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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에 빠진 현대인이여, 게임을 하면서 귀찮을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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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2 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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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face? 최악, 최고의 인터페이스?
PC 게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인터페이스입니다. 어떤 게임은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모든게 다 되는가 하면, 또 어떤 게임은 저장하나를 할라고 해도, 이 메뉴에서 저 메뉴로 갔다가 다시 또 여러가지를 골라야 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비단, PC 게임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닐 것입니다. 보드게임 에서도, 어떤 게임은 모든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고, 게임의 진행과 상황이 단번에 파악되는가 하면, 또 어떤 게임은, 너무 어수선 해서 파악 되지 않거나, 또 쓸데없는 순서등으로 게임 분위기를 흐리기도 합니다.
자! 그럼, 이제 부터 어떤 보드게임이 최고의 인터페이스를 자랑하고 또 어떤 게임이 최악의 인터페이스 평가를 받는지, 그 옥석을 가려보기로 하겠습니다.
플로렌스의 제후:
최고의 요약표란 무엇인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게임판을 하나씩 가지고 플레이 하게 되는데, 게임의 모든 요소는 이 게임판에 조목조목 설명되어 있습니다. 간단한 게임 설명만 끝내면, 나머지는 모두 게임판만 쳐다보면 해결이 됩니다. 이런 사용자 편의야 말로,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죠.
Amun-re:
게임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가 게임판에 모두 나와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각 플레이어당 하나씩의 요약표가 주어집니다. 게임은 총 6개의 페이즈로 나뉘고, 각 페이즈에 하는 일들이 단순한 작업만은 아닌데, 게임을 플레이 할때 메뉴얼을 다시 보지 않아도 되고, 또 모든 점수 계산이나 페이즈 처리가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점은 놀랍기만 합니다.
티칼:
궁극의 요약표를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텍스트는 전혀 없고 그림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죠. 게임은 꽤나 복잡하게 진행됩니다. 타일을 뽑아서 놓고, 10의 액션 포인트를 사용하고, 보물을 뒤지고, 사원을 탐사하는 등 티칼은 복잡한 독일 게임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단 한장의 요약표로 인해서 복잡한 진행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제 남은 플레이어들의 몫은 어떻게 하면 이길것인가 하는 점 뿐입니다.
정크:
보드게임의 인터페이스는 이런 것이다 라는 느낌을 주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초기 세팅 과정도 있고 페이즈 별로, 해야할 행동들과, 약간의 카드 기능도 숙지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보드게임에서 나올법한 행동들은 모두 나오는 게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게임판 구성, 요약표등으로 인해서 게임을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만들어주게 됩니다. 단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요약표와 카드 텍스트가 독어라는 점이겠죠.
HOTW:
게임은 제국을 선택하고, 그 제국의 군사 유닛을 이용하여 확장하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이때 문제는 군사 유닛이, 7가지 시대별로 7가지 색깔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하는 유닛은 몇개 안됩니다. 쓸데없이 이렇게 많은 미니어쳐가 필요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전투의 경우에는 플레이 하는 플레이어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들의 경우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A&A 의 경우에는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국가의 계획이 달라지기 때문에,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지만, HOTW 에서는 상대방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에 따른 영향이 미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루한 기다림일 뿐이죠. 전투 해결은 간단한 리스크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수많은 주사위를 굴려야 되고, 이런 점은 게임중 발생하는 쓸데없는 귀찮음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1870:
1870은 철도 회사를 운영하고 주식을 거래하는 경제게임으로, 게임은 철도회사 운영 페이즈와 주식 거래 페이즈로 나누어집니다.
주식 거래 페이즈에서는 주식을 사고 팔게 되고, 회사의 회장은 주가 보호나 자사주 매입등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운영 페이즈에서는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게 되는데, 철로를 놓거나, 열차 구입을 하고 구입한 열차를 운행해서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온 다음,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1870은 자신의 차례에 해야할 액션과 선택할 수 있는 선택 사항이 매우 많은 편이라서, 꽤나 복잡합니다. 그런데도, 매뉴얼을 제외하면 어떤 규칙 요약 표도 없고, 페이즈에 따른 게임 양상의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에 관한 정보 역시 매뉴얼에만 나와있습니다.
1870의 인터페이스에서 또 불편한 점은 배당 지급 같은 부분에서 쓸데없는 계산 과정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가령, A 가 40% B 가 20% C가 10% 주식을 소유한 회사가 수익은 120$ 를 냈을때, 회장인 A 는 하프 배당을 선택합니다. 하프 배당은 말그대로 수익금이 반만 배당하는 것입니다. 그럼, 수익금의 절반 60$ 를 배당합니다. A 는 60$ 의 40% 인 24$ 를 받고, B 는 60$의 20%인 12$를 받고, C 는 60$의 10%인 6$를 받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나머지 30%를 소유한 것으로 보고, 60%의 30%인 18$를 얻게 됩니다.
컴퓨터 게임으로 발매된 1830 를 해보면, 게임 한판이 대단히 짧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보드게임 1870은 계산과, 기타 과정 등의 게임의 보조적인 역할에서의 시간 허비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레노스트롬:
컴포넌트 화려하고, 요약표도 좋고, 초기 세팅도 A&A 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고, 전투 해결도 A&A 와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주사위를 굴리면 되기 때문에, 게임에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자원을 가져오고 트레이드 하는 과정이 너무 귀찮습니다. 게임에서 자원은 총 12가지가 있는데, 이 자원들이 무슨 특징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몇 종류를 사용했는지만 중요하고, 또 매 라운드 남은 자원은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보면 매 라운드 거의 9장 10장이 넘는 자원을 가져왔다가 사용하고 다시 버리는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기가 늘 가져오는 자원을 앞에 두고 쓰면 될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자원 트레이드를 하게 되면 그게 또 그렇게 되어 주질 않습니다. 자원 트레이드를 거치면 매 라운드 가져오는 자원들이 서로 섞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게임을 하다 보면 트레이드를 하기 꺼려지게 됩니다. 상업 리더가 "이번에 트레이드 5장 하자" 라고 말해버리면 곧곧에서 비난의 원성을 듣게 될 지도 모릅니다.
엘펜랜드:
인터페이스의 귀찮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시스템은 카드를 쓰고 진행하는 지극히 간단한 형태이지만, 문제는 토큰을 깔고 걷어내고 다시 까는 것을 반복한다는 점입니다. 엄지 손톱만한 토큰을 보이지 않게 집어서, 게임판에 깔아놓고, 또 한번 돌고 나면 다시 다 걷어내고 다시 나눠가져가고 하는 과정이, 실제 카드를 사용해서 나가는 시간보다 훨씬 더 걸리게 됩니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것이죠. 배고파도 라면 끓이기가 귀찮은 저로써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외 귀차니즘을 유발하는 게임들..
TI: 매 턴, 수입을 계산하고 정치력 계산하고 더하기만 하다가 날 샙니다.
카탄: 때론 카탄이 귀찮습니다. 초기 셋팅은 물론이고, 자기 차례에 항상 주사위 굴리고, 자원 가져가고 또 트레이드 하고.. 누군가 옆에서 집어줬으면 하는 바램뿐..
여왕의 목걸이: 매 턴 끝에, 카드 가격을 내리고, 또 상인 카드가 나오면 바로 판매 시작이고, 판매가 끝나면 누가 마지막 턴이었는지를 기억해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습니다.
FRAG: 사용자 편의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 SJ 다운 게임. 주사위를 보통 5개 6개씩 굴리고, 많이 굴릴 때는 10개도 굴리지만, 게임에는 주사위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총에는 총알 수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것을 표시할 어떤 수단도 게임에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도대체 게임을 하란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알 수 없죠.
A&A: 무엇보다도 초기 세팅이 가장 큰 곤란함입니다. 전문 세팅맨이 옆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죠.
보드게임은 언플러그 게임입니다. (어쩌다가 플러그 게임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모든 계산은 플레이어들의 몫으로 남게 되죠. 따라서 보드게임은 필연적으로 귀찮음을 수반하게 됩니다.
보다 스케일이 크고 보다 복잡한 게임일 수록 인터페이스가 떨어진다는 점은, PC 게임이나 보드게임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게임은 항상 플레이하는 당사자에 대한 염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만 해서 재밌는 게임은 단지 아는 사람들끼리 즐기기에는 좋겠지만, 그것이 판매용도로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무리 스케일이 큰 게임이라고 해도, 약간의 사용자 편의를 배려했다면, 우리가 그 게임에 대해 느끼는 부분은 상당부분 달라졌을 것이라게 저의 생각입니다. 가령 1870에서 약간의 요약표만이라도 주어졌더라면 우리는 1870을 더욱 즐거운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그리고, 엘펜랜드나 마레노스트롬도 사용자 편의를 위해서 시스템을 변화시켰다면 더욱 훌륭한 게임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티칼이나 아문 라, 플로렌스의 제후 가 훌륭한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게임 시스템 자체는 절대 간단하지 않지만, 항상 사용자를 우선시 하는 게임 아트웍과 디자인에서 디자이너들의 노고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인터페이스와 시스템의 정교함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들 하지만, 이런 훌륭한 게임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 보드게임
- 관련 보드게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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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그간 잘살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
극과극의 비교를 하시며 게임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깔끔한 설명 잘 봤습니다.
(왜 나한테는 최악의 인터페이스 게임이 두가지나 있는거쥐 -_-a) -
하지만 최악의 인터페이스에 나온 게임 중 재미없는 게임은 없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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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에서는 하나가 있는데 최고는 다있네요=_=;
우연인지..; 플로렌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중 하나입니다. -
ㅎㅎ 모두 공감가는 말뿐이네요 ^-^~ 휼륭한 비교에용 -_-b 얼렁 플로렌스 질러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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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도가 낮아서 빠진게 당연하겠지만 Roads & Boats 가히 최악의 인터페이스입니다. 재미는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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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쓴 글이군요. ^^ 저도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무척 반갑네요.
옛날에 쓴 글답게 그때 했었던 게임 위주로 되어 있네요. ^^
뭐 지금 다시 쓰라고 해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말입니다.
(요즘 보드게임을 통 못해서...)
그래도 제가 2년 넘게 한가지 취미를 유지했었던 적이 없었는데, 아직도 보드게임을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 보면 보드게임은 정말 좋은 취미인것은 분명합니다. -
최악의 인터페이스 배틀미스트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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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A&A 플레이하려면 그 세팅시간이 장난이 아니여서... 전문가 분들이 세팅을 해줬으면 좋겠더라는 생각 많이 해봤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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