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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100 - 다빈치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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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4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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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언테임드
암호란 ‘뜻을 감추기 위해 꾸민 부호나 신호’를 일컫는 것으로, 기원전 7세기 스파르타에서도 사용된 기본적인 비밀유지 수단이다. 암호는 현재까지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여전히 보안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암호는 그 특유의 비밀스러움 때문에 원래 목적인 보안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한 소재로도 사용된다. 수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암호를 테마로 만들어진 것이 그 예다.
보드게임 <다빈치 코드>도 암호라는 소재를 이용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동명의 소설, 영화가 가진 복잡한 플롯에 비하면 매우 쉬운 게임이다.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상대방보다 먼저 암호를 풀어내야 하기에 심리전과 속임수가 벌어지며, 약간의 운이 재미를 좌우하기도 한다.
게임 방법
<다빈치 코드>에는 0~11까지의 숫자가 각각 하나씩 적혀 있는 흰색과 검은색 타일이 있다. 또한, 숫자 없이 막대 모양(-)이 그려져 있는 흰색과 검은색 타일이 한 개씩 있는데, 이것이 바로 조커 타일이다. 즉, <다빈치 코드>에 있는 타일은 총 26개다.
먼저, 이 타일들을 숫자가 보이지 않도록 뒤집어 섞는다. 각 플레이어는 26개의 타일 중 4개씩을 무작위로 가져와 다른 플레이어가 보지 못하도록 세워둔다. 남은 타일들은 더미로 만들어 모아둔다.
이제 숫자 타일들을 배열할 차례다. 타일을 배열할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큰 숫자가 오도록 한다. 단, 조커 타일은 이 규칙에 상관없이 아무 곳에나 놓을 수 있다. 같은 숫자의 흰색, 검은색 타일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검은색이 왼쪽, 흰색이 오른쪽에 오도록 배치한다. 게임의 목표는 이렇게 배치된 내 코드가 밝혀지기 전에 다른 플레이어들의 숫자 코드를 모두 밝혀내는 것이다. 자기 차례에 해야 할 일은 딱 두 가지다.
첫째, 타일 더미에서 타일 하나를 가져온 뒤 이 게임의 규칙에 따라 배치한다.
둘째, 상대방의 타일이 무엇인지 추리하고, 타일 하나를 지목해 숫자를 외친다.
추리가 맞았을 경우, 상대방은 지목된 타일을 숫자가 보이게 눕혀 모두에게 공개한다. 추리가 틀렸을 경우, 정답을 틀린 플레이어가 더미에서 가져왔던 타일을 숫자가 보이게 눕혀 모두에게 공개한다.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 차례를 넘긴다.
만약 추리가 맞았다면 계속해서 상대방의 타일을 추리할지, 차례를 다음 플레이어에게 넘길지 선택할 수 있다. 계속해서 추리를 할 경우 타일을 한 번 더 지목한다. 다만, 한 번이라도 추리가 틀리면 이번 차례에 가져왔던 타일을 공개하고 차례를 넘겨야 한다.
추리를 계속하지 않고 차례를 넘길 경우에는 이번 차례에 가져온 타일을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가진 코드에 대한 정보를 덜 노출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코드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이를 바탕으로 추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검은색 2 타일을 가진 것이 들통났고, 상대방 시점에서 그 왼쪽에 흰색 타일이 하나 있다고 가정하자. 왼쪽에 있는 숫자는 검은색 2 타일보다 작은 숫자다. 따라서 그 흰색 타일은 0 또는 1, 또는 조커라고 추리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상대방의 코드를 하나씩 풀어 나가면 된다.
이런 식으로 자기 코드가 모두 밝혀진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탈락한다. 최후까지 풀리지 않은 코드를 가진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한다.
기본적인 추리 방법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적인 사고다. 상대방의 코드를 푸는 과정에서 100% 어떤 타일인지 알 수 있는 경우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우를 맞히는 것은 확률 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내가 정확히 맞힐 확률을 극대화하고, 상대방이 맞힐 확률을 최소화하는 것은 순전히 플레이어의 능력에 달렸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운에 의지해야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운의 요소는 점차 줄어든다. 타일을 하나씩 가져오면서 코드가 길어지고, 길게 늘어선 코드 사이사이에 공개된 타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을 높이려면 약간의 암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타일을 지목할 때, 대부분은 자신에게 없는 숫자의 타일들을 물어보게 된다. 상대방이 물어보는 숫자들을 기억해 두고, 이 타일이 상대방에게 없다고 가정하며 추리를 이어간다면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명이 게임할 때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상대방의 흰색 3 타일과 검은색 7 타일 사이에 있는 흰색 타일을 추리할 때, 그 타일은 4, 5, 6, 조커 타일 중 하나가 된다. 여기서 내가 가진 흰색 4와 조커 타일을 제외하면 후보는 5, 6 타일로 줄어든다. 이때, 만약 상대방이 그 전에 흰색 5나 6을 불렀던 적이 있었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면, 올바로 추리할 확률은 50%에서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렇듯 <다빈치 코드>는 기억력과 논리적인 사고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게임이다.
심리전 고수의 추리 방법
보드게임은 얼굴을 맞대고 하는 놀이다. 보드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커뮤니케이션에서 말보다 더 비중이 큰 것은 비언어적 소통이다. 승리에 있어 논리가 주된 요소라면 비언어적 요소, 즉 심리전의 요소는 부가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보드게임, 특히 추리 게임에서는 승리를 위해 비언어적 요소를 제어하는 것이 좋은데, <다빈치 코드>에서도 상대방의 행동을 통해 긴장 상태나수를 읽을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아래 3가지 사항을 기억하는 것이다.
첫째, 상대방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를 놓치지 말자.
둘째, 안 하던 행동을 갑자기 하는 경우를 인지하자. 예를 들면 음료를 빠르게 자주 마시는 것, 한숨을 쉬거나 팔짱을 끼는 것 등이 있다.
셋째, 당신이 관찰하고 있음을 상대에게 들키지 말자.
<다빈치 코드>에서 비언어적 신호는 조커 타일을 놓을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타일을 뽑고 코드 사이에 놓을 때, 그 전에 비해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조커 타일을 뽑았다는 대표적인 신호다. 상대방에게 조커 타일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몇 번 추리가 틀리고, 자신의 코드 사이사이의 숫자들이 공개되면서 타격을 입는데, 이럴 때 관찰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행동의 관찰은 속임수를 잡아내는 데에도 유용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대방이 불렀던 숫자는 상대방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추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숙련자들의 게임에서는 이를 역이용해 본인이 이미 가지고 있는 숫자를 불러 상대방의 생각에 혼란을 주는 속임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 뇌의 변연계는 부정적이거나 불쾌한 경험을 했을 때 이를 진정시키는 행동이 뒤따라오도록 한다. 속임수를 쓰는 것 또한 불쾌한 경험의 일종인데, 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목을 만지거나 쓰다듬는 것, 입이나 코, 눈을 비비는 것, 눈을 자주 깜빡이는 것 등의 행동이 이어진다. 이런 것들은 즉각 읽을 수 있는 신호이므로, 게임 중에 제공되는 일종의 힌트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관찰한다는 것을 상대방이 인지하면 이러한 행동들을 숨기게 되므로,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순간, 상대방은 플레이어를 교란하기 위해 인위적인 행동들을 할 것이다. 일부러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조커 타일은 지체 없이 바로 놓고 일반적인 숫자 타일들은 의도적으로 천천히 놓을 것이다.
한국어판의 발매
<다빈치 코드>는 2004년부터 국내에 유통됐는데, 정식으로 한국어판이 출시될 때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아르고>와 <코다>
<다빈치 코드>는 2002년 일본에서 <아르고>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시됐으며, 2003년에는 미국 위닝무브즈사를 통해 <코다>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출시됐다. 독일 위닝무브즈사가 2004년에 게임의 이름을 <다빈치 코드>로 바꿔 유럽에 출시했고, 이 게임은 국내에 수입업체를 통해 소량 수입되며 인기를 끌었다. 한국어판 게임의 유통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던 코리아보드게임즈는 독일 위닝무브즈사와 연락해 <다빈치 코드>의 국내 판권을 얻으려고 했다. 하지만, 판권이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보드게임을 만드는 일본 회사란 것은 보드게임 시장에서 생소한 존재였으며, 심지어 제작사 가켄은 보드게임 전문 제작사가 아닌 교구를 출판, 유통하는 회사였다. 그래서 일반적인 보드게임 라이선스 계약과 달리, 서적 출판 계약에 가깝게 <다빈치 코드>의 한국어판 계약이 진행됐다. 이 소통 과정은 굉장히 더뎠고, 이 기간에 국내에서는 병행 수입된 독어판이 주로 유통됐다.
많은 사람이 독어판에 익숙해 있었기에, 코리아보드게임즈는 <다빈치 코드> 한국어판의 이미지를 독어판 그대로 가져가고자 했으며, 그러기 위해 독일 위닝무브즈사와의 협의를 통해 독어판의 일러스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코리아보드게임즈는 박스의 재질, 광택 등 상품의 퀄리티를 독어판과 최대한 똑같이 맞추기 위해 6~8개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다만, 한국어판만의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박스 오른쪽 하단에 모나리자 이미지를 추가한 것이다. 모나리자는 다빈치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만큼, 국내 소비자들에게 흥미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8년에 <다빈치 코드>의 한국어판이 출시됐다.
운도 실력이다
<다빈치 코드>는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으며, 운의 비중이 작지 않은 게임이다. 숫자 타일을 무작위로 가져오는 점, 상대방 코드에 대한 단서가 쌓이기 전에는 ‘찍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운의 비중이 적지 않다.
운의 비중이 크고 시스템이 가벼운 게임들은 숙련자들에게는 큰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빈치 코드>는 예외다. <다빈치 코드>는 보드게임을 오랫동안 취미로 한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게임 중 하나다. 논리적인 추리, 심리전, 운 등 3가지 재미있는 게임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리면서 플레이 시간이 짧다. 바로 이것이 <다빈치 코드>가 지난 10년간 사랑받아온 이유다. 여기서 굳이 <다빈치 코드>를 만든 개발자가 동경대 수학과를 전공하고 일본 산수 올림픽 위원회 이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은 보태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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