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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마블 챔피언스: 배움의 장벽을 넘는 자에게 찾아오는...
  • 2022-08-13 09:20:50

  • 22

  • 1,024

Lv.5 너굴너굴


발매년도 : 2019년
게임 타입 : 협력게임, 카드게임
플레이 타임 : 45-90분
플레이 인원 : 1-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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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FFG...

전 친구들에게 FFG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꽤 상반된 반응을 보입니다. 게임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뛰어남을 인정하면서도 무한한 확장을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지속적으로 파는 전략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매우 싫어합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심정으로 FFG를 바라보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리뷰할 게임은 그 FFG에서 출판한 게임. 마블 챔피언스(이하 마챔)입니다. 지갑 출혈량을 생각하면 욕을 한바가지 하고 싶지만 마케팅 전략이 게임의 재미를 평가하는데 영향을 주면 안되겠죠.


자,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마챔을 살펴봅시다!



* 마블 챔피언스 리뷰는 협찬을 통해 작성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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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냐면요



마블 챔피언스는 자신이 준비한 영웅으로 사전에 준비한 빌런을 제압하는 내용을 다루는 카드게임입니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쉬헐크, 블랙팬서, 캡틴 마블이 있으며 각 영웅은 고유한 스타일의 운영을 필요로 합니다.



플레이어의 덱은 아이덴티티 카드 한장, 영웅 관련 카드, 특정 색상(노/빨/파/초)의 성향 카드, 회색의 기본 카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리 준비하셔서 잘 섞어두시면 돼요.



의무 카드와 숙적 카드는 별도로 빼놓아야 합니다. 의무 카드는 빌런 덱으로. 숙적 카드는 조건에 따라 게임 도중 빌런 덱으로 섞여 들어가거든요. 

빌런 카드는 빌런의 단계를 나타내는 카드, 빌런의 조우 카드, 일반 조우 카드, 그리고 아까 빼두었던 의무카드를 섞음으로써 완성 됩니다.


게임의 단계는 2개로 나뉩니다. 플레이어 단계와 빌런이 활약하는 빌런 단계죠.





플레이어 단계에서는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사용하거나, 이미 설치된 보조카드를 발동 시키며 교전을 벌이고, 영웅<->일반인 상태로 변신을 할 수 있죠.

카드는 효과 적용을 위해 소비하거나 좌하단에 적힌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카드와 그렇지 않은 카드를 구분하며 사용하는 혜안이 필요하죠.



플레이어 단계가 끝나면 각 플레이어는 원하는만큼 패를 버리고 자신의 아이덴티티 카드에 적혀 있는대로 손패를 보충합니다.



이제 빌런 페이즈가 시작됩니다.


< 세모난 토큰은 위협. 동그란 토큰은 피해량입니다. 보스의 체력은 다이얼로 계산 합니다. 라이노 카드에 올려진 둥그런 토큰은 잠시 무언가를 계산하기 위해 올려놓았어요! >


빌런은 위험 임계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위협 토큰이 쌓여가다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영웅 팀의 패배로 게임이 끝납니다. 그 전에 체력을 0으로 만들어야 하죠. 참고로 한번 패배한 빌런은 발악하듯 더 강해지며 2번째 단계로 접어듭니다. 그러므로 체력을 0으로 두 번 만들어야 해요.

빌런은 각 플레이어에게 공격을 가하며, 조우 덱에서 카드를 뽑아 공격/위협 수치에 더합니다. 만약 영웅 상태라면 직접적인 피해를. 일반인 상태라면 위협토큰을 쌓으며 패배조건을 완성해가죠.



각 카드 결과를 해결한 뒤 빌런은 각 영웅에게 조우 카드를 나눠줍니다. 이 카드는 빌런을 강하게 하거나, 하수인을 출현시키거나, 때로는 플레이어들이 사전에 넣어둔 의무 카드를 통해 플레이어들을 압박하죠.


이렇게 플레이어, 빌런 페이즈를 반복하다가 어느 한 진영이 승리하면 게임이 종료 됩니다.

승리했다면 승리의 축배를. 패배했다면 원인을 곱씹으며 덱을 수정해야겠지요 :)

덱은 룰북에 나온대로 처음엔 사전에 완성된 덱을. 조금 익숙해지면 다른 전략을 보유한 성향 카드를. 완전히 익숙해지면 규칙에 따라 자유롭게 덱을 완성해보는걸 추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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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첫만남


<뭐... 뭘 어떻게 한다고요? 쇄도? 숙적 하수인? 부가 음모? 조우 세트?>


솔직히 말해서 마챔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습니다. 장르 특유의 거친 학습곡선이 문제였어요.

보드게임이란 취미가 가진 장벽 중 하나는 규칙서의 이해입니다. 글을 읽고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세부적인 디테일을 기억해야죠. 여기에서 끝이냐?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정리하여 전달 해야합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예요. 이를 증명하듯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규칙 질문 / 후기를 보면 종종 규칙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거나 아예 일부분을 통째로 잊어버린 채 오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규칙이 어려울 수록 이런 현상은 더 잦습니다. (재미있게도 극악으로 어려운 게임은 아예 이런 오해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ㅋㅋ) 

아마 이렇게 생각하시겠죠. "마챔이 미친듯이 어려운가본데?"

놀랍게도 마챔의 기본 규칙은 어렵지 않아요. 큼직한 그림이 가득한 준비단계를 제외하면 꽤나 얇은 규칙서입니다. 읽고나면 할만하다는 생각과 도전욕구가 불타오르죠. 


<블랙위도우 누나... 미안해요... 저 도와주러 오신건 고마운데 뭘 하시겠다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 규칙서에선 느끼지 못했던 거대한 장벽을 만나게 됩니다. 카드 효과라는 이름의 통곡의 벽이죠. 

마챔을 포함한 여러 규칙서에서 이런 말을 볼 수 있습니다. "카드의 효과와 규칙서의 내용이 충돌하면 카드의 효과를 우선시 합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급으로 편리한 표현입니다. 제작자 입장에선 단 한 줄로 카드 효과에 대한 많은 질문을 답할 수 있거든요. 

문제는 마챔의 많은 카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효과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어떻게 규칙이 바뀌는지 이해하기 위해 참조표를 계속 뒤적거리는 문제가 발생하죠. 다행히 대부분은 카드만 보고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의미불명의 단어가 발목을 잡아요. "쇄도한다" 같은게 대표적이죠. 제작사도 이 문제를 알고 있는데다 앞으로 나올 확장의 통일성을 위해 사전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참조표를 잘 준비했더군요. 이런것까지 설명했다고? 싶을 정도로요.

원점으로 돌아와서, 머리로 게임의 흐름은 이해하고 있지만 실제로 효과를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계속 버벅거리니 맥이 끊기는 느낌이 지속적으로 듭니다. 숙련자의 보조가 있다면 빠른 진행이 가능할테죠. 하지만 혼자서 게임을 파악해야 하는 대부분의 게이머라면 "쇄도한다" 같은 표현을 볼 때마다 뭔소릴 하는지 감도 못잡으며 머리를 긁적이게 됩니다. 게임. 참조표. 게임. 참조표. 게임. 참조표. 울퉁불퉁한 거친 노면을 달리는 고통스러운 느낌을 받죠.

첫 게임 후 '쉽지 않은 작품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게임을 접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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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거구나





영어엔 click 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해가 안가는 요소들이 머리 속에서 둥둥 떠다니다가 어느 순간 딸칵(click)! 하고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을 뜻하죠. 한국에는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네요. 

한동안 혼자 게임을 꺼내들고 룰북과 참조표를 번갈아가며 읽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해가 안가는건 물어보고. 유튜브를 통해 게임 과정을 지켜보고. 따라해보기도 했죠. 여전히 난해함이 느껴졌지만 반복학습을 통해 어느 순간 "아, 이런거구나" 하며 카드의 의도와 연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고통스러운 학습의 터널을 빠져나온 이 순간. 게임이 가진 재미가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죠.     




1. 영웅과 함께 성장하는 나




다양한 캐릭터를 제공하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제가 누누히 강조하는 점이 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제공한다면 운영법에서 강렬한 차이가 느껴져야 해요.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효율. 연구를 통해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경험. 손에 익으며 숙련도가 쌓여가는 과정. 이런 요소에서 재미가 극대화 된다 생각하기 때문이예요.

마챔은 만점을 줘도 좋을 정도로 캐릭터마다 심혈을 기울여 차별점을 두었습니다. 

기본 스탯만 보면 스파이더맨의 방어력이 1-2 높고 쉬헐크의 힘이 1-2 높은 식으로 아주 미묘한 차이를 두고 있어요. 하지만 각각의 운영법은 완전히 다릅니다.

스파이더맨은 공격을 무효화 하는 능력으로 공격을 흘려넘기며 일격을 가하는 특성을. 쉬헐크는 일부러 공격을 받으며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켜 공격력 증폭을. 블랙팬서는 공격 할 때마다 "와칸다 포에버!" 을 외치며 연타를. 아이언맨은 업그레이드에 치중하며 강력한 무장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화력을. 캡틴마블은 에너지를 모아 방출하며 적을 제압하죠.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5가지 캐릭터 덕분에 

    1. 내 성향에 맞는 캐릭터를 고르는 재미
    2. 캐릭터의 이해도를 높이는 재미
    3. 캐릭터의 의도에 맞춰 운영법을 알아가는 재미

를 캐릭터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상술했던 강조하는 점에 정확히 들어맞죠.

사족이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스파이더맨인데도 운영법은 다른 캐릭터들이 훨씬 더 재밌었어요. 특히 쉬헐크는 누구인지도 잘 몰랐는데, 체력을 극단적으로 줄여가며 공격력을 극대화 하는 방식이 스릴 넘쳐서 즐겁더군요. 수비형 캐릭터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폭발적인 피해를 주는 캐릭터들이 제 운영에는 더 잘 맞았어요. 잘 몰랐던 영웅을 알게되는 좋은 경험도 주었죠.



2. 손패 관리




마챔에서 카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쓰입니다. 카드의 효과. 자원이죠. 한 장의 카드가 두 가지 사용법을 가지고 있다보니 필연적으로 "둘 중 어느 용도로 써야하는가?" 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됩니다. 

게다가 카드의 효과도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단기적이지만 강력한 위력을 가진 즉발성 카드. 당장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도움이 되는 업그레이드 카드. 꾸준히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제한된 수명이 있는 동료 카드 등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하는 딜레마도 안겨줘요.

사용하지 않은 카드는 원한다면 손에 계속 들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를 안깁니다. 카드를 버려대며 덱 회전 속도를 올리면 더 많은 카드를 보게 되니 다양한 책략을 짜낼 기회가 많아지지만, 중요한 카드가 버린 더미 속에 파묻혀 기회를 날릴수도 있기 때문에 패버림도 고민해야 합니다.

이렇게 카드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비교하며 고민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한올 한올 게임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퍼즐처럼 느껴져요. 모든 결정에 의미가 있으며 그 유의미한 차이가 상당한 결과의 차이로 이어지거든요.




3. 위기 관리


< 전방위로 공격하는 빌런. 영웅의 삶은 참 피곤합니다.>

빌런은 매 라운드마다 플레이어에게 시련을 안깁니다. 영웅을 무력으로 두들겨 패는 것은 물론이요. 전장 이탈시 위협수치를 쌓아가며 게임의 끝을 앞당기기에 편히 쉴 수 없도록 압박하죠. 게다가 끊임없이 이벤트를 발동시키며 자체적으로 강해지거나, 하수인을 출몰 시키거나, 플레이어의 의무 수행를 강제합니다. 처음 1-2개는 가볍지만 위기가 누적될 수록 우선순위를 정하여 하나씩 해결해야 하죠.

여기에서 게임이 영리하게 만들어진 또 하나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보통은 영웅-빌런-정리 단계로 게임을 진행하는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마챔은 빌런 단계가 시작되기 전에 카드를 보충해요. 플레이어들에게 빌런의 활동을 막을 수 있는데도 카드를 포기하기가 싫어 '일부러' 막지 않는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 입니다.

정말 의미있는 판단이 차곡차곡 쌓여가며 재미를 뽑아내는게 느껴져요. 

중독성으로 유명한 게임 문명을 만든 게임 디자이너 시드 마이어가 이런 말을 했죠.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다."


마챔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전략적인 게임이다" 라고 말하는 이유를 위 한 문장으로 설명 할 수 있습니다.





4. 테마를 이렇게 살렸다고?


<일반인이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 있다니!!>


예전 리뷰에서 테마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게임이 바탕으로 깔아주는 수동적인 테마와 플레이어가 행동으로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테마죠. 게임이 가진 배경이나 흐름이 다른 것을 대체될 수 없을 정도로 맞아 떨어진다면 수동적인 테마가 뛰어나고,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이 하나하나 납득이 된다면 능동적인 테마가 뛰어나다 할 수 있습니다. 가끔 그래서 자세한 설명 없는 "테마가 좋다" 라는 평을 들으면 어느 쪽을 뜻하는걸까? 하고 헷갈릴 때가 있어요.

저는 마챔의 테마가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자, 여러분은 자연스럽게 의문을 던지셔야 해요. "어느 관점에서 테마가 좋다고 하는거지?" 라고요.

곰곰히 생각해본바 마챔은 수동적인 테마가 굉장히 뛰어나다고 느낍니다. 마챔에서 볼 수 있는 히어로 vs 빌런 구도의 배경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멀티버스의 센티넬 같은 게임도 결국은 선과 악의 대결을 그리니까요. 그런데 마챔에만 존재하는 부분이 있어요. 바로 일반인으로써의 삶입니다. 그리고 이게 강렬한 테마를 느끼도록 만드는 멋진 요소로 작용해요. 

대부분의 게임은 히어로/히로인들의 멋진 모습에만 중심을 둡니다. 우리네와 다를 바 없는 모습에서 재미를 느끼진 못하니까요. 그런데 마챔에선 일반인으로서의 삶에도 상당한 무게를 두었습니다. 일반인만 할 수 있는 일(주로 큰 회복)이 있으며, 일반인이기에 사용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일반인이기에 받을 수 있는 지원과, 강제로 일반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의무)을 겪게 합니다. 

치열한 전투 후 잠시 전선에서 빠져 회복하는 동안 동료들이 싸우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을 때의 안타까움도 크지만 내게 갑작스레 주어진 의무를 책임지기 위해 강제로 전선에서 물러나 뒷처리를 하는 과정도 재밌어요.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시도라 너무 좋았어요.

순수하게 보스 + 하수인과의 전투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마블 코믹스 특유의 서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은 아쉽습니다만 그럼에도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이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습니다.



반대로 능동적인 테마는 어떨까요? 처음엔 영웅을 활용하는 방법을 보며 아주 능동적으로 테마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했지만, 여러번 마챔을 반복해서 플레이 해본 결과 아쉽게도 생각이 틀렸음을 느껴씁니다.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이미 게임 자체가 깔아주는 판 위에서 벌어지고 있죠.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짜여진 판 & 패 안에서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해결하는 것이 전부고요. 그래서인지 자유의사로 행동을 결정하기보단 최선의 수를 찾는데 바빴어요.

물론 영웅이 준비 단계를 거치며 한층 더 강해지는 시기, 즉 덱빌딩의 시기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게임 외적인 시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테마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긴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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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좀...



지금까지 풀어놓은 이야기를 들으면 다양한 영웅들이 빌런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고 피해가 막심한 동료를 지켜주는 등 멋진 장면을 머리 속에서 그리실거라 생각합니다. 죄송하지만 그 멋진 장면은 실제로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1.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 = 기나긴 기다림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요. 하지만 이 말은 플레이 인원이 늘어나는 순간 고스란히 독약이 됩니다. 1-2인이 즐기는 마챔은 빠르게 주고 받는 속도 속에서 의미있는 선택의 연속이지만 3인, 4인이 되면 상당한 늘어짐으로 뒤바뀝니다. 영웅이 합심한다지만 실제로 동료가 하는 행동이 내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행동을 하는 2,3명의 팀원을 바라보는 일종의 방관자 상태에 빠지게 되죠. 장고하는 플레이어가 여러명 끼어있다면... 행운을 빕니다. 
    

2. 폭발적인 펀치가 폭발적인 따귀로


<체력 봐라... 난 타노스랑 싸우는건가?>


인원수에 비례하여 빌런의 체력/위협을 늘린다. 얼마나 편리한 계산 방법인가요. 하지만 이 방법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체력이 뻥튀기 되는 순간 영웅들의 한방이 아주 초라하게 돌변해요. 라이노를 쓰러뜨리는데 10번을 때린다고 칩시다. 4인 플레이시 라이노의 체력은 4배로 증가합니다. 그럼 무려 40번을 때려야하죠. 물론 다른 영웅들이 아무것도 안한다는 가정이기에 극단적인 예시지만, 10 -> 40이란 변화의 체감은 엄청납니다.

체력을 10%씩 줄이던 공격력이 2.5%로 대폭 감소하니 빌런의 명치를 두들겨 패던 내 영웅의 공격이 갑자기 빌런의 뱃가죽을 찰싹거리는 빈약한 위력으로 느껴지죠.



영웅들의 협업이라는 멋진 무대 위에서 노는데도 마챔은 위의 2가지 이유 때문에 1-2인이 가장 뛰어나다는 치명적인 제약을 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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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거구나 - Part 2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단점 이야기에 다소 우울해졌나요? 영웅들도 때론 좌절합니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잖아요. 우리도 다시 기운내서 좀 더 밝은 면을 봅시다.


5. Power Up!


<오늘은 어느 방법으로 영웅을 강화해볼까?>

1번에서 플레이어의 성장을 이야기 했으니 영웅의 성장도 언급 안할 수 없죠.

당연하지만 영웅의 성장은 덱 개조를 기반으로 합니다. 마챔은 이 부분에서 꽤 친절한데요. 초보자용 추천 덱을 알려주어 게임에 충분히 익숙해지게 한 뒤 덱을 좀 더 세밀하게 조율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아이덴티티(영웅) 카드는 고정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지만(바꾸는게 말이 안돼죠!) 성향(수호, 용맹, 통솔, 정의)을 골라 영웅의 장점을 극대화 하거나 단점을 보완하고 기본카드로 아쉬운 부분을 조금씩 더 입맛에 따라 고쳐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좀 더 파고들면 보조영웅, 업그레이드, 이벤트 카드의 비율을 바꿔보거나 상대하는 빌런에 따라 덱을 즉석에서 고치는 방법도 가능하겠죠. 

실제로 이미 해외에서는 마챔의 팬들에 의해 활발하게 덱개발 및 공유가 이뤄지고 있으며(대충 세보니 1만 8천 종류의 커스텀 덱이 올라왔네요!) 다른 사람들의 덱을 보고 영감을 받아 업그레이드 작업에 빠져보는 것도 꽤 재밌는 작업입니다.  


관련 링크: https://marvelcdb.com/decklists

이렇게 파고들 요소가 많은 것은 게임의 수명이 길단 뜻이기도 하죠. 수명이 길단 건 그만큼 가성비가 나온다는 이야기고요. 


6. 다양한 난이도 조절



마챔은 기본적으로 3가지 빌런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라이노, 울트론, 그리고 클로우인데요. 

각 빌런의 스타일은 영웅간의 차이만큼 다르기 때문에 점차 어려운 보스전으로 넘어가는 재미가 있을 뿐더러 같은 영웅으로 플레이 해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처해야 하는 유연함을 필요로 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각 보스는 페이즈 1,2 혹은 2,3 식으로 자체적인 난이도 조절이 가능한데다 상황을 꼬이게 만드는 조우세트도 선택해서 골라 넣을 수 있으니 그 조합은 무궁무진하죠.

아쉽게도 이 세 빌런을 상대하는데 있어 하나의 거대한 서사가 그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높여가며 나의 실력을 테스트 할 수 있는 도전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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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좀... - Part 2


또 다시 찾아온 숙연한 시간... 원래 영웅의 이야기는 희노애락이 반복되는 법.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로 화제를 바꿔봅시다.



3. 내 돈을 언제까지 빨아갈거니?


< 엄마 나 1300만원만... 마블 게임 좀 사려고... >

이런 류의 카드게임. 특히 FFG에서 발매하는 카드게임은 전통적으로 끝임없는 확장을 통해 수명을 늘립니다. 넷러너가 아름다운(...) 예 이고요. 아컴 호러 카드게임도 아주 보기 좋은(...) 예 입니다. 

한번 발을 담그는 순간. 그리고 취향 저격을 당하는 순간. 지갑에서 끊임없이 돈이 녹아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확장이 발매 된다는 소식이 뜨면 댓글에 "아... 내 지갑..." 하며 한탄하는 사람들과, "제한된 용돈으로 확장과 다른 게임 중 뭘 사야할까요?" 하며 고뇌에 빠진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죠. 배우자 몰래 사려 한다는 용사들도 간혹 보입니다.

확장에서 끝나냐고요? 카드가 늘어나니 슬리브 사야죠. 카드 정리가 힘들면 정리함 사야하고요. 부수적인 콤포넌트가 늘어나면 담을 통도 필요하겠네요. 게임을 보관할 공간은 있나요? 책장 하나 더 삽시다.

농담으로 책장까지 도달하긴 했지만, 그만큼 추가 지출이 일어나기 아주 쉬운 구조란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 있어 들어가는 합리적인 비용의 범위는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이거 미친듯이 싸요/비싸요!" 라고 말씀 드리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을 가진 게임이란건 알아두시고 할 수 있는 선에서의 합리적인 소비를 권장드리는 바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미 확장을 하나 사실 계획을 하셨다면 나머지 확장을 구하실 확률도 매우 높습니다.




4. 반복적인 빌런 사냥은 지루한가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예요. 대답을 드리려면 여러분이 어디에서 성취감을 느끼는가를 먼저 여쭈어봐야 합니다.

내적 성취. 즉, 순수하게 내가 다루는 영웅이 변화하고 강해지는 과정을 즐기는 분들은 반복적인 빌런 사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수월하게 제압 할 수 있었던 빌런이 인원 수의 변화 / 시나리오 세팅의 변화 / 이벤트 순서의 무작위성 때문에 갑자기 어려워졌다? 이 분들은 가지고 있는 카드를 통해 좀 더 강함을 추구하고 다시 도전해보며 끝내 이겼을 때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빌런은 내 영웅의 강함을 재기 위한 척도로써 존재할 뿐. 게임을 더욱 깊게 파고 드는데서 재미를 느끼죠.  

그러나 외적 성취. 즉, 내가 따낸 빌런의 모가지(...) 갯수가 중요하신 분들은 각 빌런마다 1-2 혹은 2-3 단계를 한번씩 깨보면 더 이상 빌런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이것저것 바꿔넣어서 조금 더 해볼 수 있긴 하지만, 결국 똑같은 빌런을 계속 만나기 때문에 급속도로 관심이 떨어지죠. 이런 분들은 확장을 통해 새로운 빌런이 추가되면 다시 마챔을 잡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어느 성향이냐에 따라 반복적인 빌런 사냥이 재밌다/재미없다로 답변이 갈릴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저는 이런 반복적인 미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쉐도우런 크로스파이어처럼 반복적인 미션을 하더라도 보상을 통해 내 캐릭터 / 카드를 강화하는 목표가 있는게 좋아요. 마챔은 처음부터 모든 카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쉽게 원하는 캐릭터(덱)을 만들 수 있는 점이 되려 조금 아쉽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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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도 단점도 아닌 특별한 이야기.



마챔이 언급 될 때마다 반글화라는 표현을 보셨을겁니다.

마블, 제조사, 코보게 사이의 계약에서 캐릭터들의 이름을 한글로 바꿔선 안된다는 조건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캐릭터 이름을 제외한 나머지만 한글화를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출시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요. 

"이거 분명한 단점이다!"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마블의 행보가 이해하긴 어렵지만(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걸 요구 했을까요?) 이건 계약의 특이함이지 게임 자체가 가진 장점도 단점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게임을 하다보면 일관성 있게 반글화 되어 있어서 불편함도 없고요.

그래서 딱히 이에 대해 강한 의견은 없습니다.

없.어.요.

저.지.금.화.난.거.아.니.고.요.





추신: 제 리뷰가 어느 날 반글화 되어있다면 마블 법무팀에서 연락이 왔다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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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했냐면요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FFG의 마케팅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친구들에겐 Fantasy Flight Games(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 가 아니고 Freaking Furiously expensive Games(졸x 미치도록 비싼 게임즈) 라고 빈정거릴 때도 있죠.




< 아아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



하지만 인정할건 인정해요. 마챔이 가진 매력은 확실히 빼어납니다. 위에서 언급한 장점들을 하나로 묶는다면 "짧은 시간 내에 강렬한 딜레마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 정도로 요약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추천을 드리고 싶지만, 여전히 학습곡선이 상당히 가파른 것이 우려 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주변의 숙련자에게 배우는 것이나... 여의치 않다면 유튜브에 있는 다양한 영장자료를 적극적으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배움의 장벽을 뛰어넘는 날. 여러분들은 새로운 영웅과 빌런이 가지고 싶어 확장으로 슬금슬금 손을 뻗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공식적으로 마챔의 수렁에 빠져든 것이예요. 이제 빠져 나올 길은 없습니다.





아, 저는 괜찮냐고요? 하하하,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말예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물건을 사면서 처리할 때의 비용까지 생각한다고요.

이렇게 뻔히 보이는 FFG의 상술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자, 리뷰는 끝났습니다.






저는 캡틴 아메리카, 헐크, 닥터스트레인지 확장 살거라 바쁘니까 여기에서 작별인사를 하기로 하죠!



네? 왜 토르는 안사냐고요?

고기망치 휘두르는 토르는 제 취향이 아니거든요.

아시겠나요?

현명한 소비 :)





그런데 캡틴 아메리카를 주력 영웅으로 쓰고 싶다면 레드스컬은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나요? 서로 숙적이니 있는게 좋긴 하죠?

그럼 딱 이거까지만 사야겠어요.








...그런데 그런식으로 따지면 스파이더맨이 있는데 그린 고블린이 없는게 말이 되나요? 딱 그린 고블린까지만 추가하는 것도 괜찮겠네요.

그럼 딱 그린 고블린까지만...








흠... 다른 확장도 괜찮아 보이는데... 일단 여기까지만 사야겠어요!


그럼 리뷰 끝 ---- !!


다음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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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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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거 맞지? 안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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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사는 김에 좀 더 살까? 확장을 다 사기엔 좀 부담 되는데...  ㅠㅠ... 하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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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47 채소밭
    • 2022-08-13 11:23:31

    마무리에서 정말 빵 터졌어요ㅋㅋㅋㅋ 마무리까지 아주 좋은 글입니다 ㅋㅋㅋ 오늘도 재밌게 읽었어요! 저는 마블 시리즈를 아주 재미있게 드라마까지 챙겨보는 입장이지만 아직 마블 게임은 없어서... 이것도 엄청 고민했는데요.. 아컴 따라가기도 벅차서 손 대지 않고 싶었는데 ㅠㅠ 이 글을 읽으니 더더욱 경험이라도 해봐야겠다 싶어지네요. 이렇게 또 늪에 빠지게 되고...ㅠㅠ
    • Lv.5 너굴너굴
    • 2022-08-13 23:57:17

    재밌게 읽히는 글이 목표입니다. 하하핫. 친숙한 캐릭터가 대거 나오니 한번 해보시는 것도 재밌을거예요!
    • Lv.28 오렌지맛사과
    • 2022-08-13 13:12:55

    글을 진짜 재미있게 잘 쓰십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당ㅋㅋ
    마챔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 이번에 발표된 2사이클까지는 모두 구매할것같아요
    하지만 재미있어서 더 살지도....
    정말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 Lv.5 너굴너굴
    • 2022-08-13 23:58:07

    ㅋㅋㅋㅋㅋㅋ 재밌어서 산다. 제일 무서운 말이죠.

    어떤 영웅을 주로 하시나요?
    • Lv.28 오렌지맛사과
    • 2022-08-14 00:25:10

    제일 많이 한건 스파이더맨이고 최대한 골고루 돌아가면서 하려고 합니다ㅎㅎ
    이번 확장 사면 덱도 다양한 컨셉으로 짜볼 수 있어서 기대중이에요!!
    • Lv.53 상후니
    • 2022-08-13 16:17:11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ㅋㅋㅋ
    1인플하고 2인플도 플레이타임 차이가 꽤 나더라구요ㄷㄷ
    덕분에 2인플로 영업할 때 애먹었네요ㅜㅜ

    총알은 준비되어 있으니 확장만 꾸준히!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는
    토르는 빼고 구입하는건 힘들지 않을까요ㅋㅋㅋ
    • Lv.5 너굴너굴
    • 2022-08-13 23:58:54

    저도 인원수에 따라 플레이 시간이 급증하는걸 경험하고 놀랐어요.

    확장은... 어떻게든 되겠죠!
    • Lv.30 산신령
    • 2022-08-15 09:44:49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잘 읽었습니다. 이런후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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