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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데스: 몬스터> 리뷰 (1): 무시무시한 전투의 고통과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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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4 14: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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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신나요
※ 모든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저는 소울라이크 게임들을 참 좋아합니다. 액션 게임으로서 강렬한 액션성도 좋고, 넘어설 수 없는 벽과도 같은 상대를 (온 물약을 다 빨아가며) 간신히 넘겼을 때의 쾌감도 좋습니다. 하지만 사실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 외에 다른 회사의 게임들까지 소울라이크라고 다 좋아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들이 유치하지 않게 다크한 세계관이 돋보이고, 저처럼 콘트롤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도 하다 보면 되게 만들어놓은 절묘한 밸런스가 있습니다. 물론 '세키로'는 제외입니다만...
개인적으로 <킹덤 데스: 몬스터>는 제가 해 본 보드게임 가운데 가장 소울라이크의 느낌을 낸다고 생각합니다. 콘트롤의 영역에 있는 액션 알피지를 어떻게 보드게임에서 표현하는가에 대해 논의는 분분하겠지만, 위험만이 가득한 정체불명의 세계를 플레이어가 죽음(에 준하는 위기)을 통해 체감하게 만든다는 점을 중요하게 꼽겠습니다.
<킹덤 데스: 몬스터>에서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어떻게 온 건지도 모르는 어둠 속 공간에서 깨어납니다. 우리 앞에는 거대한 흰 사자가 있습니다. 그 사자와 목숨을 건 싸움에서 살아남은 캐릭터는 생존자들의 거주지로 향하게 되며, 이 거주지의 일원이 되어 게임 속 시간 단위인 30 랜턴이어(Lanternyear)를 살아내야 합니다. 이 30라운드 동안 우리는 사냥을 나가고, 매 라운드 강력한 보스급 몬스터와 싸우며, 살아남은 자는 성장하고 누군가는 죽어나갑니다. 한 랜턴이어, 즉 라운드는 거주지 단계와 사냥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거주지 단계에는 각종 이벤트가 발생하고, 거주지를 업그레이드해 가며 장비를 갖춥니다. 사냥을 출발하면 며칠간 사냥감을 찾아 다니는 모험을 한 끝에 마침내 사냥감을 만나 처절한 사투를 벌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전투를 먼저 살펴보죠. 거의 모든 전투는 하나의 적과 여러 생존자와의 싸움입니다. 적에게는 공격 패턴 카드 덱과 적중 부위 카드 덱이 있습니다. 먼저 주사위를 굴려 일정 확률로 공격 적중 여부를 정합니다. 공격이 적중했다면 적중 개수만큼 적중 부위 카드를 뽑고, 각각에 대해 공격 성공 굴림을 합니다. 이 굴림까지 성공하면 적의 공격 패턴 카드를 1장씩 버립니다. 적의 공격 패턴 카드가 다 떨어진 후에 한 번 더 이 공격 성공까지 들어가면 전투가 끝나고 살아남은 생존자가 승리합니다. 적중률이 1/3, 성공률이 1/3이라고만 가정해도 공격 패턴 카드를 버리게 만들 확률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이걸 여덟 번 열댓 번씩 해야 적을 죽일 수 있는 겁니다.
반면 적의 공격 적중률은 대체로 70~80% 정도로 높은 편이며, 공격에 당한 생존자는 부위 주사위를 굴려 어느 부위에 피해가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정합니다. 갑옷이 뚫리고 심각한 부상이 들어오면 영구적인 트라우마를 받고 패널티가 적용되거나 주사위 굴림에 따라 즉사합니다.
즉 이 게임은 철저하게, 말도 안 될 정도로 주사위 운빨 게임입니다. 적이 내 수위보다 고레벨이어도 내가 주사위만 크리티컬을 적재적소에서 터뜨리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캐릭터를 극한으로 키워뒀어도 주사위 결과가 좋지 못하면 만만한 적에게조차 비참하게 고통받다가 죽거나 삽시간에 비명횡사합니다.
보통 자기 캐릭터를 사용하는 경우 그 캐릭터의 죽음은 플레이어에게 게임 플레이의 의욕 저하를 가져옵니다. (특히나) 테마 게임에서는 자기 캐릭터와의 애착이 강렬하거든요.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오래 생존해서 잘 키운 캐릭터라도 적의 공격에 두 번 잘못 맞는 것으로 죽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는 거주지의 생존자들을 제공합니다. 사냥을 나갈 때 각 플레이어는 생존자들 중 누구를 데리고 나갈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겁니다. 특정 캐릭터와의 1대1 결착을 느슨하게 하고, 이후에도 생존할 수 있는 후계자 양성에 주력하게 만들며, 캐릭터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해서 위험의 강도를 느끼게 합니다. 독특하고도 영리한 시스템입니다.
생존자의 성공 확률과 적의 확률 사이의 차이가 과도하기 때문에, 자동 성공으로 인한 희열이 자동 실패로 인한 좌절감보다 상대적으로 큽니다. 특히 적의 적중 부위에 대한 굴림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에 따라 적이 리액션으로 반격하는 경우가 잦은데요(그래서 적이 굉장히 자주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때 자동 성공으로 인한 크리티컬은 리액션을 취소합니다. 이러한 희열이, 이 말도 안 되는 확률 게임에서 승리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게임에 몰입하는 동인이 됩니다.
캐릭터가 온몸에 부상을 입은 횟수가 늘어날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욱 조여옵니다. 적 리액션 때문에 공격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뇌리에 박힙니다. 사냥을 떠나기 직전 사지로 몰고갈 생존자를 정하는 순간의 긴장감과, 말도 안 되는 확률로 인해 느껴지는 거대한 장벽같은 적의 존재감과, 그 적을 사투 끝에 이겨냈을 때의 희열, 그리고 다음 생존을 준비하는 비장감 등. 바로 이 감각이 보드게임이 소울라이크를 묘사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성이 좋냐고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글 길이가 길어져 2편에 걸쳐서 업로드합니다. 2편에서는 이 게임에서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매력 포인트, 거주지 단계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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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요선생님 저도 킹덤데스란걸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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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데스를 소장한 지인을 찾으십시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
재밌게 읽었습니다. 킹덤데스와 비슷한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는 있는데 솔직히 킹덤데스 만큼의 재미를 못본것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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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주빨겜이라고 하기엔 좀 남다른 매력이 있는 게임이 확실하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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