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www.boardgamegeek.com)



<라마>를 플레이했습니다. <아컴호러 3판>을 하면서 저와 쌍벽으로 바닥의 주사위빨 향연을 보여준 지인이 힐링이 되는 카드 게임을 하고 싶대서 꺼냈죠. 물론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긴 했습니다. "힐링이 되는 카드 게임이 있던가요? 다 누군가는 빡치는 게임 아니던가요?"

 

<라마>는 2명부터 6명까지 즐길 수 있는 카드 게임이고 규칙이 매우 간단합니다. 차례가 되면 바닥에 나와 있는 숫자와 같거나 1 더 큰 카드를 내든지, 덱의 카드를 한 장 뽑아 보충하든지, 게임에서 아예 빠지든지(탈출). 카드는 1부터 6까지 숫자 카드와 라마 카드가 있는데, 라마 카드는 차례에 낼 때는 7이자 0으로 간주합니다. 즉 6이나 라마 다음에만 낼 수 있고, 라마 다음에는 라마나 1만 나올 수 있습니다. 

1명을 제외한 모두가 손을 비우거나 탈출하고 나면, 남은 사람은 혼자서 최대한 손 비우기를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이때는 손 보충은 못합니다. 게임이 끝나면 남은 카드는 숫자만큼 벌점이 되는데요, 숫자가 같은 카드가 여러 장이라면 1장치만 벌점이 됩니다. 그리고 라마는 벌점 10점입니다. 규칙 설명이 두 문단으로 끝났네요.

작가가 누굴까요? 세상의 모든 규칙으로 게임을 만들 거 같은 작가, 수의 비교를 기본으로 매 순간 딜레마가 생기게 만드는 바로 그 작가, 라이너 크니지아입니다. 이 게임도 딱 크니지아 스타일이죠.

 


기본적으로 <라마>는 운 요소가 강합니다. 첫 손패, 첫 번째 카드, 내 다음 사람의 패 등이 다 나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운 요소니까요. 그러나 게임이 얼마나 흘러갈지, 지금이 떠나기 딱 좋은 박수칠 때인지를 재는 건 순전히 자신의 몫입니다. 6과 라마를 들고 6을 낼까 라마를 낼까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이 게임은 교묘하게 운빨을 가리고 있습니다. 

'1, 1, 2, 2, 라마, 라마'를 들고 있는데 가운데의 카드가 3에서부터 전진이 없으면 세상 답답한 게임이 됩니다(이날 제 이야기입니다). 남들이 3과 4를 비울 동안 미약한 희망으로 카드를 뽑는데 '라마' 2장에 '6' 1장이 나오면 더 화가 납니다(이날 제 이야기입니다). 마침내 라마를 버릴 타이밍이 되었는데 3장째를 내고 났더니 다음 사람이 '1' 카드를 내서 라마가 손에 딱 1장 남으면 라마 녀석의 웃는 얼굴이 방금 '1' 낸 플레이어의 얼굴처럼 보입니다(이날 제 이야기입......). 벌점을 40점 이상 먹으면 게임이 끝나는데 번번히 라마를 못 털고 벌점 먹으면 3게임만에 꼴찌로 게임을 끝내는 영광이 찾아옵니다(..........). 

이날 저는 크니지아 옹을 저의 살생부에 올렸는데요(아 물론 쉼호흡해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생자 리스트로 올렸습니다. 오래 사시면서 좋은 게임 많이 만들어 주셔야죠.), 어쨌든 <라마>가 힐링 게임인 건 분명했습니다. 저 빼고 다른 두 사람이 절 보고 세상 즐거워하면서 힐링하더라구요(...) 이 게임은 그날 저 같은 사람 둘이서 꼴찌 경쟁을 치열하게 하면 더 재미있어질 게임입니다. 제 느낌엔 5~6인플을 하면 더욱 엉망진창으로 웃기는 게임이 될 거 같은데요. <크라스 카리어트>나 <우노>처럼 남을 직접적으로 물먹이는 게 아님에도 불운 자체가 웃음을 낳는 코미디 같은 게임, 순식간에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게임, 진행 템포가 빠르고 한 게임이 끝날 때까지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시간이 걸리는 여러 모로 훌륭한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에 제가 잘 풀리고 이 게임 리뷰를 다시 쓴다면 이 게임은 운1기9의 실력 게임이라고 쓰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제 운을 아는 한, 그런 날은 오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