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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낮은 진입장벽과 찰진 손맛의 퍼즐, 프로젝트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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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14: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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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이 리뷰는 코리아보드게임즈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플레이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
0. Project L
보드게임좀 해보신 분들이나 교육계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 혹은 어린 자녀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도미노, 펜토미노 등의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에요.
이런 친구들을 통합하여 폴리오미노라고 하는데, 크기가 같은 정사각형을 변끼리 맞닿게 이어붙여 만든 도형을 말합니다. 그리고 폴리오미노의 omino에 그리스어 접두사를 붙여 이름을 정하곤 해요.
예를들어 킹도미노게임의 도미노는 정사각형 두개를 이어붙여 만든 도형이죠? 그래서 Di-Omino, 도미노 라고 불러요. 펜토미노 퍼즐게임의 펜토미노는 5개의 정사각형을 이어붙여 만든 도형이고, Penta-Omino를 붙여 펜토미노라고 부르고요 :) 재미있는건 정사각형 네 개를 이어붙인 폴리오미노인데요, Tetra-Omino여서 테트로미노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관용적으로 테트리미노라고 부르곤 합니다. 이녀석들은 테트리스에서 워낙 강한 존재감을 뿜고있는데, 그 테트리스를 만든 회사에서 테트"리"미노 라고 부르거든요.
이야기가 잠깐 샜는데요, 이런 폴리오미노의 경우 2차원 퍼즐이라는 요소로 인해 평면 컨텐츠인 보드게임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흔히들 테트리스 게임이라고 부르는 게임들, 예를들어 우베 로젠버그의 패치워크나 오딘을 위하여나 이 바닥 터줏대감인 우봉고 등 정말 많은 게임에서 폴리오미노 퍼즐 요소를 차용하고 있죠.
그리고 여기, 폴리오미노에 "빌딩"을 끼얹은 게임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 해 볼 게임은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신작, "프로젝트L" 입니다.
▲ 게임 전반적으로 검은색이 많이 쓰입니다. 무려 박스아트에서도요.
1. 어떤 게임인가?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에 너댓개의 액션 중 원하는대로 조합하여 세 번의 행동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액션들 중에는 맞춰야 할 문제타일을 가져오거나, 문제타일에 퍼즐 조각을 올릴 수 있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죠.
자신의 앞으로 가져온 문제타일을 퍼즐조각들로 모두 채운다면 해당 타일을 치우고 퍼즐조각을 회수하는데요,
이렇게 완성한 타일들은 게임 종료 후 점수를 부여하며, 더불어 타일에 표시된 퍼즐조각을 즉시 보상으로 받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퍼즐조각을 모으고, 문제타일을 완성하는 것을 반복하다가 고승점 문제타일, 즉 검은색 타일 더미가 바닥나면 한 바퀴를 추가로 돌리고 게임이 종료됩니다.
당연히 게임이 종료되고 가장 높은 승점을 기록한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되구요.
ㅁ
▲ 개인판 보다는 참조표에 가까운 개인보드. 대부분의 규칙이 기재되어 있어 플레이 도중 길을 잃을 염려가 적습니다.
2. 게임의 특징
폴리오미노 퍼즐게임의 기본 아이디어는 거의 대동소이한데요, "주어진 문제를 주어진 퍼즐조각만으로 완성" 해야한다는 아이디어에요. 이 대전제 안에서 퍼즐게임의 구조가 성립하죠.
단적인 예로 우봉고도 문제마다 해결하기 위한 퍼즐조각을 미리 지정해주고 "이걸로 해결하세요" 라는 식으로 진행이 되잖아요? 주어진 퍼즐조각들로 문제와 대면하여 이리 고민하고 저리 끼워맞추는 과정과 그 결과에 따라오는 지적희열이 폴리오미노 퍼즐 게임의 포인트인데, 프로젝트 L은 그 포인트를 시원하게 걷어 차 버립니다.
▲ 대부분의 퍼즐게임은 "안 될것 같은걸 되게 하는 묘미"가 메인 컨텐츠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프로젝트 L에서 플레이어들은 플레이 도중 지속적으로 퍼즐 조각을 획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퍼즐조각의 종류가 꽤 많거든요? 모노미노부터 테트로미노까지 9종류 전체가 다 있습니다. 게다가 이걸 종류별로 적잖이 가지고 있게 되고요.
그러다보니 퍼즐을 완성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돼요. 막말로 부족한 조각이 있다면 "가져와서" 채워넣으면 되니까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1칸짜리 타일을 열 여섯개 가져온다면 무지성으로 채워넣기만 해도 모든 퍼즐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이 게임은 일반적인 폴리오미노 퍼즐게임에서 요구하는 "공간 지각적 사고능력"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프로젝트 L은 "주어진 조각들로 최단액션내에 퍼즐을 끊기지 않게 채워넣는 최적화 사고능력"을 여러분들에게 요구하죠.
▲ 고득점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마스터 액션"
이 최적화사고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마스터액션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L에서는 기본적으로 한 턴에 세 개의 액션을 수행하고, 한 액션으로는 하나의 문제타일에 퍼즐 하나를 놓는것이 끝입니다. 하지만 마스터액션을 수행하면 "모든 문제 타일에 퍼즐 조각을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어요. 단순히 생각해도 일반 배치 액션의 1배 ~ 4배의 효율이니 일반 배치 액션을 누가 하겠냐, 라는 생각을 하시겠지만 당연히 마스터액션은 턴당 1회로 제한되어있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 마스터액션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나머지 액션을 맞춰가는 쪽으로 최적화를 해 나가게 됩니다.
프로젝트 L에서 한 턴에 모든 퍼즐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마스터 액션으로 4개의 문제타일에 각각 마지막 조각을 채워넣어 따따따딱!! 하고 완성한다면 멋이야 있겠죠. 하지만 그 말은 곧 모든 퍼즐에 한계까지 조각을 채워넣을 수 있을 만큼의 조각풀이 보장되어야한다는 얘깁니다. 섣불리 달려들다가 남는조각이 없는 상황인데 아직 채워넣어야 할 조각은 대여섯쯤 된다? 그럼 진짜 그 판은 망한거에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2-2 정도로 나누어서, 마스터 액션을 통해 두 개 정도의 퍼즐을 동시에 완성하고 거기에서 회수되는 조각들과 보상으로 받는 조각들을 이용해서 새로 가져온 퍼즐에 다시 배치하게 되는거죠. 당연히 새로 가져온 퍼즐을 반 쯤 완성할 때 쯤 되면, 아까 남겨둔 퍼즐들이 완성되어서 다시 조각들이 회수될거고요. 프로젝트 L은 이런 느낌의 최적화 문제를 지속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던집니다. 이런 부분이 기존의 폴리오미노"퍼즐"과 프로젝트 L과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 나만의 엔진을 만든다기 보단 "사용가능한 자원을 누적시키는"게임에 가깝습니다.
이 게임을 보통 엔진빌딩+퍼즐게임이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사실 저도 그렇게 소개했구요) 수 차례 플레이한 결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엔진빌딩과는 좀 다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일반적으로 엔진빌딩 게임이라 함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인프라를 차곡차곡 갖추어가며 프로세스를 만들어 그런 작은 장치들이 모여 하나의 목적을 이루는 장치를 꾸려가는 게임들을 이야기하잖아요? 기즈모나 테라포밍마스, 최근에 확장을 발매한 인더스트리아도 그 적절한 예로 언급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프로젝트 L에서는 이런 장치를 꾸려가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한 종류의 타일만 줄창 가져온다고 해서 시너지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어떤 특정한 장치에 의해 연쇄되는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거든요. 엔진빌딩보다는 풀pool 빌딩, 혹은 리소스빌딩(물론 이런 장르는 없지만요)이라고 하는게 더 맞지 않나 싶어요.
엔진빌딩 게임을 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경험을 기대하시고 게임을 접하셨다면 아마 플레이 후 고개를 갸웃하시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보다는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적의 결과를 뽑을 수 있도록 사고의 조각들을 정돈해나가는 플레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게임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가능성이 높구요.
3. 우리에게 이 게임은
▲ 이 게임을 꺼내면 반드시 둘 중 하나의 반응이 나오는데요, "우와~ 테트리스에여?" 아니면 "우봉고?!" 입니다. 그만큼 시각적으로 먼저 다가오는 게임이에요.
프로젝트 L을 처음 개봉하면 형형색색의 무려 "플라스틱" 인 퍼즐조각에 눈길을 사로잡히게 됩니다. 비슷한 퍼즐게임은 많지만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알록달록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퍼즐은 생각보다 많지 않죠? 이중레이어로 제작된 문제타일에 퍼즐조각을 끼워넣을때의 그 찰진 손맛은 여타 다른게임에서 찾기 힘든 촉각적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딱 들어맞으면 기분이 편안해지거든요.
그리고 배우기도 쉽죠. 규칙 자체도 어렵지 않은데 잘 하는 플레이어의 플레이가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따라하기 쉬워 몇 판 지나지 않아 스스로 플레이를 정정하고, 한 단계 위 스테이지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숙련자와 초심자의 실력차이가 도드라지지 않는단 이야기에요.
▲ 구체물을 만지면서 노는 보드게임으로서 프로젝트 L의 손맛은 아주 찰진편에 속합니다.
우리는 어떤 게임들을 "영업용 게임" 이라는 장르로 지칭합니다. 네. 그리고 프로젝트 L은 저 두 특징으로 인해 영업용 게임으로서 꽤 괜찮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박스도 작아서 들고다니기 편하죠? 구성물은 문제타일과 퍼즐조각으로 구성물만 봐도 직관적으로 플레이 흐름을 예측할 수 있어요. 게다가 그 구성물 자체도 퀄리티가 괜찮아 시선을 끕니다. 규칙이 어려운것도 아니고요, 첫 판 정도는 숙련자에게 사정없이 털리겠지만 감이 좋다면 다음판 정도면 얼마든지 숙련자를 따라잡을 수 있어요. 이정도면 영업용 게임이 갖추어야 할 미덕을 대부분 갖추었다고 봐도 무방하죠.
다만 이 게임이 할 때마다 다채로운 재미가 있는 게임이냐 묻는다면 안타깝지만 고개를 가로저을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마땅한 테크트리나, 이후 시도해 볼 새로운 전략 같은 식으로 플레이 지속성을 제공하진 않거든요. 같은 플레이어들하고 10회 이상 하기엔 아마 다른 게임들에게 눈길이 더 많이 갈겁니다. 근데 이 단점에 전혀 영향받지 않는 플레이 환경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보드게임카페입니다. 보드게임 카페 사장님들은 이 게임을 들여가세요. 아마 처음 오시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충분히 재미있게 즐겨주실거에요.
▲ 생각하는 시간과 점수가 정확하게 비례하는 게임입니다. 마스터액션을 써서 완성할 수 있어도 일반놓기를 먼저 하는게 나을 수도 있어요.
하나 정도만 더 이야기해볼까요? 이 게임은 장고를 하면 할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게임입니다.
특히 마무리단계에서 이런 특징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데요, 일반적으로 종료 액션을 발동시키는 플레이어는 최대 5번, 최소 3번의 액션을 더 수행하게 됩니다.
5번이라면 마스터 포함 각 타일에 조각을 두개씩 + 낱개조각 3개를 더 놓을 수 있고요, 3번이라면 마스터 포함 각 타일에 조각을 하나씩+낱개조각 두개를 더 놓을 수 있어요.
따라서 타일이 몇개 안남았을 때, 내 손으로 끝낼것인가 말것인가는 거의 정해진 답이 있다고 봐도 무방해요. 다만 그 답을 도출해내기까지의 시간이 문제가 되겠죠.
일반적인 단계의 플레이에서도 이런 특징이 유사하게 적용은 되지만.... 몇 번 말씀드린 것 같은데, 이 게임은 딱히 그렇게 장고해서 이기라고 만든 게임은 아닌 것 같아요.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꽤 빠른 속도로 조각을 쌓아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장고유발 게임이긴 하지만, 장고를 할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
4. 마치며
사실 게임을 하다보면 이게임이든 저게임이든 적당히 테마만 씌워놓고 기승전결이 비슷한 경우가 없잖아 있는데요, 이렇게 생각치도 못했던 기믹을 활용한 게임을 보면 정말이지, 와....아직 보드게임 할 만 하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폴리오미노 퍼즐이라는 장르는 어느정도 경직된 부분이 있다보니 장르의 메인으로 나오면 그야말로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개인 퍼즐풀을 늘려가는 개념을 더해서 새로운 맛을 만든거죠. 이런 게임은 정말 언제나 환영이에요. 특히나 퍼즐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퍼즐 맞추는 능력보다 다른 능력이 더 필요하다는것도 신선했습니다.
퍼즐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안풀려서 골머리 썩히는 일이 없습니다. 진행도 빠르고 퍼즐을 해결해나가는 감각도 좋죠. 내가 누구보다 잘하고 못하고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는 게임이죠.
게임을 펼치시고요, 차근차근 퍼즐을 채워넣으세요. 곧 서너개씩 퍼즐을 쏟아넣는 손맛을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지금까지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신작, 프로젝트 L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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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제목을 지금보다는 소박하게 지었어야...... 리뷰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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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오히려 제목 및 박스디자인이 게임과 미스매치 되는 것이 재밌었어요 ㅋㅋㅋ L미노 하나 빼곤 제목과 전혀 상관없는 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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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항상 좋은 리뷰 추! 첫인상이 너무 좋은데 다회플이 아쉽다는 것도 동감이에요 ㅎㅎ 하지만 언제나 처음 해보는 사람 앞에 꺼내들기 너무 좋은 게임이어서 손님들 올 때마다 꺼내고 있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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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야 항상 처음 하는 게임이지만 호스트인 저는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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