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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을 부르는 자산증식 게임 - 카베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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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5 19: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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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베르나는 팜머파탈(Farmer Fattale)한 매력을 가진 2-7인용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서 우리는 빈털터리 농부가 되어,
동굴에 굴을 파 침실도 짓고 아이도 낳고 광산과 유용한 설비를 채워넣고,
동시에 농장주가 되어 밭에 작물을 심고 우리에는 동물을 무럭무럭 키워내어
게임이 끝났을 때 마을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카베르나는 그 과정에서 인상깊은, 때론 치명적인 쾌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게임룰은 게임설명서를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리뷰에서는 이 게임의 마성적인 매력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만 파헤쳐 보도록 하지요.
No 1. 완성도 끝판왕의 구성품
구매해 박스를 여는 순간 아연할 정도로 많은 구성품에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완성도에 두 번 놀라게 되지요.
어쨌든 이 게임을 처음 뜯은 여러분은 중국 사천성의 팍스콘 노동자가 되어
각종 타일들을 뜯어서 정리하는 데만 최소 한 시간 이상을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정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옵니다.
개같다. 속았다. 돼지같다.
개는 개 같고, 소는 소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양은 정말 양 같고 돼지는 돼지 같습니다.
나무는 나무 같고, 돌은 돌 같고, 루비는 루비같고, 광석은 광석같고,
호박은 호박 같고, 옥수수는 옥수수 같습니다.
루비
광석
마치 스플렌더의 제 1 매력포인트가 무게감있는 토큰인 것처럼
이 게임도 이 멋들어진 구성품으로 인해서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올라가지요.
해외 보드게임 중에는 기본 구성품들이 지나치게 밋밋하거나 단순해서,
따로 20달러 이상을 주고 그럴듯한 컴포넌트를 따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게임의 경우엔 처음부터 완전체가 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구성품이 많은 만큼 내용물을 잘 보관하라고
게임상자 안에 비닐지퍼백 십수장이 들어 있는데,
이 게임을 한 달 넘게 플레이한 제가 볼 때엔 비닐지퍼백에 넣는게 제일 편합니다.
왜냐면 칸막이 트레이에 자원들 넣어두면 플레이할 때 상당히 불편합니다.
자그마한 건축자원이나 가축들 혹은 토큰들을 트레이에서 하나하나 집다보면
잘 안집혀서 은근히 스트레스.
비닐지퍼백에 보관하다가 플레이할 때만 사발모양 그릇에 쏟아서 플레이하는 것이
정말 속 시원하고 깔끔합니다. 오히려 시간도 절약되고요.
굳이 칸막이 트레이를 따로 구비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No 2. 쇼핑중독자들을 위한 쇼핑 게임
이 게임의 두번째 특징은,
항상 이득감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가족(행동말)을 움직여 갈 수 있는 모든 행동칸들은
모두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이득을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이 게임은 매 턴 시작마다 행동칸들에 자원을 쌓는 세팅을 하게 됩니다.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곳엔 자원들이 계속해서 무한히 쌓이게 되고요.
그래서 카베르나의 게임보드판을 쭉 훑어볼 때면,
마치 두둑한 돈을 들고 쇼핑거리를 활보하며
쇼윈도 안의 진열 상품들을 쭉 확인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됩니다.
그렇게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마음을 결정하고 가장 마음에 드는 가게 안에 들어가면
그 매장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이 제 것이 되는 것이지요.
이 쇼핑의 즐거움이 이 게임의 두 번째 매력 포인트입니다.
No 3. 도박중독자를 위한 도박게임
모든 행동말들이 쇼핑을 마치게 되면 이제 집에 돌아와,
이들이 창출한 수확물을 이용해 가족들을 먹이는 과정을 수행해야 합니다.
만약 가족을 먹이는데 실패하면 모자란 식량 하나당 -3점을 받게 됩니다.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다 자란 성인 한 명당 식량이 2개 필요합니다.
만약 나에게 식량이 하나도 없는데 행동말이 4명이라면 -24점이란
엄청난 감점 점수를 받게 되는 거지요. 이것은 엄청난 실점으로,
이러한 점수를 받게 된다면 거의 게임에서 이기지 못하게 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가족을 먹여야 하는지 아니면 먹이지 않아야 하는지는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모든 행동말들이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
이제 떨리는 마음으로 ‘수확토큰’을 뒤집었을 때
과연 어떤 색이 나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초록색 이파리가 나오면 무조건 가족을 먹여야 하지만,
반대로 빨간색 물음표가 나오면
먹이지 않아도 되거나 아니면 가족 당 식량을 하나만 먹여도 되거나 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이것은 모든 행동말이 행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그 결과를 알게 되기 때문에
매 번 이 토큰이 열리는 순간이 되면 심장이 쫄깃해 집니다.
당신이 도박을 좋아하는 무책임한 가장이라면,
이번 라운드엔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줘서
수확토큰을 뒤집으면 빨간색 물음표가 나올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 라운드 동안 아무런 식량을 준비하지 않고,
침실을 짓고 아기를 만든다거나
혹은 풍성하게 쌓인 건축자원들에 눈이 멀어 행동말을 소모하거나
또는 뽐이 왔던 최신식 설비를 동굴컬렉션에 추가하는 등
먹을 것 마련과는 상관이 없는 행위를 할 것입니다.
그 도박이 성공하면 당신은 상대 플레이어보다 앞서나갈 테지만,
반대로 그 도박이 실패하면 당신은,
상거지가 되어 모자란 식량마다 구걸을 해서 밥을 빌어먹겠고
엄청난 벌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는 게임이 끝나서 당신의 부를 측정할 때, 재무재표에 부채로 정산되겠죠.
하지만 도박사 여러분, 구걸을 두려워 마십시오.
먹을 것 챙기기를 무시하고 아기를 낳는 도박을 하다가
결국 초반부터 -33점의 구걸점수를 얻어
하얀손수건을 흔들며 게임을 포기할까 했으나,
늘어난 압도적인 가족 수로 종횡무진하며 81점을 만든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기진 못했지만 재밌게도 동점이 나와서 그 판은 비길 수 있었습니다.
무책임한 가장 여러분 파이팅!
No 4. 경쟁과 선점, 눈치살피기 게임
이 게임의 보드판은,
최대 일곱명까지의 플레이어가
각자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장을 벌이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행동칸이 있으나,
각 행동칸에는 단 한 명의 행동말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 먼저 선점했다면 경쟁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합니다.
특히 설비를 지을 수 있는 곳이 하나뿐인데
선플레이어가 계속 설비짓기를 독점한다면
경쟁자는 설비를 지을 타이밍을 계속 놓치고 불리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또한 이 게임엔 55종의 설비가 있는데,
누가 어떤 설비를 이미 지어버렸다면 다른 플레이어는 같은 설비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설비들의 경우 이걸 어떤 타이밍에
먼저 가져올 지도 고민해야 하지요.
뺏겼다면 다른 이득이 되는 설비에 눈을 돌려야 하고요.
또는 아기를 낳고 싶어서 모든 제반 준비를 마쳐놨어도, 누가 그 위치를 선점한다면 낳지 못하게 되는 거고요.
이로 인해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집니다.
선 플레이어를 어떤 타이밍에 뺏어올 것이냐도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이런 경쟁적 구조도 게임의 재미를 높이고 있습니다.
물론 심신에 큰 타격을 입히기도 합니다.
마치 백화점에서 딱 한 벌 있는 디자이너 신상을 맘 속에 찜해놓고 있었는데
그걸 딱 한 발자국 먼저 들어온 사람이 사간다면
기분이 확 상하겠죠. 이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칸을 뺏김으로 인해서 머릿속에 세워둔 계획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정도라면
의자에서 일어나 상대방을 멱살잡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게임을 시작할 땐 보호장구를 꼭 착용하고 진행하시길.
특히 흉기가 될 수 있는 물건은 미리 치워두시고 게임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No 5. 블루오션 틈새시장을 노리는 하이에나들을 위한 게임
하지만 치열한 자리다툼, 선점경쟁을 피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노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바로 하이에나 정신이죠.
남들이 신선한 고기를 먹을 때 썩은 고기도 먹을 수 있는 위장을 가졌다면 두려울 게 없겠죠.
바로 ‘탐험’의 존재입니다.
홀로 해외직구를 해서 물건을 공수해 오는 것과 같습니다.
야생의 벌판으로 떠나서 전리품을 챙겨 오는 것이죠.
이 탐험을 통해 설비도 지을 수 있고,
우리도 지을 수 있고, 땅도 넓힐 수 있고 정말 다양한 전리품들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정 행동칸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탐험을 통해서 몰아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디서 탐험을 하느냐에 따라 무려 4가지 전리품까지도 얻을 수 있지요.
(오른쪽 표의 "1~14"가 각 무기 강도별 전리품. 자기 무기 강도 이하의 것들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가질 수 있다.)
또한 모험을 마치고 나면 무기의 강도가 최소 한 단계, 선택에 따라 많게는 두단계까지 올라갑니다.
그렇게 가진 무기가 강력해 질 수록 점점 더 쇼핑할 거리가 늘어나고,
내 가족말은 점점 더 재주꾼이 되어 가는 것이지요.
물론 탐험을 하려면 무기를 만들어야 하고,
무기를 만들려면 광석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하는데 소모되는 턴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치열한 각축장을 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볼 수가 있습니다.
성공으로 가는 길이 단방향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로인해 게임의 볼륨감이 더욱 높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플레이어와 다툴 일도 줄어듭니다.
‘어디서 길막이니?’
‘아니아니... 언니, 저 맘에 안들죠?’
‘그래서 탐험가려구’
이런 부드러운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No 6. 성장을 통한 성취감이 느껴지는 게임
점차 라운드가 진행되어갈 수록 우리 농부들은 점차 더 강력해 집니다.
게임에 이득을 주는 각종 설비가 동굴에 한 방 한 방 쌓여나가고,
늘어난 가족들을 안정적으로 먹일 수 있는 푸드엔진이 갖춰지기 시작하면
그 때부턴 마치 물고기 만난 고래회충처럼 마음껏 휘저으며
맘 놓고 쇼핑을 다닐 수 있거든요.
그렇게 ‘힘을 내요 슈퍼파월~’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설비들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행동칸에서 둘 다를 가질 수 있게 해주거나.
골드를 건축자원 여러개로 바꿔주거나,
반대로 개인 영토 바깥에까지 추가공간을 마련해주며 골드까지 주는 등
정말 다양한 보너스를 주는 설비타일들이 게임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걸 한 한 번 짓고 나면
마치 매 라운드마다 13월의 보너스를 받는 느낌이지요.
또한 그런 설비가 추가되어 갈수록
점차 발전하고 성장해있는 내 영토의 모습을 보게 되고요.
그래서 이 게임을 하다 보면 고작 12라운드에 게임이 끝나 버린다는게
너무나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 더 큰 부귀영화가
눈앞에 있는데 딱 그 직전에 끝나는 느낌에 애가 타게 되는 거지요.
No 7. 월등한 리플레이성 게임
그 아쉬운 느낌이 이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들어 줍니다.
상대의 행동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매 게임이 똑같이 진행되지 않고,
또한 라운드 카드의 순서가 매번 바뀌고,
수확토큰도 랜덤으로 뽑히고,
플레이어가 매 턴마다 선택해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워낙 많기 때문에
매 게임 게임이 겹치질 않습니다.
또한 55개나 되는 설비를 한번씩 써보며 이리저리 조합하다보면
게임 한 판 한 판이 경험이자, 전략연구이자, 수확이 됩니다.
상대의 방해를 물리치고 정말 효율적인 테크를 타서
가정에 엄청난 번영을 이룩했을 때의 그 쾌감과 성취감은
마치 정말 부자가 되기라도 한 마냥 만족감을 선사하고요.
들판에 소와 양과 돼지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안겨 주지요.
No 8. 핵가족과 대가족 모두를 공략할 다플레이어 게임
또한 적은 사람과 하든 많은 사람들과 하든 어느쪽이든 다 재미있습니다.
같이 할 사람이 늘어날 때마다 게임 보드판이 뒤집히거나 추가되어
마치 새로운 룰의 게임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 줍니다.
각각의 행동칸이 달라진 만큼 전략도 달라지게 되는 거지요.
사람이 많아질 수록 새로운 보드판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즐겁고,
단 둘만이 있더라도 게임의 컨텐츠들을 풍족히 즐기는데는 큰 무리가 없으니,
사람 수 타지 않는 게임입니다.
결론.
매 라운드 가족들을 삼시세끼 챙겨 먹이다보면 그 팍팍함에 인생에 대한 생각도 들지만
반대로 멋지게 푸드엔진을 완성시키고 나면 음식걱정에서 해방되어 행복함도 느끼게 됩니다.
재산증식과 번영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인 것 같네요.
꼭 플레이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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