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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컴호러 3판> 하우스룰로 플레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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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5 08: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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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신나요
※ 별도 명시가 없는 한 사진 출처는 보드게임긱입니다.
일요일 저녁 <아컴호러 3판>을 3인플로 플레이했습니다. 사 놓고 여태 해 보지 못한 <검은 파도 아래> 확장을 껴서 플레이했는데요, 하우스룰을 적용해서 겨우 승리했습니다. 바로 '한 차례에 같은 행동 2번 가능' 하우스룰인데요. 이 규칙을 적용하면 패배하기가 어려운 게임이 되기는 합니다 ㅋㅋ.
<아컴호러 3판>에서는 한 차례에 같은 행동을 여러 번 할 수 없는 것이 기본 규칙입니다. 이것은 <엘드리치 호러>에서 넘어왔죠. <아컴호러 3판>의 기틀은 잡은 디자이너는 <엘드리치 호러>를 디자인했던 니키 발렌스(Nikki Valens)입니다. 지금은 FFG를 떠나 만든 게임이 바로 <쿼키 서킷>인데요. <광기의 저택>의 디자이너이기도 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차례에 행동 2번'이 이 당시 디자인의 기본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 행동 2번에 대해 같은 행동 선택 불가로 걸어놓으면, 매우 빡빡하게 운용되는 전략 게임의 느낌을 줍니다.
어제 같이 플레이했던 지인은 <아컴호러> 2판을 좋아했던 분인데, 이 3판은 한 번만 해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제의 플레이가 끝나고 나서 2판보다 힘들었다는 평가를 주셨는데요. 차례에 행동을 2번밖에 못한다는 게 굉장히 답답하셨던 듯합니다. 초심자들에게는 차례에 3번 행동하게 해 주자는 하우스룰도 끊임없이 제안하시는 걸 보면 말이죠.
<아컴호러> 2판은 3판과는 달리 AP 시스템 아니었습니다. 단계마다 각자의 위치에 따라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는 게임이죠. 그러다 보니 게임이 익히기 쉽지 않았습니다. 단계마다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와 그에 따르는 할 일의 처리 방식을 모두 익혀야 했으니까요. AP 시스템은 그에 비해 익힐 것을 확 줄여 줍니다. 차례에 할 수 있는 행동, 그 이외 단계의 처리법 정도로만 익혀 두면 나머지는 게임을 하면서 배우는 게 가능하니까요. <아컴호러> 2판의 후계자였던 <엘드리치 호러>가 이러한 AP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성공시킨 게임이었기에, 그 뒤를 이은 게임인 <아컴호러 3판>이 <엘드리치 호러>의 시스템을 가져오면서 더 집중해서 발전시킨 방향은 내러티브였다고 봅니다.
<아컴호러> 2판에서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 고대의 존재는 메커니즘과 승리 조건에 변화를 가져오는 요소입니다. 요새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룰 모듈이라고 할 수 있죠. 내러티브 요소는 빈약합니다. 처음에 고대의 존재를 선택했을 때의 플레이버가 다일 뿐, 요그 소토스가 차원의 벽을 찢든 이타쿠아가 온 아컴에 겨울의 추위를 몰고 오든 상관없이 특정 칸에서 만날 수 있는 조우 내용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엘드리치 호러>는 고대의 존재의 특색을 내러티브 차원으로 즐길 거리도 추가했습니다. 고대의 존재에 부속된 단서 조우와 미스터리 카드, 특수 조우 카드의 플레이버가 그 고대의 존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였거든요.
<아컴호러> 3판에 앞서 나온 <아컴호러 카드게임>은 카드를 극단적인 조합 모듈로 활용해 몰입감이 강렬한 내러티브 게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물, 장소, 적, 가지고 있는 물건들, 각자의 재능과 능력들, 그 모든 것을 카드로 구현한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러티브 구축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건 주요목적/주요사건 덱이죠. 이 시스템은 이후 <폴아웃>을 거쳐 <아컴호러 3판>에 이식되었습니다. 카드로 완전히 모듈화된 장소의 개념은 그대로 모듈형 게임판과 시나리오 맞춤형 조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컴호러> 2판의 마을 단위 무대를 벗어나 전세계를 누비는 활약상을 묘사한 <엘드리치 호러>에서 AP 시스템을 차용해 다시금 마을로 가져오면서, 단서 조우 및 특수 조우를 각 장소덱에 바로 섞어넣게끔 만들었죠. 그렇게 <아컴호러 3판>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지향하는 방향은 내러티브를 보강해 TRPG적인 느낌을 보드게임에서 좀 더 구현해 보는 것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서고 카드는 <엘드리치 호러>의 무작위로 정해지는 미스터리 카드와 달리 내러티브에 기승전결을 부여했죠. 이야기에 필요한 장소만 가져와 지도를 구축하고, 단서 카드를 그 장소에 가서 뽑게 했습니다. 이로써 플레이어들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각 장소를 직접 탐방하는 느낌을 살렸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세팅과 정리가 복잡해졌죠. <엘드리치 호러>와 마찬가지 AP 시스템에, 한 차례에 같은 행동을 두 번 못하다 보니 한 마을 안인데도 세계를 무대로 뛰던 때만큼이나 이동이 답답하고, 적 하나를 상대로 쩔쩔매는 전투가 이어집니다(개인적으로 <아컴호러 카드게임>이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전투가 시원시원하다는 거거든요). 단서 카드는 덱 맨 위 카드 2장과 섞이고, 조우에 실패하면 또 2장과 섞이다 보니 사건을 조사하려던 우리로서는 허망하게 차례를 넘기기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엘드리치 호러>에서는 단서가 있는 장소로 가는 길이 먼 대신 그 장소에 도착하면 곧바로 단서 조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컴호러 3판>에서는 이러한 밸런싱을 무작위 셔플로 해결하려 한 탓에 운이 과하게 개입합니다. 주사위 운과 셔플/뽑기 운이 풀리면 진행도 시원시원하고 파밍도 쑥쑥 되는 신나는 게임이고, 주사위 운에 셔플 운마저 따르지 않으면 세상은 파국으로 치달아가는데 나는 뭐 하나 되는 게 없는 게임이 됩니다.
그러니 <아컴호러 3판>은 치밀한 전략적 요소를 파고들기보다는 게임의 내러티브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잘 맞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하려면 제안할 만한 하우스룰이 두 가지 정도 있습니다. 하나는 단서 조우를 장소 덱 맨 위에 그냥 올려놓는 겁니다. <엘드리치 호러>가 도착한 장소에서 바로 단서 조우를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이동에서 이미 시간을 잡아먹고, 적들은 <엘드리치 호러> 때보다 훨씬 악착같이 달라붙는데 이야기마저 지연시키며 서사와 무관한 조우를 겪는 건 아쉬운 지점입니다. 대신 실패한 단서 조우는 그냥 버리는 정도로 하면 이 게임의 단서 출현 빈도 등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아내와 할 때 주로 적용하는, ‘같은 행동 2번 해도 됨’ 규칙입니다. 비록 마크 해리건 등 몇몇 캐릭터들의 특능이 없는 것이 되고 말기는 하지만, 이렇게 해야 이동도 전투도 답답함이 덜합니다. 눈앞에 적이 둘이 붙어 있는데 하나는 공격하고 하나는 회피해야만 한다? RPG 게임으로서 너무 제약이 크고 시스템이 테마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게임 후반부 난도를 크게 떨어뜨리기는 합니다. 차례에 같은 행동을 여러 번 하지 못한다는 것을 고려해 밸런싱을 한 규칙을 두 라운드 정도만에 다 끝내 버릴 수도 있거든요. 그렇지만, 초반에 어지간히 주사위 운이 안 좋아서 상황이 잘 안 풀렸다고 해도 마지막에 역전이 가능한 여유를 이러한 하우스룰이 어느 정도 보완을 해 줍니다.
기본 규칙 자체로도 저나 제 아내는 매우 만족스럽게 플레이하는 편이지만, 패배와 캐릭터의 죽음이 주는 충격에 그리 쿨하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어려운 게임을 이렇게라도 시원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좋다는 쪽입니다. 이야기에 몰입하기 더 좋은 방향이라면 게임의 취지에서도 그렇게 빗나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하니까요.
첨부1
아컴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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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슬쩍 바꿔서 다시 들이대봐야겠어요 -_-) -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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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우면 짱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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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동의합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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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할 때 참고해서 해봐야겠네요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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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즐거운 경험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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