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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딴지형 셋콜렉션의 재미 - 삼국지 영웅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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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5 22: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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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26 minerva
같은 종류의 카드(또는 토큰일수도 있습니다)를 모아 점수를 얻는 게임 장르를 “셋 콜렉션”이라고 합니다. 보통 게임의 목적이 단순하고(모아야 하는 카드가 명확히 보이니까!) 플레이가 쉽지만, “게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보드게임의
기본 명제를 충실히 수행하는 게임들이 많아서, 할리갈리를 갓 넘어선 보드게임 초보자들에게 권하기 딱
좋은 장르 중 하나죠. <줄로레또>를 필두로 한
~레또 시리즈는 일단 이 셋 콜렉션 계에서는 거두로 봐도 좋을 것입니다. 특히 줄로레또의 카드 버전으로 유명한 <컬러레또>는 “셋 콜렉션” 하면
바로 튀어나오는 작품이죠. 그 외에 암암리에 알려진 셋 콜렉션계의 명작, <아키올로지 카드게임>이나 원래는 셋 콜렉션이 아니다가
갑자기 셋 콜렉션으로 변하는 <퍼레이드>같은 작품들이
유명합니다.
<이런
게임들이 유명합니다>
저는 “재미있는 셋 콜렉션” 게임에
두 가지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테마입니다. 어차피
모으는 거, 특이하고 재미있는 것을 모으면 좋잖아요^^; <아키올로지
카드게임>의 유물이나 <컬러레또>의 동물 테마는 그래서 참신하면서도 재미있는 테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변수입니다. 셋 콜렉션 게임은 “세트를
모은다”라는 특성상 게임이 지루해지고 단순해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위해서 “제대로 못 모으게 하는” 변수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해주느냐가 가장 핵심적이라고 보는거죠.
<아키올로지 카드게임>의 “샌드스톰”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재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샌드스톰 한 번
터질 때마다 소중히 모아왔던 유물들을 버리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하죠. 물론
내 핸드도 시원해지지만(…)
최근에는 딱히 흥미로운 셋 콜렉션 게임도 없었고해서 셋 콜렉션 게임을 접할 기회가 적었는데요. 근래 해본 재미있는 셋 콜렉션 게임이 있어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카드 게임 라인 중 하나인 <삼국지 영웅집결>이
그 주인공입니다.
<바로
이 게임>
<삼국지 영웅집결>의
테마는 확실합니다. <삼국지>야 뭐 두말하면 입아픈
테마죠. 삼국지 영웅집결은 삼국시대 각 나라의 리더가 되어 영걸들을 모아 천하를 제패하는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국지 게임이야 이래저래 많이들 나왔지만, “인물을
모은다”는 테마는 나름 신선하죠. 각 인물들은 위, 촉, 오, 원소, 기타(…)의 5개 진영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셋 콜렉션 게임이니만큼 한 쪽 진영 인물을 많이 모을수록 유리합니다. 잘 알려진 삼국지
영웅들이 리디자인되어 웃음을 주는 부분도 나름 평가할 만 합니다. 다만 “정원지”같은 듣보잡과 “관우” 같은 명장이 같은 인재 취급이라는 것은 좀 슬프죠. 카드별로 약간의
차등이 있었으면 하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동오의 덕왕’ 엄백호가 등장하지 않는다는게 너무 슬픕니다(…)
<이분이
바로 동오의 덕왕이십니다>
게임은 단순합니다. 카드의 이름을 제외하면, 카드에는 크게 두 가지 정보가 있습니다. 심볼과 색깔이 바로 그것입니다. 심볼은 각각 무력, 지력, 매력(?)을 상징하는 칼, 부채, 술잔이
있습니다. 색깔은 위에서 언급한 위(빨강), 촉(초록), 오(파랑), 원소(노랑), 기타(회색)의 총 5진영 5색이 있구요. 각
진영에는 세가지 심볼을 가진 인물들이 섞어 있습니다.
자신의 차례에는 심볼 중 하나나, 색깔 중 하나를 선언하여 같은 속성을
가진 카드를 손에서 전부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록색(촉나라)을 선언했다면, 내 손에 있는 초록색 카드는 모두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이 때 심볼은 서로 달라도 됩니다. 술잔을 선언하였다면, 같은 술잔 심볼을 가진 모든 카드를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마찬가지로
색깔은 서로 달라도 됩니다.
바닥에는 자신이 지금까지 내려놓은 카드를 정리하여 놓습니다. 정리는
색깔별로 합니다. 같은 색깔을 가진 카드를 한 줄이 되도록 주르륵 놓습니다. 그러니 심볼을 선언하여 내려놓을 때는 빨간색 줄에 한 장, 파란색
줄에 한 장 뭐 이런 식으로 놓는 것이 가능한 거지요.
자기 차례에 할 수 있는 일이 이게 전부라면 대단히 심심한 게임이 되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변수”가 필요한
거지요. <삼국지 영웅집결>은 “카드 뺏어오기”라는 변수를 채택했습니다. 카드를 내려놓고 나서, 내려놓은 속성의 카드를 양 옆 플레이어에게서
한 장씩 뺏어올 수가 있습니다. 양 옆 플레이어가 해당 카드가 없다면,
물론 뺏어올 수 없죠. 옆 플레이어가 어떤 카드를 내려놓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카드를 뺏겨서 상대방에게 점수를 주지 않도록 잘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각 색깔별로 나열한 카드 중 가장 앞에 있는 카드만 뺏어올 수 있기 때문에, 카드를 내려놓을 때 어떤
심볼을 앞으로 내려놓을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순한 랜덤 변수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전략에 맞추어
변화하는 변수이기 때문에 <아키올로지 카드게임>의
샌드스톰보다 게임을 훨씬 전략적으로 만들어주는데 기여를 합니다. 이 점이 이 게임의 훌륭한 부분이죠.
자신의 차례에는 인물 카드가 아닌 “임명장”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자신의 손에 여러 장 있다면
한꺼번에 내려서 사용이 가능하구요. 임명장 카드에는 2가지
기능이 있는데, 여러 장을 내릴 때 이걸 섞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첫 번째 기능은 남이 내려놓은 카드 중 하나를 골라서 가져오는 기능이구요. 두
번째 기능이 중요한데, 내 인재열 맨 위에 이 카드를 올려놓음으로써 남들이 임명장 카드 밑에 있는 내
카드들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단 임명장 카드가 인재열 위에 올라가게 되면 어떤 기능으로도
이 밑의 카드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됩니다. 또 하나, 숨겨진
기능으로 임명장의 두 번째 기능을 사용할 때, 그 인재열(5색
중 하나겠죠?) 카드가 가장 많은 플레이어는 카드 한 장을 자신의 성 카드 아래에 넣습니다. 성 카드 밑에 들어간 인물 카드들은 확실한 내 인재, 곧 점수입니다. 자신의 점수를 얻는 방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한 장
들어가게 되면 내 인재열의 카드가 한 장 줄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에게 따라 잡힐 가능성도 생기게 됩니다. 이
부분 역시 미묘한 심리싸움이 자리하는 <삼국지 영웅집결>만의
재미죠.
<임명장
카드. 업계 최고 대우!>
자신의 차례가 끝나면 손을 5장이 되도록 채웁니다. 만약 뽑을 카드 더미에 카드가 없다면?! 게임 종료 조건이 충족되어
시작 플레이어 오른쪽에 있는 플레이어까지 게임을 진행하고 게임이 종료됩니다.
점수 계산은 간단합니다. 각 진영별로 한 번씩 점수 계산을 하는데요, 그 진영의 카드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는 2장을 자신의
성 밑에 넣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가진 플레이어는 1장을
성 밑에 넣습니다. 동점이라면, 동점인 플레이어 모두가 1장을 성 밑에 넣고 2등 플레이어는 없는 것으로 하죠. 이렇게 5진영의 점수를 계산한 후,
자신의 성 밑에 넣은 카드가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승자가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플레이어
숫자만큼 라운드를 진행하시면 되고, 그 후 가장 점수가 많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선 플레이어가 조금 불리하므로(절대적인건 아닙니다.) 선은 한 번씩 돌아가면서 진행하는게 공정합니다.
플레이 해 본 바로는, 제가 해본 셋 콜렉션 게임 중에서는 가장 공격적이고
인터액션이 강한 게임입니다. 아키올로지 카드게임도 샌드스톰과 시프 때문에 인터액션이 강한 편에 속하지만
이건 매 턴마다 거의 반드시랄까 인터액션이 일어나므로 쉽지 않죠. 그리고 강력한 임명장 카드는 게임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접하면 ‘셋
콜렉션이 이렇게 인터액션이 강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근데 바로 그 점이, 이 게임을 평범하고 지루한 셋 콜렉션 게임이
아니도록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재미있는 셋 콜렉션의
게임은 ‘어떻게 셋을 제대로 못만들게 할까’라는 방해요소가
얼마나 충실하냐에서 판가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게임은 그걸 강력한 인터액션이라는 것으로 해결해버린
셈이죠. ‘난 위나라만 모아야지’라고 생각해서 많은 카드를
내려도, 어느새 자기턴이 되면 텅텅 비어버린 위나라 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다양한 색깔의 카드를 구비하되, 뺏기지 않도록 적절히
방어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셋 콜렉션이란 장르를 떠나서 생각해도 이 게임은 꽤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단순한
룰, 쉬운 목표, 하지만 양쪽 사람의 상황을 잘 살펴야 하는
눈치와 자신의 카드를 잘 방어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전략성 등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갖춘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 타임도 매우 짧은 편이라 보드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과 플레이하기도 편합니다. 게이머들끼리
하게 될 경우 수싸움으로 인해 긴장감 넘치는 게임이 되어버립니다. 상대방의 1점을 깎기 위해 임명장을 쓴다던가 하는 전략이 난무하게 되죠.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삼국지 영웅집결>은 시대의 거장 중 한명인 클라우스 유르겐 브레데Klaus-Jurgen
Wrede의 작품입니다. 네? 누구냐구요? 자신의 게임의 이름만큼 명성이 높지는 못한 그는 바로 이 게임의 작가입니다.
네, 바로 <카르카손>이죠. 정말 의외죠? 카르카손의
그 극한의 랜덤성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전략성과,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툭툭 건드리는 듯한 딴지의
기분을 이 게임에서도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카르카손과 마찬가지로, 보드게임
초보들에게 보드게임을 입문시키기도 좋은 그런 게임이구요.
무엇보다 이 게임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가격입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의 9,900원 라인 카드게임 중 하나인 이 작품, 당연히 가격이 9,900원입니다. 요즘 한창 인기인 <러브레터>보다 싸요! 주는
재미에 비해서는 정말 저렴한 가격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배송비 넘기고 싶을 때 필러로 하나씩
지르면 후회하지는 않을 그런 게임이죠. <러브레터>와
비교하면 룰의 난이도는 비슷한 수준이고, 게임의 전략성은 <삼국지
영웅집결>쪽의, 게임의 유연성은 <러브레터>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안타깝게 <삼국지 영웅집결>은
풀 라운드로 했을 경우 플레이 타임이 좀 있습니다.) 둘 다 괜찮은 게임이고 가격도 저렴하니 둘 다
마련해 둘만 하죠 ㅋㅋ
단점은 일단 일러스트. 일러스트가 좀 유려한 편은 아니라서 딱 한
눈에 들어오는 게임은 아닙니다. 약간 애들 취향인 그림이라 게이머들이 집어들기는 뭐한 면도 있죠. 그리고 2인플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공식 룰 상 더미 플레이어를 끼워서 가능하긴 한데, 더미를 넣어서
플레이 한다는게 일단 에러죠. 3,4인은 모두 훌륭한 편이니 3인이나 4인이 모였을 때 게임을 즐기실 것을 추천합니다.
‘셋 콜렉션’은 간단한
메커니즘과 약간의 전략성을 더하여 ‘보드게임으로 갈 수 있는 첫 걸음’을
띄게 해주는 게임 장르라고 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보드게이머가 아닌 사람에게도, 보드게이머에게도 쉽게 들이밀 수 있는 종류의 게임은 사실 굉장히 드물죠. 특히
셋 콜렉션의 경우 게이머들에게는 좀 지루할 수 있는 장르인데요. <삼국지 영웅집결>은 그런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셋 콜렉션 게임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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