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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인간 사냥과 공룡 사냥 중 무엇이 더 나쁜 것인가 - 랩터 리뷰
  • 2022-11-11 20:11:36

  • 7

  • 394

Lv.38 카페라떼초코
1. 소개
 랩터과학자의 싸움을 주제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2인 전용 비대칭 전략 대전 게임랩터7 원더스: 대결로 유명한 프랑스의 보드게임 디자이너인 브루노 카탈라(Bruno Cathala)와 시타델로 유명한 브루노 파이두티(Bruno Faidutti)가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브루노 카탈라의 대표작으로는 7 원더스: 대결을 포함하여 다섯 부족 시리즈, 킹 도미노 시리즈, 미스터 잭 시리즈, 자메이카 등이 있으며, 출시하기 전부터 기대감을 한 몸에 받기 시작하여 올해 에센에서는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았고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곧 출시될 스플렌더 듀얼이 있습니다.

 랩터는 테마와 메커니즘 간의 탄탄한 개연성을 이끌어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받는 브루노 카탈라와 운적 요소를 강조하는 브루노 파이두티가 만나 테마&메커니즘&운 요소&심리전을 적절하게 조합하였으며, 여기에 수 많은 대작 보드게임의 아티스트인 뱅상 듀트레(Vincent Dutrait)의 삽화로 완성되었습니다.

< (좌)2인 전략 게임 탑 티어인 7 원더스 대결과 (우)에센 기대작 탑 티어인 스플렌더 듀얼 >

2인 및 전략 게임의 장인이라고 생각하는 브루노 카탈라의 작품이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플레이하였으며, 더욱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정리하며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2. 리뷰 및 후기
 1) 테마
 태평양 어느 미지의 섬에 이미 6천 5백만 년 전에 멸종했다고 알려진 공룡(랩터)들이 살아 있다는 소문을 사실로 밝혀낸 고생물학자 린덴브룩 교수는 새끼 랩터를 생포하기 위한 10명의 팀을 구성하여 탐험과 추적을 시작한다.

 
새끼를 지키려는 분노한 어미 랩터와 연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학자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2) 게임 목표
 - 랩터 : 과학자들을 게임판 위에서 모두 제거 or 새끼 랩터 3마리 탈출
 - 과학자 : 어미 랩터를 완전히 마취 or 새끼 랩터 3마리 포획

 3) 게임 준비

  a. 정사각형 보드 6개를 무작위로 놓아서 2x3 규격의 직사각형을 만든 후 ㄴ자 보드 4개를 옆에 무작위로 놓고 암벽을 세운다.
  b. 랩터 플레이어는 랩터 참조판, 랩터 행동 카드를 가져온 후 어미 랩터 1마리와 새끼 랩터 1마리를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게임판에 배치한다.
  c. 과학자 플레이어는 과학자 참조판, 과학자 행동 카드, 화염 토큰, 마취 토큰을 가져온 후 과학자 4명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게임판에 배치한다.
  d. 각자의 행동 카드를 잘 섞어서 더미를 만든 후 최상단 카드 3장을 뽑아 각자의 손에 든다.

 4) 게임 진행
 a. 각자 손에 든 행동 카드 3장 중 1장을 골라 뒷면으로 내려놓고 동시에 앞면으로 공개하여 두 카드의 숫자를 비교합니다.
  - 숫자가 같은 경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 숫자가 낮은 사람이 먼저 자기 차례를 시작하며, 카드의 효과를 사용합니다.
  - 숫자가 높은 사람은 두 카드 숫자 차이만큼의 행동 점수를 획득하며, 획득한 행동 점수를 사용하여 행동을 수행합니다.
 b. 각자 차례를 마치고 손에 들고 있는 행동 카드가 다시 3장이 되게 더미에서 1장을 새로 뽑습니다.


5) 플레이 후기

 최초 플레이에서 최초로 숫자 비교하자마자 멘붕이 왔었습니다. 과학자인 제 핸드에는 9가 들어있었고 일단 행동 점수를 획득하려고 9를 냈었는데 하필이면 랩터인 아내 역시 핸드에 8이 있었고 행동 점수부터 획득하려는 같은 생각으로 8을 내서 결국 제 과학자 2명이 기절부터 당하고 시작했던 판이였습니다. "와 나 9인데 8뭔데. 8을 낸다고? 와ㅋㅋㅋ"


 결과적으로는 새끼 랩터 3마리를 잡아서 승리했습니다. 덕분에 8로 9를 막는 것이 엄청 좋은 플레이라는 것을 서로가 시작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새끼 잃고 저쪽에 덩그러니 서있는 어미 랩터가 왠지 불쌍해 보이네.."


 랩터가 하고 싶어서 랩터를 선택했던 아내는 어미 랩터로 새끼 랩터들을 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마취총에 한발 맞아 기동력이 떨어지니 새끼들이 납치되어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어야 했다며 굉장히 아쉬워 했습니다.


 첫번째 판을 플레이 한 후 아내와 저는 심상치 않은 갓겜 냄새를 맡고 주라기공원 OST를 켜고 두번째 판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번엔 사막맵. 랩터인 아내가 매복과 감시로 탈출구 근처로 이동한 후 어미의 부름으로 새끼 랩터들을 모았고 결국 새끼 랩터 3마리를 탈출시킨 아내가 승리했습니다. 두번째 판임에도 감을 잡은 후 예상치 못한 콤보로 제 허를 찔러서 승리한 아내의 플레이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엔 진영을 바꾸어 제가 랩터를 플레이하고 아내가 과학자를 플레이했습니다. 랩터에 몰입한 저는 새끼를 잃어버린 아픔에 분노하여 "감히 내 새끼를 납치해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쿠와와오왕아와왕" 하며 새끼 랩터를 탈출 시키는 것보다는 인간 살육에 집중하고 다녔습니다. 매복과 감시를 사용하여 과학자 곁으로 이동한 후 다음 턴에 8~9 카드를 사용하여 과학자들을 살육하기도 했는데 테마는 분명 나쁜 사냥꾼들에게 사냥 당하는 랩터가 불쌍한 것 같았으나 실상은 화난 어미 랩터가 과학자 및 사냥꾼들을 무자비하게 잡아 먹고 다니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분노한 랩터에 너무 몰입한 탓일까요? 7명을 살육하고 보드판에 1명만 남아있었는데 결국 새끼 랩터 3마리가 포획되어 패배하였습니다.


 사막맵에서도 역시 "인간 싫다 쿠와와아아아와왕" 하며 인간 살육에 열중(새끼 랩터를 탈출시킬 수 있었으나 탈출보다는 사냥에 집중)했던 저는 끝내 보드판에서 모든 인간들을 제거하고 승리하였습니다.


 어미 랩터의 바로 옆에 과학자 2명만이 남아있었고 제 핸드에는 9와 8카드가 남아있었습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됬을까요?


 이렇게 9를 내서 남은 과학자들을 모두 제거하였습니다. 제가 랩터를 할때는 새끼 랩터의 탈출보다는 과학자들을 '쿠와오아와와아 죽어라' 하며 입으로 물어뜯는 기분으로 한 명 한 명씩 제거하는 플레이가 이상하게 더 짜릿합니다.


 랩터인 아내가 "쿠와와오아ㅘㅇ 다 잡아먹어버리겠다아~!!!!" 하며 바로 복수 하였습니다. 이미 잡아먹힌 과학자들은 5명이나 되고 아래에 있는 과학자는 어미 랩터에게 잡아먹힐 운명이고.. 위에 있는 과학자는 길목에 불을 질러서 숨어있었지만 결국 잡아먹힐 운명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혼자 남아있는 과학자를 죽이러가는 어미 랩터를 플레이 하기 위한 아내의 손가락이 보이시나요? 아내는 공룡지키는 엄마가 된 기분이라며 랩터 플레이를 특히 재밌어했습니다.


 게임은 생각보다 아슬아슬 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학자 입장에서는 새끼 랩터 2마리를 포획했고 1마리만 더 포획하면 되는 상태였는데 3마리의 새끼 랩터가 탈출해서 역전 당한다거나, 랩터 입장에서는 새끼 랩터 2마리를 먼저 탈출시켰음에도 나머지 3마리의 새끼 랩터가 모두 포획당해 역전당한다거나, 결국 새끼 랩터 한마리만 남기고 치열하게 진행되는 판이 은근 많았습니다.


 살인예고 입니다. 멍청하게 저 멀리서 다른 곳을 경계하고 있는 총든 과학자 1명만 제거하면 되는데 핸드에 9카드가 있네요? 다음 라운드에 과학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그려지시나요?

랩터의 주요 목적은 새끼를 탈출시키는 것과 새끼를 포획하는 것 입니다.
요즘 저희 부부는 '과학자 플레이시 어미 랩터를 총으로 쏘기'와 '랩터 플레이시 사냥꾼들 물어뜯고 다니기'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6) 리뷰
 "완벽한 테마 구현"
 랩터는 자신이 살고 있던 섬으로 들어와 새끼 랩터들을 납치하려고 하는 과학자들로부터 새끼 랩터를 보호하기 위해 과학자들을 모두 잡아먹거나 새끼 랩터들을 탈출시켜야만 합니다. 반면 과학자는 과학의 발전을 위해 멸종된 줄로만 알았던 새끼 랩터들을 먼저 포획하거나 어미 랩터를 완전히 마취시켜야만 합니다. 어미 랩터를 마취시킬수만 있다면 새끼 랩터는 손쉽게 포획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러한 랩터 vs 과학자의 서로 다른 목표와 시스템을 테마에 잘 녹여내었으며, 새끼 랩터들을 지키려는 어미 랩터와 납치하려는 과학자의 전투를 versus 구도로 짜임새 있게 잘 만들었습니다. 
< (좌) 랩터 vs (우) 과학자 >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던 와중 불현듯 2인 전용 게임으로 제가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인 '지킬 대 하이드(Jekyll vs. Hyde)'가 떠올랐는데 테마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었다는 이유(+ 두 게임 모두 아티스트가 뱅상 듀트레)에서 였습니다. 랩터는 랩터를 플레이 하느냐 과학자를 플레이 하느냐에 따라 목표가 완전히 다르며 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전략과 카드의 효과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진영별 차이가 굉장히 뚜렷합니다. 이런 진영별 차이가 모두 테마와 시스템으로 구현되었으며, 실제로 어미 랩터와 과학자팀이 된 기분이 들어서 새끼 랩터가 납치 당하거나 과학자가 어미 랩터에게 잡아먹힐 때마다 마음이 아팠으며 과학자를 잡아먹거나 어미 랩터를 마취총으로 맞출 때마다 짜릿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굉장히 몰입도가 높다고 평가하며 완벽에 가까운 테마 구현도라고 생각합니다. 

 테마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점은 일단 게임은 랩터와 과학자의 대결을 다루고 있지만, 인간들이 과학자보다는 사냥꾼에 더 어울린다는 사실 입니다. 미니어쳐 역시 다음과 같이 과학자처럼 생긴 부류와 사냥꾼처럼 생긴 부류로 나뉠 수 있는데 총 10명으로 이루어진 랩터 포획 팀에 과학자와 사냥꾼을 함께 구성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좌)책, 백팩, 나침반, 서류가방, 망원경 등을 소지하고 있는 과학자들과 (우) 소총, 저격총, 대도, 단검 등을 소지하고 있는 사냥꾼들 >


 "리플레이? 10판 연속 플레이"
 매 판마다 6개의 타일들에 대한 방향, 순서 모두를 랜덤하게 배치하며 이로 인한 장애물의 위치도 계속 변하기 때문에 완전히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초기 세팅으로 인해 매 판마다 새로운 게임을 하는 느낌을 줍니다. 여기에 맵이 양면(초원/사막)으로 되어 있는데 초원은 장애물의 위치가 골고루 퍼져 있는 느낌이라면, 사막은 조금 뭉쳐있는 느낌이기 때문에 어떤 면으로 하는 지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플레이 할 수 있으므로 세팅에 의한 리플레이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추가로 카드 운 요소 및 상대방과의 숫자 비교를 통해 순간 순간의 판단으로 플레이를 유동적으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어 리플레이성은 더욱 보장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저는 아내와 랩터를 개봉한 첫날 저녁부터 새벽까지 약 6~7시간 동안 10판 연속으로 플레이했었는데 만약 새벽이 아니었다면 더욱 오래동안 달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합니다.

 짧지만 몰입도도 높고 강렬하기 때문에 연달아 몇 판씩 하다보면 몇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많은 시간을 확보한 후 플레이 하세요! 


 "비대칭과 밸런스"
 랩터는 2015년도에 영문판으로 초판이 발매되었으며 과학자의 2, 6 카드 모두 과학자를 2명 충원 했었던 당시에는 과학자가 우세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올해 보드게임몰에서 한글로 정발된 랩터는 과학자의 2번 카드 기능이 과학자 2명->1명 충원 하는 것으로 패치되었으며 딱히 밸런스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개선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랩터의 비대칭 시스템은 랩터와 과학자가 가지고 있는 1~9까지의 카드 9장에 대한 서로 다른 효과와 각 진영이 할 수 있는 5가지의 행동으로 구분됩니다. 카드가 딱 9장씩 밖에 없기 때문에 카드의 효과를 익히기에는 (배우기) 굉장히 쉽지만, 다양한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액션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활용을 잘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단 한 장의 카드만으로도 엎치락 뒷치락하며 크게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이 유리하다고 해서 긴장의 끈을 놓았다가는 단숨에 전세가 역전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상황속에서 서로의 플레이를 반복할 수록 실력차이가 점점 벌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분은 카드 운 요소에 따라서 보정 됩니다. 카드 운 요소로 인해 생각보다 실력차이가 나지 않으며 역전할 때의 쾌감도 꽤나 크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랩터과학자보다 생각할 거리가 더 많기 때문에 어렵다고 판단되며, 이는 양면맵을 활용하여 자체 밸런싱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시다 싶이 맵에 깔리는 총 9개의 장애물 중 초원은 하나의 보드판에 1~2개의 장애물이 설치되어 균등하게 펼쳐져있는 느낌을 줍니다. 
 

 그에 반해 사막은 하나의 보드판에 0~3개의 장애물이 설치되기 때문에 0개 혹은 1개의 보드판들이 모이게 되면 장애물이 한 곳에만 많이 밀집 되어있는 형태를 띄게 됩니다. 장애물이 한 곳에 많이 밀집되어 있을수록 다른 곳은 상대적으로 비어있기 때문에 직선 이동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어미 랩터를 이용하여 초반에 장애물이 없는 곳의 과학자들을 잡아먹은 후 새끼 랩터의 탈출로를 확보해둔다면 전세를 어느정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 입니다. 랩터의 이동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 부부에게 있어 밸런스가 큰 문제가 되는 요소는 아닙니다. 랩터와 같이 진영별 목표와 방향이 뚜렷한 비대칭 게임은 서로 진영을 바꾸어 한 번씩 플레이함으로써 총 두판을 플레이하여 승패를 가리면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희는 랩터와 과학자를 한번씩 총 두판을 플레이한 후 각자의 스코어가 1:1인 경우 '랩터일 때 탈출 시킨 새끼 랩터의 수 - 포획된 새끼 랩터의 수 + 잡아먹은 과학자의 수'로 최종 점수를 계산합니다. 비대칭 요소로 인해 밸런스가 정확하게 5:5가 아닌 경우, 이렇게 최종 점수를 계산함으로써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최종 점수를 고려하여 플레이 한다는 측면에서 더 재미있고 좀 더 다양하게 플레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여 밸런스가 맞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저희 부부가 사용하는 최종 점수 계산 방법을 한번 사용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불꽃 튀는 치열한 심리전과 눈치싸움"
 단 9장의 카드와 아주 간단한 기본 규칙('먼저, 카드 숫자가 낮은 사람이 카드의 효과를 사용한 다음, 카드 숫자가 높은 상대방은 두 카드 숫자 차이만큼 행동 점수를 획득한다')에 의해 매 순간마다 펼쳐지는 다양한 심리전이 일품입니다. 기본적으로 심리전은 다음의 경우 발생합니다.
 - 서로 카드의 효과를 사용하고자 할 때
 - 서로 행동 점수를 획득하고자 할 때
 - 내가 카드의 효과를 사용하려 하는데 상대방이 행동 점수를 획득하고자 할 때
 - 내가 행동 점수를 획득하려 하는데 상대방이 카드의 효과를 사용하고자 할 때

 먼저, 카드의 효과를 사용할 것인지 행동 점수를 획득할 것인지 선택한 후, 카드 효과를 사용하고자 할 때는 상대방에게 행동 점수를 적게 주기 위해 숫자의 차이를 최소한(1 vs 2)으로 줄어야하며, 행동 점수를 획득하고자 할 때는 최대의 행동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숫자의 차이를 최대한(9 vs 1) 벌리는 것이 베스트 입니다. 상대방이 행동 점수를 벌고자 할 때를 예측하여 최대한 차이가 나지 않도록 막는(8 vs 9) 방법 또한 중요합니다.


 당연히 마음대로 되지 않겠죠? 자신에게 이득을 최대한 줄 수 있는 최적의 수를 실현하기 위해 카드 한장 한장마다 각자의 이상이 끊임없이 충돌합니다. 실제 게임은 자신의 계획대로 플레이하기 힘들기 때문에 상대방과의 심리전에서 우위를 점하여 내 마음대로 판이 돌아가기 시작할 때에 오는 희열감이 꽤나 큽니다. 마찬가지로 심리전에서 말리는 판에는 뭘해도 상대방에게 다 읽히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오는 좌절감 또한 꽤나 큽니다. 게임의 템포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불꽃 튀는 치열한 심리전과 빠른 감정의 변화가 개인적으로 랩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행동 점수일까 카드 효과일까
 상대방은 나의 핸드를 파악하고 내가 어떤 카드를 낼 것이라고 생각할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카드를 내야할까

 
 보통 이런 심리전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게임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각자의 기억력 혹은 카운팅 능력이 요구되며 완벽한 카드 카운팅을 할 수 없도록 랜덤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반면, 랩터는 특이하게도 사용한 카드를 놓는 버린 카드 더미가 숫자가 보이도록 완전 공개되기 때문에 상대방의 남은 카드가 무엇인지 즉시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총 9장의 카드 중 4장을 사용하고 5장이 남아있다면 상대방의 핸드에 어떤 3장의 카드가 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숫자의 카드가 5장 남아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어떤 카드를 낼 것인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개 정보로 오로지 심리전에만 치중할 수 있다는 점이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재미 요소라 생각하며, 카드 수가 줄어들수록 상대방에게 수를 읽힐 확률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오는 압박감과 심리전 역시 재미있습니다.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누가 승리할 것인지 장담할 수 없으며 다 이겼다고 생각했던 게임에서 상대방의 심리전에 말려서 자칫하면 역전 당하기 좋은 게임이기 떄문에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습니다!



 "진영별 특색 있는 전략"
 랩터는 랩터와 과학자의 진영별 특징이 굉장히 뚜렷한 비대칭 게임이기 때문에 전략 역시 진영별로 다른 양상을 나타냅니다. 
 A. 랩터
  A-1. 초반 러쉬
  일반적으로 랩터는 새끼 랩터를 보호하며 강력한 어미 랩터를 이용하여 과학자들을 제거하는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과학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는 초반에 최대한 많은 과학자를 제거해야 합니다. 초반에 다수의 과학자들을 제거할수록 위험 요소가 줄어듬과 동시에 새끼 랩터의 탈출구를 확보해둘 수 있기 때문에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 시간이 오래 끌릴 수록 과학자가 점점 유리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수한 기동성과 공격력을 십분 활용해 초반에 과학자를 무력화시키세요!

 A-2. '매복과 감시' 활용
  높은 숫자의 행동 카드를 먼저 확보한 후, 행동 카드 2와 6를 이용하여 매복과 감시를 사용하는 경우, 그 다음턴에 높은 숫자를 활용하여 많은 양의 행동 점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랩터의 행동 점수 = 과학자의 제거 입니다.


  A-3. '어미의 부름' 활용
  어미 랩터를 이용하여 탈출구 근처 L자 보드판으로 이동한 후에 행동 카드 1과 4를 이용하여 새끼 랩터를 호출하면 새끼 랩터들을 바로 L자 보드로 소환할 수 있습니다. 4를 이용하여 새끼 랩터 2마리를 소환한다면 적은 행동 점수로 새끼 랩터들을 탈출구로 바로 탈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길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B. 과학자
  B-1. '인원 보강'으로 후반 도모
  일반적으로 과학자 플레이어는 어미 랩터를 마취총으로 공격하거나 기회를 노려 새끼 랩터를 포획하는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최대한 많은 과학자를 보강하며 후반을 도모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여러명의 과학자들이 어미 랩터에 의해 한번에 제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조심하면서 행동 카드 2와 6를 이용하여 과학자들을 충분히 확보해야만 합니다.


  B-2. 불 지르기
  시작 과학자 4명은 L자 보드에서 시작하며 초반부터 행동 카드 5와 7를 이용하여 시작 과학자가 있는 L자 보드판에 불을 지르는 경우, 새끼 랩터가 탈출할 수 있는 경로를 봉쇄할 수 있으며 어미 랩터의 발을 묶는 역활도 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기 위해서 불 지르기를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B-3. 마취총 사격
  어미 랩터가 마취총을 맞게 되면 어미 랩터 참조판에 마취 토큰이 놓이며 어미 랩터 차례의 첫 번째 이동을 하기 전에 랩터 참조판에 놓인 마취 토큰 개수만큼 행동 점수를 잃기 때문에 랩터의 장점인 기동력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학자가 마취총을 쏘기 위해서는 어미 랩터와 직선 위치에 놓이게 되므로 그 다음 라운드에 제거당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일단 마취총을 1~2발이라도 맞추면 랩터에 의해 과학자가 죽을 만한 것도 행동 점수가 모자라서 죽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랩터는 행동 카드 5와 7를 이용하여 '회복'을 하거나 행동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숫자의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강제 되기 때문에 실제 카드를 낼 때 제약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마취총으로 고통을 주세요!

 C. 공통
 랩터와 과학자 모두 승리를 위해서는 높은 숫자의 카드로 많은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낮은 숫자의 카드를 좋은 타이밍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약 상대방이 9를 사용하는 타이밍에 내가 8로 막는다면 회심의 카드가 제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상대방이 낮은 숫자인 1~2를 사용하는 타이밍에 내가 높은 숫자인 8~9를 낸다면 행동 점수를 많이 획득해서 전세를 확실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수를 읽고 최대의 효과를 얻었을 때의 희열이 있습니다. 특히 랩터의 8 카드는 이겼을 때 그 차이만큼 행동 점수를 얻을 수도 있지만 과학자의 9 카드를 막기에도 너무 좋은 카드이므로 조커처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했던 카드를 다시 리셋하여 좋은 카드를 여러번 사용하는 것도 전략의 한 요소입니다. 만약, 1 카드를 사용하여 카드를 적절하게 리셋 하지 않는다면 남아 있는 카드가 훤히 읽히게 됨으로써 게임이 힘들어질 수 있으며 결국 1~3의 카드만 남게 되어 패가 계속 읽히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리셋 타이밍을 적절하게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내가 리셋을 위해 1을 사용했는데 상대방이 9를 사용하는 했다면 전세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므로 반드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길때 잘 이기고 질때 잘 지세요!


 "다양한 재미 포인트"
 랩터에는 완벽한 테마 구현도에 어울리는 재미난 포인트들이 많이 있습니다.
 - 어미 랩터가 과학자에게 마취총을 한 발 맞았다고 해서 즉시 마취되진 않으며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이동 시의 패널티로 잘 표현
 - 영화속에 나오는 똑똑한 랩터처럼 몸을 숲속에 숨겨서 과학자가 어떤 행동을 하는 지 감시한 후 행동 
 - 랩터를 맞닥뜨린 것만으로도 공포감을 느껴 기절하는 과학자
 -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과학자를 한명씩 제거하는 랩터
 - 만약 '과학자 1명당 한 라운드에 딱 1번만 공격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제약이 없었다면 과학자 1명으로 새끼 랩터를 잠재운 후 바로 납치할 수 있었을텐데.. 생각해보면 아무리 새끼 랩터라고 해도 기동성 빠르고 난폭한 육식 공룡이기 때문에 과학자 한명이 새끼 랩터 한마디를 온전히 상대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 혼자서 새끼 랩터를 포획하기 위해서는 최소 2턴(숫자 비교에서 이겨야되는 턴) 필요한데 이는 육체적 능력 좋고 문물을 활용할 줄 아는 과학자가 새끼 중에서도 비교적 몸집이 많이 작은 랩터를 혼자서라도 힘겹게 포획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
 - 과학자 2명이 근처에 있는 경우 한 턴에 바로 잠재우기-포획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는 인간의 협동(팀 구성) 개념 역시 잘 표현
 - 인간의 이동속도로는 따라잡지 못하는 랩터의 빠른 기동력을 따라잡기 위해 지프차로 이동
 - 여기저기 불을 질러 랩터의 행동을 제약
 - 총을 이용하여 랩터를 마취시키는 등 자신보다 월등히 힘이 쎈 개체를 상대로 인간이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수행
 위와 같은 디테일한 요소들이 테마에 잘 녹아들었기에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역활(랩터/과학자)에 쉽게 몰입하고 동화될 수 있으며 각자의 역활에 따라 다른 목표 덕분에 완전히 다른 플레이와 경험을 선사합니다.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하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초반부터 저글링과 히드라를 활용하여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종족인 저그를 선호합니다. 이런 저그와 비슷한 랩터는 과학자에 비해 머리도 좀 써야하며 시원시원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과학자를 사냥하러 다니는 재미도 있고 초반부터 주도적으로 판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에 더 선호하는 편 입니다. 물론 새끼 랩터를 탈출시키기 보다는 섬에서 과학자들을 학살하는 플레이로 전멸시켜 승리했을 때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명의 마린은 약하지만 부대 단위로 뭉쳐있는 마린인 경우 저글링으로 섣불리 덤빌 수 없다는 점에서 테란과 비슷한 과학자는 꾸준한 인원 보강과 함께 초반을 잘 버티며 장기전으로 이끌어 간다고 관점에서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이제는 새끼 랩터를 포획하는 것 보다는 어미 랩터를 총으로 5번 쏴서 죽이는 마취시키는 목표로 이겨보기 위해 계속 도전하는 중인데 많이 어렵네요ㅠ 

 언젠간 꼭 죽여보고 완전 마취시켜보고 싶습니다!



3. 결론
유니크한 공룡(벨로시랩터) 테마
룰 쉽고 세팅이 간단해서 짧고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재미
비대칭 게임임에도 밸런스도 놓치지 않은
불꽃 튀는 치열한 심리전과 눈치싸움이 펼쳐지며
하루에 연달아 10판도 가능한
끊임없이 느껴지는 심리적 압박감과 긴장감이 매력적인 1:1 비대칭 대전 게임

개인적으로 1인플용 오토마가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만약 최근의 2인 게임인 패치워크, 카이사르 등에 포함되어 있는 오토마가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하고 구입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랩터를 사냥하는 과학자가 될 것인가
VS
과학자를 사냥하는 랩터가 될 것인가

*본 리뷰는 보드게임몰로부터 게임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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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47 폭풍먼지
    • 2022-11-12 00:56:47

    아주 잘 만든 게임이죠. 은근 장고도 하게되고 ㅎㅎ
    • Lv.38 카페라떼초코
    • 2022-11-14 00:46:11

    잘만든 게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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