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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투 머치?) 아메리칸 호러 무비, <호러파이드>
  • 2023-04-29 07:44:30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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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신나요


※ 별도 출처 명시가 없는 모든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라벤스부르거에서 출시된 <호러파이드>의 박스 이미지를 처음 봤을 때까지만 해도, 전혀 플레이할 마음이 들지 않았더랬습니다. 요즘 나오는 보드게임들에 비하자면 박스 이미지가 너무 올드하고 투박해 보였달까요. 그래서 박스에서 더는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요, 이 게임이 되게 재미있다고 추천해 준 지인이 있어 지인의 것을 빌려서 플레이해 본 뒤 후속작인 <호러파이드: 아메리칸 몬스터>까지 사 버렸습니다.

박스 일러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는데요. 지금 다시 보면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 게, 구성물 아트워크가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토큰과 캐릭터 타일도 디자인이 있는 프레임이고요. <호러파이드>가 다소 올드한 스타일을 유지한 것은 클래식 호러 빌런들을 다 모은 게임이라서 그렇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뱀파이어, 미라, 프랑켄슈타인과 신부, 늑대인간, 길맨, 투명인간을 상대로 이들의 약점을 공략해서 파괴해야 하며, 자기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피해 다니는 것은 물론 마을 사람들도 구해야 합니다. 

 
길맨이 약간 생소하시죠? ‘검은 늪지대의 생명체(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라는 1954년 흑백 영화에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TMDB(https://www.themoviedb.org/movie/10973-creature-from-the-black-lagoon?language=ko-KR)


게임을 간단히 살펴볼까요. 튜토리얼 게임에서는 이들 몬스터 가운데 둘, 기본 게임에서는 셋을 함께 씁니다. 즉, 고전 몬스터들이 동시에 곳곳에서 덤벼드는 거죠. 플레이어들은 공격을 할 수 없고, 공략법에 따라 퇴치할 수만 있습니다. 각 몬스터마다 완전히 다른 클리어 조건을 완수하기 위해 마을 안에서 말 그대로 동분서주해야 하죠.

몬스터들은 차례가 되면 가장 가까운 영웅이나 주민을 향해 이동하고, 같은 칸에서 만나면 즉시 공격을 합니다. 주민은 공격을 받으면 방법 없이 즉사하고, 영웅은 몬스터 공략에 필수적인 아이템을 버려 가며 피해를 상쇄합니다. 영웅이나 주민이 죽을 때마다 타이머가 진행되어, 일정 수준까지 가면 게임이 끝나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몬스터를 피해 다니랴, 주민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랴, 놈들의 공략법대로 파훼해 나가랴, 바쁘게 다녀야 합니다.

캐릭터마다 강력한 특수능력이 하나씩 있고, 플레이어 카드나 몬스터 카드에 텍스트도 좀 있습니다만, 게임은 생각보다 심플합니다. 이동 및 몬스터 공격에 관한 몇 가지 규칙, 몬스터 카드 처리 방법 정도만 알면 할 수 있어서, 기본 규칙 난이도는 이 정도 재미를 주면서 엇비슷한 게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협력 게임 가운데에서는 쉬운 편입니다. 다만 몬스터 하나하나의 공략법을 파악하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립니다. 텍스트도 많고, 조건도 약간 복잡하거든요. 게다가 몬스터 셋을 깔아놓고 상대하기 때문에 게임을 시작할 때는 조금 고될 수 있습니다.
 
영웅들은 특수 능력이 있는 대신 행동 개수가 그 능력에 비례해 조절되어 있습니다. 캐릭터 타일 위에 있는 숫자가 차례 당 행동 개수입니다.


공략이 끝난 몬스터는 그 즉시 게임에서 제외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의 압박감이 가장 높고, 뒤로 갈수록 그 압박감은 점점 줄어듭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텐션이 떨어지는 부분은 있으나, 대신 각 몬스터에 대한 공략을 처음부터 동시에 진행하는 만큼 후반 구간이 길지는 않습니다. 처음 하나를 해결할 때가 힘들지 나머지는 금방금방 되는 편이고요.

캐릭터의 특수 능력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몬스터 카드에 적힌 인물이 카드에 적힌 위치에 출현합니다. 토큰에 적힌 위치로 데려다주면 피신 성공!) 무사히 피신시켜 주면 받는 특수(perk) 카드도 일회성이지만 매우 유용합니다. 그래서 몬스터 공격에는 취약하지만 마을 사람들을 목적지로 인도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영화 속 주인공의 느낌이 꽤 잘 납니다.

10세 이상 게임입니다. 쉬운 규칙과 (미국인에게) 친숙한 몬스터로 인해 호러파이드는 초등학교 4학년 정도 이후 아이들과 같이 하기 좋은 게임입니다만, 어른이 하기에 나쁜 게임도 아닙니다. 적어도 저는 갈수록 복잡한 게임보다는 깔끔하게 만들어진 게임들이 좋아지는 것(그런 거 있잖아요. 한 번 하고 6개월 뒤에 다시 꺼내더라도 규칙서를 대충 훑으면 바로 돌릴 수 있는…)이 이 게임을 사게 한 주요 요인이거든요.
 
공략할 몬스터의 거점 위치를 표시하는 방식이 지도 위에 똑같은 틀의 타일을 올려놓는 것입니다. 별 거 아닌데도 저는 이런 게 참신하고 멋지더라고요. (직접 촬영. 출연: 내 손)


유니버설 픽처스의 다크 유니버스가 성공했다면 더 많은 시리즈들이 나왔을 법하지만,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보드게임긱의 <호러파이드> 페이지에 가 보면 유저들이 만들어서 올린 몬스터들이 꽤 많습니다. 영어를 좀 할 수 있다면야 그런 몬스터들을 출력해서 넣고 더 풍성하게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네요.


후속작이 있는데도 유저 자료를 추천하는 까닭은, 후속작인 <호러파이드: 아메리칸 몬스터>가 놀랍게도 <호러파이드>와 섞어 쓸 수 없는 스탠드얼론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각지의 민담에 등장하는 몬스터 여섯(밴시, 모스맨, 빅풋, 추파카브라, 오자크 하울러, 저지 데빌)을 모은 이 <호러파이드: 아메리칸 몬스터>는 지도도 별도이고, 디자인도 완전히 일신해 좀 더 모던한 스타일로 나왔습니다. 몬스터 기믹도 <호러파이드>에 비하자면 조금 더 복잡해졌고요. 그렇다 보니 몬스터 공략법에 맞춰서 캐릭터를 고르느냐 무작위로 고르느냐에 난이도가 좀 더 큰 폭으로 뛰는 느낌입니다. 

 


게임의 큰 틀이 심플한 만큼 섞어 쓸 수 있는 몬스터가 든 후속작을 만들어 주었다면 훨씬 긴 수명으로 다채롭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아예 분리시켜 버린 라벤스부르거의 선택에 대해서는 유저 입장으로서는 아쉽다고밖에 할 수 없겠네요. 다크 유니버스가 쫄딱 망했음에도 고전 몬스터에 대한 로열티가 컸던 걸까요. 그건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호러파이드: 아메리칸 몬스터>라도 섞을 수 있는 후속작 내지 몬스터 확장이라도 나와주면 좋을 텐데요. 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모르는 몬스터들밖에 없으니 <호러파이드>에 비해서는 애정이 좀 덜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시리즈, 너무나도 미국적입니다.

한국형 귀신이 든 한국어 버전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도 생각해 봤는데요. 그러고 보니 요즘 아이들은 우리가 어린 시절 듣고 자랐던 그런 귀신 이야기를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귀신들도 사실 외국의 고전 몬스터에 비하자면야 특별한 약점이 없기도 해서 만들기가 어렵긴 하겠지만, 우리네 어른 세대들과 지금의 아이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귀신 이야기 자체가 많을 것 같지도 않네요. 어쩌면 이런 게임이 우리에게 있다면 무시무시한 옛날 이야기속 괴물을 퇴치하는 경험을 가져가는 좋은 게임이었을 것 같습니다. 

※ 보드게임긱에 글을 올리는 팬들을 보니, 아컴 테마로 나오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군요. 후후… 어쩐지 든든한 아군들이 많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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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40 수줍은오토마
    • 2023-04-29 10:43:03

    게임 재밌고 간단하고! 근데 그래도 영문 몇 줄 보면 부담스러워들 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아매리칸 몬그터 한글판 좀 굽신굽신. 
    • 관리자 [GM]신나요
    • 2023-04-29 14:27:05

    영문 보면 부담스러운 것은 한국인의 성정 아니겠습니까(아무말) ㅋㅋㅋ 그런데 요즘은 폰카로 비추면 자동번역해 주는 거 넘나 편하더라구요!
    • Lv.47 폭풍먼지
    • 2023-04-29 13:32:53

    요즘은 신나요님 글 보러 오는거 같아요.
    재미있는 글들이 업로드 텀도 짧게 불쑥불쑥...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관리자 [GM]신나요
    • 2023-04-29 14:27:26

    으아 좋은 말씀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ㅠㅠ 황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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