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에 이어 잘그락 왕국 개발과 출시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들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잘그락 왕국에는 두 가지 형태의 다섯 가지 색깔의 시민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개인판이나 건물 카드에 그려진 그림과 실제 게임에 들어있는 구성물을 자세히 비교해 보면 그림에는 팔각 기둥 형태로 그려져 있는데 게임의 시민은 육각 기둥인 것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테스트 단계에서는 개발팀에서 가지고 있던 팔각 기둥 형태의 시민을 사용했고 이후에 제작을 의뢰할 때에는 육각 기둥 형태로 변경하여 의뢰하였습니다. 팔각 기둥 형태의 시민은 종종 테이블 위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경우가 생겨서 이를 방지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림의 경우는 테스트 단계에서부터 이미 팔각 기둥 형태로 그려서 샘플 등을 제작하는데 사용하고 있었고 아주 아주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육각 기둥인지 팔각 기둥인지 잘 구별이 가지 않고 특별히 게임에 혼란을 주는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따로 변경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실 귀찮아서라기보다는 이스터 에그와 같이 혹시나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슈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더 커서 그대로 출시를 했는데 아쉽게도 아무도 알아 봐 주는 사람이 없네요. 그래서 이 글을 기회로 여러분께 알려 드려봅니다. 혹시 잘그락 왕국을 가지고 계시다면 정말 그림과 실제의 시민의 모양이 다른지 재미로 한번 확인해 봐 주세요.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잘그락 왕국에는 다섯 가지 색깔의 시민이 등장합니다. 빨간색은 병사, 노란색은 상인, 초록색은 사제, 파란색은 평민, 그리고 보라색은 부패한 관료입니다. 병사와 상인 그리고 사제는 피스크래프트 버전의 잘그락 왕국에도 똑같이 등장했던 설정이었고요. 파란색은 평민이 아니고 귀족이었고 보라색은 빈민이었습니다.

파란색 시민이 귀족에서 평민으로 바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주머니에 새로운 시민을 추가하는 방식을 기존의 단순히 공급처에서 선택하여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평민과 기본 건물의 조합을 통해 추가하는 일종의 업그레이드 개념으로 변경하였기 때문입니다. 귀족이 전문가로 업그레이드 되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보라색 시민을 빈민에서 부패한 관료로 변경할 것인지는 사실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했었습니다. 사실 빈민이라는 컨셉이 부패한 관료보다 게임의 설정과 더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카지노와 같은 건물을 건설하여 운영하면 빈민들이 늘어난다던가, 경비병이 왕국에 있는 빈민들을 쫓아낸다거나, 지금은 사라진 건물이지만 도적떼들을 운영하면 다른 영지에 빈민들을 추가할 수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사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게임의 다른 부족한 부분이 있나 더 손보았다면 잘그락 왕국이 더 좋은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 당시에는 꽤나 진지한 고민이었답니다.

가난이 죄는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