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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찰리의 보드게임 역사기행 – 만리장성 – 제 3편 충신과 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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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8 10: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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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 [GM]찰리
--이전 편이 묻힌 게 아쉽기도 하고 앞으로 연재물을 유저뉴스로 올리게 되어 지난 화를 재업합니다. 다음 화는 오늘 중으로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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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보드게임 역사기행 – 만리장성 – 제 1편 개관
https://divedice.net/board/free?viewMode=view&ca=&idx=340436
찰리의 보드게임 역사기행 - 만리장성 - 제2편 인물고증
https://divedice.net/board/free?viewMode=view&idx=341199&ca=
이전 편의 마무리를 충신인 송말삼걸로 했으니 계속해서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제는 충신과 간신입니다.
게임 <만리장성>의 배경은 몽송전쟁이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북송 초부터 남송말까지의 시대를 아우릅니다. 송나라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서 송나라 올스타가 모였다는 게임적 설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올스타라고 해서 다 선역만 모이지는 않죠.
(1)악비
조선을 대표하는 명장이 이순신이듯 송나라를 대표하는 명장은 악비입니다. 남송과 북송을 모두 포함해도 악비의 지위는 확고합니다. 사실 악비는 북송말에서 남송초의 인물이기도 하지요. 코에이사의 삼국지를 하셨던 분이라면 익숙한 인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fortrees99/221937903363)
삼국지 14에 등장한 악비입니다. 여러 모로 좋은 장수입니다.
악비는 1103년 북송 말에 가난한 농민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미천한 출신이었지만, 금나라가 북송을 침략했을 때 의용군에 참여해 군공을 세워 신분이 달라집니다. 악비를 비롯한 여러 의용군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북송은 멸망하고 남송 시대가 열렸지만, 악비는 금나라와의 전쟁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악비가 이끌던 정예병을 악가군이라고 하는데 그 규모가 커서 대군벌이었다고 합니다. 악비의 본거지는 후베이성으로 지금은 다른 이유로 인지도가 올라간 우한시 일대가 악비의 본거지였습니다.
(지도 출처: https://www.fmkorea.com/1197021218)
악비는 꾸준히 금나라에 맞서 싸워 승전했지만, 진회의 모함을 받아 39세에 사사됩니다. 당시 조정은 악비로 대표되는 주전파와 진회로 대표되는 화친파로 나뉘었는데, 결국 진회의 화친파가 파워 게임에서 승리한 것이지요. 하지만 사후에 악비의 누명은 풀리고 명예가 복권되어 구국의 영웅으로 모셔집니다. 중국 항저우에는 여전히 악비의 묘가 남아있는데 여기에는 진회를 비롯해 악비를 모함한 이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동상도 함께 있습니다. 중국인들에게 악비는 단순한 명장이 아니라 이민족에 대한 저항을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한 것입니다.
최근 역사학적으로는 물론이고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며 다민족을 포용하려고 들면서 악비에 대한 재평가도 많이 나오는 편인데, 저는 이번 작업에서는 전통적인 관점을 좀 더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tnstnpbj8&logNo=220659993540)
이렇듯 악비는 송나라에서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중국인들에게는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입니다. 따라서 이 게임의 장수 카드 중 가장 멋진 일러스트로 1번에 위치해야 할 인물이 맞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만리장성>에서 묘사한 악비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협력 게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차지하고서라도 악비를 단순히 명궁으로만 묘사한 것이 아쉽습니다.
(2)진회와 가사도
진회는 악비와 동시대인 북송말 및 남송 초의 인물이고 가사도는 송말삼걸과 동시대인 남송 말의 인물입니다. 둘 다 망국의 재상이며, 간신으로 이름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이들에 대한 재평가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진회의 경우 남송의 여력이 금나라와 전면전쟁을 벌이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폈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가사도의 경우 남송 말엽에 재상으로서 여러 개혁 정책을 펼치느라 사대부 계층과 척을 져서 역사를 기록한 사대부 계층이 박한 기록을 남겼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진회가 역사에 길이 남을 간신으로 남은 이유는 역시 악비를 모함했기 때문입니다. 재상의 입장에서 전쟁으로 인해 불필요한 국력을 낭비하는 것을 막고 독립된 군권을 갖고 있는 군벌을 제거하는 것은 어찌 보면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당시 송나라는 화북 지역을 금나라의 침공으로 인해 막 빼앗긴 참이었고 악비를 비롯한 군벌들은 계속 전공을 세워가며 고토 수복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기에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진회는 역사에 간신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회의 경우 일러스트부터 플레이버 텍스트까지 간신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장군의 특기도 일꾼을 하나만 배치해도 여럿을 배치한 것처럼 쓸 수 있는 얌체 같은 효과라 모략가에게 어울리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반면 가사도의 경우 악명에 비해 너무 많은 푸시를 받은 느낌입니다. 일러스트가 멋질 뿐더러, 장군 카드의 뒷면 일러스트로도 들어가 이 게임의 대표 캐릭터 비슷한 위치에 있기도 합니다. 일러스트도 게임 상에서의 위치도 악비의 것이어야 맞지 않나 싶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오른쪽의 여성 캐릭터에 대해서도 나중에 한 꼭지 다루도록 하지요.)
가사도가 간신으로 이름이 남은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공을 속여 우승상에 오름.
지난 시간에 몽케 칸이 남송과의 전쟁 중 사망하여 몽골군이 철수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으실 것입니다. 이때 쿠빌라이도 전쟁에 참여해 악주(지금의 우한시, 우한이 오늘 많이 나오네요)를 공격했는데, 당시 방어 지휘관이 가사도였다고 합니다. 악명과는 달리 가사도와 휘하 남송군은 쿠빌라이를 상대로 잘 버텼는데, 계속된 전투로 피해가 극심해지자 가사도는 쿠빌라이와 독단적으로 밀약을 맺습니다. 군대를 물리면 공물을 바치겠다는 것인데, 몽케 칸이 사망한 후 몽골 내부의 권력 싸움을 준비해야 할 쿠빌라이 입장에서도 나쁜 제안은 아니었지요. 그래서 몽골군은 철수했고 가사도는 철수하는 몽골군을 쫓는 시늉을 한 뒤, 조정에 자신의 전공을 부풀려 보고합니다. 물론 밀약에 대해서도 함구했습니다. 그 결과 우승상에 오를 수 있었지요.
둘째, 우승상으로서 몽골과의 전쟁에 소홀함.
우승상에 오른 가사도는 그 권력을 마음껏 휘두릅니다. 쿠빌라이가 철군한 후 칸에 올라 송을 다시 침공할 때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있었는데, 가사도는 이 기간 동안 문천상 같이 자신의 권력에 방해가 될 인물을 견제하고 애첩들과 귀뚜라미 놀이에 빠져 정사에 소홀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무능했던 이종이 승하한 후 즉위한 도종은 더 심각하게 어리숙한 황제라 가사도는 황제를 꼭두각시 삼아 더욱더 마음대로 나갑니다.
셋 째, 남송 멸망에 일조함.
쿠빌라이 칸은 이전에 가사도와 맺은 밀약을 지키라며 남송에 사신을 보냈으나, 가사도는 그 사신을 구금합니다. 당연히 밀약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쿠빌라이 칸은 이를 빌미로 남송을 침공합니다. 남송의 최전선인 양양성은 무려 5년 동안 몽골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가사도는 전력으로 양양성을 구원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질을 일삼습니다.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유능한 장수에게 군대를 주지 않았고 원군을 보내는 일에도 소홀했습니다. 또한 양양성에서 올라오는 상주서도 중간에서 가로채 황제에게 도달하지 않게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런 와중에 황제에게 전황을 거짓으로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양양성은 함락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남은 수단이 없던 남송 조정에서는 가사도에게 13만 대군을 주어 몽골군을 막게 했습니다. 가사도는 이 군대를 이끌고 전장에 나아가 대패했고 남송은 그대로 멸망했습니다.
제가 <만리장성>의 인물을 검수하며 가장 많이 참고한 서적은 <중국 상하오천년사>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가사도 편의 제목은 "나라를 망친 가사도"입니다. 그런 평을 받는 인물을 제작사에서 이렇게 제작한 이유는 적인 쿠빌라이 칸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기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교활하지만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한 다크 나이트스러운 캐릭터로 가사도를 해석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몽골 칸과 관련된 기록이 중국 고전에 비해 서양에선 접근성이 더 높은가 봅니다.
다음 시간에는 특정 키워드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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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오르는 추천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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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에는 추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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