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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 | 디자이너 다이어리 1: 그래서, 이게 대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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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1 16: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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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언테임드
<맹세: 제국과 추방자의 연대기>를 보다 풍성하게 즐기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작가인 Cole Wehrle가 작성한 디자이너 다이어리의 첫 번째 글을 번역했습니다. 개발 도중에 작성된 글이기에 최종 출시된 버전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본문을 축약한 글은 코리아보드게임즈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2019년 10월 11일
<맹세> | 디자이너 다이어리 1: 그래서, 이게 대체 뭔데?
안녕, 모두들.
며칠 전에 우리는 트위터로 레더 게임즈(Leder Games)의 새로운 게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어. 보드게임 긱에 있는 사람에게도 슬슬 이 소식을 알릴 때가 온 것 같아.
나는 <루트>를 개발하던 중에도 때때로 <맹세> 작업을 해왔어. <루트>만큼이나 이 프로젝트도 복합적이고, 몇 년이나 전부터 시작된 작업이지. 앞으로 나는 여러 달에 걸쳐 이 게임의 디자인에 대해 자세히 다루면서, 테마나 메커니즘에 영향을 끼친 선구자들과 그에 대한 논의를 적어 볼 생각이야. 오늘은 이 게임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 기원과 디자인 의도, 그리고 모두가 무엇을 기대하게 될지에 대해 조금 적어보려고 해.
<맹세>의 기원
내가 디자인한 게임은 대개 특정한 역사적 주제나 특정한 지리정치학적 구도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내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보드게임이라는 취미 분야에서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맹세는 이 궤적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 나는 이 게임을 작업할 때 특정한 시대를 염두에 두지 않았어. 그보다는, 내러티브적인 불만족감이라고 할 만한 어떤 것에 기반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 나는 이제까지 보드게임이 거대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에 만족한 적이 없었어. 이런 게임이 지닌 기본적인 문제는 플레이어들에게 커다란 부담을 안겨준다는 점이야. 게임을 통해 복잡다단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싶다면, 보통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지. 하나는 엄청난 플레이 시간을 요구하는 묵직한 규칙 뭉치를 만들어서 던져주는 거고, 다른 하나는 복잡성이나 서사성을 덜어내면서 게임의 핵심을 간결하게 만드는 거야. 이벤트 덱을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분기를 통해 갈라지는 이야기를 미리 적어 두고, 게임을 진행할 때마다 매번 규칙 모듈을 조금씩 게임에 추가할 수도 있지(레거시 게임이 바로 그런 예시야). 하지만 나는 이런 트릭이 싫었어. 물론 이러한 트릭도 그 자체로는 나쁠 게 없지. 하지만 내 자신의 디자인 원칙에서는 최악의 요소라고 할 수 있었어.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최고의 내러티브 게임은 즉각적으로 매력이 느껴지면서, 플레이어들에게 놀랍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도구가 되어주는 게임이야. 단, 이런 게임의 문제는 지치기 쉽다는 거지. 나는 팍스 파미르를 좋아하지만, 게임을 끝까지 마치고 나면 꽤 뻑뻑한 음료가 필요해지거든. 다시 말하면, 이제까지 나는 서사적인 스토리텔링의 공간을 한 번도 탐색한 적이 없었다는 의미기도 해.
몇 년 전 어느 날, 나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존 컴퍼니>와 같은 그런 게임은 엄청난 범위를 다루게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지. <존 컴퍼니>에서는 디테일을 뭉개지 않기 위해 높은 수준의 컨셉들에 지속해서 초점을 맞춰야 했는데, 이 경우 (이벤트 시스템과 같은) 특정한 시스템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게 문제였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뒤흔드는 게임이었거든. 단순히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정서적으로 긴밀한 방식으로 다가오는 게임 말이야.
나는 지난 2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했어. 이건 내가 진행했던 어떤 프로젝트보다도 까다로웠지. 이 시기에 내 시간은 <루트>로 채워져 있거나, ‘언더월드 확장’과
게임의 기본적인 윤곽은 이런 형태야. 게임에 참여하는 각 플레이어는 사회적으로 지배 계급에 가까운 어떤 역할을 맡게 돼. 플레이어는 제국의 공복일 수도 있고, 모든 것을 뒤엎으려는 외부자일 수도 있어. 어느 쪽이 되었든 종국적으로는 지배 계급을 자신의 목적에 따르도록 만들거나, 이전의 질서를 찬탈하려 들지. <팍스 포르피리아나>(Pax Porfiriana)를 많이 해봤다면 이 주제가 상당히 익숙하게 느껴질지도 몰라. 하지만 두 게임의 공통점은 딱 거기까지야. <팍스 포르피리아나>에서 (그리고 대부분의 전략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자신의 악랄한 전략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다양한 결과가 닥쳐오기 전에 게임이 끝나버리기 때문이지. 하지만 <맹세>에서는 플레이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의 여파와 게임의 결말이 다음 게임을 준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돼. 누군가가 지휘권을 가진 사람을 모두 밀어버리고 어떤 지역을 무정부 수준으로 끌어내려 게임에서 이겼다고 하자. 그러면 다음 게임은 바로 그 무정부 상태에서 시작할 거야. 그 사람이 성공했던 그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맹세>는 바로 결과에 대한 게임인 거야.
2018년 8월에 촬영한, <맹세>에 영향을 끼친 것들 중 일부. 여기 찍힌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이 게임에 영향을 끼쳤어.
<맹세>는 어떻게 기억하는가
서사적인 스토리텔링을 제공하기 위해 <맹세>가 사용하는 해법은 단순하고 역동적인 틀을 사용하기에 딱히 복잡하지 않아.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캠페인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어. 캠페인 시스템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게임에는 미리 짜 놓은 각본에 따라 갈라지는 일종의 분기가 존재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일정한 종료 시점이 정해져 있어. 하지만 <맹세>는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야. 대신, 매번 게임을 할 때마다 게임의 성격이 변화하고, 하나의 선택이 이후 수십 번의 게임에서 파문을 일으킬 결과로 이어질 거야.
<맹세>는 기억을 통해 이를 이루고자 해. 즉,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게임을 하는지, 그리고 각자 자신의 선택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기억하는 거지. 물론, <맹세>는 아날로그 게임이고, 그렇기에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을 건드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하지만 이런 종류의 스토리텔링에는 보드게임 디자이너들에게 허용되는 제한된 도구조차도 훌륭하게활용할 수 있지. 본질적으로, <맹세>에서는 게임의 진행에 따라 주요한 요소 중 최소한 세 가지가 변화할 거야. 승리 조건, 카드 덱, 그리고 지도(지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행동과 플레이어들의 능력이 달라져)가 그렇지.
이러한 각각의 요소가 게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당장 설명하지 않을게. 대신 실제 게임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보자. 최근에 진행했던 게임 이야기야, 사람들은 승리하기 위해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 경쟁해야 했어. 하지만 진행 도중 한 명이 제국이 등장하는 미래를 꿈꾸었고, 그러면서 엄청난 수의 군대를 소집했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중의 인기를 거의 다 잃었지. 그리고는 변방 지역을 공략하기 시작했는데, 기존 질서를 유지하던 세력은 제때 반응하지 못했어. 결국 뒤늦게 그들이 군대를 보냈지만, 숙련된 기마 궁수와 재빠른 군대에 완패하여 공화국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제국이 들어서 버렸지.
며칠이 지나 다시 게임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은 게임이 상당히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선조들의 오래된 수도는 폐허가 되어 긴 세월에 잊혀 버렸으며, 징병제와 전시 체제에 기반한 새로운 수도가 지리적 중심으로 등극, 유목민스러우면서도 전쟁에 익숙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 유행하게 되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마도, 승리 조건이 이 왕국의 가장 넓은 지역을 지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일 거야.
그 제국은 몇 세대 동안 지속될 수도 있고, 거의 순식간에 멸망해버릴 수도 있어. 그 결과는 점진적수도, 극적일 수도 있지. 모든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정하는 플레이어들의 몫이야. 내 바람은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게임을 제각기 온전한 하나의 세계라고 여기는 것이지. 역동적이면서도 더욱 짙어지는 완결적인 세계. 이렇듯 <맹세>는 변화에 대한 게임이야. 파묻히는 것들과 기억되는 것들 말이지. 그러는 동시에 정치적인 게임이기도 해. 단, 이 정치적인 역사가 과거를 정리하고 현재를 직시하는 선택을 정당화하는 한에서만 그렇지.
그래서 그 다음엔?
고결하고도 강력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맹세>는 아직 갈 길이 멀어. 하지만 여기 시작점에 서서 이 게임에 대한 내 희망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게임 제작에 얽힌 나름의 연대기를 공유하고 싶었어. 그 끝을 볼 때까지,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이 게임에 대해 썼던 디자인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편집하면서, 동시에 이 시점에 <맹세>가 어디에 와 있는지에 대한 새 글들을 쓰려 해.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일하는 방식에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내 디자인 과정의 핵심적인 부분이야. 이 프로젝트는 이제까지 진행했던 어떤 프로젝트와 비교하더라도 어렵고 힘들지만, 여러분 모두와 디자인 작업을 공유하고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지점까지 올 수 있어 기뻐.
여러분의 인내심을 더 시험하기 전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보드게임 긱에 올라간 <맹세>의 소개글을 인용하면서 끝내려고 해. 아마 이 게임에 대해 여러분이 떠올릴 질문들에 어느 정도 답이 되어 줄 거야.
소개글:
<맹세>에서, 한 명에서 다섯 명*의 플레이어가 고대의 대지에 얽힌 역사를 인도해 나간다. 플레이어는 낡은 질서를 강화하거나, 왕국을 폐허로 만들기 위해 암약하는 대리인의 역할을 맡는다. 한 게임이 끝나면 그 결과가 이후에 이어질 게임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나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바뀌게 되며, 심지어는 게임의 승리 조건마저도 변화한다.
누군가 무정부와 불신에 기대어 지배권을 쥐었다면, 이후에 플레이어들은 도적떼와 옹졸스러운 군벌로 가득한 땅에서 다투게 된다. 어쩌면 어느 무리의 우두머리가 왕조를 설립하려 시도할 수도 있다. 그 왕조는 수 세대에 걸쳐 군림하면서 위세를 드높일 수도 있지만, 끔찍한 비밀로 가득한 신흥 사교 집단의 힘에 밀려 곧바로 멸망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맹세>에는 화려하거나 교묘한 구성물을 통한 트릭이나 어플리케이션에 기반한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게임은 어느 시점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이어지는 게임을 반드시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할 필요도 없다. 모든 기능을 지원하는 1인 게임 규칙을 사용해서 누군가가 일주일 동안 몇 세대를 혼자서 진행한 다음, 토요일 밤에 친구들을 불러서 바로 그 세계를 이어서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미리 쓰인 각본이나 정해진 결말이 존재하지 않으며, <맹세> 속에서 그려 내는 세계의 역사는 각자의 기여에 따라 고유한 색으로 자라나게 된다.
*역주: 최종적으로는 1-6인 게임이 되었지만, 이 글이 쓰인 시점에는 최대 5인 게임으로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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