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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택틱스의 세계로. 글룸헤이븐 : 사자의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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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3 2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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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0. Jaws Of The Lion
짭조름한 바다내음, 짐을 내리는 선원들의 기합소리. 큰 소리로 활기차게 외치는 상인들의 호객행위와 그 소리를 들으며 머리아파하는 숙취꾼까지.
수도에 사는 어떤 작자들은 이 곳을 촌동네라 하지만, 그 누가 우리의 도시를 폄훼할 수 있겠습니까?
이곳은 우리의 터전, 글룸헤이븐입니다.
그 날은 여느날과 똑같은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잠자는 사자 선술집에 들어왔죠.
저기 엊그제 시비를 걸다가 강냉이가 털려버린 목수가 우리를 보면서 인상을 구기는군요. 씨익 웃어주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유난히 더운 날씨인지, 아니면 한동안 일 다운 일이 없어서인지(그것도 아니면 방금 확인한 바닥난 금화주머니 때문인지) 짜증나는 마음을 달래려 주인장에게 시원한 맥주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술집으로 누군가 들어옵니다. 대장장이의 아내인 샌디네요.
"우리 남편 좀 찾아주세요. 벌써 며칠 째 집에 들어오고 있지 않다구요."
"글쎄 부인, 남자가 자유를 찾아 떠나가고 싶어하는 시기가 인생에 두번 있는데 말야, 하나는 잘 알다시피 십대 얼간이 들이고 나머지 하나ㄴ..."
"장난하는거 아니에요. 돈은 모아왔어요"
샌디가 말을 끊고 탁자 위에 금화주머니를 턱 하니 내려놓습니다. 으음, 솔직히 큰 돈은 아니긴 하네요.
하지만 대장장이가 사라졌다고 해 봐야 어디 술집 구석에서 진탕 취한채로 곯아떨어져있을테니 이정도로 만족해볼까 합니다. 물론 우리 주머니가 비어있는 것도 결정에 한 몫을 하고있겠죠.
자, 그럼 바로 일을 시작해볼까요?
다시 소개하죠. 이 곳은 글룸헤이븐, 그리고 우리는 우는 애도 그친다는 글룸헤이븐 최고의 용병단 "사자의 턱" 입니다.
▲ 자...장비부터 챙기고 일어나야죠.
1. 게임의 대략적 소개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은 유우우우-명한 협력게임인 글룸헤이븐의 스핀오프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글룸헤이븐이라는 도시의 용병단인 "사자의 턱"의 일원이 되어, 여러분들에게 맡겨진 의뢰를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리우는 음모를 저지하며 글룸헤이븐을 구해내는, 이른바 RPG 장르죠.
▲ 간단히 얘기하면 지도 위의 헥스타일에서 전투를 벌이는 게임입니다.
게임은 시나리오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하나의 시나리오는 하나의 맵에서 진행이 되며, 게임 시작 전 간단한 스토리를 읽고 시나리오에 돌입하게 됩니다. 각 시나리오에서 여러분들은 두 장의 카드를 조합해 하나의 액션을 만들게 됩니다. 이 조합의 결과로 나온 수치를 우선권 수치라고 하는데요, 몬스터들과 여러분의 우선권 수치를 주욱 비교해서 우선권이 빠른 캐릭터부터 차례로 게임을 수행하죠.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조합한 액션을 사용하게 되고요, 몬스터들은 몬스터덱에서 나온 액션을 게임의 규칙에 따라 수행하며 이동 및 공격을 하게 됩니다. 이걸 반복하면서 스토리에서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받게 되죠. 그 후 도시에서 여러분들에게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고요, 상점에서 아이템까지 사면 해당 시나리오가 종료. 다음 시나리오로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2. 게임의 특징
내가 께임은 쫌 내공이 있다... 하시는 분들은 RPG, 즉 Role Playing Game이라는 장르를 들어본 적이 있으실겁니다. 요즘같은 장르복합시대에 어떻다 저떻다 딱 잘라서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일단은 역할극 게임이라고 보시는게 가장 그 뜻에 맞겠네요. 나아가서 레벨링 등의 육성까지 포함되어있으면 빼박이고요. 일본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서양의 발더스게이트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RPG 장르의 게임입니다. 주어진 캐릭터들을 육성하며 작은 사건에서 시작해 세계의 운명을 가름하는 싸움에 뛰어드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컨텐츠 삼는 게임들이다보니 그 특유의 몰입감에 매니아층이 꽤 두터운 장르입니다.
보드게임에서의 RPG게임을 살펴보자면, D&D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요, 아니, 어찌보면 RPG의 시초가 D&D니까 SRPG의 시초쪽에서 보드게임을 찾는게 맞겠지만, 아무튼 보드게임계에도 RPG장르는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장 떠오르는건....패스파인더 어드벤처 카드게임 시리즈나(또 TRPG가 나와서 조금 쫄리긴 하지만), 아컴호러 카드게임 시리즈도 RPG 장르로 볼 수 있을거고요, 최근 발매한 슬리핑 갓즈도 비슷하겠네요, 이런식으로 레벨링과 육성이 있는 RPG가 아닌 순수 롤 플레잉의 차원에서 보면 요즘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수많은 머더미스테리 시리즈까지 그야말로 보드게임계에서 RPG는 생각보다 굉장히 많고, 장르의 특성상 인기도 꽤 있습니다.
▲ 이걸 보고 광대가 올라가는 여러분은, 저랑 동년배라 이겁니다.
잠깐 다시 비디오게임으로 얘기를 돌려볼건데요,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택틱스 오우거, 파랜드 사가(국내명 파랜드 택틱스), 삼국지 영걸전, 창세기전들을 아시나요?
이 게임들을 흔히들 시뮬레이션 롤 플레잉 게임, 줄여서 SRPG 라고 합니다. SRPG는 이른바 RPG의 하위장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특징이라면 (당연한 말이지만)시뮬레이션 요소가 있는 RPG 라는 것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위저드리 등의 캐릭터가 배치되어있는 상태에서 액션만 지정해주는 RPG 와는 달리 SRPG는 <맵 위에서 캐릭터들을 전략적으로 배치, 이동시킨 후 적들을 요격해 나가는>시스템이 특징이었죠. 사실 말씀드렸듯 요즘이야 장르를 나누는게 큰 의미가 없는 시기이지만 예전에 저 게임들이 나왔던 시절에는 SRPG 하면 저 게임들을, 저 게임들 하면 SRPG를 칭할 정도로 대명사 같은 게임들이었어요. 이러한 SRPG게임들의 경우 현대까지 그 명목이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수 시리즈인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시리즈나, 파이어엠블렘 시리즈,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네요.
자,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긴 얘기를 했냐고요? 보드게임계에서 이런 RPG 게임의 정점에 서있는 게임이 바로 글룸헤이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적과 여러분들의 능력치를 비교하고 현재 지형을 분석하여 때로는 여러분들이 우세한 지형을 선점해야하고, 어떨때는 적을 각개격파 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하죠. 지도 위에서 유닛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고, 시나리오의 목표를 달성한 여러분은 보상으로 서사 한 걸음을 걷게 되고요, 그런 여러분들을 인터미션, 즉 상점과 도시이벤트가 반겨줍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레벨이 오르고, 여러분들은 새로운 스킬과 함께 점차 강해지죠. 그야말로 정통파 RPG, 나아가 SRPG가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모두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글룸헤이븐의 축소판이 바로 이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이하 사자턱)이고요.
일단 액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죠? 사자턱처럼 맵 위에서 피규어를 이동시켜가며 진행하는 게임은 굉장히 많습니다. 좀비사이드가 그렇고, 굳이 얘기하자면 광기의 저택도 그렇겠네요. 그런데 이런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액션을 한정짓는 시스템을 지니고 있습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이래요. <각 플레이어는 차례마다 N회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행동에는 이동, 공격, 탐색, 아이템교환 등이 있습니다> 이런식으로요. 여기에서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 도입하는 장치가 있다면 <어떤 캐릭터는 기본 이동이 2가 아니라 3입니다. 어떤 캐릭터는 기본 공격이 3이 아니라 4입니다.> 이런식인거죠. 하지만 사자턱의 경우는 약간 다릅니다. 사자턱에서 모든 공통으로 하는 액션은 문열기 말고는 없어요. (사실 이 문 열기 조차도 이동의 부가적 효과일 뿐입니다.) 그럼 각 캐릭터는 액션을 어떻게 하느냐,
▲두 장의 카드의 상/하단을 조합하여 액션을 수행합니다.
바로 두 장의 액션카드의 상/하단을 조합해서 하나의 액션을 수행합니다. 위 사진 같은 경우라면 인접한 모든 적을 대상으로 공격 2와 이동4를 원하는 순서대로 수행할 수 있죠. 만약 두 카드의 반대방향으로 조합을 했다면 사정거리 2 내의 적에게 공격2를 하고 이동불가 효과를 적용과 근접공격 2를 원하는 순서대로 수행할 수 있고요. 그리고 이런 카드들을 적게는 9장, 많게는 11장을 가지고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니 각 캐릭터 별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카드들이 캐릭터의 개성에 맞게 모두 다르게 구상되어있거든요. 예를들어 원거리 딜러를 담당하는 도끼투척수의 경우는 대부분의 공격액션이 원거리 액션으로 구성되어있고요, 탱킹을 담당하는 적위병의 경우 적지않은 공격액션에 상대를 당겨와서 어그로를 끌어오는 효과가 붙어있는 식으로요.
여기에 덧붙여 사자턱은 레벨업을 할 때마다 이러한 스킬카드를 추가로(!) 증정해줍니다. 더 재미있는건 핸드 제한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게임 시작 전 핸드 제한 수 만큼 카드를 골라서 시나리오에 돌입해야 한다는 부분이에요. 같은 적위병을 플레이하더라도 레벨업 할 때 (1) 어떤 카드를 골랐냐에 따라 전체적인 캐릭터의 성향이 갈리며 (2) 시나리오 시작 시 어떤 카드를 들고가냐에 따라 그 시나리오에서의 역할에 차별성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근접공격시 방어수치만큼 반사뎀을 주는 카드를 메인으로 하는 카드구성을 짜면 튼튼한 방어로 앞에서 맞아가며 버텨주는 탱커가 되고요, 적이 근접할 때 고정데미지를 주는 카드를 메인으로 하는 카드구성을 짜면 적을 쉴새없이 끌어당겼다가 베었다가 하며 적진을 종횡무진하는 딜탱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고요.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사자턱의 차별화는 일반적인 게임과는 조금 결이 달라요. 캐릭터마다 플레이 성향이 다른걸 넘어서서 그 캐릭터를 누가 운영하냐에 따라서도 플레이 성향이 달라집니다. 그야말로 "플레이 개별화"의 극에 다다랐다는 느낌이었어요. 더불어 한 번 시나리오를 실패한 후 재도전 할 때에 맞춤형 덱을 짜가서 일망타진 하는 재미는 덤이었고요.
▲ 어지간히 강화하면 공격보정덱에 부정적인 카드를 거의 모두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아, 레벨업 하니까 또 이 얘길 빼놓고 할 수 없는데요, 많은 게임에서 사용하고 있는 무작위 추출 도구인 주사위를 글룸헤이븐은 차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글룸헤이븐은 각 플레이어가 <공격보정덱> 이란걸 가지고 플레이를 하는데요, 공격수치를 정할 때 최종적으로 자신의 공격보정덱을 한 장 뽑아 그 결과를 적용합니다. 2데미지 공격에 보정덱에서 +2면 4데미지...이런식으로요. 그리고 이 공격보정덱은 플레이를 하며 레벨이 올라갈 때 마다(정확히는 특혜를 입수할 때 마다) 캐릭터별로 정해진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 일종의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1을 한 장 빼고 +1을 한 장 넣는다...라는 식으로요.말하자면 아컴호러 카드게임에서의 혼돈토큰 주머니를 플레이어마다 들고있고, 진행하며 그 혼돈토큰 주머니를 업그레이드 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전 이 부분도 직관적으로 캐릭터가 점점 강해진다는 느낌을 생생히 받을 수 있어서 꽤 인상깊었어요.
▲ 거의 대부분의 몬스터의 행동원리는 이 두 페이지의 매커니즘에 의해 결정됩니다. 하지만 이길 수가 없죠.
하나 정도만 더 이야기 할까요? 사자턱의 몬스터들은 행동하는 원리가 정해져있습니다. 예를 들면 몬스터는 항상 가장 가까운 적을 <주목> 하고요, 이동액션은 항상 <주목> 한 적에게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이동수치 내에서 공격거리에 들어갈 만큼 이동한다....라는 식이에요. 그래서 몬스터의 대략적인 행동은 어느정도 대비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이 마냥 계획대로 흘러가냐면 그건 또 아니에요. 몬스터들에게도 액션카드 더미가 있고, 몬스터들의 행동은 이 액션카드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실제로 몬스터가 이동을 하는지 안하는지, 한다면 얼마나 하는지, 몬스터의 공격은 근거리인지 원거리인지, 공격에 붙는 특수효과는 있는지, 몬스터들의 빠르기가 얼만큼인지 등 액션카드에 따라 몬스터의 행동들이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따라서 개략적인 전황을 예측할 수 있지만, 완벽한 계획은 세울 수가 없어요. 이 또한 컴퓨터의 움직임을 100%까지는 예측할 수 없는 SRPG의 묘미를 듬뿍 담고 있습니다. "이번턴에 이렇게 이렇게 하죠!!" 하고 몬스터덱 딱 뒤집었는데 "아 거기서 힐을??" 이런 상황이 적잖이 발생해요. 이런 무작위성이 전체적인 게임의 템포를 적절히 잘 조정해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기껏 원거리로 일망타진할 계획을 세워놨는데 빠르게 가까이 와서 자폭하는거 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3. 우리에게 이 게임은
저에게 글룸헤이븐의 가장 큰 단점은 뭐였을까요? 바로 그 볼륨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축복일 수 있는 50개의 시나리오는 직장인팟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거든요. 공감하시는 분들 많겠지만 사실 일주일에 잘 해야 한 번 모일까 말까 하는데, 그 중 두어시간을 매 번 한 게임에 할애해야 한다는건 큰 부담이에요. 하고 싶은 게임은 많은데 고정적으로 돌리는 게임이 하나 있다? 근데 그 게임을 무려 50번 가까이 해야한다? 뭐부터 접근해야할지 엄두도 안나요 정말. 사실 가격에 걸맞는 볼륨을 제공하니 가격은 큰 문제가 아닌데, 돈으로 정작 게임을 살 순 있지만 돈으로 시간을 살 순 없다는게 항상 문제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은 이 글룸헤이븐을 훌륭하게 다이어트 한 게임이며,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큰 의미가 있다...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물론 분량이 1/3 정도밖에 되지 않다보니 글룸헤이븐의 다양한 캐릭터 등의 컨텐츠는 어느정도 희생되었지만 약 20회의 게임 정도라면 큰 부담없이 플레이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스무번도 많기는 합니다만-ㅛ-
▲ 파티원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합니다.
그리고 이건 뭐랄까, 이런 류의 게임에 있어서 한 획을 그었다...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 튜토리얼이 정말 잘 되어있습니다. 저는 글룸헤이븐을 접하지 않고 바로 사자턱을 접했는데요, 이런 부분이 특히 "와 컴퓨터 게임을 제대로 옮겨놨네 진짜"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많은 게임이 첫플레이 가이드 라는 느낌의 룰북을 하나쯤 더 껴주곤 하는데, 사자턱의 튜토리얼은 진짜 기본적인 액션부터 카드를 조금씩 교체해가며 복합적인 액션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구성되어있어요. 솔직히 참을성 있는 플레이어들이 모였다면 규칙서를 미리 읽지 않고 바로 안내서를 차근차근 읽어가며 함께 튜토리얼을 진행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정도의 수준입니다. 아무래도 직업병이 있어서 규칙서를 읽을 때에는 이게 지식 전달에 있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성이 되어있나를 한 번쯤 눈여겨 보게 되는데, 글룸헤이븐의 안내책자는 흠을 잡을 수가 없을정도로 좋았습니다. 가이드를 하려면 이정도는 해야죠. 앞으로의 많은 게임이 부디 이런 선례를 잘 따라오길 마음 깊이 기도합니다.
본판에 비해 세팅이 간편한것도 장점. 맵타일 등으로 꾸역꾸역 조립했어야 했던 글룸헤이븐과 달리 사자턱의 지도는 책자로 이루어져있어서 그냥 뚝딱 펼치면 맵이 짜잔 하고 나옵니다. 이런 세팅 편의성의 중요함은 굳이 두 말 할 필요도 없죠. 물론 본편의 맵타일 방식이 3D프린팅 등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면 어마무시한 수준까지 올라가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번외의 이야기니까요. 저처럼 이것저것 꾸역꾸역 펼치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이건 축복입니다. 이런 방식이 호평을 받았는지 프로스트헤이븐과 글룸헤이븐 본판용 지도책을 발매한다는 얘기도 돌고있더라고요.
▲ 책 딱 펼쳐놓고 착착착 올려놓으면 끝입니다.
물론 이 게임이 만인에게 먹혀들어가는 나늬, 한국인에게 계란후라이 곁들인 김치찌개같은 게임이냐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RPG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도 내러티브를 중시하는 분에게는 그다지 큰 매력이 없을거에요. 예를들어 디스 워 오브 마인같은 게임은 게임 매커니즘보다는 이벤트에서 오는 선택과 그 결과에서 오는 처절함과 전쟁의 혹독함을 즐기는 전형적인 내러티브 위주의 게임이죠? 그래서 플레이어가 정말로 내전중인 국가에서의 피난민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죠. 하지만 사자턱은 스토리 자체가 기승전결이 짜여있긴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이 게임의 메인컨텐츠는 지도위에서 벌어지는 칼싸움과 캐릭터의 육성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게임 끝난 후 "와 스토리 쩔었어!!" 가 아니라 "아 오늘 전투 진짜 치열했어!!"가 나오는 게임이에요. 그렇다고 단점은 아니에요. 타겟층 분리가 확실한거죠.
4. 마치며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느끼는데요, 많은 인원이 좋은 평가를 매긴 게임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더라고요. 브라스가 그랬고, 이 게임 역시 그러합니다.
사실 글룸헤이븐이 이쪽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적 작품이냐 묻는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흔히 하는 SRPG게임을 보드게임으로 옮겨왔을 뿐이거든요. 하지만 그 포팅 과정이 대단한거에요.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죠? 사건의 재구성이란 게임은 다른 플랫폼의 게임을 보드게임으로 포팅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겪은 예 입니다. 이럴거면 폰으로 내지...라는 생각을 플레이하는 내내 들게 하거든요. 반면에 글룸헤이븐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익숙한 시스템을 보드게임으로 옮겨왔는데, 그 이식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요, 보드게임에서 할 법한 메커니즘으로 PC게임에서 나오는 메커니즘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어요. 협력게임의 고질병인 알파플레이어 문제도 캐릭터의 다양화를 통해 해결하여 같은 게임을 1인플로 컴퓨터에서 하는것과도 충분히 차별화를 두고 있고요. 그러니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지키며 글룸헤이븐이라는 브랜드가 장기간 BGG랭킹 상위에서 집권할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플레이를 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어요.
그 뒤를 이어 발매한 사자턱은 말씀드렸듯 글룸헤이븐에는 관심이 있지만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분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 될 거에요.
그리고, 여러분들을 능청스럽게 글룸헤이븐의 세계로 꼬시는 역할을 할 겁니다. 저에게 했던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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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턱 완주하고 글룸 들어가는 것이 올해의 목표예요. 많이 진행 못 했는데도 제 마음을 완전 뺏어버린 게임!! *_* 오늘도 좋은 글 즐겁게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그나저나 '만인에게 먹혀들어가는 보늬'는 어떤 비유인가요? 나늬와 보늬의 그 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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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악....댓글보고 틀린 비유인걸 알았네요-ㅅ-;;; 보늬가 아니라 나늬를 얘기하려고 했던건데...ㅜㅜ
꼼꼼히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황송합니다!! 이영도 작가의 소설에 나오는 "모두에게 아름답게 보인다는 전설속의 미녀인 나늬"를 얘기한거였는데 제가 실수했네요 -
그쵸! 나늬를 의미하신 것 같아서 여쭤보았어요. 너무 반가운 비유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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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진득하게 몰입하며 즐길 수 있는 사람이랑 하면 좋겠지만...현실의 벽에 부딪혀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네요 ㅠㅠ
좋은 후기 잘 봤습니다! 저도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ㅎㅎ -
언제나 사람 모으는게 가장 어렵죠... 특히나 저런 캠페인 기반 게임은 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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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PG 같은 장르를 친구와 같이 할 수 있다는게 보드게임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익숙한 게임들이 보여서 반갑네요ㅋㅋㅋ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도...동년배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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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룸헤이븐 언제쯤 해볼 수 있을지... 같이 할 사람이 없네요 ㅎㅎ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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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항상 사람을 소중히해야합니다.....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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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원 하나 하나가 소중한 게임이죠 ㅎㅎㅎ 글룸헤이븐~ 재밌게 잘 읽었어요~
도색된 사자턱 피규어들로 시나리오 다 깨봐야하는데... ㅠㅠ -
도색!!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은 취미입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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