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티 > 콘텐츠
싸움을 걸어온 사람은 없지만 나는 승부다! <레드 7>
-
2023-05-01 07:53:28
-
3
-
308
-
-
관리자 [GM]신나요
※ 모든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이번에는 최근에 즐긴 게임이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한 번 리뷰해 보겠습니다. 저는 이 <레드 7>을 프린트 앤 플레이 버전으로 처음 접했고, 게임을 해본 후 상당히 재미있어 한국어판이 출시되자마자 구매를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원래 카드 게임이라는 게 사기에 부담도 적죠.
게임을 먼저 살펴보죠. 총 7개 색깔 카드가 색깔별로 7장씩 49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카드에는 세 가지 자질이 있는데요. 색깔, 숫자, 그리고 규칙입니다. 가운데에 펼쳐진 카드는 현재 게임을 지배하는 규칙을 정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놓인 카드는 색깔과 숫자에 따라 우위가 나뉩니다. 우선적으로 숫자에 따라 높낮이가 정해지는데, 숫자가 같다면 색깔로 우열을 가립니다. 이때 무지개색 순으로 빨강이 제일 높고 보라가 제일 낮습니다. 즉, 이 게임 제목에 해당하는 ‘레드 7’은 게임에서 가장 높은 카드입니다.
각자 덱에서 카드 1장씩을 뽑아 자기 앞에 놓고, 손에 카드 7장을 받아 듭니다. 가운데에는 시작 규칙 카드를 펼쳐놓습니다. 그 카드는 빨간색이며, 빨간색 카드에 적힌 규칙은 ‘가장 높은 카드(를 내야 이김)’입니다. 이제 자기 앞에 높인 카드들을 비교해서 이 규칙에서의 승자를 찾습니다. 빨강 7이 있다면 그 사람이 십중팔구 승리이겠죠. 게임의 시작 플레이어는 이 승자의 바로 왼쪽 사람입니다.
차례가 되면 손에서 카드를 1장 또는 2장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의 규칙 하에서 승자가 되면 무사히 차례를 다음 사람에게 넘깁니다. 1장을 내려놓을 경우, 이 카드를 자신의 앞에 놓아서 현재 규칙에서 내 앞사람을 이기도록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있는 카드가 손에 없나요? 그러면 자기 앞이 아니라 가운데에 규칙 카드 위를 덮으며 카드 1장을 놓아서 아예 규칙을 바꿔 버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빨강 7 파랑 5를 가지고 있고 내가 노랑1 초록 2를 가지고 있다면, '가장 높은 카드' 규칙으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규칙을 '가장 많은 스트레이트'로 바꾸기만 하면, 다른 카드를 더 내지 않아도 승리할 수 있죠. 이렇듯 규칙이 바뀜으로 인해 내가 이미 내 앞에 놓은 카드로 승자가 된다면 카드를 더 낼 필요가 없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내 앞에까지 카드 1장을 더 낼 수 있습니다. 가운데와 내 앞에 각각 1장씩 2장까지 내고도 이길 수가 없거나, 손에 남은 카드가 없어서 승리할 수 없다면 게임에서 탈락합니다. 마지막까지 탈락하지 않는 사람이 승리합니다.
저는 여태 이 게임을 여러 사람에게 영업했고, 그들이 집에 가서도 이 게임을 생각하고 즐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함께 있는 순간에는 무척 즐겁게 했다고 기억합니다. 템포와 볼륨감은 '러브 레터'와 비슷한 느낌인데요. 매 순간 승리가 조건이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으로 인한 성취감이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내 앞에 내려놓는 카드들로 여러 규칙에서 이길 길을 만들어야 하기에, 손에 있는 카드를 마지막까지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는 맛도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즐거움을 줍니다.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내 앞사람이 자기 앞사람을 이기지 못해 무너지고 나자 내 살길이 나오는 독특한 아이러니의 순간을 만났을 때도 흥미진진합니다. 마지막 한 장이 다 떨어질 때까지 게임이 진행된다면 텐션이 끝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훌륭하고요. 사실상,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어 가기 때문에 게임이 진행될수록 텐션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승패는 자신의 운용에 달려 있습니다. 상대가 나를 힘들게 해서 내가 졌다기보다는 내가 극복하지 못했다는 맥락 덕에, 게임의 패배로 기분이 상할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면서도 '도전'이라는 맥락이 생생하게 살아 있기 때문에, "한 번 더"를 외치기 더욱 좋은 게임이죠.
기본 규칙에서 이 게임은 상대에 대한 공격의 개념이 없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인터액션이 강하지 않아 <크라스 카리어스> 같은 게임들처럼 요란하게 웃음이 터지는 시점은 딱히 없습니다(누군가 탈락할 때 정도?). 그럼에도 승부가 엄연히 존재하는 독특한 게임인데요. 홀수 숫자 카드에는 특수 능력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좀 더 다채로운 콤보를 노리려면 이 특수 능력 규칙을 적용해 봐도 좋습니다. 물론 저는 이 게임이 기본 규칙만으로도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레드 7>의 작가는 <이노베이션>, <글로리 투 롬>의 작가 칼 처딕과, <원 덱 던전> 시리즈의 작가 크리스 키슬릭입니다. <이노베이션>은 언젠가 제가 꼭 리뷰를 하게 될 정도로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건조한 게임이면서도 묘한 매력으로 흥미진진한 순간을 만들어주는 <레드 7>은 언제 꺼내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볼륨이라 더욱 좋습니다.
-
오 일본어판 이쁘네요 +_+
-
그쵸? 확 탐나더라구요 ㅎㅎ
-
본격 두통유발게임...
레드세븐 왠지 하고나면 막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요... -
흐음...... 좀 더 단련을 하셔야 하겠습니다. 어서 '지구를 떠나다'를 배우시지요. (도망)
-
우리 중국국가항천국에서는 이미 수 차례의 유인우주선을 우주로 쏘아올렸습니다. 다만 유인우주선이 복귀한 선례가 없을 뿐이죠.
베스트게시물
-
[자유]
엄마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보드게임 페스타에서 일어나는 일
-
Lv.10
뽀뽀뚜뚜
-
7
-
535
-
2024-11-18
-
Lv.10
-
[자유]
기업 이미지가 중립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이미지로 가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
Lv.7
플리페
-
8
-
436
-
2024-11-14
-
Lv.7
-
[자유]
왜 충성 보드게이머를 폐륜아으로 몰고 가신 거죠?
-
Lv.11
vallentine
-
8
-
375
-
2024-11-14
-
Lv.11
-
[자유]
뒤늦게 사건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코보게에게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
Lv.3
두이니
-
9
-
342
-
2024-11-16
-
Lv.3
-
[자유]
묻고 싶습니다. 특정 단어가 게임 디자이너의 의견인가요?
-
Lv.18
닥터M
-
19
-
603
-
2024-11-13
-
Lv.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