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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인데 협력이 안 되는데 그래서 웃기는, <쿼키 서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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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6 20: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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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신나요
※ 모든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사실 오늘 <킹덤 데스: 몬스터> 리뷰 2편을 올리려고 했으나, <쿼키 서킷>이 오늘 보드게임콘 스토어에서 예상과 달리 오전에 휘리릭 팔려 나간 것에 기쁨을 담아 이 리뷰를 올립니다. 이 재미있는 게임의 가치를 알아보는 분들이 더 생겼구나, 하는 기쁨 말입니다.
네, 저는 이런 것이 기쁠 정도로 <쿼키 서킷>을 높게 삽니다. 이 게임을 처음 영문판으로 접하고 난 뒤, 아는 사람에게 영업 겸으로 선물까지 했죠. 저한테 배웠던 지인들은 다들 만족스러워 하며 구하고 싶어했던 건데, 한국어판 출시 이후로 보드게이머들 사이에서 별로 이야기가 나오질 않는 듯하여 제 취향이 마이너한 것인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바로 니키 발렌스. 얼마 전 이야기했던 <아컴호러 3판>과 <광기의 저택>, <엘드리치 호러>의 디자이너죠. 이 호러 게임의 대가가 FFG에서 나간 후로 낸 첫 게임이 파티게임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으며 구매 의욕을 불태웠더랬습니다.
<쿼키 서킷>은 정해진 라운드 수 안에 목표를 달성하는 협력 게임입니다. 그러려면 로봇을 움직이는 명령 카드를 플레이어들이 내야 합니다. 이때 로봇을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행동을 시킬지 상의할 수 없습니다. 느낌으로 하는 겁니다. ㅎㅎ 모두가 충분히 카드를 내고 나면 한 장 한 장 공개하며 명령을 이행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카드를 낼까요? 명령 카드는 양면에 정보가 있습니다. 앞면에는 구체적인 효과가, 뒷면에는 그 효과에 관한 대략적인 정보가 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즈모 카드 중에 뒷면에 '이동'이라는 정보가 나와 있는 카드 앞면에는 2칸 전진, 1칸 전진, 1칸 후진이라는 효과들 중 하나가 있습니다. 뒷면에 '방향 전환'이라는 정보가 나와 있는 카드 앞면에는 왼쪽으로 90도, 오른쪽으로 90도, 180도 등의 효과들 중 하나가 있죠. 플레이어들끼리는 카드 뒷면의 정보만 공유하며, 카드 앞면의 효과는 발설하면 안 됩니다. 이 카드들을 플레이어 순서 없이 누구나 원하는 대로 낼 수 있습니다. 단 낸 카드를 절대로 철회해서는 안 되며, 나온 순서대로 카드를 일렬로 놓아야 합니다.
자. 계속 기즈모로 예를 들어 보죠. 이 로봇 청소기는 이동해 들어간 칸의 먼지를 치웁니다. 이 로봇을 제대로 움직이려면 앞으로 2칸 이동시키고 우회전을 시켜야 합니다. 누군가가 이동 카드를 냈습니다. 저 사람은 과연 1칸 이동시킨 걸까요, 2칸 이동시킨 걸까요?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기즈모가 갈 수 있는 곳이 앞, 좌, 우로 넓습니다. 이때 누군가가 방향 전환 카드를 냈습니다. 자, 기즈모는 왼쪽으로 돌까요, 오른쪽으로 돌까요? 설마…. 180도로 돌아보는 건 아니겠죠…?
쿼키 서킷은 이런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채로 나온 카드 뒷면의 정보만으로 로봇의 움직임을 추론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카드를 낼 때마다 "내가 이걸 지금 왜 내겠어 응?" 이러고, 남이 카드를 낼 때마다 "지금 그 카드를 왜 낸 거지? 엉?" 이러는 게임입니다. 그야말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기가 막힌 팀플레이가 나오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깔린 카드를 공개할 때마다 비명이나 웃음이 터져나오는 쪽입니다. 카드가 10장이 넘게 나왔는데 로봇청소기가 구석에서 왼쪽 오른쪽 뒤로 돌아대며 제자리 회전만 하다가 끝나면 맨정신으로 있기 힘들어지죠.
상당히 골치 아픈 게임입니다. 그러면서도 어찌어찌 풀리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소통 부재의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좌충우돌을 다룬 또 다른 걸작 협력 게임 <매직 메이즈>가 많이 생각납니다만, 묵언 정도의 강력한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가슴을 칠 일은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이심전심 게임답게 서로 친한 사람들끼리 해야 시너지가 좋아요. 서로 괜히 큰소리도 팡팡 치고, 말 안 듣는 로봇, 아니 말을 너무 잘 들어서 답답한 로봇을 보며 울화통도 터져야 눈물 나게 웃깁니다.
서로 소통만 할 수 있으면 아무것도 아닐 시나리오 목표는 시나리오가 진행될수록 난이도를 점점 높여 갑니다. 쿼키 서킷에는 총 4개의 로봇이 들어 있는데요, 첫 번째 로봇인 기즈모 이후로 나오는 나머지 로봇들은 죄다 까다로운 기믹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의 초기 시나리오는 파티파티하다가,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빡(빡한)게임이 됩니다. 영 엉망으로 해도 어찌어찌 클리어되는 수준이다가, 뒤로 갈수록 그렇게 해서는 전혀 답이 없게 바뀌어가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그래서 사실 기즈모의 빵빵 터지는 웃음바다를 기대하고 끝까지 가기에는 중반부터 텐션과 집중력이 너무 높아지는 부분도 없잖아 있는데요, 그런 것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면 <쿼키 서킷>이면 충분히 훌륭할 겁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파티한 느낌만 계속 가져가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쿼키 서킷 미니>를 추천합니다. 끝까지 파티 게임의 면모를 유지하는 것을 의도하고 나온 듯한 이 후속작에서는 로봇은 둘뿐이고 시나리오 개수도 절반으로 줄지만, 두 로봇이 다 기믹이 복잡하지 않거든요. 그 둘 중 하나는 우리의 인기 로봇 기즈모이기도 하고요. 빵빵 터지는 파티게임도 좋고, 말도 못 해서 기쓰고 열내며 매달리는 빡겜이라도 좋다구요? 그럼 고민이 필요 없죠. 둘 다 하시죠. 저처럼요. ㅎㅎ(물론 저는 성격이 급해 둘 다 영문판;;;;;; ㅋㅋ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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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가 항상 주관적이라 좋네요 좋아하는 게임이신 게 느껴집니다ㅎㅎ고민없는 플레이(?)를 원한다면 미니 버전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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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봐야 소용)없는 플레이로 딱이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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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침묵으로 하는게 아니라 삐뽀삐뽀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좋더라구요ㅋㅋㅋ
그거로 나름 의사소통이 되서 잼있어요ㅋㅋㅋ -
저는 대놓고 말만 안 하면 그냥 의사소통은 적당히 할 수 있게는 해요. (다른 사람이 낸 카드 뒷면을 보고) "거기서 지금 그걸 낸다고?" 정도 이야기는 하는 게 더 재미있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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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이번 콘가서 둘다 구매해서 뭐부터 해볼지 고민이었는데 이 글을 읽어보니 미니부터 플레이 해보기로 정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
좋네요!! 시작은 파티하게, 끝은 빡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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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거 너무 즐겁게 했어요! 미니만 해봤지만... 뒷면의 정보를 보면서 지금?? 이 상황에서??? 이걸????? 하고 서로 쳐다보는 재미가... 그리고 오픈하고 빵 터지며 남탓하는 재미가 ㅋㅋㅋㅋ 오랜만에 또 하고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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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제 <쿼키 서킷> 진가를 알아봐 주시는 거 같습니다. 제가 업어 키운(=작업에 관련된) 게임이 아닌데도 괜히 기분 좋은 거 있죠. ㅎㅎ 남탓은 생활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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