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원더스 리더 확장판

“쉽게 배울 수 있고 게임 시간도 길지 않은데 어느 정도 있는 깊이가 있고 연구할 거리가 있는 게임” 요런 느낌의 게임에 명작이 많고 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이를 개발의 목표로 합니다. 최근 이런 느낌의 게임으로 최고가 뭐냐고 묻는다면 도미니언과 7원더스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도미니언은 게임 자체가 대놓고 확장하기 좋게 만들어진 구조라 계속해서 확장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미니언은 카드 구입에 자유도가 있고 밸런스를 깨는 카드가 나와도 같은 카드를 다수의 플레이어가 구입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상쇄되는 면이 있지만 7원더스의 경우에는 더 강력한 카드들이 카드 더미에 들어간다면 그 카드들이 핸드에 잘 들어오는 사람이 게임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기존의 카드와 비슷한 능력의 카드들이 추가되면 딱히 게임에 메리트가 없어지죠. 카드 더미만 두꺼워질 뿐이라면요. 게다가 7원더스는 의도적으로 카드에 문구를 배제하고 아이콘으로 이해하기 쉬운 능력만으로 카드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그동안 7원더스 확장판이 프로모션으로 나오는 추가 문명 정도만 나온 것도 이런 고민에서일 겁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좋으니 확장판을 내달라는 유저들의 요구는 7원더스 발매 초기부터 계속되어왔고 이에 결국 제조사 레포스는 굴복하여 7원더스 리더 확장을 냅니다.



게임의 내용물은 크게 리더 카드 36장과 길드 카드 4장 추가 문명 로마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역시 이 확장판의 주역은 리더 카드라 할 수 있고 추가되 길드 카드들은 새로 생긴 리더들과 연동이 되는 카드들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또 새로 추가된 로마 문명도 이 위인 시스템과 관련된 문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제 게임 시작 전에 모든 플레이어는 리더 카드 4장을 받아 1장을 고르고 나머지를 오른쪽으로 넘기며 총 4장의 리더를 확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난 뒤 본 게임이 시작됩니다. 또 앞으로 모든 시대에서 리더를 내거나, 리더를 불가사의에 넣거나, 리더를 버리고 돈 3을 받는 라운드를 제일 먼저 진행한 뒤에 본 시대 카드 7장으로 하는 본 시대 플레이에 들어가게 됩니다.



리더 카드를 고르는 단계와 사용하는 단계를 의도적으로 분리하여 각 플레이어에게 리더 카드를 쓸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하고 최대한 기존 밸런스를 깨지 않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리더 4장을 고르는 맨 처음 드래프트에서 리더의 비용을 고려해서 1시대용, 2시대용, 3시대에 내서 점수 버는 용도 등으로 리더를 선택하여 전략적인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카드 풀은 적지만 아그리콜라의 직업과 보조설비 카드 드래프트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게 된 거죠. 1라운드는 리더 카드를 포기하고 돈을 받아서 라운드를 시작해서 체제를 만들고 2라운드 3라운드에 점수 벌이를 하는 리더를 낸다거나 할 수도 있겠고 그림은 그리기 나름입니다.



게임 시간이 약간 늘어나겠지만 익숙해지면 원체 빨리 끝나는 게임이었던 만큼 이 정도의 게임 시간 연장은 오히려 환영할만한 것이기도 하고, 게임에 “계획을 세워 맞춰가는 요소”를 부여하여 전략적인 면도 보강되었기에 기존 팬 중 불만이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봅니다. 새로 추가된 카드들이 상당 수 있지만 대부분 아이콘을 보고 능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7원더스의 초심 역시 그대로이기에 주변 초보자에게 기본판을 먼저 가르쳐주고 익숙해지면 확장판으로 넘어갈 필요 없이 바로 이걸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 모어 씽, 무엇보다도 리더 카드로 인해 역사라는 테마도 좀 더 보강되었습니다. 이런 전략 외적인 즐거움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7원더스 자체도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지만 리더 확장판은 거의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회 되면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