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6 08: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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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비밀결사는 코리아보드게임즈(이하 코보게)에서 야심차게 발매했던 파티게임이라 사람들의 반응도 제법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특히 친숙한 삼국지 테마 자체가 한국인 정서에 잘 맞았고, 수많은 아동들과 보드게임을 하며 봉사활동을 해오던 제 성격상 삼국지 비밀결사는 완벽한 파티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발매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구입했죠. 아이들과 게임을 한참 재밌게 할때까지만 해도 전 이게 우리나라 게임이라고 믿고 있었어요. 그리고 ‘와! 이걸 우리나라에서 만들다니! 대단해!’ 하고 대단히 기뻐했었어요.
하지만 이게 웬걸. 이미 존재하던 게임을 현지화 시킨 것이더군요 ㅠㅠ… 크흡… 그래도 이런 방법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보드게임의 세계로 이끌려는 코보게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ㅠㅠ
자, 게임 규칙을 설명하기에 앞서…
아무래도 코보게에서 직접 제작한 게임인지라 코보게가 직접 운영하는(맞나요?) 다이브다이스에서도 열심히 푸시를 했던 게임입니다.
그래서 다이브다이스에서 작정하고 상품리뷰를 하는 게임들은 사진과 설명의 퀄리티가 뛰어나서 제가 따라잡기가 버겁네요. 오늘도 게임의 규칙 및 설명은 다이브다이스에게 맡기겠습니다. 크게 어려운 게임은 아니니 금방 읽으실거예요.
http://www.divedice.com/shop/goods/goods_view.php?goodsno=3576&category=002
좀 더 상세한 내용은 코보게의 박지원 과장님께서 직접 쓰신 글을 참고해도 좋습니다.
절대로 귀찮아서 다다와 IT동아를 이용하여 리뷰를 날림으로 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마시길 바랍니다. 그 대신 꼼꼼한 감상이 담긴 양질의 리뷰(!!)를 약속드립니다.
그럼 바로 장단점과 평가로 넘어가보죠!
아참, 저는 주로 초등학생 1학년~5학년 사이의 아동들과 이 게임을 수없이 해보았습니다. 그러므로 대상이 아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게임의 자체적인 규칙은 아주 쉬워서 설명하기에 부담이 없었습니다.
자기 차례때 캐릭터를 뒤집어서 능력을 쓰거나 / 공개된 캐릭터를 엎거나 / 자신의 엎은 카드를 다른 사람, 혹은 중앙의 카드와 교체하는 것만 설명해주면 됐죠.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각 캐릭터의 특수 능력들이었습니다. 물론 한두차례 해본 것만으로 대다수의 아동들이 이해하고 즐겁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진행에 크게 발목을 잡히진 않았습니다. 능력도 상당히 깔끔&명료하게 잘 적혀있어 게임 진행중에 혼란이 오는 경우도 없었죠. 아이들이 삼국지를 잘 모르긴 했지만, 황색팀(동탁팀)과 보라팀(비밀결사 + 농민), 그리고 초록팀(중립)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이 게임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제 경우 주로 5,6,7,8명의 아동들과 했습니다. 무려 15명까지 지원하는 대규모 파티게임이지만… 저 혼자 그 많은 아동들을 제어하기란 쉽지 않았거든요. 성인들이 한다면 10명 이상이 되더라도 충분히 괜찮다 봅니다.
자 그럼 삼국지 비밀결사에 대한 저와 아이들의 평가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모두가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습니다.
저는 컴퓨터 관련 일을 하지만 스마트폰/컴퓨터 게임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어릴때 친구들과 부루마블, 경찰청사람들(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야드의 불법복제판이죠), 악마성 게임, 슈퍼마리오 보드게임(이건 요즘에도 구하려고 하는데 도저히 못찾겠네요), 고지라 대소동(요즘에도 팝니다! 헐…) 같은 보드게임을 하거나, 밖에 나가 팽이치기 & 딱지치기 & 술래잡기를 하며 놀았어요. 그런데 고작 15년만에, 요즘 아이들은 모두 교실 구석이나 책상에 앉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게 아주 불만스러웠습니다. 심지어 성인인 저도 한달전에 했던 컴퓨터 게임도 기억이 안나는데, 지금 저러고 노는게 추억이 되긴 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죠. 그래서 저와 있을땐 스마트폰을 모두 치우게 하고 보드게임 및 야외활동을 자주 하는 편인데… 사실 보드게임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동은 수십명인데 보드게임들은 대체로 4~5인 정도가 최대 가능인원이거든요. 저 혼자 모두와 놀아줄 수 없으니 너무 힘들죠ㅠㅠ
그런 상황에서 나타난 삼국지 비밀결사는 아주 훌륭한 게임이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할 수 있었고 / 규칙이 쉬우며 / 매 게임이 다르며 / 특히 팀전이라는 컨셉을 통해 ‘게임을 이기기 위해선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게임 성격상 팀이 수시로 바뀌고… 때론 팀을 버리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_-;; 그래도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이런 느낌을 줄 수 있어 아주 좋았습니다. 또한 색이 다른 세 팀 덕분에, 아이들이 자기 성향에 맞는 게임을 할 수 있었죠. 힘을 좋아하는 아이는 동탁팀 위주, 신중하지만 기회를 노리는 아이들은 비밀결사팀을, 여기저기 물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초록 중립 캐릭터를, 약하지만 힘을 합쳐 역전하길 좋아하는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농민을 뽑아갔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이었죠.
게임 내내 즐거운 상황도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농민 세명 연속 나란히 앉아 차례대로 봉기를 일으키면 비밀결사 팀과 농민팀이 이기게 되죠.
만약 제 앞의 아이 두명이 농민인걸 안다면.
“A야. 너 농민이지? B도 농민이지? 나도 농민이야! 우리 농민들의 힘을 보여주자!!! 봉기를 일으켜!!!”
하고 바람을 넣어주죠.
그럼 꼬마A 잠깐 망설이다가 절 믿고 당당하게 농민임을 밝히며 “봉기하겠어!!!!”
꼬마B도 용기를 얻어 패기넘치는 표정으로 “봉기!!!” 하고 정체를 공개합니다.
그럼 저도 아이들의 믿음을 등에 업고
“어이구~~~ 정체가 다 탄로나셨네요? 그럼 이웃 농민들끼리 잘 노시길 바라구요~ 난 여포니까 능력을 사용해서 다른 애 없애야지 ♥ ”
………
꼬마A & 꼬마B : ………………..?
꼬마A & 꼬마B : (제대로 속아, 자기들이 힘도 없는 농민이란게 천하에 밝혀진 사실을 깨달음)
꼬마A & 꼬마B : 선생님이 우릴 속였어 ㅡ !!!!!!!!! 나빠 !!!
하며 아이들의 농민봉기 단합을 깨는걸 즐겼습니다(…) 게임을 할때마다 이런 빵빵 터지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게임이 끝나고 아이들은 저를 툭탁툭탁 때리며 ‘선생님 진짜 못돼먹었어!!!’ 하고 투덜거렸지만, 몇일 내내 그 이야기만 한걸 보면 분명히 즐거운 경험이었나봐요. 그리고 나중엔 그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똑같은 짓을 하는걸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중립캐릭터들로 인한 반전도 자주 나왔으며, 5인 일때 농민이 상당히 불리한 감이 있었지만 7명쯤 되자 게임이 상당히 재밌게 흘러가더군요. 한판 한판의 플레이타임도 길지 않아 먼저 죽은 아이들은 딱히 불평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자기들끼리 열심히 하기도 하더군요.
이 게임 하나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그 정도로 비밀결사는 약 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모두가 오래오래 즐겁게 한바탕 웃을 수 있는 훌륭한 게임이었습니다.
단순한 두 세력의 대결이었다면 삼국지 비밀결사는 지루한 게임이 되었을겁니다. 그러나 동탁세력/반동탁세력과 능력없는 농민/ 그리고 중립팀이라는 개성있는 세 팀의 구성으로 어느 세력을 선택해도 느낌이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쉴새없이 바뀌는 캐릭터와 예측하기 힘든 플레이어간의 블러핑은 모든 게임이 다르게 느껴지는 감칠맛을 더해주죠. 더 다양하고 재밌는 캐릭터들이 추가되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흠… 새로운 4세력이 추가되어도 재밌을것 같긴 한데, 어떤 세력이 추가되어야 밸런스가 유지되며 게임이 더 재밌어질진 저도 잘 모르겠네요.
같은 팀이더라도 정체를 밝힌채 이기면 +1점을 더 얻는다는 개념도 재밌네요. 같은 팀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 자기 이득을 챙겨야 하는 고민거리도 주니까요.
일러스트 또한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이런 아동틱한 일러스트를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파티게임으로선 걸맞는다고 봐요. 남녀노소 모두를 대상으로 생각하며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노력도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의 특징을 잘 잡은것 같기도 하구요. 큼직한 카드와 알기 쉽게 써져있는 카드 설명들도 게임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삼국지보단 우리나라 고유의 삼국시대 역사를 이용하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어디에서든 접하기 쉬운 삼국지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건 인정합니다. 두툼한 카드의 퀄리티도 좋으며 게임박스 사이즈도 들고 다니는데 딱 좋을 정도로 적당합니다.
코보게가 대중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한 점이 보여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좋은 게임이라도 비판을 할건 해야겠죠.
일단 최저 5인 ~ 15인이라는 어마어마한 인원을 요구하는 게임이라는 점을 단점으로 지목할 수 있지만… 게임의 성격 상 그건 당연한거기 때문에 이 부분은 단점으로 지목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체를 밝힌 채 이기면 +1점을 더 얻는 점수 시스템이 재밌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크게 동기부여를 하진 않는듯 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리팀 이겨라!’ 이기 때문에, 신경 안쓰는 사람은 아예 안쓰기도 하더군요. 어차피 웃으며 하는 파티게임이니 이건 단점에 끼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한가지 있습니다.
도대체 왜 캐릭터 카드 앞면엔 흰색 테두리가 있으면서 뒷면은 테두리 없는 풀컬러인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정체를 숨기고 진행하는 게임의 특성상, 카드 뒷면에 특정한 손상이 가면 그 캐릭터는 계속 들통이 나게 됩니다. 특히 게임 시스템 상 역할이 계속 뒤바뀌기 때문에 카드를 들거나, 섞거나, 놓거나 하는 과정에서 특히나 테두리가 많이 부딪치게 되는데요. 뒷면이 테두리까지 꼼꼼하게 칠해져 있어 테두리가 조금 벗겨지기라도 하면 저 같은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바로 정체를 눈치챕니다. 역할을 숨기는 게임에서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게임 전체를 붕괴시키기에 충분하죠. 프로텍터를 씌우는 이유도 바로 이런 카드들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심지어 이건 카드 크기가 독특해서 플텍을 구할 수도 없습니다.
차라리 앞&뒷면에 테두리가 다 칠해져 있다면 그나마 통일성이 있기라도 하지… (물론 이렇게 했어도 비판하겠지만…) 정작 캐릭터만 흘끗 보는 앞면에는 흰테두리가 있고 제일 중요한 뒷면에는 테두리가 없다는건 도저히 설명이 안되네요.
물론 전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확언은 못하겠지만, 카드에 흰테두리가 있는 이유는 접촉이 잦은 부분의 칠이 벗겨지거나 미묘한 구김 등의 손상이 가더라도 카드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함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삼국지 비밀결사의 뒷면 디자인은 실수죠.
차후에 코보게에서 역할 게임이 나온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수정해야 합니다. 아니면 카드 사이즈를 프로텍터에 맞게 줄이던가요.
물론 칭찬을 한가득 하고나서 곧바로 디자인 상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긴 했지만, 삼국지 비밀결사는 분명 좋은 게임입니다. 단! ‘많은 인원이 동원될 수 있다’ 는 점에서요.
최저 5인이라곤 해도… 5인에선 농민 세명이 모이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동탁팀 2, 반동탁 1, 농부 3명이기 때문에 중립카드가 존재하지 않아 단순한 구도가 됩니다. 6인에선 1명의 중립카드가 더 추가되지만 그래도 큰 변수는 없구요. 중립카드가 2개가 되는 7인 이상부터가 상당히 괜찮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점점 많아질수록 좋지만, 12인쯤부터는 과하게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7인 이상을 모으기 힘들다면 삼국지 비밀결사는 그저 하나의 콜렉션 확률이 다분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자주 모을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면 (예를 들어 교사/소그룹 레크레이션 강사/동아리/정기 모임/봉사활동…)에서는 큰 활약을 할 수 있습니다. 그만한 재미도 다분하구요.
물론 게임 자체가 깊은 전략을 가진건 아니기 때문에 주구장창 이것만 할 수는 없지만 종종 돌리기엔 부담없는 멋진 게임입니다.
가격도 부담없고 접근하기 쉬우며 이정도의 퀄리티 있는 게임을 대중에게 소개하려는 코보게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네요.
평소에 어떤 보드게임에 대해 싫은점을 비판할 땐 진짜 싫으니까 비판하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코보게에 애정을 가지고 비판을 한 것 같습니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끔
용기를 부어 넣어주는 바로 그것이다.
- 에머슨 -
저희들의 리뷰 하나하나가 한국 보드게임의 발전에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삼국지 비밀결사 였습니다.
평점 8/10
(리뷰 내 모든 이미지는 IT동아(http://it.donga.com/16349/) 에서 가져왔습니다)
뽀뽀뚜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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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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