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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데굴데굴 페이퍼 스튜디오 - 비티컬처
  • 2022-11-16 13: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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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언테임드

'비티컬처'는 와인 용어로, 포도 재배를 의미한다. 포도 재배에 종사하는 사람을 비티컬처리스트, 포도 재배에 사용되는 구역을 비티컬처 에리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러한 용어들은 사실 대개의 경우 포도주 양조를 위한 포도 재배라는 함의로 쓰인다. 더 넓은 의미에서는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밭을 관리하며 포도주를 담그는 것까지 포괄적으로 일컫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비티컬처>는 이런 용어의 쓰임에서 알 수 있듯이 포도 재배에서 양조, 판매까지에 이르는 와인 산업 전반을 다룬 보드게임이다.

매체의 영향 때문에 포도주라고 하면 프랑스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포도주 문화 자체는 굉장히 광범위한 문화권에서 오랜 역사 동안 발견되는 문화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도 식사에 포도주를 곁들이는 문화가 있었으며,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는 우트나피쉬팀이 대홍수에 대비해 방주를 만드는 장면에 '독한 맥주, 약한 맥주, 기름, 포도주를 넘쳐흐르는 강물인 양 일꾼들에게 주었다'라는 묘사가 등장한다. 프랑스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전한시대에는 한무제가 포도주를 좋아해 궁궐이나 별궁의 정원마다 포도를 심도록 명령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사기>에서는 '사람의 눈이 닿는 곳마다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포도주는 프랑스'라는 등식에 반발할만한 지역은 아마도 이탈리아일 것이다.

 


이탈리아 지역은 포도를 재배하기에 적합해 기원전부터 와인의 땅이라고 불렸던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기원전 2000년 이전부터 야생 포도를 이용해 포도주를 만드는 문화가 있었고, 현대에 들어서도 이탈리아와 와인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이탈리아의 포도 생산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에 달하며, 와인 세계 교역 물량의 20%가 이탈리아산이다. 이탈리아인들의 와인 사랑 역시 보통이 아닌지라 마트마다 어지간한 한국 와인바 규모 이상의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으며, 와인 세계 총 소비량의 10% 가량을 이탈리아인들이 마시고 있다. 그런 이탈리아 안에서도 와인 생산지로 가장 유명하다고 할 만한 곳이 토스카나인데, 보드게임 <비티컬처>는 바로 이 토스카나(게임에선 영어식으로 투스카니라 표기한다)를 무대로 한 게임이다.
 


보드게임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포도재배라는 테마에서 게임의 스타일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텐데, 이 게임은 그처럼 포도 농사에서 와인 출하까지의 과정을 그린 일꾼 놓기 게임이다. <비티컬처>의 한 라운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로 나뉜다. 봄에는 각자의 차례 순서를 정하고, 여름에는 농장의 기반을 다지며, 가을에는 와인 사업에 도움이 될 방문객을 맞이하고, 겨울에는 와인을 만들어 납품한다. 4계절 중에서 본격적으로 일꾼 놓기를 하는 것은 여름과 겨울인데, 여름에 일꾼을 다 써버리면 겨울에는 자연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한 계절이 아니라 1년이란 단위 전체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야 한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보내는 1년의 과정을 한 줄로 요약하면 포도 종묘를 확보하고, 파종과 수확을 하고, 술을 만들어 납품하는 것이다.
 

실전이 아니라 게임이니만큼 농사 자체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한번 심으면 종묘를 계속 확보하지 않아도 해마다 수확이 가능하고, 특별한 종류의 와인을 만드는 기법도 단순화되어있다. 대신에 좀 더 넓은 시야에서는 다소 까다롭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 납품 조건을 맞추려면 레드 와인용 포도와 화이트 와인용 포도를 충분히 갖춰야 하는 데다, 품질 좋은 포도들은 추가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고객들이 일정 품질 이상의 와인을 요구하고 블러쉬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 같은 특별한 상품을 원하기도 하므로 저장 시설도 필요하다. 그래서 공급이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좋은 와인을 만들어 놓고 몇 년씩 묵히기도 하는데, 다행히 포도든 와인이든 묵혀두면 1년마다 가치가 오른다. 이렇다 보니 농사 자체는 간편하지만, 주문 하나를 해결하는 데에 몇년 이상 걸릴 수도 있으며, 제대로 농사를 지어서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려면 여러 해 동안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좋은 와인을 만들어 납품을 성공하는 것 외에도 게임에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다른 수단 역시 존재한다. 여기에는 차례 순서를 정할 때 조금씩 얻거나 시음회를 여는 등의 방법도 물론 포함되지만, 와인 다음으로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여름과 겨울의 방문객 카드다. 이 카드는 게임 중 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고, 특정 시설을 지으면 더 많이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카드를 얻는 것도, 사용하는 것도 결국 일꾼을 사용해야 하는 행동이기에, 손님 유치를 열심히 하다 보면 포도농장은 더디게 발전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문객 카드를 사용하면 제법 쏠쏠한 점수를 챙길 수 있으며, 게임이 끝나는 시점에 따라서는 방문객 중심의 전략으로 이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어찌 보면 <비티컬처>는 <아그리콜라>와 같은 전형적인 일꾼놓기 방식의 게임에서 조금 벗어난 작품이기도 하다. 다른 일꾼놓기 게임들을 보면 일꾼이 들어가 있는 칸에는 들어갈 수 없고, 일꾼을 늘릴 때마다 유지비도 늘어나는 등의 규칙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비티컬처>는 원로 일꾼을 쓰면 꽉 차 있는 칸에도 들어갈 수 있고, 또 일꾼을 늘린다고 유지비가 늘지도 않는 등의 변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게임은 유럽 와인에 대해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여러 가지 디테일을 과감하게 포기한 편인데, 오히려 이런 점이 이 게임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춰주는 역할을 했다. 물론 포도농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거나 카드를 잘 사용하는 것은 숙련의 영역이지만 처음 하는 플레이어 역시 충분히 따라올 수 있으며, 오히려 1시간 남짓 걸리는 그리 길지 않은 게임 시간이 진입 장벽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로 이 게임은 초보 플레이어에게 친절하다. 흔히 초보 플레이이어에게 많이 추천하는 일꾼 놓기 게임인 <석기시대>나 <리틀 타운>과 비교하면, <비티컬처>는 그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살짝 어려운 정도의 게임이다.

물론 그렇기에 본격적인 전략 게임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살짝 아쉬울 수 있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는 <비티컬처 확장: 투스카니 에센셜 에디션>을 사용한다는 선택지가 있다. 이 확장을 더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모두 할 일이 있는 게임판으로 바뀌고, 영향력 싸움도 해야 하며, 점수를 쌓는 방법도 좀 더 다양해진다. 이 확장은 여러 개의 확장 요소를 모듈로 조합하게 되어 있는데, 심화된 게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전부 넣어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비티컬처>의 초판이 발매된 당시에는 기본 게임이 제법 싱겁고 <비티컬처 확장: 투스카니 에센셜 에디션>을 포함해야 할 만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2판부터는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의 제안으로 확장의 일부 요소를 기본판에 끌어오고 기본판과 확장의 구성을 바꾸면서, 본판과 확장 모두 각자의 절묘한 맛을 살리는 구성이 되었다. 이런 사연 때문에 <비티컬처>는 2판부터는 '에센셜 에디션'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는데, 이 에센셜 에디션은 기본판과 확장을 다 가지고 있다면 초보자부터 본격적인 전략 게임 팬들까지 넓게 커버할 수 있어서 입문자에게도, 주변에 보드게임을 영업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적극 권할 만한 게임이 된다. 이처럼 초보자에게 친숙한 게임에 확장을 추가하는 순간 숙련자들에게도 훌륭한 게임이 되는 사례로서 이 게임보다 훌륭한 것은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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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cqui Davis, David Montgomery, Beth Sobel, Beth Sobel, Beth Sobel, Beth Sobel, Claus Stephan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19 머임망
    • 2022-11-16 16:13:23

    이번에 세텍에서 비티컬처 구매했습니다! 이 글 읽고 더 재밌게 즐겨 보겠습니다
    • 관리자 [GM]언테임드
    • 2022-11-16 16:40:21

    입문용으로도, 밀도 있게 파고드는 것에도... 만능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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