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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투쟁은 땅따먹기 게임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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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5: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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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투쟁은 땅따먹기 게임에 불과한가
황혼의 투쟁은 카드 뽑기와 주사위라는 운적인 요소가 있지만 그 요소가 크지는 않습니다. 게임 초반에는 게이머들은 운을 탓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매우 전략적인 게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요? 이 게임이 전략적이라면 어느 정도 전략적일까요? 이 게임의 카드 한장 한장에 대한 분석은 거의 다 끝난 상황입니다. 이 카드와 연계되는 카드가 무엇이 있는 지, OP로 사용하면 좋은 카드인지 이벤트를 사용해야 하는 카드인지 혹은 어떤 상황에서 OP가 좋고 어떤 상황에서 이벤트가 좋은지 등등이 있고 헤드라인으로 내서 좋은 카드인지, 언제 내야 하고 언제 절대 내서는 안되는 지 등등이 모두 분석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http://www.twilightstrategy.com 에 다 나와 있죠. 그리고 제가 이를 간략하게 분석해놓은 카드분석 자료집에도 초기냉전 카드에 대해서는 잘 나와 있습니다. (심지어 1장짜리 써머리도 내놨습니다) 아마 초기냉전 카드분석집을 보시면 중후기의 카드도 스스로 분석하실 능력이 생기실 겁니다. 또한 어떤 일반전략을 짤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반전략 총정리라는 자료에 다 나와 있습니다. 읽는 이가 얼마나 성의 있게 읽고 공부(?)하느냐의 문제이죠. 물론 자료가 많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거듭하면서 잘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면 얼마든지 읽어볼 용의가 생기는 게임이기도 하죠. 게임 중 생기는 그 답답함(?)을 풀어볼 요량으로 말입니다.
물론 읽어볼 수록, 공부할 수록 잘하는 요령이 생기고 길이 보여서 카드 들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치 바둑의 정석을 알고 있으면 정석 진행중에는 큰 고민할 거 없듯이 말입니다. 황투는 바둑처럼 파면 팔수록 새로운 것이 나오고 고려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천변만화의 게임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어마어마한 깊이가 있는 듯 보이지만, 어느 정도 깊이까지만 (딱 중간 정도?) 딱 정해져 있는 게임이죠. 차라리 YINSH가 천변만화하는 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그 다음에는 뭐가 남느냐. 카드 카운팅이 남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카드가 나왔는 지, 적어도 어떤 "주요한" 카드가 나왔는 지 알고 있어야 작전을 짜는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2턴 마지막까지 CIA가 나오지 않았고, 3턴에 내 손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면 상대가 CIA를 들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때 내가 피델 카스트로 카드를 들고 있으면 상대를 자살로 유도할 수도 있죠. 나에게 상대의 손패를 줄일 수 있는 카드가 한장이라도 있다면 상대는 3시대 턴만에 데프콘을 1로 만든 책임을 지고 게임에 패배하게 됩니다. 이런 게 고급 플레이죠 (카드 분석집이나 일반전략 총정리에 다 나온 내용입니다. )
카드의 내용을 잘 모르고, 카드 카운팅도 하지 않으면 이 게임은 그냥 땅 따먹기 게임으로 변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 이벤트를 터트리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확신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게 되죠. (공식 룰로 금지하는 지는 확실치 않지만) 서로 합의에 의해 지금까지 나온 카드들을 디벼 볼 수 있더라도, 시대 카드 중 주요 카드를 알지 못하면 뭐가 앞으로 나올 지 알 수 없습니다. 남은 카드 중, 상대의 데프콘 자살 카드를 알고 있다면 점수에서 많이 뒤지고 있더라도 한방에 역전 가능한 것이 이 게임의 묘미입니다. 단순한 땅따먹기 게임에서 한차원 업그레이드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남는 건 운과 심리전입니다. 카드끼리 상호작용에 의해서 물고 물리는 가위바위보 심리전이 계속 됩니다. 마치 정밀한 확률의 포커 게임 처럼 확률 계산이 남습니다.
황투는 운이 적절히 섞여있다고 "믿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게임입니다. 마치 바둑에서 하수가 고수를 절대 이길 수 없는 것처럼, 황투도 하수가 고수를 이기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시대 마다 나올 카드 내용, 카드끼리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알고 있으며 카드 카운팅까지 하는 노련한 선수에게 초보는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아마 핵전쟁을 수도 없이 읽으킨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감히 제 생각이지만, 그저 땅따먹기 수준으로 몇게임 하고 말 생각이라면, 카드 내용, 상호작용, 카드 카운팅까지 해야 정말 게임다운 게임이 되는 이 복잡한 게임을 선택할 이유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좋아 보이는 카드 대로 선택하고 이기고 지고 하하호호 할 것이라면 오래 할 수가 없는 게임이거든요. 바둑도 고수로 갈 수록 바둑에 미치듯이, 황투도 고수로 갈수록 미치게 설계되어 있고, 바둑 초보는 바둑을 무슨 재미로 두는 것인지 알 수 없듯이, 땅 따먹기 게임으로 활용(?)하기에는 황투 룰은 꽤 복잡하고 잔룰도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에러플을 하더라도 재미는 있고 맛은 볼 수 있습니다.
황투에 일정 조예가 쌓이면, 오히려 같이 게임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 질 수도 있고, 어느 정도 깊이에서 멈추는 경향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뭘 해야 하는 지 거의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도 비슷한 수준의 일정 수준일 경우 게임 진행도 빨라지고 (고민할 게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때는 상대의 표정을 잘 봐야죠) 물고 물리면서 더 흥미진진한 심리전 싸움으로 갈 것 같네요. 그때서야 황투의 진정한 재미가 우러 나온다고 봐야겠지요. 바둑과는 다르게 운이 개입되므로, 실력이 비슷하면 더 순간적인 상황 판단력이 좋고 운 좋은 사람이 이기겠지요.
말이 길어졌지만, 황투는 테마성, 전략, 전술, 카드 카운팅, 리스크 관리, 덱 빌딩, 운 등이 적절히 잘 섞여 있으며 비대칭적인 지형과 비대칭적인 카드 내용에도 불구하고 밸런스까지 잘 잡혀있는, 잘 만든 게임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몇판 하고 치워버릴 스쳐가는 게임이 아닌, 오래도록 진득하게 즐길 게임으로 황혼의 투쟁을 당신에게 권합니다. 물론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이지요. ( 보드게임의 영원한 숙제네요 ) 단순위 보드게임긱 1위의 위엄을 맛만 보고자 한다면 비추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http://bgreview.tistory.com/1 에도 동시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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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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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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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투쟁 살지 안 살지 고민하고있는데사는게 좋을까요?진입장벽이 어려워보여 망설이고 있는데..혹시 한글판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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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화 해야합니다. 한글판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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