히(?) 최저가 경쟁으로 두 회사는 눈물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회사들은 저 위에서 미소짓고 있...
12. 지금 당장 수익이 난다고 해도, 언제까지나 가내수공업으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법. 어느 정도 이윤창출에 성공했다면, 회사의 효율을 높이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게임에서는 회사 건물의 증축으로 이를 표현했다. 이를 통해 자문회사를 거치지 않고도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좀 더 적은 자원을 투입하고도 효과적인 광고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인력 고용 비용을 더 줄일 수도 있고(노조 파괴?), 대외 협력을 통해 회사 인지도가 하락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이런 R&D는 상당한 지출을 요구하기 때문에, 당장의 가용자원이 줄어들어서 경영을 빠듯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옆에서 경쟁자가 풍족한 경영을 하고 있는 걸 지켜보게 된다면 초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12기통 스포츠카를 자전거가 이길 수는 없는 법. 엔진을 만드느라 지체한 시간은 단숨에 만회할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13. 앞서 말한 이 요소들이 모두 이 게임에 녹아있다. 제법 큰 스케일의 경제 게임이다. 게다가 예측과 대비, 설계가 필요한 게임이다보니,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꽤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라 하겠다. 필자 역시 수년 전에 이미 즐겨본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삽질과 매몰비용 속에, 4인 게임에서 공동 3등을 했으니까.
14.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과 여운을 남기는 게임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 느낌 덕분에 박스 위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금 테이블 위에 펼쳐진 것이겠지. 하지만, 오래된 게임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부분도 있다. 세련된 최신의 보드게임에 비하면, 분명 투박하고 불친절한 부분이 많은 게임이다. 술 기운에 다시 찾은 옛 연인을 만난 다음에야, 헤어진 이유가 다시 생각나는 것처럼…. 10여년 만에 다시 시장에 앉힌 다음에야 왜 그가….
15. 그런데, 이번 한글판은, 단순 재판이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변화점이 있다고 한다. 일단 어려운 영문 용어들이 한글로 바뀌었다는 점만으로도 크게 환영할만 하다. 게다가, 조금 지루할 수 있는 게임의 길이도 조정했다고 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흐름에 발맞춰서 자금 획득의 루트도 다양화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엇보다, 10여년 전에는 지면 광고보다 덜 중요하게 취급되던 인터넷 광고의 지위도 조정이 필요하다. (유튜브 광고가 조선일보 지면 광고보다 덜 효과적이라는 게 말이되나???)
16. 결론. 옛날 게임 특유의 불편함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추천하기 힘든 게임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극복하고 나면, 이만큼 다양한 경영 요소를 담아내고 있는 게임도 드물다. 한글판이 그 불편함을 효과적으로 걷어내주었기를 기대한다.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지만, 게임은 고쳐서 환골탈태한 경우가 드물지 않으니까.
P.S. 이 게임을 출판했던 회사에서 내어놓았던 또 하나의 경제 게임이 있다. 표지의 불친절함이 헬베티아(Helvetia) 급이라는 점이 문제라서 그렇지, 경제 교육 교보재로도 손색이 없을만큼 매우 뛰어난 경제 게임이다. 이건 한글판 안 내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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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리뷰하신게 2판이실까요?? 이게 2판나오면서 룰이나 여러가지가 많이 개선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1판보다 종료조건, 잔룰등이 개선되서 완성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판매되는건 2판이겠죠??
일러가 다른걸보니..
전 제가 해봤던게 어떤판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질않네요.. 후기 잘보았습니다!
누구도 사장만큼 일하지 않는 기업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ㅎㅎ -
글쓴이는 아니지만... 리뷰는 1판이고 이번 한글판은 2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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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봤습니다
공동 꼴찌에게 위로의 추천을.. -
반가운 분이 오셨네요 :)
그라운드 플로어 2판은 확실히 익숙한 단어들이 많아서 조금 더 감정 이입하기가 좋습니다.
저는 1판을 해보지 않아서 2판만 알고 있지만, 게임이 늘어질 수 있는 부분들이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하고요! -
리뷰 잘 읽었습니다! 뭔가 빡빡한데 재미있어 보이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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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엄청나네요....딱 봐도 어려워 보입니다.
거기다 영문판이라니..T.T 보린이는 그냥 감상만 합니다. -
한국어판에서는 말씀하신 불편한 부분이 많이 개선되어서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하고,,10년만에 재판이라니! 뭔가 달라진 점이 있을거라서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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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ㅋㅋ 중간중간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설명부분과 규칙이 겹쳐지는 부분이 아주 절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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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재미나게 했던 기억이 있는데... 과연 지금해도 재미날런지... 2판 기대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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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하는 리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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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다 읽고 나서 보니 Equinox님이 쓰신거였군요.
(다다 게시판에서 뵙는건 정말 오랫만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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