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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늦은 밤, 보드게임이 고픈 여러분들을 위한 게임. 도르프로만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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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16: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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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 다이브다이스 썸네일용(...)사진. (출처 : bgg)
안녕하세요, 오늘은 보드게임 이야기하러 온 양서류, 개굴이입니다.
오늘은 코리아보드게임즈의 보드게임콘 신작, 도르프로만틱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저도 열심히 캠페인을 등반 중이라 리뷰보다는 잡담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편하게 쓸테니 식사하시다가, 화장실에서, 침대 위에 누워서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아, 이 글은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제품 지원을 받아 작성하고있는 글이고요, 오늘은 퇴고없이 쭈욱 써내려갑니다. 히히!!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숴!!
▲ 맨날 명수옹이 썸네일이더라고요. 아무튼 출바알!
1. 트로피, 혹은 도전과제
2022년 3월, 보드게임계의 도전과제에 대해서 잡담을 쓴 적이 있습니다.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44609&tb=board_community)
저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도전과제에 환장한 사람이에요. 어느정도냐면 게임을 구매할 때 "도전과제가 과하게 어려운 게임은 피한다" 라는 기준이 있을정도로요.
- 물론 그렇다고 트로피만 골라먹고 다니는 트로피컬렉터도 아니고, 도전과제 못깨면 게임을 아예 안하는 외골수도 아닙니다.
완전 제 취향의 게임 or 제 기준에 도전과제가 큰 의미가 없는 게임 등은 그냥 구매하는 편이고, 어디까지나 살까말까 고민될 때 저런 기준도 고려한다는 정도에요.
▲ 흔한 30대 비디오게이머의 2년간의 성과. 등수가 많이 하락했군요 =ㅛ=
갑자기 웬 도전과제 이야기냐고요? 오늘 이야기 할 도르프로만틱이 저의 이런 취향을 아주 핀포인트로 저격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정신이 혼미해요. 밤마다 넋이 나간채로 도르프로만틱을 꺼내서 캠페인 시트를 하나하나 지워나가고 있습니다. 허억허억.
과연 무엇이 이 양서류를 이렇게 싱싱미역으로 만든것일까요?
2. 도르프로만틱 보드게임
요즘은 그야말로 플랫폼들의 경계가 희미한 시대, 소설에서 웹툰으로, 웹툰에서 게임으로, 반대로 게임에서 소설로, 소설에서 영화로 등 많은 컨텐츠들이 플랫폼을 넘나들며 발매되고 있습니다.
도르프로만틱도 그 범주에 속해요. 도르프로만틱은 2022년에 발매된 비디오게임입니다. 헥스타일을 배치해가며 패턴을 맞춰나가는 퍼즐게임이에요.
저는 직접 해 본건 아니고, 스트리머들의 플레이만 봤었는데 워낙 원작이 보드게임 테이스트가 강하다보니, 보는 내내 "이거 완전 캐스캐디아 아님?" 등등의 생각이 계속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도르프로만틱 보드게임(이하 도르프로만틱)은 바로 이 도르프로만틱을 보드게임으로 옮겨온 게임입니다.
사실 전 플랫폼끼리, 특히 게임이 플랫폼끼리 넘나드는건 별로 선호하지 않아요.
이해야 하지만 IP를 너무 내세워서 게임 자체의 구조가 빈약하다는 이미지도 있고, 원래의 플랫폼에서 느낄 수 있던 원작의 맛이 많이 바뀌는 경우도 있기도 해서요.
하지만 도르프로만틱을 플레이해보고 "오 이건 좀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습긴 한데 이건 제가 도르프로만틱 원작을 못해봤기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지만요 ㅋㅋ
▲ 어느정도 구력이 되는 분들은 컴포만 봐도 뭐 하는 게임인지 알 수 있을만큼 직관적입니다. (출처 : 코리아보드기임즈)
그래서 도르프로만틱이 무슨게임이냐, 간단히 말하면 헥스타일 카르카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한 장을 뽑아 한 장을 배치한다. 이것이 끝이에요.
한 개의 헥스타일은 몇 가지 정도의 지형요소가 혼재되어있고, 배치하면서 지형요소끼리 맞닿게 놓으면 뭔가...뭔가 일어나는 게임이에요.
이런 게임은 굉장히 많죠? 카르카손 시리즈도 있고, 아일 오브 스카이도 비슷하고... 헥스타일에서는 앞서 말했던 캐스캐디아도 굉장히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죠.
얼핏 규칙만 보면 보면 큰 특징이 없어보이는 이 게임이 그런데, 무려 2023년 SDJ에서 올해의 게임을 수상하게 됩니다.
3. 게임에 대한 이야기 - 한 게임 내에서의 매력
도르프로만틱의 규칙은 크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기본으로 주어지는 풍경타일을 하나씩 배치해나가면서, 모든 풍경타일이 떨어지는 시점에 게임이 끝나고 점수계산을 합니다.
다시말해 턴 수가 정해진 게임이에요. 첫 게임의 경우 풍경타일 48개중 45개만 사용하므로 45턴이면 게임이 끝납니다.
여기서 임무타일의 존재가 끼어드는데요, 도르프로만틱에는 풍경타일과 유사한데 뒷면으로 구분되는 임무타일이란 것이 있어요.
게임을 시작할 때 이 임무타일을 세 장 차례로 깔면서 시작하는데요, 임무타일의 앞면에는 임무토큰 아이콘이 있어서 임무타일이 배치되면서 임무토큰, 즉 일종의 미션이 함께 배치됩니다.
이 부분이 재미있는데 임무토큰은 해당 임무토큰이 배치되어있는 지형이 임무토큰의 숫자만큼의 타일로 정확히 연결되는 순간 달성됩니다.
디자인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물론 게임이 끝나고 점수가 되죠.
▲ 임무 달성을 하면 게임을 1분 1초라도 더 즐길 수 있습니다(...)(출처 : 코리아보드게임즈)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 임무토큰은 반드시 중앙보드에 세 개가 존재해야한다는 부분입니다.
즉 한 개의 임무를 달성했다면 토큰이 하나 빠지잖아요? 그럼 토큰을 새로 채워넣어야 해요.
뭘로 채워넣냐고요? 바로 풍경 대신 임무타일을 배치하면서 임무타일에 따라 토큰을 배치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매 턴 하나씩 풍경타일을 놓으면서 정해진 게임종료 시점을 향해 한 걸음씩 진행하잖아요?
그 정해진 종료시점까지의 걸음을 이렇게 풍경타일 대신 임무타일을 놓으며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늦추는겁니다.
원작 도르프로만틱 비디오게임에서 <정해진 타일 갯수가 있지만 임무를 달성하면 타일 갯수가 늘어나서 플레이를 이어나가는> 개념을 이렇게 구현해놨더라고요.
전 여기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억지스럽지 않게 잘 옮겨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게임 규칙은 굉장히 간단한데 반해 고득점을 내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하진 않습니다.
남아있는 임무토큰의 유형을 카운팅해서 바로바로 임무를 제거할만한 각을 만들어놓고, 원작이 그렇듯 운까지 한 스푼정도 가미해야 가능하다는 부분도 좋았어요.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고 너무 실력게임도 너무 운게임도 아니었거든요.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고, 누구나 금방 빠져들어서 할 수 있습니다.
4.게임에 대한 이야기 - 한 게임 밖에서의 매력
사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이 게임은 그냥 적당히 평범하고 적당히 예쁜 적당한 퍼즐게임입니다. 요정도만으로 SDJ를 따오진 않았겠죠.
도르프로만틱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다음 게임에의 추진력"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어요.
▲ 매 판 경험치가 쌓이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요즘 조금씩 게임을 확장해나가는 캠페인형 보드게임이 각광받고 있는데, 도르프로만틱도 캠페인형 게임입니다.
한 게임을 종료하면 이번 게임에서 받은 점수에 따라 캠페인 트랙을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이 캠페인 트랙을 진행시키면 거기에서 일종의 <보상>을 받게 돼요.
▲ 1번 작은 상자를 열라니... 이 얼마나 두근거리는 문장인가요.
이 보상은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어떤 보상은 바로 투입 가능한 추가 구성물을 주기도 하고요, 그
것보다 재미있는건 "도전과제"를 주는 보상이에요. 대부분의 보상은 도전과제랑 엮여있는데요, 이 도전과제는 다양한 형태로 주어집니다.
카르카손으로 예를 들자면 그런거죠 "한 성으로 20점 획득" 이런거요.
그리고 20점을 획득해서 도전과제를 달성하면 다음 게임부터 쓸 수 있는 "성 안에 배치하면 점수를 두 배 주는 수-퍼- 기사 미플"을 준다 이런겁니다.
그리고 저 수우퍼 기사 미플을 이용해서 다음번에는 "150점 이상의 점수로 게임 종료" 라는 도전과제에 도전할 수 있게 되는거에요.
만약에 이번에 아슬아슬하게 달성하지 못 한 도전과제가 있다? 그래도 정체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게임을 끝낼때마다 점수에 따라 자동적으로 진행되는 캠페인 트랙에서도 보상이 주어지거든요.
도르프로만틱의 도전과제는 나름의 맛이 있어요. 그 시작은 저같은 도전과제 광인에게 일종의 "보상이 있는 목표"를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캐스캐디아나 보타닉 가든에도 도전과제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의 영역이에요.
이걸 깬다고 해서 특수 카드가 나온다거나, 대단한 트로피가 수여된다거나 하는건 아니니까요. 물론 저는 보상이 없어도 도전과제 자체로서의 의미도 있다고 보지만요.
하지만 도르프로만틱은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두 번째 맛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달성한 도전과제를 통해 게임의 세계가 확장된다는 부분이에요.
왜 이런저런 비디오게임들을 하다 보면 "짜잔~~ <풍차타일> Unlock!!" 이런 알림 뜨면서 뭔가 써먹을 수 있는 개념이 하나 더 생기는 그런거 있잖아요?
이 즐거움을 그대로 보드게임으로 가져왔습니다. 저는 진짜 이 부분에서 취향을 저격당해버렸어요.
5. 늦은 밤, 하루를 마무리 하고 테이블 앞에 앉은 여러분들에게.
협력 보드게임에서 알파플레이어는 이 사이에 낀 게 껍데기 같은 존재입니다. 굉장히 불편하고, 신경쓰이죠.
계속 신경쓰이는데 남 앞에서 이~~~ 하는 표정으로 입술을 까뒤집을 수도 없고 불편하다 말도 못하고 하릴없이 혀로 밀어올리기만 하는 그런 존재말이에요.
이미 몇 가지 보드게임에서는 이 알파플레이어를 막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데드 오브 윈터의 경우는 플레이어 사이에 배신자를 집어넣어서 서로를 신뢰할 수 없으니 알파플레이어의 말을 합법적으로 묵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고요,
정령섬은 방대한 정보량으로 알파플레이어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면 자연스럽게 다운타임이 길어져 모두의 주목을 받게 해버렸습니다.
도르프로만틱은 안타깝지만 알파플레이어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임이에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같은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것 부터 어려운 게임 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표방하고있거든요.
그렇다보니 생각치도 못한 해법같은게 등장하거나, 한 명이 영웅처럼 위기를 해결해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냥 번갈아가면서 착수착수.
그러니 알파플레이어 자체가 굳이 필요하지 않아요. 대부분의 경우 나쁘지 않은 위치에 착수하고, 딱히 이견이랄게 없으니까요.
반대로 나쁘지 않은 위치란게 대부분의 경우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누군가 혹시라도 이상한 짓을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애기야 소고기 뭇국에 왜 고춧가루를 넣니" 라며 타박을 주는 시어머니같은 알파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충분히 나올법한 성격의 게임이고, 알파플레이어를 자주 소환하는 플레이어는 상실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근데 더 안타까운건 그렇다고 이 게임이 저런 상실감을 느끼는 플레이어의 기억에도 한 켠의 사진을 남겨둘만큼 강렬한 서사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팬데믹 레거시, 글룸헤이븐 등 알파플레이어가 활약할만한 협력게임은 그 단점을 좋은 서사와 게임 후의 이야깃거리로 보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도르프로만틱은 게임이 종료된 후 다 같이 와아~ 하면서 게임의 순간 순간을 회상시키는 흡입력은 부족합니다.
그러니 이 게임을 재미 없게 하셨다면 대부분 이런 이미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딱히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번갈아가면서 놓아야 할 필요성도 못느끼겠는데 캠페인 끝났다고 뭘 줘봤자 이 그림의 반복 아님?"
하지만 그렇다고 이 게임이 망한게임이냐, 그건 절대 아닙니다. 여러 사람이 할 매력이 없다는건 반대로 혼자 할 매력은 차고 넘친다는 말이 되거든요.
실제로 SDJ수상 후 인터뷰를 보면 도르프로만틱의 강점으로 "잘 만든 솔리테어 게임이며 2인까지도 나쁘지 않다"라는 부분을 많이 언급하고 있을정도니까요.
세팅이 매우 간편하고, 진행은 모바일게임처럼 경쾌하며, 정리 자체도 쉽습니다.
기억하시죠? 제가 항상 외치는 좋은 솔플 게임의 3빠조건이에요. 빠른 세팅, 빠른 진행, 빠른 정리.
거기에 매 게임마다 다음판을 위한 선물이 주어지니 후속 플레이를 위한 동력까지 제공이 되죠. 왜 1인플 안하시죠 대체?
만약 1인플 좋아하신다? 거기에 타일놓기도 좋아하신다? 적어도 도르프로만틱을 구매하셔서 후회하실일은 없으리라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늦은 밤, 직장에서 지친 몸을 샤워와 함께 날려버리고 은은한 조명 아래 잔잔한 음악 틀어놓고 맥주 한 캔 하며 한 판,
하루 종일 에너지 넘치던 아이들을 겨우 잠자리에 들게 한 후 찾아온 조용한 시간에 책상 위에서 가볍게 한 판.
이렇게 플레이하기에 도르프로만틱은 더할나위없는 게임입니다.
저는 진짜로 저녁마다 어드밴트 캘린더 뜯듯이 한 판 한 판 아껴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임무타일과 풍경타일이 생각해줬던대로 잘 뜨고 노림수가 잘 적중해서 점수가 높아서 쭉쭉 진행할 수 있었어요.
보통은 물품을 지원받은 게임에 대해서는 너무 호평도, 너무 혹평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저에게 올해의 게임은 도르프로만틱을 플레이 한 시점에 이미 정해졌을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에요.
▲ 게임 분위기 역시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한다는 의미에 잘 맞습니다.
이번 주는 너무 길었네요. 직장에서도 눈코뜰 새 없이 바빴고, 개인적으로도 정신없던 한 주 였습니다.
이런 한 주의 마지막 저녁을, 저는 어제 새로 열린 타일과 업적, 그리고 지난번 플레이에서 아쉽게 놓친 업적들을 해치우러
낭만적인Romantik 마을Dorf로 떠날거에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한 주도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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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솔플 뽐이.... 2인이서 하려고 했는데 혼자 먼저 해버릴지도 모르겠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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