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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딴지다! - 가벼운 2인용 전쟁게임? 카르카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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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1 16: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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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뿅태
<카르카손>도 비슷하다. 재미있다고, 한번 해보자고 규칙을 설명하면 반응이 이렇다. “그게 왜 재미있어?” 그래서 일단 시켜본다. 깨달음이 오면 성공이고, 아니면 걍 그림 맞춰서 점수 먹는 게임이 된다. “이거 언제 끝나?” “타일 남은 거 보이지?” “응.” “그거 다 떨어지면 끝나.” “뭐? 아직 한참 남았네!” 보드게임방에서 <카르카손>을 처음 접했을 때, 내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자 넷이서 그림 맞추면서 “2점, 4점, 8점, 10점이네?”하고 앉았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아, 담에는 <시타델>이나 하자.”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는 <카르카손>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의외로 평이 괜찮은 게임이었던 것이다. 절대 그림이나 맞추는 게임이 아니라고, 속을 알고 보면 웬만한 전쟁 저리가랄 정도로 치열하다는 말에 호기심이 동했다. 그리고 들은 얘기대로, 전쟁 게임이라 생각하며 한판을 돌렸다. 그리고… 느낌이 왔다! <카르카손>도 규칙을 아는 것만으론 부족한 게임이었던 것이다. 맛을 알려면 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카르카손>의 규칙
그리 재미있게 들리는 규칙은 아니지만, <카르카손>을 모를 분들을 위해 규칙 설명부터 해보자. 아시는 분들은 다음 절로 바로 넘어가면 되겠다.
<카르카손>은 기본적으로 타일을 하나씩 놓으며 진행하는 게임이다. 각 타일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서로 연결하면 대략 지도 같은 게 만들어진다. 프랑스 남부에 실제 있는 도시인 카르카손을 그린 지도라고 한다. 게임 이름이 <카르카손>인 이유다.
자기 차례가 되면 아래 세 가지를 순서대로 한다.
1. 타일 놓기: 뒤집힌 타일 하나를 가져와 펼친 다음, 이미 놓인 타일과 그림이 연결되게 놓는다.
2. 부하 놓기: 방금 놓은 타일에 자기 부하를 놓을 수 있다. 성이나 길, 수도원이나 들판 중 어느 한 곳에 놓으면 된다. 단, 연결된 타일에 다른 부하가 이미 놓여 있는 곳에는 부하를 놓을 수 없다.
3. 점수 계산: 성이나 길, 수도원 그림이 완성되면 점수를 계산한다. ①성은 성이 그려진 타일 당 2점에 방패가 그려진 타일마다 2점을 추가로 더 얻는다. ②길은 길이 그려진 타일 당 1점을 얻는다. ③수도원은 9점을 얻는다. 완성된 그림에 자기 부하가 가장 많은 사람만 점수를 획득하며, 부하 수가 같다면 부하를 놓은 모든 플레이어가 똑같이 점수를 획득한다. 점수 계산 후에는 완성된 그림에 놓여 있던 부하를 다시 데려온다. 다시 말해, 한번 타일 위에 놓은 부하는 그림이 완성되기 전까지 데려올 수 없다.
들판 점수는 언제 계산하냐고? 게임이 끝나면 계산한다. 들판은 길과 성을 경계로 나뉘는데, 들판과 인접한 완성된 성마다 3점을 얻는다. 들판 역시 자기 부하가 가장 많은 사람만 점수를 획득한다.
또 길과 성, 수도원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완성되지 않아도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모두 타일 당 1점이다.
마지막으로 당연한 얘기겠지만, 승자는 가장 점수가 높은 사람이다.
잘 이해가 안 된다면, 백문이불여일견! 이 분의 영상을 보자.
핵심은 딴지다!
누가 나에게 <카르카손>의 재미를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핵심은 딴지다! 세상에 딴지 게임이 좀 많겠냐마는, 그래도 강조는 해야겠다. <카르카손>은 딴지 여부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림 맞춰서 점수나 먹는 지루한 게임 같다고? 의식적으로 딴지를 거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딴지를 걸어보라. 긴장감이 확 살아난다. 개인적으로는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최면이라도 걸어두고 싶은 심정이다. 딴지다, 딴지. 너는 오늘 딴지를 걸게 되어 있다…….
규칙을 보면 알겠지만, 게임 자체가 적극적으로 딴지를 유도하진 않는다. <시타델> 같은 게임이랑 비교해보면 명확하다. <시타델>은 매 라운드마다 하는 직업 선택을 통해 딴지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설명만 읽어봐도 감이 잡힌다. 예를 들어 <시타델>의 암살자는 다른 사람을 1회 쉬게 만들고, 도둑은 남의 돈을 훔쳐온다. 장군은 상대의 건물을 파괴한다. 게임 자체가 딴지1, 딴지2, 딴지3 이렇게 선택지를 만들어 보여주고, 플레이어는 그 중에서 선택만 하면 바로 딴지를 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카르카손>은 다르다. <카르카손>은 딴지를 눈에 확 띄는 선택지로 만들어두지 않았다. <바둑>에 축, 장문, 호구 같은 선택지가 따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이 한 수 한 수 돌을 의식적으로 놓아야 축도 나오고 장문도 나오듯이, <카르카손>도 타일을 하나 하나 의식적으로 놓아야 딴지가 나온다. 그래서 어떤 경우엔 게임이 끝날 때까지 자기 부하가 있는 그림이나 맞추면서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는 게임이 <카르카손>이다. 딴지를 전혀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다. 순 운빨 게임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수 있다. 내 부하가 있는 그림에 맞는 타일을 많이 뽑으면 이기고, 아니면 지고.
하지만 아니다. 어떤 타일을 뽑든, 모든 타일에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 부하가 있는 곳과 맞는 그림 타일이 아니라고 해서 함부로 두지 말자. 고수가 되려면 오히려 이런 타일을 잘 써야 한다. 어떻게 잘 쓸 수 있냐고? 답은 딴지다. 딴지는 특히 1대1 승부에서 빛난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3명 이상이면 딴지를 주고받는 플레이어들끼리 자멸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하지만, 2명이라면 상대의 손실이 곧 나의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카르카손>은 2명이서 할 때 타일 운으로 이길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2인플에서 초심자가 숙련자를 매우 이기기 힘든 게임이 <카르카손>이다.
그럼 그놈의 딴지, 어떻게 하면 되는가? 2부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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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글 잘 쓰셨네요.^^카르카손, 보기 보다 쉬운 게임 아니죠. ㅎㅎ2부에서 소개될 카르카손 딴지 설명 기대됩니다.일러스트와 다르게 딴지가 정말 심한 게임으로 꼽히는 게임인지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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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칭찬 감사합니다! 2부는 살짝 늦어서 빠르면 오늘 자정 늦으면 내일은 되야 올릴 수 있을 듯 하네요. 힘내서 2부 완성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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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 길 / 성당을 파괴하는 타일놓기 패턴이 있지요. 그것들이 나오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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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편하게 잘 쓰시네요.2부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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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패턴 자체는 연구 못 했어요. 저는 이런 식으로 놓으면 맞는 타일이 별로 없겠지... 하는 식으로 플레이 해요. 경험상 3면이 들길성이면 맞는 타일이 확 줄어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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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2부는 근데 좀 급하게 써서 그런지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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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런데 위 그림은 너무 평온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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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예리하시네요 보시면 농부 전쟁이 아예 없다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노란색 플레이어만 농부를 내려놓았죠. 녹색 플레이어는 비교적 초심자로, "딴지"를 비겁한 술수라며 의도적으로 피하던 플레이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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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셨네요... 근데 3. 점수계산에서 농부 예시 중 왼쪽은 빨강, 파랑 농부가 모두 3점씩 얻어가야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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