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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제와 해석의 보드게임, <튜링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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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08: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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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신나요
※ 별도의 출처 명시가 없는 모든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튜링머신>은 명제와 논리 추론을 바탕으로 하는 수학 퍼즐 게임입니다. 딱딱한 이론적 개념이 어떻게 게임이 되는가의 차원으로 접근하는 게임을 개인적으로 상당히 호기심 갖고 살펴보는 편입니다. 이런 류로 그간 나온 대부분의 보드게임들은 수학적인 접근이 많았죠. 개중에는 언어학적으로 접근 가능한 <콘셉트> 같은 굉장한 걸작이 있기도 합니다. <튜링머신>은 수학과 언어학을 맞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명제와 논리가 두 영역을 아우르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어떤 게임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규칙은 매우 간단하지만, 그 기본 원리를 파악하려면 약간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특히 검증기를 읽는 방법을 이해하는 게 중요한데, 이것이 쉽지 않아 저는 처음에 좀 헤맸습니다. 특히 어려운 난이도에서 사용하는 검증기를 읽는 법이 쉬움 난이도의 검증기와는 달라서요. 천천히 짚어가 보죠.
우선 목표는 1~5 사이의 숫자로 이루어진 세 자리 암호를 맞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차례에 3개의 검증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 게임에는 검증기가 4개에서 6개 제공되는데, 암호를 맞히려면 각 검증기에 적힌 여러 명제 중 "참"인 명제를 밝혀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임시 암호를 만듭니다. 임시 암호를 검증기에 넣고 돌리면 검증기가 검증해 줄 명제에 대해 참 거짓 여부를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찾아내야 하는 암호가 134라고 해 보죠. 그리고 이에 대해 검증기가 참이라고 알려주는 조건은 "마지막 숫자는 짝수입니다"라고 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임시 암호로 342를 만들어서 검증기에 넣으면 "참"이 뜹니다. 임시 암호의 마지막 숫자가 정답인 4는 아니지만 짝수라는 점에서 명제에 부합하니까요. 그걸 우리는 반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마지막 숫자는 짝수가 맞으니까, 2 아니면 4이겠구나." 그러면서 마지막 숫자 후보로 1과 3과 5는 지우게 되겠죠.
각 검증기에는 그 검증기가 증명해 주는 명제가 여러 개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단 하나의 명제만 참입니다. 이때, 정말 주의할 점이 있어요. 나머지 명제는 거짓이 아니라는 겁니다. 나머지 명제는 '검증하지 않는다'가 옳은 해석입니다. 규칙서 4쪽의 '각 검증기는 단 1가지 기준에 대해서만 테스트합니다'라는 표현은, 그 검증기에 적힌 여러 명제 가운데 딱 하나만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려주고 나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쉬운 문제의 검증기만 넣고 돌리다 보면 이 점을 까먹기 쉽습니다. 위 예시에서 쉬운 난이도 검증기라면 두 가지의 양립 불가한 명제가 적혀 있을 겁니다.
- 명제1: 마지막 숫자는 짝수입니다
- 명제2: 마지막 숫자는 홀수입니다
이 쉬운 난도에 익숙해지면 실수를 하기 딱 좋게 되 버립니다. 높은 난이도의 검증기를 생각해 보죠. 거기에는 명제가 3가지가 적혀 있고, 이번 문제에 대해 검증기는 명제3을 검증해 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 명제1: 첫 번째 숫자는 짝수입니다.
- 명제2: 두 번째 숫자는 짝수입니다.
- 명제3: 세 번째 숫자는 짝수입니다.
- 명제1: 첫 번째 숫자는 짝수입니다. - 234는 참 / 153은 거짓
- 명제2: 두 번째 숫자는 짝수입니다. - 234는 거짓 / 153은 거짓
- 명제3: 세 번째 숫자는 짝수입니다. - 234는 참 / 153은 거짓
명제의 역과 이, 대우를 배우는 게 지금은 어느 학년쯤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 부분에 대한 이해를 이야기하기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가설과 검증의 게임이기도 하고요. 고정된 보드게임 구성물들로 이 많은 검증 항목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수학의 원리를 안다고 해도 이 천공기가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는 저로서는 짐작도 안 가네요. ㅎㅎ
이 게임은 1명 게임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여러 명이 게임을 할 때는 같은 암호를 누가 가장 빨리 맞히는가의 경쟁이 되지만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없이 각자 자기만의 임시 암호를 만들어 검증기를 돌리는 거고 시간 경쟁도 없습니다. <세트>가 그와 비슷합니다만 <세트>는 게임판에 있는 카드를 바꿔 버리기 때문에 인터액션이 그나마 좀 있다면 이 게임은 그런 것도 없죠. 그래서 답을 맞히는 것 자체를 즐긴다면 혼자 한 문제씩 풀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게임을 매번 테이블에 펼치고 넣고가 귀찮지 않다면, 하루에 한 문제씩만 풀어도 뇌 자극으로 상당히 좋겠네요. ㅎㅎ 앱에서는 데일리 퍼즐이 제공되더군요. 난이도는 보통 정도인 듯하니 가볍게 풀이가 가능하겠고, 빡빡하게 머리를 쓰려면 어려움 정도도 도전해 보세요. 문제풀이 매니아들에게는 이만한 게임도 없겠다 싶은 즐거운 자극을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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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펴놓고 십자말풀이처럼 수시로 즐기기 좋은데..
그렇게 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슬프네요 ㅠ -
보드게이머에게 필수는 집이라는 팩폭을 오늘도 또 한 번 살포시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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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수학하는 사람이다 보니 튜링머신만 보면 경이롭습니다. 어떻게 이런 구조를 만들어낸건지-ㅅ-...
그리고 명제의 역과 대우는 배우지만 이는 더이상 배우지 않습니다 어르신.....후후후 -
이렇게 제가 세대 증명을....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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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안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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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배웁니다 어르신....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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