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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보드게임즈 락다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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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7 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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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언테임드
다들 많이 궁금하셨을 겁니다.
보드게임 회사에서는 근무시간에 보드게임을 하나요?
-> 네, 맞습니다. '네메시스 락다운' 정도는 합니다.
‘네메시스 락다운’은
네메시스 호의 항해는 달달한 랑데부였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체험'이었습니다.
플레이어 5인을 꽉 채운 회의실은 삶에 대한 열망을 담은 뜨거운 도가니와 같았습니다. 회의요? 회의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악의와.
네메시스 락다운 속 화성 기지는 전력조차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곳입니다. 간신히 공급된 전력조차 매 차례 꺼져 나가기 일쑤라 반쯤 깨진 형광등이 수백 번을 넘게 점멸하는 가운데, 벽을 짚으며 나아가야만 하죠. 간신히 문을 넘어 손끝의 감각에 의지해 통로를 지나갈 때면 근원 모를 진동이 벽 너머 배관을 타고 전해져 옵니다. 기지 바깥에서 모래 폭풍이라도 치는 건가 싶지만, 아뇨, 이 소리는 분명 살아있는 것의 소리였습니다.
우리 같이 가는 거잖아!
-> 같이 가자는 녀석이 제일 위험한 녀석입니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내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고, 두려운 존재들을 피해 이 기지에서 탈출만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규칙이나 테마 따위가 아닙니다. ‘사람’이죠.
한참이나 어둠 속을 헤매다 들어선 방에는 어딘지 희번뜩거리는 눈빛을 지닌 늙은 경비원이 고압 분사기를 이제 막 등뒤에 메고 있었습니다. 함께 탈출을 도모하자고 이야기하고 서로 번갈아 앞장서 길을 내기 시작했지만, 그의 속 모를 미소와 눈빛은 도무지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그 안에 오로지 심연과도 같은 악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이트 스토커보다 더 나을 것도 없습니다. 중요한 순간이 되면, 언제든 그는 나를 구덩이에 밀어넣을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나가셔도 되는데요, 나가시면 안됩니다.
화성 기지에서의 탈출은 크게 3가지 루트입니다.
Css 포드 탑승
벙커 진입
격리실에 자발적 격리
네메시스 호는 구명정과 동면실에 들어가야만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언뜻 탈출 수단이 많아져 생존이 용이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이것은 모조리 착각입니다. 이 3개의 탈출 루트는 오로지 숨가쁜 긴장감을 더하기 위한 장치일 뿐, 어떤 것도 구원으로 가는 길을 보장하지 않죠. CSS 포드는 abc 3개가 출발할지 안할지 조차 알 수 없는 부도 수표에다가, 벙커는 화성의 가혹한 환경을 뚫고 도달해야만 합니다. 더군다나 격리실은 게임이 중반을 넘어야만 열리죠.
이 모든 탈출 루트에 절망감을 더하는 것은 새로운 생존 조건인 비상 계획입니다. 이번 게임에 사용되지 않는 비상 계획을 각자 하나씩 받은 상태에서 우리는 소거법을 통해 어떤 비상계획을 통해 ‘누구를 살릴지’ 추측해야만 했습니다. CSS 포드에 탄 사람을 죽일 생각인가? 아니면 격리실?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전원 구출이라는 꿈을 꿔도 좋은 걸까?
사실은… 어떤 비상 계획이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살아 있기라도 해야 비상 계획을 확인하는 단계라도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억까도 여기까지 다다르면, 예술이다.
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분은 정신적 혹독함에 시달려야만 합니다.
시달려야 ‘재밌습니다’.
뒤따르는 나이트 스토커를 뿌리치고 생사를 건 질주를 시작할 수도, 동료라고 믿었던 존재의 잔인한 선택에 죽음의 위기를 맛보게 됩니다. 끊임없이 투쟁하고 살아남으려 발버둥쳤음에도 그 결과가 행복한 엔딩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에게는 끔찍하게 널부러진 내 캐릭터의 시신만이 남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누군가 우스개로 말합니다..
‘이게… 게임?’
저는 말씀드립니다.
‘게임이 아닙니다. 경험입니다.’
나는 죽어도 남들은 도망칠 수 없게 뒤따라오는 나이트 스토커를 애써 무시하며 컴퓨터를 두들겨 탈출용 로버를 화성 어딘가로 보내 버리거나, 저 부서진 문 너머로 한발자국을 더 떼어 걷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해낼 수 없기 때문에 절망적인 선택을 하는 경험은 다른 어느 영화 속 배우가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결정한 내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5명이 게임을 끝마쳤을 때, 우리는 각자의 마음 속에 드라마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테마가 잘 살아있는 게임이라면 응당 그렇듯, 내가 왜 그때 그런 결정을 했는지 저 녀석이 왜 그런 짓을 해서 내 탈출이 꼬였는지 이야기하며 한 게임의 에필로그를 만들기도 했고요.
다행인 것은 5명 모두 끔찍하게 죽어, 어느 누구도 의가 상하지 않고 행복하게 게임을 마쳤다는 것입니다.
다들 모르셨겠지만 네메시스 락다운의 '진엔딩'은 모두가 죽는 것입니다.
실수로라도 누군가 끝까지 생존했다면 다음날부터 그 생존자는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만 하니까 말입니다.
포브스 선정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하기 좋은 게임 1위
‘네메시스 락다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대상
- 기강이 한껏 해이해진 네메시스 호 승무원들의 정신 상태를 교정하고 싶은 분
- 업무 시간에 동료들과 친목을 도모하고 싶으신 분
- 미니어쳐 게임을 선호하거나, SF 테마를 좋아하는 분
보드게임 회사에서는 근무시간에 보드게임을 하나요?
-> 네, 맞습니다. '네메시스 락다운' 정도는 합니다.
‘네메시스 락다운’은
네메시스 호의 항해는 달달한 랑데부였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체험'이었습니다.
플레이어 5인을 꽉 채운 회의실은 삶에 대한 열망을 담은 뜨거운 도가니와 같았습니다. 회의요? 회의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악의와.
네메시스 락다운 속 화성 기지는 전력조차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곳입니다. 간신히 공급된 전력조차 매 차례 꺼져 나가기 일쑤라 반쯤 깨진 형광등이 수백 번을 넘게 점멸하는 가운데, 벽을 짚으며 나아가야만 하죠. 간신히 문을 넘어 손끝의 감각에 의지해 통로를 지나갈 때면 근원 모를 진동이 벽 너머 배관을 타고 전해져 옵니다. 기지 바깥에서 모래 폭풍이라도 치는 건가 싶지만, 아뇨, 이 소리는 분명 살아있는 것의 소리였습니다.
우리 같이 가는 거잖아!
-> 같이 가자는 녀석이 제일 위험한 녀석입니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내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고, 두려운 존재들을 피해 이 기지에서 탈출만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규칙이나 테마 따위가 아닙니다. ‘사람’이죠.
한참이나 어둠 속을 헤매다 들어선 방에는 어딘지 희번뜩거리는 눈빛을 지닌 늙은 경비원이 고압 분사기를 이제 막 등뒤에 메고 있었습니다. 함께 탈출을 도모하자고 이야기하고 서로 번갈아 앞장서 길을 내기 시작했지만, 그의 속 모를 미소와 눈빛은 도무지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그 안에 오로지 심연과도 같은 악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이트 스토커보다 더 나을 것도 없습니다. 중요한 순간이 되면, 언제든 그는 나를 구덩이에 밀어넣을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나가셔도 되는데요, 나가시면 안됩니다.
화성 기지에서의 탈출은 크게 3가지 루트입니다.
Css 포드 탑승
벙커 진입
격리실에 자발적 격리
네메시스 호는 구명정과 동면실에 들어가야만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언뜻 탈출 수단이 많아져 생존이 용이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이것은 모조리 착각입니다. 이 3개의 탈출 루트는 오로지 숨가쁜 긴장감을 더하기 위한 장치일 뿐, 어떤 것도 구원으로 가는 길을 보장하지 않죠. CSS 포드는 abc 3개가 출발할지 안할지 조차 알 수 없는 부도 수표에다가, 벙커는 화성의 가혹한 환경을 뚫고 도달해야만 합니다. 더군다나 격리실은 게임이 중반을 넘어야만 열리죠.
이 모든 탈출 루트에 절망감을 더하는 것은 새로운 생존 조건인 비상 계획입니다. 이번 게임에 사용되지 않는 비상 계획을 각자 하나씩 받은 상태에서 우리는 소거법을 통해 어떤 비상계획을 통해 ‘누구를 살릴지’ 추측해야만 했습니다. CSS 포드에 탄 사람을 죽일 생각인가? 아니면 격리실?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전원 구출이라는 꿈을 꿔도 좋은 걸까?
사실은… 어떤 비상 계획이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살아 있기라도 해야 비상 계획을 확인하는 단계라도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억까도 여기까지 다다르면, 예술이다.
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분은 정신적 혹독함에 시달려야만 합니다.
시달려야 ‘재밌습니다’.
뒤따르는 나이트 스토커를 뿌리치고 생사를 건 질주를 시작할 수도, 동료라고 믿었던 존재의 잔인한 선택에 죽음의 위기를 맛보게 됩니다. 끊임없이 투쟁하고 살아남으려 발버둥쳤음에도 그 결과가 행복한 엔딩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에게는 끔찍하게 널부러진 내 캐릭터의 시신만이 남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누군가 우스개로 말합니다..
‘이게… 게임?’
저는 말씀드립니다.
‘게임이 아닙니다. 경험입니다.’
나는 죽어도 남들은 도망칠 수 없게 뒤따라오는 나이트 스토커를 애써 무시하며 컴퓨터를 두들겨 탈출용 로버를 화성 어딘가로 보내 버리거나, 저 부서진 문 너머로 한발자국을 더 떼어 걷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해낼 수 없기 때문에 절망적인 선택을 하는 경험은 다른 어느 영화 속 배우가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결정한 내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5명이 게임을 끝마쳤을 때, 우리는 각자의 마음 속에 드라마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테마가 잘 살아있는 게임이라면 응당 그렇듯, 내가 왜 그때 그런 결정을 했는지 저 녀석이 왜 그런 짓을 해서 내 탈출이 꼬였는지 이야기하며 한 게임의 에필로그를 만들기도 했고요.
다행인 것은 5명 모두 끔찍하게 죽어, 어느 누구도 의가 상하지 않고 행복하게 게임을 마쳤다는 것입니다.
다들 모르셨겠지만 네메시스 락다운의 '진엔딩'은 모두가 죽는 것입니다.
실수로라도 누군가 끝까지 생존했다면 다음날부터 그 생존자는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만 하니까 말입니다.
포브스 선정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하기 좋은 게임 1위
‘네메시스 락다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대상
- 기강이 한껏 해이해진 네메시스 호 승무원들의 정신 상태를 교정하고 싶은 분
- 업무 시간에 동료들과 친목을 도모하고 싶으신 분
- 미니어쳐 게임을 선호하거나, SF 테마를 좋아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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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보고나니 또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시간에 1인플 준비 시작해야 겠습니다. 룰도 조금 익숙해졌겠다. 12시전에 끝내는걸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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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리뷰가 10개 이하로 끝나면.. 스팀 코드는 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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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꾸 뽐이 들어오는군요 공간 없는데..1인플밖에 못하는데..본판은 상시 판매도 아니던데(?)..어헝헝
근데 진짜 후기들이 하나같이 재미있어 보이네요ㅋㅋㅋ
bgm을 들으면서 후기를 읽으니까 몰입감이ㄷㄷ -
네메시스는 1인플이 진짜 재밌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참고하시길... -
아니 업무시간에!!! 너무 부럽습니다 ㅠㅜ 부러운마음에 비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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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무라고요! 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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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뽐뿌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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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걸 참으신다고요?
이 정도면 와신상담급... -
진짜 요즘 네메시스 후기들은 다 왜이렇게 뽐을 잘 주는지 모르겠어요. 작정을 하셨군요… 나도 게임 아닌 경험 하고 싶다… 인원수때문에 잘 참아 왔었는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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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5꽉만큼은 아닐지언정... 1-2인 플레이의 밀도가 결코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도 1인플레이를 자주 하는 사람으로서 네메시스 1인플을 상당히 즐기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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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플 위주인데 사도 후회 안할까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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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즐기는 방식? 테마에 대한 친화도? 등등을 고려해서 말씀을 드려야 하는 게임이라 플레이 인원만으로 추천 비추천을 드리기가 좀 어렵습니다.
저는 1~2인플을 모두 재미있게 즐겼기 때문에, 테마에 몰입하고 같이 즐기는 분이 유사한 게임에 경험이 있으시다면 꽤 추천을 드립니다.(저는 보유 게임에 1인플이 있는 게임은 거의 다 1인플로 즐겨볼 정도로 1인플에 열려 있는 사람이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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