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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오트의 선택 - 아그리콜라 2인용: 크고 작은 생물들 빅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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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7 15: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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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언테임드
작고 아기자기하며 귀여워진 소형 아그리콜라. 이제 가축 사육에만 집중하면 된다.
예전의 나는 유명 작가의 아우라에 눌려 그들의 신작을 실제 게임을 보기 전부터 기대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물론 업력이 늘고, 기대를 배반하는 작품을 많이 겪고, 유명 작가들도 내 주변 사람들과 완전히 별개의 존재가 아닌 사람들임을 깨달은 뒤에는 이런 맹목적인 태도로 유명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도 뛰어난 게임을 꾸준히 만드는 몇몇 작가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가령 2007년 <아그리콜라> 이후의 우베 로젠베르크는 뭘 만들어도 단단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그리콜라>를 다양하게 변주한, 우베 로젠베르크표 수확 게임은 거의 무조건 신뢰하고 있다. 때로는 변주, 때로는 새로운 시도, 때로는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우베 로젠베르크표 수확 게임은 순항하고 있다. <오딘을 위하여>가 정점이고 이제 그만 나와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일이 있었으나 최근 작품 <할러타우>의 퀄리티를 보면 앞으로도 우베 로젠베르크표 수확 게임은 더 나와도 될 것 같다.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의 일꾼 놓기 게임들은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낼만하다.
물론 우베 로젠베르크표 수확 게임은 만인을 위한 게임이 아니기는 하다. 제법 규칙이 복잡하기에 필연적으로 어느 수준 이상의 진입 장벽이 있다. 게임 규칙의 복잡도와 테마의 흥미 정도는 게임 설명하는 사람의 실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지만 어느 수준 이상의 공간과 어느 수준 이상의 시간 투자를 요구하고 게임 중 플레이어에게 어느 수준 이상의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어려운 게임을 쉽게 이해하게 하는 스킬은 평생을 갈고 닦고 있지만 게임 중 플레이어가 받는 스트레스는 막아주기가 어렵다. 사실 게임의 재미가 그 스트레스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막고 싶지도 않다. 사실 어떤 보드게임이건 즐기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야 진입 장벽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 사람에게나 우베 로젠베르크표 수확 게임을 들이밀어 재밌게 놀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기에, 초심자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아그리콜라>, <오딘을 위하여>, <할러타우> 등의 높은 진입 장벽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4명이 오딘을 위하여를 즐기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우베 로젠베르크표 수확 게임 중에는 <아그리콜라 2인용: 크고 작은 생물들(이하 크고 작은 생물들)>이라는 작품이 있다. <크고 작은 생물들>은 <아그리콜라>의 2명 전용 게임으로 어찌보면 우베 로젠베르크표 수확 게임을 위한 입문용으로 쓸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생물들은 아그리콜라로 가기 위한 입문용 게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아그리콜라>가 출시되던 시기에는 돌아가며 자신이 보유한 일꾼 말을 행동 칸에 놓고, 표시된 행동을 하는 일꾼 놓기 방식의 게임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아그리콜라>에서 우베 로젠베르크는 게임이 진행되는 중에 사용할 수 있는 일꾼의 수를 늘리며 더 많은 행동을 할 수 있는 방식을 추구했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일꾼으로 인해 이득만 발생하는 상황을 제어하기 위해 일꾼에 비례해 지불하는 유지비 개념을 넣고자 했다. 그리고, 매 라운드마다 1개의 새로운 행동 칸이 추가되게 함으로써 게임마다 다른 환경을 만들어 변주를 줌과 동시에 후반이 되면 더 효율이 좋은 행동칸이 추가되게 했다. 또 플레이어마다 게임 중에 활용할 수 있는 각기 다른 카드 여러 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카드를 300여 종 가량을 제공하여 게임을 할 때마다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자신의 전략을 풀어나갈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많은 보드
게임 작가들이 일꾼을 배치하는 방식의 게임을 만들며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하던 때였지만, 우베 로젠베르크의 <아그리콜라>는 그 사이에서 더욱 빛났다.
가족 구성원 1명당 유지비로서 음식 2개씩을 내야 하기에, 이렇게 가족이 4명이라면 음식 8개를 마련해야 한다.
세상 모두를 만족시키는 창작물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그리콜라>의 이런 특징을 선호하지 않는 플레이어들도 있다. 특히, 일꾼에 비례하여 지불하는 음식은 자원이 불어나야 점수가 되는 <아그리콜라>에서 초반 자원을 유지비로 내게 만들기 때문에 초반 운영이 상당히 어렵다. 초반부 게임을 조금 이해 못했다는 이유로 후반까지 식구들 밥 먹이는 압박을 느끼면서 부농이 된 친구의 농장판을 보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게임을 쉽게 풀어가라고 각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직업 카드와 보조 설비 카드는 비숙련 플레이어가 그 능력을 최적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모두가 다른 조합의 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숙련된 플레이어가 하는 것을 그대로 흉내 낼 수도 없다. 이런 특징은 <아그리콜라>를 독보적인 전략 게임으로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높은 진입 장벽도 함께 만들어냈다. 일꾼 놓기 방식의 게임 얘기를 하면 밥 먹이는 부담 때문에 싫다는 플레이어가 나오는 현상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아그리콜라 크고 작은 생물들에는 아그리콜라를 어렵게 느끼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제거됐다.
<크고 작은 생물들>은 <아그리콜라>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지만 놀랍게도 <아그리콜라>의 특징적인 부분을 배제한 게임이다. 이야기만 들었을 때엔 '그런 요소가 없어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실제 게임을 해보니 놀랍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단 <크고 작은 생물들>에도 각 플레이어에게는 농장판과 가족 말이 제공된다. 이 게임도 <아그리콜라>와 같이 돌아가며 일꾼을 놓으며 진행하기 때문에 가운데는 행동 칸이 표시된 게임판이 놓인다. 그런데 농장은 훨씬 작고 행동 칸도 여유가 있다. 단 플레이어의 가족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3개이며, 게임판의 행동 칸은 게임 진행과 상관없이 늘어나지 않는다.
게임의 기본은 비슷하다. <아그리콜라>처럼 라운드 시작할 때 정해진 행동 칸에 자원을 보충하고, 돌아가며 가족 말 1개를 원하는 칸에 배치해 행동을 하고 두 사람 모두 보유한 가족 말 3개를 모두 사용하면 라운드가 끝난다. <아그리콜라>에서 정해진 라운드가 끝날 때 일어나던 수확과 밥 먹이기에 해당하는 이벤트가 여기서는 매 라운드 끝날 때 벌어지는데,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가축 번식은 실행되고,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음식 먹이기는 없다. 아예 음식이라는 자원이 없기도 하다.
이 게임 역시 아그리콜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기 농장을 발전시켜야만 한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느끼는 부담은 훨씬 줄어들었다.
<아그리콜라>가 최대 5개의 가족 말을 사용하는 게임인데 반해, <크고 작은 생물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3개의 가족 말을 사용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아그리콜라>보다 적은 라운드 동안 게임이 진행되기에 <아그리콜라>와 비교하면 행동 기회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크고 작은 생물들>은 <아그리콜라>에 있는 행동을 상당 부분 없앴다. <아그리콜라>에서 가족 말을 늘리고 점수를 얻기 위해 중요했던 방을 만드는 행동, 집을 고치는 행동, 가족을 늘리는 행동이 아예 없다. 또 밭농사와 축산 가운데 밭농사 부분을 아예 삭제했고, 그렇기에 밭 갈기, 씨뿌리기 등의 행동도 없다. 이런 환경이니 하고 싶은 걸 충분히 펼치지 못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가축의 번식 기회가 <아그리콜라>보다 오히려 많고, 식량을 만들어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식량을 위해 가축을 잡야아 할 일도 없다. 이런 보살핌 속에서 가축은 무럭무럭 불어난다.
아그리콜라에서는 각자 다른 카드를 손에 들고 이를 사용했다면, 크고 작은 생물들에는 모두에게 공개된 건물 타일을 사용한다.
설비와 직업 역시 단순하게 바뀌었다. 일단 <아그리콜라>에는 플레이어가 손에 드는 직업 카드와 보조 설비 카드가 있고, 모든 플레이어가 접근 가능한 주요 설비 카드가 있는데, <크고 작은 생물들>에는 손에 드는 카드가 아예 없으며 아그리콜라의 설비에 해당하는 건물은 <아그리콜라>의 주요 설비처럼 게임 시작부터 모두에게 공개되는 방식이다. 또 <아그리콜라>에서는 완성된 설비나 직업 카드는 농장판과 별도 영역에 내려놓지만 <크고 작은 생물들>에서는 완성된 건물이 농장판의 칸 하나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장점이기도 하고, 그 작은 타일 하나에 효과를 표시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비교적 단순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스타일이 우베 로젠베르크의 이후 작품 <카베르나>에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게만 보면 <크고 작은 생물들>은 <아그리콜라>를 간소화한 쉬운 게임으로만 느껴진다. 그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는 독특한 것을 몇 가지 추가하고 다른 분위기의 게임을 만들어냈다. 일단 농장의 확장과 울타리를 치기 위한 경계선 등 일부 요소에서 두 플레이어 사이에서 선착순 경쟁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이들은 당장 점수화가 되는 자원이 아니지만 미래를 위해 기회가 되면 확보해야 하는 자원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아그리콜라> 원작에서 가족 늘리기 행동 칸 경쟁과 비슷한 면도 있다.
이 농장의 점수를 계산해 보면 42점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 건물의 배치이다. 건물의 상하좌우 네 면이 울타리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배치되면 경계선을 적게 쓰고 울타리를 경제적으로 칠 수 있다. 울타리를 치기 위한 경계선이 희소한 자원이기 때문에 생각이 필요하다. 또 어떤 건물들은 성능이 좋은 대신 특정한 입지 조건을 요구하는데, 이 두 가지 요소가 맞물리며 도형 퍼즐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게임 발매 이후에 만들어진 <오딘을 위하여>는 이런 느낌을 더 강화시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크고 작은 생물들>은 모든 정보가 공개되기에 수 싸움을 하려면 극한까지 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아그리콜라>는 라운드마다 공개되는 행동 칸이 무작위적이기도 하고, 손에 든 카드를 사용해 다른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깜짝쇼를 할 여지도 있으나 <크고 작은 생물들>은 나의 모든 생각이 투명하게 읽히는 환경인데다, 두 명이 벌이는 수 싸움이 매우 중요하기에 시작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행동을 둘러싼 기 싸움 또한 대단하다. <크고 작은 생물들>은 진입 장벽이 많이 낮은 게임이라고는 해도 <아그리콜라>를 고수들과 대결할 때의 압박과 <크고 작은 생물들>로 강자와 맞대결할 때의 압박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 살벌한 이빨과 발톱을 아기자기한 분위기 속에 잘 감추어 놓았다. 덕분에 이 작품은 우베 로젠베르크의 수확 게임 중엔 이례적으로 보드게임 비숙련자와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크고 작은 생물들>은 처음 기본판만 발매됐을 때에는 건물 타일의 종류가 적어 조금 아쉬웠지만, 연달아 2개의 확장이 발매되며 그 단점이 사라졌기에 그런 아쉬운 마음은 순식간에 사그라 들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정식 발매된 <크고 작은 생물들>은 이 확장들을 포함하는 빅 박스 에디션이니 확장을 구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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